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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페이와 재능기부, 누가 챙기나

[society 가수 박준희]

2014-12-0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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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하나로 버티는 아이돌 가수들이 가요계를 점령하는 동안 설 무대가 사라진 아티스트들은, 무대에 설 기회가 없으니 재능기부 차원에서 돈이 되지 않는 공연을 하게 된다. 식지 않은 열정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으로 위로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봉이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흔하게 하는 말이 있다. 받을 돈 제대로 받았으면 차를 샀네 집을 샀네. 돈을 주겠다고 하고 주지 않는 경우도 흔하지만, 좋은 의미로 기획된 일에 동참을 유도하는 일도 흔하다. 속는 기분이 들면서도 거절하지 못하는 맘 약한 음악인들은 내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만 있으면 어떤 작업이든, 어떤 무대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윤보다는 꿈을 펼치는 것이 더 중요한 아티스트들이기 때문이다.

작곡을 배우고 싶다고 유명 작곡가를 찾아가면, ‘작곡을 가르쳐주겠으니 성공하기 전까지는 고생할 각오를 하라’며 희망고문을 한다. ‘자신 없으면 지금 포기해라’ 또는 ‘성공한 모든 작곡가들이 다 거치는 과정이니 무보수로 유명 작곡가 밑에서 일을 배우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라며 열정을 자극하기도 한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열정 페이’라는 말이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음악 없이는 살지 못하는 순진한 아티스트들에게 “소질이 있으니 내 밑에서 일을 배우면 언젠가 성공할 수 있어. 돈 주고도 배우기 힘든 경험이니까 고생스러워도 잘 참고 버티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야”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상황을 ‘헝그리 정신’이라고도 말했다. 80~90년대 기업 성장을 위해 제대로 된 보수를 받지 못하고 열정 하나로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기성세대들은 ‘헝그리 정신’ 때문에 젊음을 다 바쳐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미래를 보장받지 못하는 현시대 젊은 친구들에게 ‘헝그리 정신’은 ‘희망고문’에 가깝다.

특히 가수를 꿈꾸는 사람이 많아진 요즘. 유명기획사에 들어가지 못해서 주변을 맴도는 아이들이 많다. 그 아이들은 당장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기획사의 연습생이 되는 것이 목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게 연습생으로 발탁이 되면 어떠한 대우를 받아도 버텨내야 한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그래서 수년 동안 사생활을 포기해가며 밤낮없이 춤과 노래 연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연습생이 되면 긴 시간 가수로 데뷔할 날만을 기다리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문제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건 성장하는 데 재산이 될 수 있지만 그 열정을 이용해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어렵게 데뷔를 해서 신인으로 활동을 해도 제대로 돈을 받고 무대에 서기란 매우 힘든 일이다. 음반 준비와 활동을 하며 투자했던 돈을 회수하기 전까지는 수익금을 받기 힘든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맹목적인 투자는 있을 수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조금씩 인지도가 생기고 유명해져도 페이를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기획사들이 많다. 대부분의 이유는 계속해서 투자되고 있는 돈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순진하게 열심히 시키는 대로 돈을 벌어준 가수들은 곧 현실을 파악하게 되고 불만을 호소한다. 그래서 기획사에 정당한 페이를 지급해달라고 요구를 하면 “벌써부터 돈을 밝히느냐? 기껏 키워줬더니 버릇이 없네. 노래만 하게 해달라고 사정할 땐 언제고, 이제 조금 크니까 보이는 게 없네. 가수 되고 싶어 하는 애들은 널렸어! 하기 싫으면 관둬라”라며 혼쭐이 난다. 그렇다.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다 하겠다며 가수를 시켜만 달라는 아이들이 널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 열정을 이용해 일을 시키고 밥이나 먹여주며 유랑단처럼 데리고 다녀도 아무 말 하지 못한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세뇌당해온 신인 가수들에게는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무대 위에 오르는 일이 당연해지는 것이다.


짜릿한 희열은 ‘열정 페이’의 노예
문제는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하면 무대를 포기할 수가 없다는 데 있다. 이제는 돈보다는 유명해진 연예인의 삶에 취해서 돈도 받지 못하는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게 된다. 노래하는 사람에게 무대는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 짜릿한 희열은 그를 ‘열정 페이’의 노예가 되게 만든다. “돈보다 나의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행복해요”라는 말은 참 아름다운 말처럼 들리지만, 불쌍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기회 페이’라고도 한다. 페이를 돈으로만 주는 것이 아니라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기회들로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습생 시절엔 데뷔만 시켜주면 못 할 게 없던 터라 매우 불리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회사가 계약기간은 길고 수입지급률이 적은 이유도 작은 기획사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조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하게 된다. 하지만 꿈꾸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지고 유명해지기 시작하면 벌어들이는 금액에 비해 수입이 적은 것에 불만을 갖기 시작한다. 그래서 아이돌 계약 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기획사에서는 계약대로 이행한 것뿐이고 맘이 바뀐 건 가수 쪽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열정 하나로 버티는 아이돌 가수들이 가요계를 점령하는 동안 설 무대가 사라진 아티스트들은, 돈이 되는 일만 하다가는 무대에 설 기회가 없으니 재능기부 차원에서 돈이 되지 않는 공연을 하게 된다. 식지 않은 열정이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으로 위로를 해야 하는 것이다. 자존심을 버려야 자존심을 지키게 되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이다.

‘봉사활동’과 ‘열정 페이’는 엄연히 다른 말이다. 우리의 재능으로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는 일은 돈보다 더 큰 재산을 얻게 해주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그 아름다운 열정을 이용해 이득을 얻고자 하는 ‘잔인한’ 사람들은 진정 사라져야 할 것이다.


박준희는 1992년 여고생 가수로 데뷔, ‘눈감아봐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찾기 위해 가수의 길을 접고 음반기획, 인터넷 방송 PD, 작가, 실용음악과 교수, 칼럼니스트는 물론 삼성그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케이팝 한류’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최근 라는 타이틀로 앨범을 발매, 17년 만에 가수생활에 기지개를 켰다. 저서로 <음악 또라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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