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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울한 남편, 갱년기인가?

2019-09-14 08:13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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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계절, 가을이 오고 있다. 아직 끈적한 바람이 서늘해지기도 전인데 우리 집 아저씨가 수상하다. 사춘기도 아니건만 걸핏하면 짜증을 내고 힘이 없단다. 왜 저러나 싶었는데 텔레비전에 나온 김구라가 말한다. “남성 여러분, 그거 ‘갱’(년기)이에요.” 남성 갱년기에 대해 전문의에게 물어봤다.
“눈물이 나고 무기력하고 이유 없이 짜증 나요.”

갱년기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방송인 김구라가 말하는 남성 갱년기 증상이다. 그는 50대에 접어들면서 부쩍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졌다고 한다. 김구라만 겪는 증상이 아니다. 집집마다 40대 후반에서 50대에 접어든 남자들이 우울감을 호소하며 ‘나도 혹시 갱년기인가’ 하는 의심을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구라의 증상은 남성 갱년기 증상의 일부가 맞다. 서주태 비뇨의학과 서주태 원장은 “남성 갱년기 증후군을 진단하는 설문 10가지 중 삶의 흥미가 눈에 띄게 감소했는지, 슬프거나 화가 잘 나는지를 체크하는 문항이 있다”며 “10가지 문항 중 3개에 해당하면 남성 갱년기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항 중 ‘성욕이 감소했나’, ‘발기의 강직도가 줄었나’에 하나만 체크해도 남성 갱년기로 본다. 성욕과 발기 강직도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곧바로 비뇨기과에서 호르몬 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갱년기 증상 중 감정적인 증상이 우울증과 비슷해 혼동하기도 하는데, 신체적 변화 없이 우울함이나 무기력함을 자주 느낀다면 갱년기가 아니라 우울증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체력 줄고 짜증 솟구치면 갱년기 의심

“테스토스테론은 성기능과 발기에 관여할 뿐 아니라 모발, 전립선에도 영향을 주고 뼈와 근육을 만드는 데도 필요해요.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 이 모든 것에 영향을 주지요. 성호르몬은 사춘기에 절정을 찍고 조금씩 떨어지는데, 평균적으로 1년에 1.6%씩 줄어듭니다. 그래서 증상이 완화돼 나타나요. 여성 갱년기는 폐경을 겪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증상이지만 남성 갱년기는 달라요. 남성호르몬 수치가 계속 떨어지는 사람도 있고 일정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래서 중년에 접어든 남성이라고 해도 갱년기 증상을 겪지 않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검사는 간단하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가장 높은 오전 7시에서 11시 사이에 채혈을 하고 혈중 호르몬 농도를 측정하면 된다.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정상 기준보다 낮고 자가진단문항에서 갱년기 증상을 보이면 2차 검사를 진행해 최종적으로 갱년기를 진단한다. 남성호르몬 수치는 얼마가 되어야 정상일까? 혈중 농도가 3.5ng/㎖ 이상이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면 이제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남자 연예인들이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다고 환호하며 의기양양해하던 모습이다. 남성호르몬 수치는 높을수록 좋은 것인가. 서 원장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10인 사람이 6인 사람보다 더 좋고 그렇지는 않아요. 3.5ng/㎖ 이상만 유지하면 괜찮아요. 너무 높을 필요도 없고 일정 수준을 유지만 하면 돼요.”

남성 갱년기가 아니지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경우도 있다. 성염색체에 이상이 있을 때다. 500명 중에 1명꼴로 염색체 이상을 앓는데 99%가 무정자증이고 중성지방 수치가 높다. 체지방을 분해하고 근육 생성을 도와주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져 호르몬 밸런스가 나빠지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탈모약을 복용할 때도 갱년기 증상을 겪을 수 있다. 탈모는 DHT라는 남성호르몬 하부조직의 작용으로 생기는데 탈모약은 남성호르몬이 DHT로 바뀌는 것을 차단시킨다. 그러면 혈중 호르몬 수치가 유지되면서 머리가 빠지는 증상을 막아준다. 그런데 탈모약을 복용하다 보면 남성호르몬에는 이상이 없는데 성욕이 떨어지고 정자 수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휴약기를 갖고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갱년기 증상은 남성호르몬으로 치료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0ng/㎖ 이하인 경우에는 호르몬 치료를 권한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뼈가 약해지고 수면장애를 겪는 등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호르몬 치료는 효과가 즉각 나타난다. 근육이 확 붙고 체지방이 줄어들 뿐 아니라 무기력증, 우울감 같은 증상도 개선된다. 보통 3~4달에 1회 치료를 받으면 된다.

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게 있다. 남성호르몬이 외부에서 체내에 들어가면 정자 생성이 억제된다는 점이다. 아직 미혼이거나 기혼이어도 2세 계획이 끝나지 않았다면 아이 문제를 마무리하고 난 다음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남성호르몬 치료를 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전립선암이나 유방암을 앓고 있다면 호르몬요법을 권하지 않는다. 테스토스테론이 전립선암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입장이지만, 아직 암 환자에게 호르몬요법을 써도 된다는 가이드라인이 분명하지 않아서 전립선암과 유방암이 있는 경우 호르몬요법을 쓰지 않는다.

호르몬 치료가 필요할 만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떨어진 경우가 아니라면 일상에서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간단하다. 잘 먹고 잘 자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 운동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뼈와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에 근육량을 키우는 것도 추천한다. 그렇다고 근력운동에 치중해 유산소운동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근육운동을 하는 남성이라면 특히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스테로이드와 단백질 보충제다.

“요즘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근육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스테로이드를 맞거나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사람이 많아요. 그게 잘못되면 무정자증이 되거나 남성호르몬이 떨어져요. 고환이 작아져서 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고요. 단백질 보충제는 미국 FDA 공인을 받았다면서 파는 곳이 많은데 FDA는 등록제라 공인을 하지 않아요. 단백질 식품이라지만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잖아요. 단백질 식품 중 몇 가지를 조사해보니까 단백질뿐 아니라 남성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성분이 들어갔다고 하더라고요. 남가새나 삼지구엽초 같은 거죠. 그게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었을지라도 사람한테는 효과가 미미한 경우가 더 많아요. 대표적으로 석류가 있죠. 여성호르몬 합성약에 함유된 양만큼 먹으려면 석류를 열 박스 넘게 먹어야 해요.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식품 때문에 건강을 해친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이 없으니까 피하시는 게 좋아요.”
 
 

 
본문이미지

남성 갱년기 증후군 진단

1 성욕이 감소했다. 
2 체력이 약해졌다. 
3 힘과 지구력이 줄었다. 
4 신장이 줄었다. 
5 삶에 대한 흥미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
6 슬프거나 이유 없이 화가 날 때가 많다. 
7 발기 시 강직도가 줄었다. 
8 최근 운동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
9 저녁식사 후 바로 잠을 잔다. 
10 최근 직무수행 능력이 떨어졌다.

※ 1,7번 문항 중 하나만 해당하거나 그 외 3개 문항 이상을 체크했다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해봐야 한다.
자료 서주태 비뇨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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