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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잠재적 범죄자?

2019-07-24 09:44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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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위층 할머니 살해 사건, 친누나 살해 사건 등은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사건들이다. 조현병 환자에 의한 강력 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조현병’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어떤 질환인지, 치료와 예방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민 교수에게 물었다.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상민 교수
갑자기 툭 튀어나온 질환이 아니다. 조현병은 환청이 들리는 정신질환으로 대중에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최근 유난히 조명되고 언급 횟수가 부쩍 늘어난 이유는 연이은 강력 범죄 피의자들이 조현병 환자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볼 만큼 두려움이 커지고 있으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도 쏟아지고 있다. 조현병과 관련해 정확한 사실을 짚어본다.
 

# “유전병 아냐, 양육 과정의 영향 적어”

‘조현병’이라는 병명은 익숙하지만 개념이 정확하지 않다. 우선 ‘정신증’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여러 가지 정신건강 문제 가운데 현실 검증력이나 현실 판단 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상태를 정신증이라 하는데, 대표 질환이 조현병이다. 자주 발견되는 증상으로는 환각, 망상 외에 사고 흐름의 장애가 있다. 대화를 잘 이어가다가 두서없이 말하거나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다. 많은 분이 조현병의 증세로 환각을 떠올리지만 실제로 더 문제가 되는 건 능력 장애다. 대인관계를 비롯해 학업 능력의 저하, 직업 능력의 저하 등 전반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진다.

우울증, 조울증과는 다른가. 그렇다. 의료진이 “만성적으로 진행된다”고 얘기할 정도로 한번 확진 받으면 치료 기간이 굉장히 길다. 조현병을 여타 정신 질환과 비교했을 때 중증도 차이가 큰 것도 그래서다.

조현병 환자 대다수가 환청을 호소한다. 어떤 소리인가. 비난조, 명령조다. 급성기 상태에선 환청, 망상 증세가 굉장히 심각하다. 여러 명이 대화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음성의 크기가 커진다. 거의 하루 종일 들리기도 한다. 급성기가 지나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한두 명으로 줄고 소리가 희미해지거나 스쳐 지나가는 수준이 되는데, 그렇다고 해서 치료를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한다. 아주 드물게 기분 좋은 소리, 자신을 사랑해주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환자도 있다. 그런 경우 치료를 더욱 거부한다.

뚜렷한 발병 원인이 있나. 원인이 복합적이다. 어떤 유전자에 이상이 있다거나 뇌의 어느 부분에 고장이 생겼다거나 하는 단일 원인에 의한 질환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유전적 취약 체질을 가진 사람에게 성장 과정이나 환경, 스트레스 요인이 더해지면 발병한다. 유전적 위험인자가 있다 해도 스트레스 관리가 잘 이뤄지고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한다면 발병하지 않는다.

유전병이라고 이해되는데. 그건 아니다. ‘우리 가족 중에 조현병 환자가 있으니까 나도 걸린다’와 같은 유전 질환은 아니다. 다만 유전적 소인이 존재한다는 거다. 정신건강 문제를 지닌 가족이 있다면 자신을 위험군으로 봐야 한다. 유전적 소인이 없는 사람이라면 극도의 스트레스나 불우한 환경이라도 조현병이 발병할 수 없다.

특정 연령대에서 발병하나. 호발 연령대, 쉽게 말해 많이 생기는 연령대는 있다. 남성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군 생활 중 스트레스로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여성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까지다.

10대 후반이면 미성년자다. 부모가 발병 가능성을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구기 증상이라고 하는데 조현병이 분명하게 발현되기 전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 전부터 보이는 증상이 있다. 이를테면 이유 없이 학업 성적이 떨어지거나 좋던 교우관계가 갑자기 불안정해지거나 굉장히 예민해진다. 병원에서는 괜찮다고 하는데 당사자는 몸 어딘가에 이상을 느낀다고 한다.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청소년은 사후 세계, 형이상학적인 부분에 큰 관심을 보이므로 이때를 주의해야 한다. 자녀가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든다면 자세히 관찰하길 권한다.

양육 과정도 조현병 발현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많이 받는 질문이다. 대다수 주부들이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내가 아이를 잘못 키웠다’ ‘나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다’면서 과도한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양육 방식이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주의할 점은 고위험군 자녀를 둔 부모는 과도한 감정 반응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일부 성격 급한 분들이 아이에게 막 쏟아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의학적 처치가 1번이다. 환자에게 적합한 약물치료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한데 치료 기간을 정하는 게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란이 됐다. 2년에서 5년으로 늘었고, 요즘엔 한 번 이상 재발하면 가능한 한 길게 유지하는 쪽으로 권하는 분위기다. 최근 들어 사회 이슈 때문에 위축감, 혼란감을 느끼는 환자들이 있어 심리적인 케어도 필요하다.

약물치료라는 게 흔히 생각하는 경구약인가. 먹는 약인데, 안타까운 점은 가족들이 아무리 챙겨 줘도 환자가 잘 안 먹는다는 것이다. 치료 협조율이 낮은 편이다. ‘치료순응도’라고도 표현하며 이걸 높이기 위해 장기지속형주사제를 쓰고 있다. 예전엔 한 번 주사하면 효과 지속 기간이 2주였다. 이후 1개월짜리가 개발된 데 이어 최근에는 3개월짜리까지 등장해 치료가 한결 수월해졌다.

앞서 “만성적 진행”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발병하면 답이 없다는 건가. 맹장염에 걸렸다거나 담낭에 돌이 있다고 하면 제거 수술을 하면 되지 않나. 조현병은 그게 안 된다. 이전보다 치료 여건이 개선된 덕분에 경과가 좋다지만 재발 위험성은 늘 존재하고, 아주 긴 시간 전문가와 함께 관리해야 한다. “몇 개월 치료하면 괜찮을 겁니다”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장기 치료가 요구되는 만큼 비용 문제도 있겠다. 국가에서 희귀난치성 질환을 대상으로 의료비를 지원하는 ‘산정특례제도’가 있다. 조현병도 여기 포함되기 때문에 환자는 총 발생 비용의 10%를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많은 분이 비용 부담보다 국가 시스템에 정신 질환 사실을 등록하는 데 더욱 부담을 느껴 혜택을 받지 않는다. 의료진이 수차례 설득하고서야 등록한다.

모든 질병이 그렇지만 특히 예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예방법이) 없다. 백신도 없다. 현재로서 최선의 방법은 임상적 고위험군, 다시 말해 전구 증상을 경험한 사람들. 뚜렷한 환청은 아니고 희미하게 스치는 말소리가 들린다거나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는 느낌을 받은 사람은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유전적 고위험군도 마찬가지다.

도움 되는 식품도 없나. 요새 각광받는 게 오메가3다. 조기 정신증 치료나 예방에 있어 오메가3 효과에 주목한 연구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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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병 환자, 일상생활 가능하다”

이 교수는 “조현병 환자도 평범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안정기에 접어들고 지속적인 치료가 이뤄지면 큰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조현병 환자를 향한 편견에 주의를 당부했다.

의료진 입장에서 조현병 환자 증가를 체감하는지. 근래 좀 늘었다. 언론에 자주 보도되면서 증상을 조금이라도 경험한 사람이 직접 찾아오기도 한다. 굉장히 예외적인 케이스다. 치료를 중단한 환자가 다시 찾아오는 사례도 늘었다. “계속 치료해야 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안정기에 들어서면 대개 임의로 치료를 멈추는데, 최근 여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주변 사람이 환자를 데려오기도 한다. 현대 사회가 각박하다고 환자 수가 는 건 아니다.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급성기에서 안정기가 됐다 해도 제대로 된 치료가 이어지지 않으면 또 급성기를 맞을 수 있다. 이때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이 나타나고 일부는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한 치료나 관리, 재발 방지 시스템을 우리 사회가 갖춰나가야 하지 않을까. 일부 안정기 환자들이 억울해한다. 사회생활도 잘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해서 재발 횟수를 줄여가며 잘 지내는 사람도 많다. 같은 조현병 환자라도 상태가 다른데 범죄자 취급하니까 슬픔을 토로한다.

출산도 가능하다니 조금 놀랍다. 치료 약물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임신 기간에는 중단할 수밖에 없다. 10개월 동안 치료하지 않으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진은 반대하는 게 사실이다. 어떤 부부가 아이를 갖고 싶은데 담당 의료진이 반대한다면서 찾아온 적이 있다. 양가 부모를 모두 상담해봤지만 환자가 간절히 임신을 원했다. 어쩔 수 없이 10개월간 약물 투입을 중단하고 중간중간 상태가 나빠진 적도 있지만 다행히 순산했다. 수유는 하지 않고 출산 직후 치료를 재개해 잘 지내고 있다. 벌써 아이가 세 살이라며 연락이 온다.

안정기라도 외부 자극이 주어지면 상태가 악화되지 않나. 상태가 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일반 사람이 염려하는 것처럼 환자가 충격적인 일을 경험했다고 해서 하루 이틀 사이에 뉴스에 나올 정도의 상태가 되지는 않는다. 상태가 악화되는 것도 기간이 필요하고, 갑자기 돌변하는 경우는 없다. 다수가 걱정하는 그 부분은 일종의 편견이다.
 

# “진료실, 안전장치 두되 환자 위주 환경”

지난해 12월 강북삼성병원에서는 고 임세원 교수가 정신과 진료를 하던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대중은 물론 조현병 환자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이상민 교수도 충격을 받았을 터. 임 교수 피살 사건 이후 달라진 점은 없을까.

임세원 교수 피살 사건 당시, 누구보다 놀랐을 것 같다. 굉장한 충격이었다. 2011년부터 8년 가까이 한국형 자살예방 프로그램 개발진으로 함께해 잘 아는 사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위축되고 걱정되는 점이 있다. 의사이지 않나. 임 교수가 개인 소셜미디어에 “힘든 환자들이 왜 내게 찾아왔는지 야속하다가도 나의 일이니 치료한다”고 했는데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환자를 치료하는 게 내 역할이다. 오히려 그 사건 이후 몇 개월 동안 환자들이 위축돼서 말수도 현저히 줄고 긴장감을 느끼는 듯해 그들을 위로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진료실 내부에 의료진 안전장치는 없나. 비상벨이 있다. 과거에는 의료진만 아는 비상벨이었는데 이젠 누르면 진료실 앞 경광등이 켜지고 보안요원이 출동하는 시스템이다. 진료실 내부에 뒷문이 있는 병원도 있다. 그렇지만 급성기 환자는 외래 진료가 아닌 응급진료센터로 오기 때문에 대중이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하지 않다. 나름대로 안전한 환경을 준비하지만 최대한 환자 위주다.

종합해보면 조현병은 조기 치료가 중요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치료가 늦어지는 이유는 정신건강,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짙어서다. 치료 받기 전에 뭘 했느냐고 물으면 무당을 찾아가거나 굿을 했다는 사람이 많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거다. 가벼운 증상이라도 곧장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 받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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