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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치매에 걸릴 확률은 69%!”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의 치매 위험도 검사 체험기

2019-05-22 10:14

취재 : 전범준 기자  |  사진(제공) :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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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매 발병 가능성을 간단하게 알아낼 수 있는 검사법이 개발돼 의학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조선대학교 치매국책연구단(단장 이건호)이 개발한 ‘아포이(APOE) 유전자의 특징을 활용한 치매 위험도 검사법’이다. 검사를 실행하는 광주시 치매예방관리센터를 방문해 체험해봤다.
‘아포이 유전자의 특징을 활용한 치매 위험도 검사법’을 받아볼 수 있는 광주시 치매예방관리센터.
2017년 중앙치매센터 연차보고서에 담긴 ‘동아시아 국가 및 OECD 평균 치매 유병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기준으로 75~79세 노인 중 9.9%, 80~84세 노인 중 19.7%의 치매 유병률을 기록했다. 같은 연령대를 기준으로 OECD 국가의 평균 치매 유병률인 6.7%, 11.7%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치매는 환자 본인과 가족에게 큰 고통을 안길 뿐만 아니라 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도 높아 국가적으로 심각한 질병으로 알려졌다.
 

치매 발병 가능성을 수치로 알려주는 검사

광주광역시 내 고령친화산업지원센터 2층에 자리한 치매예방관리센터는 치매국책연구단이 치매 관련 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연구기지이자 자체 개발한 ‘아포이 유전자의 특징을 활용한 치매 위험도 검사법’(이하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을 일반인에게 제공하는 공간이다. 치매국책연구단 관계자는 “치매를 유발하는 아포이 유전자의 특징을 판별, 각 개인이 치매에 걸릴 위험도가 어느 정도인지 진단하는 검사법을 개발해 특허등록을 마쳤다”며 “해당 검사법을 치매예방관리센터에서 받아볼 수 있다”고 했다.

조선대학교 생명공학관에 있는 치매국책연구단은 2014년 출범해 그동안 치매 조기 진단과 예방, 치료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추진해왔다. 연구의 주요 성과 중 하나가 바로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다. 치매국책연구단 관계자는 “아포이 유전자에는 e2, e3, e4 유전자형이 있는데, 이중에서 치매 유발인자로 알려진 아포이 e4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의 치매 발병률을 2.5배 이상 높이는 새로운 ‘T형 유전자 변이’를 밝혀냈다”며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는 이 유전자 변이의 여부로 발병률을 판별하는 새로운 진단법”이라고 했다.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입 안의 침에서 간단하게 구강 세포를 채취, DNA를 검사하면 아포이 유전자형을 파악해 수치로 치매 위험도를 알 수 있다. 검사 받은 이에게 “당신의 치매 위험도는 69%”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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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 연구원들이 치매 예방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하는 모습.

다양한 검사 통해 더욱 정밀하게 치매 진단해

치매국책연구단은 치매예방관리센터를 통해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가 포함된 ‘무료 치매 검사’를 만 60세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무료 치매 검사 절차는 ‘치매 선별 검사’ ‘신경 심리 검사’ ‘뇌 MRI·혈액 검사’ ‘진료 상담’ 순서로 진행한다.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는 첫 번째 단계인 치매 선별 검사 과정에서 받는다.

참가 신청 후 치매 선별 검사를 시작하면 검사 대상자는 치매예방관리센터 로비에서 전문 검사자로부터 체중·신장 측정, 체성분 분석 등 간단한 건강검진을 받는다. 이때 음주·흡연 여부, 가족력 질환, 당뇨·고혈압 발병 여부 등도 체크한다.

이후 개별 상담실로 들어가 ‘MRI 기반 알츠하이머성 치매 특이 뇌 손상 규명 및 뇌지도 구축’ 연구에 참여한다는 동의서에 서명해야 한다. 검사 자체가 치매국책연구단이 추진하는 연구 과정에 포함되며, 검사 결과는 치매 예방과 치료를 위한 연구 데이터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이후 ‘치매 선별용 간이 정신상태 검사’와 ‘뇌파 검사’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 등이 이어진다. 검사 대상자는 “오늘은 몇 월 며칠입니까” “무슨 요일입니까?” “조금 전 입장한 치매예방관리센터는 이 건물 몇 층에 있는지 기억하십니까?” 같은 질문 등으로 치매 선별용 간이 정신상태 검사를 받는다. 약 10분간 진행하는 이 검사를 통해 전문 검사자는 검사 대상자의 답변에 대한 정확도와 응답 속도 등을 평가한다. 이후 헤드폰과 비슷한 모양의 뇌파 검사기를 머리에 쓰고 진행하는 뇌파 검사를 시작한다. 검사 대상자는 일정 시간 동안 가급적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상태의 뇌파를 체크하는 검사와 특정 음파를 들려주고 뇌의 반응을 체크하는 검사를 번갈아 받는다. 뇌파 검사는 18분간 진행한다. 뇌파 검사를 받은 후 검사 대상자는 건강한 뇌와 비교해 자신의 뇌 상태에 대한 설명을 바로 들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가 이어진다. 검사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전문 검사자가 별도의 검사 키트에서 분리한 면봉을 검사 대상자의 입 안에 넣어 혀 밑과 잇몸 등 곳곳에서 침을 채취하는 것으로 끝이다. 채취한 침은 치매국책연구단에 전달하고, 치매국책연구단은 여기서 구강 세포를 채취, DNA를 검사해 아포이 유전자형을 파악해 치매 위험도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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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국책연구단 내 바이오탱크

선별 검사 후 유전자 변이 발견 시 정밀검사 받아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 결과는 2~4주 후 전화로 통보한다. 이때 치매 발병률을 높이는 아포이 e4 유전자형과 T형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지 않은 검사 대상자에게는 “검사 결과, 치매에 걸릴 위험도가 낮다”는 등의 내용을 전달한다. 검사 대상자가 원할 경우 치매예방관리센터에 직접 방문해 자세히 상담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 결과, 아포이 e4 유전자형과 T형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정밀검사 대상자’로 선정되어 신경 심리 검사, 뇌 MRI·혈액 검사 등을 추가로 받아 치매 발병 가능성에 대해 더욱 정확하게 알아본다. 신경 심리 검사는 집중력, 언어력, 계산 능력, 시공간 능력, 기억력, 판단력 등을 세부적인 질문을 통해 파악하는 것으로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치매예방관리센터의 모든 무료 치매 검사를 받은 이는 마지막으로 진료 상담을 통해 치매에 걸릴 위험도와 건강 관리법 등에 관해 설명을 듣는다. 정밀검사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 CSF(Colony-Stimulating Factor, 뇌척수액) 검진 등이 추가될 수 있다.

만 60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치매예방관리센터의 무료 치매 검사는 전화(062-675-7790) 또는 직접 방문(광주광역시 남구 덕남길 37 2층)해 참가 신청하면 된다. 단, 대기자가 많아 참가 신청 후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며, 뇌출혈, 뇌경색 등 뇌 질환자나 최근 3년 내 암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이는 신청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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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한국인 유전체 검사와 뇌 MRI 검사로
‘고령 한국인 표준 뇌지도’ 완성해”
이건호 치매국책연구단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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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호 치매국책연구단장

초고령 사회 진입과 더불어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어 치매 조기 진단과 더욱 빠른 치료, 예방 기술 개발 등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포이 유전자의 특징을 활용한 치매 위험도 검사법’(이하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법’)을 개발해 더욱 쉽고 정확하게 치매 조기 예측을 가능하게 한 치매국책연구단의 이건호 단장을 만나봤다.

최근 개발한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법이 기존 치매 검사법과 다른 점은? 기존 검사법은 서양인을 대상으로 밝혀진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아포이 유전자형을 분석해 치매 위험도를 판별하는 것이다. 반면 이번에 치매국책연구단이 새롭게 개발한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법은 한국인과 일본인 치매 환자들의 유전체를 분석, 아시아인의 특이 치매 유발 유전변이를 발견해 기존 검사법에 추가했다. 기존 검사법이 6가지 유전자형으로 구분해 분석하는 것이라면, 새로운 검사법은 총 18가지 유전자형으로 구분해 분석함으로써 치매 발병 예측 정확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기존 검사법이 혈액 분석을 통한 방식인 반면, 새로운 검사법은 침이나 구강 상피세포 채취만으로도 검사가 가능해 더 편하게 받을 수 있고, 비용도 적게 든다.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법의 개발 과정과 치매국책연구단의 연구 성과를 요약한다면? 치매국책연구단은 새로운 검사법 개발을 위해 지금까지 1만 명 이상 한국인과 일본인 유전체를 분석했다. 이를 미국 알츠하이머병 유전학 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는 3만2000명의 서양인 유전체와 비교 분석해 아시아인의 특이 치매 유발 유전변이를 찾아냈다. 또 65세 이상 대상으로 유전체 검사뿐만 아니라 초정밀 뇌 MRI 검사를 실시해 ‘고령 한국인 표준 뇌지도’를 완성했다. 이를 활용해 유전자형에 따른 뇌 손상을 분석, 치매 발병의 원인이 되는 뇌 손상과 유전자 변이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아포이 치매 위험도 검사법의 상용화는 언제쯤 가능한가? 또 검사 비용은 얼마나 드나? 국내에서는 유전자 검사에 대한 규제가 많아 의사의 허락을 받아야 치매 유전자 검사가 가능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치매 유전자 검사가 보편화되어 슈퍼마켓이나 온라인 마켓에서 유전자 검사 키트를 구매해 누구나 쉽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범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도록 신청해놓은 상태다. 이 사안만 해결되면 지금이라도 상용화가 가능하다. 유전자 검사 비용을 감안하면 개인이 부담하는 비용은 10만원 안팎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이건호 단장은 평소 ‘예방 차원의 치매 조기 예측’의 중요성을 피력한다고 들었다. 이유는 무엇인가? 치매는 병명이 아니라 증세를 일컫는 말이다.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치매 증세를 유발하는 주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전체 치매 환자의 70% 내외를 차지하며, 점진적으로 뇌세포 소멸을 유발해 치매 증세가 나타난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치매 증세를 보이는 단계는 뇌손상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말기에 해당한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증세가 나타나기 전 15년 이상 잠복기를 거친다. 이 시기에 조기 발견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면 치매를 예방하거나 억제할 수 있다. 치매 위험도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조기 발견하는 것이 치매 극복에 중요한 이유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치매 예방법이 있다면? 당뇨, 고혈압 등 다른 퇴행성 질환과 마찬가지로 흡연과 과음을 삼가며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 등이 중요하다. 활발한 사회생활과 독서 등으로 두뇌 활동을 많이 하는 것도 도움 된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원인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약물이 대거 개발되고 있다. 향후 이러한 약물을 초기 환자에게 투여할 경우 예방 및 치료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한다.

치매국책연구단의 향후 계획은? 지난 4월 10일, 뇌 연구 분야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뇌연구원과 ‘한국뇌연구원 협력연구단’을 출범하고 현판식을 열었다. 치매국책연구단은 이를 통해 향후 9년간 국비와 지방비 등 총 170억원 이상을 지원받아 협력 연구를 추진한다. 뇌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연구 인력과 3차원 뇌 영상 분석 장비 등의 인프라를 갖춘 한국뇌연구원과 협력해 세계적으로 치매 극복 기술 분야를 이끌며 치매 걱정 없는 세상을 앞당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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