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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암 1위 유방암, 긍정적 생각이 막는다!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장

2019-02-12 09:47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조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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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은 여느 암이 주는 죽음의 공포에 상실감마저 더한다. 수술과 함께 여성성을 상징하는 유방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방보존술을 가장 먼저 시작한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장에게 유방암 정보와 대처법을 들었다.
‘여성 암’ 하면 ‘유방암’을 떠올리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자궁암, 난소암, 갑상선암 등 여성 암에 포함되는 암은 많지만 특히 유방암은 여성에게 흔한 암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6년 국가암등록통계’만 봐도 2016년 새로 암 진단을 받은 여성 10만9112명 중 유방암 환자는 2만1747명으로 제일 많다. 2005년 이후 여성에게서 발생한 암 1위는 줄곧 갑상선암이었는데 2016년엔 유방암이 갑상선암을 앞질렀다.

통계자료를 정리하다 우울해졌다. ‘유방을 도려내야 하는 여성이 이렇게나 많다고?’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하지만 제대로 몰라서 든 생각이었다. 전체 유방암 환자 중 유방보존술을 받는 환자는 65%란다. 막 유방보존술을 마치고 원장실에 들어선 백남선 이대여성암병원장을 만났다. 백 원장은 30년 전 국내에 유방보존술을 처음 도입했다.

원장이면 수술은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집도에 나이 제한은 없나 봐요? 그런 건 아니죠. 할 수 있으면 하는 거지. 어떤 대학병원에서는 85세 의사가 수술해요. 수술해야 먹고살지 수술 안 하면 누가 봉급 주나요? 참, 내 나이는 쉰 넘은 걸로만 해주세요. 포털 검색하면 다 나오긴 하지만요. 하하.

오늘은 어떤 수술을 한 건가요? 두 사람이 유방보존술을 받았어요.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에 3㎝ 정도 종양이 있었어요. 이걸 잘라내면 그만큼 비잖아요. 비면 가슴이 꺼질 거 아녜요. 옛날에는 (가슴이 꺼져도) 유두도 살았고 피부도 남았으니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했어요. 요즘엔 그렇지 않아요. 종양 주변 피부의 1~2㎝만 절개해서 흉터를 최소화하고 사람 피부로 만든 조직을 빈 곳에 넣어서 가슴 형태를 유지시키죠. 수술 후에는 남아 있는 유방조직에서 암이 재발하는 걸 막으려고 방사선 치료를 하고요.

빈 곳에 채워 넣는 게 뭔가요? ADM이라고 해요. 풀어 말하면 에이셀룰러 더멀 매트릭스(Acellular Dermal Matrix). 사람 피부로 만든 거예요.

몸에 들어간다니 부작용이 걱정되는데요. ‘에이셀룰러(Acellular)’는 세포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에요. 인체에 해롭거나 화학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세포 없이 만든 물질이라는 거죠. 알레르기 같은 부작용도 없어요.

유방암에 걸려도 유방 전체를 떼어낼 필요가 없다는 거죠?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요. 심각한 경우엔 전부 잘라내야죠. 제가 우리나라에서 유방보존술을 처음 시행하면서 환자들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국내 최초로 유방보존수술을 한 게 1986년이니까 벌써 30년 넘었네요. 그때만 해도 주위 의사들이 얼마나 말렸는데요. “조직 살리면 암이 재발할 확률이 높아질 텐데 어린놈이 뭘 안다고 그러느냐”면서 엄청 뭐라고 했어요.

주변 만류에도 유방보존술을 고집한 근거가 있었나요? 1960년대까지는 유방암 걸리면 유방은 당연하고 그 밑 흉근까지 잘랐어요. 그것만이 살길이라고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그걸 다 잘라내도 뼈, 폐, 간 등에 암이 전이됐어요. 유방암이 과연 국소적 병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요.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박사가 연구를 했어요. 종양 직경이 2㎝ 이하인 환자 중 일부는 전체 절제를 하고 나머지는 부분 절제를 해서 장기간 지켜봤는데, 생존율이 비등비등하게 나왔더라는 겁니다. 그러니 굳이 유방암을 치료하겠다고 유방 전체를 들어낼 필요가 있냐는 거죠. 제가 그 내용을 유럽 유방암 워크숍에 가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꼬박 일주일 동안 들었어요.

워크숍이 유방보존술을 시작한 계기가 된 건가요? 그렇죠. (유방을) 부분적으로 떼고 겨드랑이 임파선 제거하고 방사선 치료를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원자력병원에서 재직할 때라 더 가능하지 않았나 싶어요. 지금이야 어느 대학병원에서나 방사선 치료가 가능하지만 그때만 해도 좋은 방사선 치료기를 갖춘 곳이 원자력병원 말곤 드물었거든요. 이제는 제가 해외에 가서 수술을 가르쳐요. 세계 각국에서 요청이 들어와서 1년에 대여섯 번 강의도 하고 실제 수술 장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국내 유방암 환자
5년 생존율 90% 이상

유방을 보존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게 생존인데요. 국내 유방암 환자 생존율은 얼마나 되나요? 암에 걸렸다고 해서 죽음을 생각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암을 경험하는 사람이 늘었지만 그만큼 생존율도 높아졌죠.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유방암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5년 생존율은 91%, 10년 생존율은 84%예요. 암 선고를 받더라도 희망을 갖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유방암 예방 백신을 기대해도 될까요? 우리나라도 그렇고 세계적으로 연구가 한창이지만 아직 없습니다. 10년은 더 걸리지 않을까 예상해요. 유방암 항암제로 가장 유명한 탁센(Taxane)도 연구부터 상용화까지 30년 걸렸어요. 백신은 좀 멀었죠.

통계 자료를 보니 유방암이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암 1위라는데, 왜일까요? 1980년대부터 미국암학회를 다녔는데 언젠가부터 토픽이 ‘폐암’과 ‘유방암’이더군요. 초반에는 토픽 선정 이유에 대해 별 신경 안 쓰다가 문득 궁금해졌어요. ‘많고 많은 암 중에 폐암과 유방암만 자꾸 토픽으로 정한 이유가 뭐지?’ 스스로 결론 내리길 ‘아, 국가가 잘살면 발병률이 높은 암이구나.’ 우리나라도 잘살게 되면서 유방암이 많아진 겁니다.

잘사는 것과 유방암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건가요? 국가가 잘산다는 건 남녀 모두 돈을 번다는 거잖아요. 돈을 번다는 건 일을 하는 거고요. 직장 생활하는 여성이 많아지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성이 많아졌어요. 스트레스가 유방암 발병률을 엄청 높입니다. 이론적으로 ‘수유를 36개월 이상 하면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여성들이 사회생활을 하느라 그렇게까지 수유할 순 없잖아요. 결국 유방암 환자가 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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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된 식습관,
유방암 발병 확률 높여

스트레스는 역시 만병의 근원인가 봅니다. 스트레스 말고 위험 요인이 있다면요? 굳이 따지자면 식습관 영향이 가장 큽니다. 전체 암 원인의 35%가 잘못된 식습관이에요. 암(癌) 자를 보면 입(口)이 산처럼 쌓여서 완성됐어요. 많이 먹고, 잘못 먹고, 맛있는 것만 먹어서 생기는 게 암이에요. 여성호르몬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어요. 폐경 여성 중에 삶의 질을 높이겠단 이유로 여성호르몬을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분이 많은데 위험합니다. 유방암 환자 70~80%가 호르몬 수용체 양성이에요. 호르몬을 투여하면 수용체에 붙어서 암을 일으킵니다. 쉽게 말하면 나이 들어서 여성호르몬을 억지로 늘리면 암이 잘 생기고, 암 크기도 커집니다. 반대로 식물에 포함된 여성호르몬은 좋아요.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고 유방암 예방, 치료 효과가 있거든요.

식물성 여성호르몬을 섭취하려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요? 콩, 석류, 칡즙, 달맞이유 이런 거요. 특히 콩! 밭의 고기라고도 하는 콩을 많이 드셔야 합니다. 음식 조리할 땐 동물성 기름보다 올리브유, 들기름 같은 식물성 기름 사용하시고요.

피해야 할 음식도 있겠죠?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 조심하세요.

음주도 해악인가요? 뭐든 ‘적당히’가 중요하죠. 와인 두 잔은 건강에 좋습니다. 히포크라테스가 “와인 이즈 메디신(Wine is medicine)”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레드 와인에는 레스베라트롤이라고 하는 항산화 물질이 있으니 더 좋죠. 프랑스가 다른 유럽 국가와 식습관은 비슷한데 암이나 성인병 발병 확률이 낮아요. 그게 물 대신 와인을 먹어서라는 말도 있어요.

유전적 요인 때문에 유방암에 걸리는 경우도 있지 않나요? 앤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예방 차원에서 유방 절제 수술을 감행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앤젤리나 졸리는 엄마가 난소암, 이모가 유방암으로 사망했으니 가족력을 우려한 거죠. BRCA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에 비해 유방암, 난소암 발병 확률이 60~70%나 높아요. 그 배우는 자신이 BRCA1 유전자 변이 가능성을 가진 걸 확인하고 미리 유방을 잘라낸 겁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지 않아요.

왜 그런가요? 환자가 원하면 해주겠지만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유방암 진단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적어도 2년에 한 번씩 검진하면 빨리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조기 진단해서 종양이 발견될 경우 인근 피부만 조금 떼어내면 유방을 충분히 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은 유전적 이유로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미국인의 절반도 안 돼요.
 

생리 이후 5~7일 이내
자가 진단 중요

어떤 병이든 조기 진단이라는 건 어려운 부분입니다. 평소 유방암을 자가 진단해볼 수 있나요? 자가 진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요. 25살이 지나면 자가 진단이 필수입니다. 유방암은 유방과 겨드랑이 사이, 유두 쪽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 부분을 중심으로 꼼꼼히 살피세요. 생리 전에는 유방이 붓고 아프니까 생리가 끝나고 5~7일 이내에 만져보는 게 확실해요. 유두를 살짝 짜서 분비물이 나오는지도 확인하고요. 다만 비전문가가 자가 진단으로 유방암을 초기에 찾는 건 극히 드물어요. 종양이 1~2㎝ 돼야 느낄 수 있거든요. 그때라도 바로 병원에 가야 하는데 통증이 없으니까 미루거든요. 절대 안 됩니다.

비전문가인 저는 전문가를 남편으로 둔 부인이 살짝 부럽습니다. 남편이 찾아주는 유방암은 1%도 안 돼요. 목욕관리사가 찾아주는 유방암이 3%고요. 때 밀어주다가 “사모님, 여기 뭐가 만져지는데 병원 한번 가보시죠”라고 해서 찾는 경우가 꽤 된답니다. 남편 분들! 부부 생활할 때 아내가 좋아하는지만 눈치 보지 말고 의사 역할도 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여성에게 한마디 조언하신다면. 우스갯소리로 공자의 가르침, 순자의 가르침 이런 것보다 중요한 게 ‘놀자’라고 합니다. 항상 즐겁게 살아야 해요. 즐겁게 산다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같은 상황도 생각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잖아요. 예를 들어 진흙길 위에 돌이 있는데 누구는 걸림돌이라 하고 누구는 디딤돌이라고 합디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결국 운명이 바뀌는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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