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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의 기술

2019-07-10 14:14

취재 : 강부연 기자  |  사진(제공)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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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에 나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특별한 손맛이나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고, 채소와 과일의 영양과 맛·향을 고루 간직할 수 있는 저장 방법을 알아본다. 말리고, 절이고, 삭히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참고도서 <맛있다! 피클>(도도) 도움말 김영빈(요리연구가)
채소와 과일을 말려야 하는 이유

인류 최초의 식품 저장법은 말리기이다. 그 옛날 처마 밑은 갈무리 공간이었다. 각종 나물은 물론, 호박, 가지, 고구마 줄기, 토란대 등을 썰어 처마 밑 볕이 잘 드는 곳에 널어 말리곤 했다. 갈무리한 채소는 긴긴 겨울을 나는 동안 나물로 무쳐 먹고, 떡을 쪄 먹고, 조리고 국을 끓여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했다. 이제는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채소의 깊은 풍미와 쫄깃한 식감을 즐기기 위해 채소를 말려 먹곤 한다. 차가운 성질의 채소나 과일을 말리면 햇볕의 기운을 받아 따뜻해진다. 이렇게 말린 채소와 과일을 겨울에 먹으면 차가운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말린 채소와 과일은 식감이 쫀득하고 향이 진해 한식뿐만 아니라 양식이나 중식, 일식에 이르기까지 요리 장르에 상관없이 두루 사용하기 좋다. 취나물과 곤드레나물 같은 잎채소는 끓는 물에 넣고 숨이 죽을 정도로 살짝 데친 뒤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 다음 식품건조기에 넣어 말리거나 소쿠리에 펼쳐 햇볕에 말린다. 말린 취나물이나 곤드레나물은 물에 불려 볶아 먹거나 한번 데쳐서 알리오올리오 같은 오일 파스타로 즐겨도 맛있다. 케일은 모양을 살려 말린 다음 사용해도 좋고, 가루를 내서 요구르트에 타 먹거나 밥을 지을 때 넣어도 좋다. 애호박이나 가지, 당근 등은 5㎜ 두께로 썰어야 잘 마르고, 먹기에도 좋다. 말린 버섯은 물에 불려 밥을 지을 때 넣어 영양밥으로 즐겨도 별미다. 연근은 얇게 썰어 말리면 볶거나 말린 그대로 튀겨 스낵처럼 먹어도 맛있다. 한창 제철인 옥수수는 알알이 떼어 햇볕에 바싹 말리면 일 년 내내 팝콘이나 영양밥을 지을 때 활용하면 유용하다. 말려둔 옥수수를 팬을 달궈 기름을 살짝 두르고 넣어 볶다가 뚜껑을 닫아두면 홈메이드 팝콘이 되고, 물에 살짝 불렸다가 쌀과 함께 밥을 지으면 영양만점 옥수수밥을 먹을 수 있다. 말린 채소를 저장해두었다면 일상의 식탁에 특별한 맛을 선물할 수 있다. 단, 말린 채소는 물에 너무 오래 물에 불리면 특유의 맛과 향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30분 이상 불리지 않는다.

채소와 달리 과일은 어떻게 말려야 할까. 그냥 먹어도 맛있는 과일을 굳이 말려놓고 먹어야 할까. 과일은 말리기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집에 식품건조기나 오븐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과일을 말릴 수 있다. 식품건조기를 이용하면 색감이 예쁘고, 철망에 얹어 오븐에 말려도 된다. 다만 채소와 달리 햇볕에 말리면 과일 특유의 향이 날아가므로 삼간다. 말리기 좋은 과일로는 귤, 사과, 키위, 파인애플, 감 등이 있다. 과일을 말리면 특유의 향이 진해지고 단맛도 강해진다. 보통 5㎜ 두께로 썰어야 잘 마르고, 먹기도 좋다. 과일을 썰면 과즙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키친타월로 가볍게 물기를 닦은 다음 말린다. 말린 과일은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보관해두고 말린 그대로 간식이나 디저트로 즐기거나 요리에 활용한다. 잘게 다져 베이킹 반죽에 넣어도 좋다. 말린 키위와 같은 과일에 화이트 와인과 각종 향신료를 넣고 끓여 졸인 다음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곁들여 먹으면 부드러운 맛과 알싸하고 풍부한 향이 어우러져 일품이다. 요즘은 다이어트와 건강을 위해 물에 말린 과일을 넣어 5분 이상 우려 마시는 것도 인기다.
 

채소 & 과일 말리는 노하우

1 제철 식재료를 선택한다 노지에서 태양 아래 자란 제철 식재료가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가격 역시 저렴한 만큼 채소와 과일을 말릴 때에는 제철에 나는 것을 선택한다.

2 생으로 말릴 것과 데쳐 말릴 것을 구분한다 가지, 애호박, 감자, 고구마 등은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 후 편 썰기해 그대로 말린다. 열무, 토란대, 고춧잎 등 잎이 달렸거나 잎 자체를 먹는 채소는 깨끗하게 손질해서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데친 뒤 말린다.

3 채소를 널 공간이 없다면 식품건조기를 활용한다 마당이나 베란다가 없다면 식품건조기를 이용해 채소를 말려도 좋다. 식품건조기를 이용하면 채소에 맞는 온도와 시간을 맞춰 아래위 위치를 바꿔가며 자주 뒤집고 겹치지 않도록 넓게 펼쳐야 골고루 잘 마른다.

4 말린 채소는 밀폐해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잘 말린 채소는 곰팡이가 피거나 눅눅해지지 않도록 보관한다. 습기가 생기지 않도록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 보관해도 좋다. 말린 호박은 실에 꿰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두거나 양파 망에 넣어 보관한다.
 

절이고 삭혀 저장하기

예부터 조상들은 두고 먹을 제철 식재료는 주로 장아찌나 식초 등으로 담가 사용하곤 했다. 냉장 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장아찌나 식초만큼 오래 보관은 불가능하지만 짠맛과 단맛을 줄이고 채소와 과일 고유의 아삭하거나 쫄깃한 식감을 살린 피클이나 콩포드, 잼 등으로 만들어 저장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일 년 내내 두고 먹을 수 있는 저장식품으로 장아찌를 담갔다면, 요즘은 염도는 낮추고 재료의 신선함을 더해 입맛 돋우는 별미 저장 반찬으로 장아찌가 인기다. 염도가 높아 건강에 이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삭한 질감이 그대로 살아 있으면서 효소와 식이섬유가 풍부한 건강식품이다. 효소는 음식을 통해 공급되는 식품 효소와 몸 자체에서 생성되는 체내 효소가 있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체내 효소 생성량은 줄고 효소의 활성도 역시 떨어지기 때문에 따로 음식이나 효소 음료로 공급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 보약을 먹어도 효소가 없으면 소화하지 못해 흡수되지 못하고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음식 재료에 식이섬유가 풍부했기 때문에 따로 효소를 섭취할 필요가 없었다.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신선한 녹황색채소와 과일은 천연 섬유질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들어와 효소를 만들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소와 발효식품 대신 인스턴트식품과 육류 위주로 끼니를 해결하는 현대인의 밥상에서는 건강보조식품을 통해서라도 효소를 섭취할 필요가 있다. 장아찌와 피클, 식초 등 제대로 발효한 저장음식은 우리 몸에 이로운 효소를 공급하는 건강식품이다. 입맛 돋우는 별미 반찬으로도 인기가 높아 요즘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레시피를 선보이는 장아찌 공방도 하나 둘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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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의 인기

장아찌의 곰삭은 맛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소 염도가 높아 부담스러워 피클에 눈을 돌리는 사람도 있다. 피클은 기름진 입안을 시원하게 정돈해주고, 파스타나 육류 요리에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주로 장아찌로 담그는 무, 양파, 오이, 마늘종, 깻잎, 매실, 마늘, 홍고추, 청고추 등을 피클로 담가도 별미다. 선물용 반찬으로도 손색이 없다.
 
피클은 식초, 설탕, 소금, 향신료, 허브가 조화롭게 어울리고 숙성되어 독특한 맛을 만들어낸다. 여러 가지 재료를 알맞게 배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신선한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감칠맛이 가장 중요하다. 재료마다 맛과 향, 영양 성분을 지니고 있어 이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피클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손질한 재료를 피클 주스에 담가 일정 시간 숙성시키면 된다. 재료를 선택할 때는 제철에 난 것, 입맛에 맞는 것, 쓰임새가 적절한 것을 고른다. 거듭 말하지만 채소나 과일은 제철 재료가 맛도 영양도 풍부하다. 재료가 싱싱할 때 피클을 만들어두면 언제든지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피클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향신료와 허브는 맛과 향도 좋지만 항균 및 방부 작용에 탁월한 것도 많다. 끼니마다 새로운 요리를 만들기가 부담스럽다면 피클 몇 가지로 식탁을 풍성하게 맛과 영양을 더해보면 어떨까. 더구나 피클은 한두 가지만 있어도 샐러드, 샌드위치, 디저트 등 색다른 요리를 만들 수 있다.

물기 많은 채소는 소금에 살짝 절여 수분을 뺀 다음 피클을 만들어야 아삭한 맛이 살아나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채소에 밑간이 되기 때문에 짭짤한 맛을 조절하는 구실도 한다. 껍질째 피클을 담그는 채소와 과일은 굵은소금으로 껍질을 문질러 닦으면 농약이나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장아찌 담그기 노하우

단단하고 수분이 적은 채소를 고른다 발효식품에 쓰는 채소나 과일은 너무 크고 수분이 많은 것보다는 작고 단단하며 수분이 적은 것을 선택한다. 오이도 수분이 많고 크기가 큰 것보다는 길이가 짧고 단단하며 씨가 적은 것이 훨씬 맛있다. 지나치게 시든 재료로 담그면 맛이 없다.

간장+국간장, 간장+소금으로 만든다 간장과 국간장, 간장과 소금 등 간장을 베이스로 한 발효식품은 두 가지를 섞어야 깔끔한 짠맛을 낼 수 있다. 간장만으로 간을 하면 간장 특유의 텁텁함이 뒷맛으로 남는다. 국간장이나 소금을 살짝 섞어 쓰면 뒷맛이 깔끔하고 색도 맑다. 간장에 여러 가지 향신채소를 넣고 팔팔 끓인 다음 식혀 부으면 채소나 과일이 더욱 아삭하고 잡내가 나지 않는다.

공기와의 접촉을 피한다 장아찌는 혐기성 식품이라 공기와 접촉하면 맛이 변한다. 보관할 때는 냉한 곳에서 최대한 공기를 차단하는 것이 좋다. 물이 묻은 숟가락으로 떠내지 않아야 하며, 보관 중이라도 랩이나 속뚜껑을 덮어두고 장이나 장물 위로 재료가 떠오르지 않도록 해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피클 주스 만들기 노하우

피클은 물과 식초, 설탕의 비율을 2:1:1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집집마다 소금의 염도가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맛을 보아가며 간을 맞춘다. 기본 비율을 토대로 입맛에 맞는 여러 가지 향신료와 허브를 첨가한다. 피클은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서 만들 수 있다. 단단한 정도가 비슷하고 일정한 크기로 썰어야 맛이 균일하게 밴다. 재료가 피클 주스에 푹 잠겨야 제대로 숙성되므로 처음에는 위에 무거운 것으로 눌러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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