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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셰프의 레스토랑 10]최은미 헤드 셰프의 庫間<곳간>

2018-12-13 13:00

취재 : 강부연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  촬영협조 : 곳간(02-2055-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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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보이는 성공한 요리사는 대개 남성적 이미지다. <여성조선>은 매달 ‘셰프=남성’이라는 편견 속에서도 오직 요리 실력 하나만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여성 셰프들의 철학과 음식 이야기를 담는다. 연재 마지막 열 번째는 2년 연속 미쉐린가이드 서울의 별을 획득한 ‘곳간’의 최은미 헤드 셰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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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셰프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조리학과에 입학하면서 요리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한식 대표 파인다이닝인 용수산에서 2년 넘게 근무하며 요리 실력을 쌓았다. 프랑스 파리 대한민국 대표 OECD 공관조리사로 일하며 외교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에 돌아와 성북동 이종국 선생의 음식발전소에서 근무하다 ‘곳간’의 헤드 셰프로 발탁되었다.

셰프의 꿈은 언제부터 꾸었나요.
시골에서 농사짓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농사 일손을 돕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어린 마음에 꾀가 났는지 뙤약볕에서 일하기보다 집 안에서 일꾼들 새참이나 점심 준비하는 일을 더 좋아했어요. 집에 친지나 지인들이 놀러 오면 먹거리를 준비해서 대접하는 것도 성향에 맞았던 것 같고요. 고등학교 때 진로를 앞두고 ‘내가 즐겁게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결론을 내린 것이 요리였죠. 그런데 집안 반대로 조리과에 진학하지 못하고 일반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때는 요리사라는 직업을 좋게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더구나 여자이기에 체력도 그렇거니와 입지적으로도 성장하기 어려울 거라고 부모님은 생각하셨습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공부하는 내내 요리사의 꿈은 오히려 더욱 절실해졌습니다. 결국 졸업 후 전문대 조리학과로 학사 편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용수산’에서는 어떤 걸 배웠나요. 한식을 하는 사람으로서 용수산에서 요리를 시작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용수산은 한식의 기본기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곳이에요. 용수산 출신 조리사들 실력이 대부분 출중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대학에서 배운 것과 실제 업장에서 요리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서 무척 힘들었지만 잘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버텼습니다. 그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용수산에서도 많은 기회를 주었습니다. 식재료를 손질하고 음식을 만드는 기본적인 것뿐만 아니라 비록 기간은 짧았지만 보람 있었던 해외 근무의 기회와 각종 해외 프로모션 그리고 회장님의 레시피 재정비를 위한 프로젝트 참여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값진 것은 최상옥 회장님 옆에서 그분의 음식에 대한 열정을 배울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용수산의 명성과 입지가 예전 같지 않지만 최 회장님의 정성과 열정이 담긴 개성음식이 명맥을 이어가길 바랍니다.

프랑스 OECD 공관조리사로 근무했다고 들었습니다. 한식 요리사인데 한국이 아닌 프랑스로 떠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식을 요리하면서도 다른 나라 식문화에 대한 궁금증은 늘 갖고 있었어요. 외국에서 3년 정도 살면서 그 나라 음식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었지요. ‘한식의 세계화’라는 붐이 일던 즈음 저도 더 큰 꿈을 품고 있었던 것 같아요. 다른 나라 음식 문화를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식을 알리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생각하던 시기였고요. 외국에서 체류하는 것이 경제적인 것을 포함해 쉽지 않은 부분이 많았는데 때마침 공관조리사 제의가 있어 주저하지 않고 지원했습니다. 현지 식재료로 한국음식을 만드는 것의 어려움을 알았고, 외국인이 어떤 한국음식을 좋아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식문화를 경험하면서 한식이 세계화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지요. 한식은 맛이나 영양면에서는 뒤지지 않으나 스타일링에 있어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외국인이 한국음식을 좀 더 맛있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스타일에 목마르던 찰나 성북동 ‘이종국104’의 이종국 선생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YG food’의 노희영 대표님과 함께 ‘곳간’의 콘셉트를 잡아주신 분이죠. 그분 밑에서 2년 반 정도 음식과 스타일링을 배웠습니다.

‘곳간’이라는 이름에 담긴 뜻은 무엇인가요. 조선시대 사대부 집안에 종부(宗婦)가 들어오면 곳간 열쇠를 내주었습니다. 곳간을 맡긴다는 건 그 집안 전통을 물려받아 새롭게 이어가라는 것을 의미하죠. 그만큼 가치 있고 전통이 계승되는 중요한 공간이 곳간입니다. ‘곳간’은 그런 사대부가의 정신을 이어받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식의 맛과 기품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24절기 기다림과 정성으로 빚어낸 아름다움을 풀어내는 공간이에요. 사전적 의미로는 물건을 간직해두는 곳이죠. 창고라고도 하는데 냉장고나 보관 장소가 여의치 않던 시절 곡식이나 음식을 보관하던 곳으로, 광이라고도 불렀죠. 맛있는 것이 풍성하게 채워진 공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이곳을 맛있고 좋은 것들로 채우고 이곳을 찾는 분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 대접할 준비를 하고 있어요.

‘곳간’에서는 어떤 요리를 선보이나요. 앞서 말한 것처럼 기다림과 정성으로 빚어낸 요리들입니다. 한식은 특히 오랜 기다림과 정성이 필요하죠. 계절마다 나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름답고 값진 음식이 많아요. 전통을 잇거나 현대적 방법으로 재해석한 음식이 대부분입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식재료가 사시사철 나오지만 그럼에도 가장 맛있을 시기에 나는 식재료를 골라 다양한 조리법으로 음식을 만들려고 해요. ‘곳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식재료를 구하러 전국 각지를 다니고 시골에 사는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채집하기도 합니다. 음식 맛이나 만드는 방법은 최대한 전통 방법을 고수하려고 노력하나 담음새나 모양새는 현대적으로 변화를 주고 있어요. 이런 노력과 정성을 손님들이 알아봐주셔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곳간’이 초창기 이종국 선생님의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메뉴는 순수한 열정으로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의 머리와 손에서 탄생했다는 점을 모르는 분이 많다는 거예요. 헤드 셰프로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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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씩 전체 메뉴를 바꾼다고 들었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일 텐데요. 오픈하고 1년간은 한 달에 한 번씩 메뉴를 바꾸었습니다. 곳간의 코스는 세 가지로 코스마다 다양한 요리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메뉴를 한 번 바꾸려면 가짓수만도 엄청나지요.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식재료 변화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 레스토랑 문을 닫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고된 일정이지만 특별한 식재료를 찾겠다는 열정이 넘치던 시기라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요리가 익숙해질 만하면 메뉴를 바꾸다 보니 스태프들이 힘들어해 지금은 2개월에 한 번씩 메뉴를 교체하고 있습니다. 메뉴를 바꾸는 건 힘든 일이지만 함께하는 셰프가 있어 든든합니다. 시장조사는 기본, 고조리서와 현대 조리서도 탐독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머릿속으로 메뉴에 대한 밑그림과 맛을 먼저 그린 뒤 만들어보고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 레시피를 완성합니다.

평소 존경하는 분이 있다면요. 한 분만 꼽으라면 지금은 고인이 된 용수산 창업주 고(故) 최상옥 회장님입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나고 자란 제가 스물다섯에 혼자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을 때 읽은 책이 최상옥 회장님의 <개성식 손맛>이라는 요리책이에요. 그 책을 읽으며 느낀 설렘과 동경, 벅차오르던 마음은 지금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요. 이후 용수산에 들어가 요리 수업을 받으며 회장님의 요리에 대한 탁월한 실력과 열정 그리고 추진력까지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굉장히 엄격한 분이었지만 어린 후배들에 대한 애정 또한 깊으셨어요. 70대 중후반의 고령임에도 일주일에 한 번 용수산 청담 본점에서 전 지점 직원을 대상으로 전통 개성음식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오늘 <여성조선>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실 세 가지 메뉴는 무엇인가요. 계절의 향기, 맛, 건강을 담은 요리들로 현재 ‘곳간’에서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대표적인 제철 음식입니다. 제철 식재료의 멋을 담은 만큼 가족식사나 손님접대에 좋을 것 같아 공유하고 싶습니다.
 

전라도 광양 백운산의
야생 돌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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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료
돌배 1개(여자어른 주먹 크기), 깐 밤·대추·은행 1개씩, 새싹 삼 1뿌리, 석이채 약간
돌배숙 국물 생수 1컵, 꿀 1큰술, 통후추알 4알, 생강 2g

만드는 법
1 돌배는 껍질째 깨끗하게 씻어 윗부분을 뚜껑으로 덮을 수 있게 적당히 잘라낸다.
2 작은 숟가락으로 돌배 속 과육을 파낸다. 배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너무 얇게 파지 않는다.
3 냄비에 돌배 과육을 담고 돌배숙 국물 재료를 넣어 양이 반으로 줄 때까지 졸인 뒤 체에 밭친다.
4 깐 밤과 은행은 편으로 썰고 대추와 석이는 채 썰어 ②의 돌배 안에 넣는다.
5 ④에 ③의 끓여낸 돌배 국물을 붓고 김이 오른 찜기에 올려 중간 불로 1시간 정도 찐다.
6 완성된 돌배숙을 그릇에 담고 새싹 삼을 보기 좋게 올린 후 백김치 등을 곁들여 낸다.
 

강원도 속초 참가리비 구이를 곁들인
제주 황금향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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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료
참가리비 2개, 샐러드용 믹스 채소 13g, 황금향 10g, 마늘 오일 1큰술, 후춧가루 약간
고명 다진 양파·송송 썬 영양부추·다진 선드라이·개복숭아 절임 조각 약간씩
드레싱 황금향 즙 20g, 설탕·하인즈 식초 5g씩, 샘표 501간장 2.5g, 올리브유 2g, 소금 1g

만드는 법
1 참가리비는 내장을 제거하고 깨끗이 손질하여 후춧가루를 살짝 뿌려 그릴에서 초벌구이 한 뒤 팬을 달궈 마늘 오일을 두르고 노릇하게 굽는다.
2 볼에 분량의 재료를 섞어 드레싱을 만들어 샐러드용 채소에 넣고 버무려 접시에 담아낸다. 이때 가리비구이에 올릴 드레싱을 적당량 덜어둔다.
3 접시에 ②와 구워낸 가리비를 함께 담고 고명을 보기 좋게 올린 후 남겨둔 드레싱을 살짝 뿌린다.
 

전라도 고흥 유자와 경기도 가평 잣을 담은
충청도 태안의 대하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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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료
대하 2마리, 편 썬 단감 20g, 편 썬 배 20g, 오이 20g, 밤 채 15g, 참기름·후춧가루·소금·식용유 약간씩
고명 석이 채·대추 채·석류·잣·솔잎 약간씩
드레싱 유자 즙 20g, 잣 24g, 배 20g, 매실청 15g, 하인즈 식초 2g, 소금 1g

만드는 법
1 대하는 머리를 떼고 내장과 껍질을 제거하고 손질해 볼에 담고 참기름과 후춧가루를 약간 넣어 버무린다.
2 ①의 대하를 김이 오른 찜기에 올려 2분 정도 찐 뒤 포를 떠서 먹기 좋게 썬다. 대하는 오래 익히면 살이 단단해져 탱글한 식감을 느낄 수 없으므로 껍데기 색이 붉어지면 곧 꺼낸다.
3 오이는 껍질째 동그랗게 얇게 썰어 소금에 살짝 절여 물기를 꼭 짠 뒤 팬을 달궈 식용유를 두르고 빠르게 볶아 식혀 식감과 색감을 살린다.
4 믹서에 분량의 재료를 넣고 곱게 갈아 드레싱을 만든다.
5 볼에 모든 재료를 넣고 버무려 접시에 보기 좋게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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