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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셰프의 레스토랑 7]박누리 셰프의 Gallina Daisy

2018-09-05 13:50

취재 : 강부연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  촬영협조 : 갈리나 데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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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보이는 성공한 요리사는 대개 남성적 이미지다. <여성조선>은 매달 ‘셰프=남성’이라는 편견 속에서도 오직 요리 실력 하나만으로 당당히 인정받는 여성 셰프들의 철학과 음식 이야기를 담는다. 그 일곱 번째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로컬 식재료를 이용해 정통 이탤리언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갈리나 데이지’의 박누리 셰프다.
요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향이 경북 영주인데요, 어머니가 향토음식 연구가여서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요리를 접하면서 성장했어요. 자연스럽게 요리가의 꿈이 생겼죠. 어머니에게 요리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어떤 분야 요리를 하고 싶을지 모르니 두루 경험해보라고 하셨어요.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한식은 물론, 일식, 양식, 중식, 제과, 제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리를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했죠. 이탈리아 요리에 빠진 건 이태원 ‘소르티노스’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맛보고부터였어요. 너무 맛있어서 이 요리를 어떻게 만드는지 배우고 싶었죠. 이후 산티노 셰프가 운영하는 ‘소르티노스’에서 본격적으로 셰프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빌라소르티노, 라보카, 그라노, 그라노 더 그릴을 거쳐 카페 그라노 부주방장에 이르기까지 8년여 경력을 쌓고 2014년 ‘갈리나 데이지’를 오픈했습니다. 

‘갈리나 데이지’라는 이름에 담긴 뜻은 무엇인가요. ‘갈리나(Gallina)’는 이탈리아어로 ‘암탉’이라는 뜻이에요. 제가 여성인 만큼 뭔가 상징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거든요. 여기에 제 영어 이름인 ‘데이지(Daisy)’를 합해 레스토랑 이름을 완성했습니다. 갈리나 데이지는 3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1층은 레스토랑, 2층은 쿠킹 클래스를 진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주방과 소규모 모임을 가질 수 있는 테이블을 갖추고 있습니다. 3층은 프라이빗 다이닝을 즐길 수 있는 별실과 루프톱이 있지요. 1층부터 3층까지 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애정을 갖고 완성한 공간입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손님들이 따뜻한 느낌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고 아담한 정원도 가꿨어요. 레스토랑 건물이 1959년에 지어진 양옥으로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거든요. 이에 맞춰 인테리어도 기와를 소품으로 사용했고, 실내도 화려하기보다는 편안한 분위기를 추구하고 싶어 나무 색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탈리아 요리를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서를 요리에 반영하고 싶어 이곳을 선택했어요.

‘갈리나 데이지’에서는 어떤 요리를 선보이고 있나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되 정확한 조리법을 중요시 여기고 있어요. 재료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많은 테스팅을 거치죠. 꾸준하게 선보이는 메뉴 외에도 계절에 따라 식재료와 요리 방법에 다양한 변주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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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관심 갖는 분야가 있다면요. 식재료에 대해 늘 고민해요. 관심도 많죠. 요리를 할수록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데 스승인 산티노 셰프에게 가장 많이 질문했던 것이 “왜 이렇게 요리하느냐”였어요. 그때마다 돌아온 답변은 “이탈리아에선 원래 이렇게 요리한다”는 거였죠. 우리가 김치를 담글 때 고춧가루와 젓갈을 넣는 것처럼 ‘왜’라는 질문에 ‘이 맛을 내기 위해선 이렇게 재료를 넣고 조리한다’는 대답을 들었죠. 그래서 2009년에 이탈리아로 요리 연수를 떠났어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일하면서 이탈리아 사람들이 즐겨 먹는 요리가 지역마다 왜 다른지, 왜 그렇게 요리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연수를 통해 얻었던 또 다른 성과는 제가 만드는 음식이 이탈리아 현지 맛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자신감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조리법에 대한 공부와 함께 식재료 공부를 많이 했어요.

평소 즐겨 사용하는 식재료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이탤리언이라는 테두리에서 한국의 로컬 식재료를 사용한 메뉴가 많아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이나 토마토 캔, 프로슈토같이 이탈리아산이 월등히 뛰어난 재료들은 수입 제품을 사용하지만 채소를 비롯한 한우, 해산물 같은 생물은 우리나라 재료를 사용해요. 훨씬 신선하고 맛이 뛰어나거든요. 10년 전 처음 산티노 셰프에게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던 시절에는 이탈리아 본토 재료를 쉽게 구할 수도 없었거니와 제대로 된 수입처 또한 드물었어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직접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죠. 평소 식도락 여행을 즐기는 편이라 그 과정도 여행하듯 즐겼던 것 같아요. 좋은 식재료가 있는 곳이라면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가리지 않고 찾아갑니다. 우연히 들른 원주의 한 식당에서 밑반찬으로 나온 버섯이 너무 맛있어서 그곳 사장님께 산지를 여쭤봐 치악산 큰송이버섯을 알게 되었어요. 큰송이버섯은 이탈리아의 포타벨라 버섯과 식감이 닮았는데, 갈리나 데이지의 시그너처 메뉴 중 하나인 ‘풍기’도 이 큰송이버섯으로 만든답니다. 또 제주도에서 딱새우를 맛보고 반해 산지의 어부도 수소문해 지금까지 딱새우를 공수하고 있어요. 그렇게 탄생한 메뉴가 오늘 소개하는 메뉴 중 하나인 ‘스캄피 파스타’입니다.

인상 깊은 단골손님이 있나요. 갈리나 데이지의 음식과 공간을 사랑해주시는 단골손님들에게 늘 감사해요. 그중에서도 잊을 수 없는 단골손님은 늘 개인 나무젓가락을 들고 오셔서 파스타를 드시던 80대 어르신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소기업 회장님이었는데 지금은 돌아가셨어요. 어르신이 돌아가시고 얼마 후 가업을 물려받은 아드님이 임원들과 함께 갈리나 데이지를 방문하셨어요. 아드님이 임원들에게 회장님이 생전에 가장 즐기셨고 또 마지막으로 찾았던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라고 소개하셨어요. 그 모습을 보고 감사했고 또 보람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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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꿈은 무엇인가요. 초심을 잃지 않고 저만의 색이 담긴 음식으로 많은 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요리사로 남고 싶어요. 동료들에겐 좋은 스승이자 누나, 언니로서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선배이고 싶기도 하고요. 지금은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발 나아가서는 한식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음식도 두루 섭렵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오늘 <여성조선> 독자들에게 소개해주실 세 가지 메뉴는 뭔가요. 전채요리인 풍기와 어란 파스타, 스캄피 파스타입니다. 풍기는 치악산 큰송이버섯에 포항초와 레몬주스, 이태리언 파슬리, 모레스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그리고 직접 만든 리코타 치즈로 속을 채워 오븐에 구운 요리입니다. 진한 버섯 향과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 맛이 잘 어우러지죠. 풍기를 만들 때에는 포항초를 삶지 않고 뜨거운 마늘 오일을 넣어 숨만 죽여 본연의 질감을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타르가(어란 파스타)는 스파게티 면에 지리산에서 문배주를 발라가며 말린 양재중 어란과 주키니 호박, 모레스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넣어 만든 파스타입니다. 보통 어란은 참기름과 간장을 발라가며 말리는데 문배주를 발라 말린 어란은 짜지 않고 치즈와 같은 숙성한 풍미가 나 파스타와 잘 어울립니다. 스캄피 파스타는 오징어 먹물을 넣어 만든 탈리올리니 생면에 제주도 딱새우 껍질로 끓인 딱새우 스톡, 딱새우, 다진 마늘,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과 약간의 토마토 소스를 넣어 무겁지 않으면서도 바다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어란 파스타 Bottar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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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료
스파게티 면 130g, 주키니 호박 16g, 어란 10g, 어란 파우더 4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25㎖, 무염 버터 30g, 다진 마늘 7g, 소금 2g, 피시 스톡 225㎖, 다진 파슬리 약간
피시 스톡 흰살 생선 1마리 분량, 화이트 와인 200㎖, 양파 75g, 당근 100g, 셀러리 30g, 통후추 10알, 월계수 잎 1장, 통마늘 1쪽, 굵은소금 12g, 올리브오일 2큰술, 물 4ℓ

만드는 법
1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흰살 생선 뼈를 색이 나지 않게 구운 뒤 화이트 와인을 부어 졸인다. 물과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센 불에서 끓기 시작하면 불순물을 걷어내고 약한 불로 줄여 2시간 정도 더 끓인 뒤 체에 걸러 피시 스톡을 완성한다.
2 끓는 물에 스파게티 면을 삶고, 주키니 호박은 먹기 좋은 크기의 큐브로 잘라 팬을 달궈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볶는다.
3 다른 팬에 버터와 다진 마늘을 넣고 색이 나지 않게 볶다가 분량의 피시 스톡을 붓고 삶은 스파게티를 넣어 소금으로 간한 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넣어 고루 섞는다.
4 ③의 스파게티 면에 소스가 묻어날 때쯤 미리 볶아놓은 주키니 호박을 넣고 소스에 농도가 생기면 접시에 담는다.
5 파스타 위에 얇게 썬 어란과 어란 파우더, 다진 파슬리를 올려 완성한다.
 

풍기 Fung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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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료
치악산 큰송이버섯 3개, 포항초(또는 시금치) 35g, 마늘 오일 10g, 리코타 치즈 100g,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20g,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큰송이버섯은 밑동을 제거한다.
2 포항초는 잘게 썰고 뜨겁게 끓인 마늘 오일을 넣어 고루 섞는다.
3 ②에 리코타 치즈,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넣어 섞고 소금으로 간한다.
4 큰송이버섯 아랫부분에 ③을 채운 뒤 240℃로 예열한 오븐에서 4분 정도 굽는다.
 

스캄피 파스타 Scampi Pa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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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재료
오징어 먹물 130g, 스캄피 스톡 225㎖, 토마토 소스 55㎖, 다진 마늘 ½작은술, 바질 잎 1~2장, 체리 토마토 4개, 딱새우 4~6마리,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20㎖
탈리올리니(오징어 먹물 파스타 도우) 중력분·세몰리나 125g씩, 오징어 먹물 1큰술, 달걀 2개, 굵은소금 2g, 물 40㎖
비스크 스톡 딱새우 껍질 200g, 양파 50g, 셀러리 30g, 화이트 와인 200㎖, 월계수 잎 2장, 통후추 10알, 올리브오일 10㎖

만드는 법
1 파스타 면을 만든다. 믹서나 키친에이드에 탈리올리니 재료를 넣어 섞은 뒤 꺼내 반죽이 매끄러워질 때까지 손으로 치대고 올리브오일을 발라 랩으로 감싼 후 실온에서 1시간 휴지한다.
2 ①의 반죽한 면을 파스타 기계나 손으로 얇게 밀어 길게 잘라 탈리올리니 면을 만든다.
3 딱새우는 껍질과 살을 분리하고 살은 끓는 물에 데친다.
4 냄비에 ③의 딱새우 껍질을 비롯한 모든 재료를 넣어 끓인 후 체에 걸러 비스크 스톡을 만든다.
5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넣어 볶다가 와인을 넣어 플람베 한다.
6 ⑤에 분량의 비스크 스톡과 토마토 소스, 바질 잎, 체리 토마토를 넣고 끓여 소스를 만든다.
7 끓는 물에 2분 정도 삶은 탈리올리니 면을 ⑥에 넣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넣어 소스와 잘 섞는다.
8 소스가 반 정도로 줄었을 때 ③의 딱새우 살을 넣어 다시 한 번 섞고 기호에 따라 어란 파우더를 뿌려 먹는다.
 
 


박누리 셰프
우연히 파스타의 매력에 빠져 이태원 ‘소르티노스’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배웠다. 2006년 이탈리아 요리사관학교라 불리는 강남 ‘그라노’ 레스토랑에서 주방 막내로 시작해 3년 만에 주방을 총괄하는 수셰프가 되었다. 2009년 이탈리아로 건너가 요리 공부를 하고 돌아와 2014년 서촌 통인동에 이탤리언 레스토랑 ‘갈리나 데이지’를 오픈하고 오너 셰프로 이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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