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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맛있는 순대를 찾아서

순대실록 육경희의 순대의 모든 것

2017-05-06 10:23

취재 : 강부연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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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과거부터 지금까지 우리 곁을 꾸준히 지키고 있는 전통음식 중 하나가 바로 순대다. 순대를 향한 열정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와 세계 방방곡곡의 순대를 찾아 떠난 육경희 씨와 나눈 맛있는 순대 이야기.

촬영협조 순대실록 대학로점(02-742-5338)
순대스테이크
견과류를 비롯해 흑미, 서리태, 녹두, 수수 등을 섞어 소를 채우고 들기름에 바삭하게 구워낸 스테이크형 순대로 육경희 씨가 운영하는 대학로 순대실록에서 맛볼 수 있다.
한 끼 식사로 또 소주와 잘 어울리는 술안주로 오랜 시간 서민들 곁을 지켜온 음식, 순대. 담백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때문에 국밥집에서 또 분식집에서 순대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다.
 
대학로 번화가에 마치 조선시대 장터를 연상시키는 깔끔하고 단아한 순댓집이 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의 연령층은 참으로 다양하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부터 이제 3살 정도 된 듯한 아주 어린 아이까지 모두 순대를 맛있게 먹고 있다. 메뉴 또한 다양하다. 흔한 순대국밥은 물론 순대스테이크까지. 대학로에 위치한 ‘순대실록’은 순대를 주제로 가장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이곳의 대표인 육경희 씨는 얼마 전 자신이 운영하는 순댓집과 같은 이름으로 책을 펴냈다. 이 책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먹는 순대의 어원, 전파 경로, 종류를 총망라했다.
 
“1600년대 고조리서인 <음식디미방>에는 개의 창자에 소를 넣어 만든 일종의 순대인 ‘개쟝’이 등장해요. 하지만 지금의 순대와 가장 비슷한 재료와 맛은 1800년대 후반에 쓰인 요리책인 <시의전서>에 기록된 ‘디’가 아닐까 싶어요. 선지를 넣은 순대인 도야지디와 선지가 들어가진 않았지만 민어 부레에 소고기와 각종 양념을 넣어 삶은 어교디도 있었지요. <시의전서> 기록에 따르면 선지 유무와 관계없이 동물의 내장에 소를 채운 음식을 순대라 불렀던 것 같습니다.”
 
육경희 씨는 종갓집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제사가 있는 날이면 육경희 씨 집안에서는 돼지를 잡곤 했단다. 돼지를 잡는 광경은 차마 볼 수 없어 방 안에 꼭꼭 숨어 있던 그녀였지만, 순대를 만드는 장면은 놓치고 싶지 않아 돼지 비명 소리가 사라지면 방 안에서 뛰어나가곤 했다. 내장에 소금과 밀가루를 넣고 벅벅 문질러 씻어 누린내를 없애고 나면 그 빛깔이 참 고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는 돼지 내장에 파와 마늘, 소금, 그리고 선지를 채워 넣어 맹물에 삶았다. 전주에서 유명한 피순대 형태로, 투박하고 텁텁한 피 맛 순대는 당시 어린 소녀였던 그녀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돼지 특유의 누린내가 느껴져 한두 개 먹고 나면 입을 굳게 다물곤 했다. 그런 어린 딸을 위해 어머니는 따로 순대를 만들어주시곤 했다.
 
“돼지 소창으로 만든 순대였지요. 내장 중 크기가 가장 작은 소창을 깨끗하게 씻고 각종 채소, 말린 시래기를 잘게 다져 넣었습니다. 이렇게 만든 순대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고 내장과 속이 참 잘 어울렸지요. 요즘 사람들은 순대 하면 떡볶이와 함께 먹기 좋은 분식 정도로 여기거나 간편하게 한 끼 때울 수 있는 순대국밥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나 종갓집에서 나고 자란 어린 시절 덕분인지 저에게 순대는 특별한 추억거리이자 애틋한 먹을거리입니다. 모두가 배고프던 시절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눠 먹었던 투박하고 진한 아버지의 순대, 그리고 오직 어린 딸만을 위해 만든 어머니의 부드럽고 세련된 순대. 둘은 서로 완전히 다른 맛이었지만 먹는 이를 향한 뜨거운 애정을 듬뿍 채웠다는 점에서 모두 귀한 음식이자 최고의 요리였습니다.”
 
 
지역색 가득한 한국의 순대
 
조선의 500년 도읍지인 서울은 각지에서 생산된 산물이 집결해 다양한 음식이 발달했다. 마찬가지로 순대도 전국에서 모여들었기에 서울 순대를 하나의 특징으로 규정짓긴 어렵다는 것이 육 대표의 설명이다.
 
“1959년 문을 연 ‘삼거리먼지막순대국’과 영등포시장의 ‘호박집’ 등이 오래된 서울의 순댓집으로 남아 있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특색 있는 순대는 신림동 순대타운의 순대볶음입니다. 1977년 순대와 채소를 연탄불에 볶는 백순대볶음이 시작되었고, 1980년대에는 순대볶음에 고추장양념을 넣은 메뉴가 인기를 끌었지요. 서울과 가장 근접해 있는 경기도 순대 하면 대부분 백암순대를 떠올릴 것 같아요. 채소가 많이 들어간 순대로, 조선시대 죽산군에 속했던 지역에서 주로 먹던 전통음식이었다고 해요. 이후 죽산 근처 백암리에서 열리던 5일장에서 그 전통을 유지·보존해왔기에 백암순대로 그 이름이 알려졌어요. 백암시장 안에 있는 ‘중앙식당’은 1930년대부터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순대를 팔았는데, 우시장의 영향으로 돼지 선지 대신 소선지를 사용해 밝은색을 띱니다. 또한 양배추를 많이 넣어 식감이 좋아요.”
 
강원도 음식은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영동과 영서로 나눌 수 있다. 영동은 해안지방으로 생태, 오징어, 해조류, 산나물 등의 음식이 많다. 높고 깊은 산이 많은 영서지방에서는 옥수수, 감자, 메밀, 콩 등 밭에서 나는 작물을 이용한 음식이 발달했다.
 
“강원도 순대 또한 영동과 영서로 나뉘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구분하면 속초 아바이순대와 그 외 나머지 순대로 나눌 수 있어요. 아바이순대는 약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요, 채소와 찹쌀을 많이 넣고 선지의 비율이 낮은 것이 특징이에요. 요즘은 직접 만들기보단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것을 사용해 맛은 대부분 동일합니다. 강원도 다른 지역의 순대에도 선지, 찹쌀, 채소 등이 들어갑니다. 시래기가 들어가거나 막장을 풀어 구수한 맛을 내는 순대는 강원도만의 지역색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죠.”
 
미식의 고장 전라도는 예로부터 식자재가 풍부하고 감칠맛을 내는 재료인 젓갈이 발달하여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하다. 순대 역시 그렇다.
 
“전라북도 순대는 선지 비율이 높은 편이고 순대 피는 전라남도와 마찬가지로 다양하여 순댓국이 뽀얗기보다 맑은 국물에 가까워요. 재밌는 건 순대에 콩나물이 들어가는 곳이 있다는 거예요. 전라남도와 이웃한 순창 순대에 콩나물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오히려 콩나물국밥으로 유명한 전주를 비롯한 전라북도 다른 지역에서는 콩나물을 넣지 않아요. 순댓국을 콩나물국밥과 차별화하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충청도는 영남과 호남으로 통하는 관문으로 교통의 요지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식재료가 풍부하지 않다. 충청남도 음식은 꾸밈없이 소박한 음식이 많고 가격 대비 푸짐한 편인데 순대 역시 그렇다.
 
“충청북도에서는 산채나물이나 약초가 들어간 산채순대가 발달했어요. 지역을 대표하는 나물이나 약초로 순대를 만들어 독특한 풍미와 식감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지요. 충청남도 천안의 ‘병천순대’는 대한민국 3대 지역 순대라 할 만큼 유명한데, 교통의 중심지여서 전국적으로 빠르게 유명세를 타게 되었지요. 병천순대는 소창으로 만들며 선지 비율은 11~15%, 채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에요. 또한 순댓국의 국물은 오랫동안 우려내 걸쭉하고 진합니다.”
 
경상도에서 오래된 순댓집으로 꼽히는 곳들은 여러 지역의 영향을 골고루 받은 흔적이 보인다.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밀양식당’은 1960년대 오픈 당시에는 피순대를 주로 판매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충남, 전북, 부산의 영향을 골고루 받아 찹쌀과 선지, 채소의 비율이 거의 동일한 지금의 순대로 변했다.
 
“함양은 전라북도와 가까워 피순대가 유명한데, 역사적으로 경남지역에서 먼저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전북지역에서 먼저 만들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어요. 부산의 순대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란 온 실향민으로부터 전수된 함경도식 찹쌀순대로, 서면 돼지국밥 골목에서 맛볼 수 있지요. 남쪽지방 순대는 대개 선지와 채소 비율이 높은 데 반해 부산에서는 예외적으로 함경도 찹쌀순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어요.”
 
제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흑돼지 때문일까. 제주도 순대는 육지의 것과는 사뭇 다른 맛일 것만 같다.
 
“제주도의 전통 순대는 수애(수웨)라고 하는데, 돼지로 만들어서 돗수애라고 하지요. 현무암이 많은 지역 특성상 쌀이 귀하여 쌀 대신 메밀가루와 선지를 섞어 만든 탓에 수분과 지방이 적어 식감이 다소 퍽퍽한 편입니다. 현재 서귀포시 가시리에 그 명맥이 남아 있습니다.”
 
7년여 동안 우리나라 전국은 물론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순대를 연구한 육경희 씨는 순대는 인류의 소울푸드라고 말한다. 인류가 육식을 시작하고 생긴 음식문화이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문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전통 순대는 다른 나라 순대에 비해 영양 균형이 잘 잡혀 있어 슬로푸드이자 웰빙 식품으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습니다. 선지를 넣지 않은 순대는 물론, 선지가 들어간 순대도 이미 전 세계 각국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 어떤 음식보다 친숙하고 재료의 현지화도 쉽지요. 때문에 전통 순대를 보존하면서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순대를 만드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입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순대에 관한 연구를 멈추지 않을 계획이에요. 대한민국의 더 다양한 순대뿐 아니라 아직 가보지 못한 동유럽과 북유럽, 아시아 각 지방, 그리고 남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나라의 순대를 계속해서 찾아다니고 연구하다 보면 그날이 꼭 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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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라도에서 유일한 돼지국밥 골목이 있는 웃장.
2 흑돼지의 대창과 소창을 함께 넣고 끓여 진하고 구수한 국물 맛이 일품인 함양 병곡식당 순댓국.
3 대창에 찹쌀, 당면, 깻잎, 우거지, 양배추, 양파 그리고 콩나물을 넣어 만든 마장동 마장왕순대.
4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누비며 약 7년간 순대 연구에 몰두한 육경희 씨.
5 돼지 뼈만 넣고 오랜 시간 중약불로 기름기를 걷어가며 끓인 순댓국 국물이 일품인 서울 영등포의 호박집.
6 당면의 기분 좋은 식감이 멥쌀, 양배추와 어우러져 달달한 맛을 내는 제주도 몽실할머니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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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경희 씨가 추천하는 순대 맛집
 
용인 제일식당 소창을 사용하며 양배추를 많이 넣어 단맛이 강하다. 그날그날 순대를 쪄서 손님상에 올려 냄새가 나지 않는다.
 
인천 시정찹쌀순대 50살이 넘은 반백 년 식당으로 기름기를 제거하지 않은 걸쭉한 순댓국은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아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다.
 
영등포 호박집 호박집의 순대는 막창을 최대한 늘여 껍질이 얇고 그 안에 선지와 채소, 찹쌀을 골고루 섞어 넣어 식감이 좋다. 돼지 뼈로 오랜 시간 고아 만든 육수 맛도 일품이다.
 
제주 보성시장 감초식당 소창에 당면과 멥쌀, 돼지 선지, 파를 넣어 만드는데 고소한 순대 맛이 일품이며 순댓국은 개운하고 냄새가 없다.
 
순천 원조할머니옛날순대국밥집 막창에 파, 양배추, 선지와 함께 콩나물이 들어간다. 막창의 독특한 냄새와 쫄깃한 식감이 인상적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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