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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아름다움이 깃든 인테리어

2019-11-15 06:09

진행 : 김선아  |  사진(제공) : 조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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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자신들이 숨 쉬는 공간을 한국적인 미의 요소로 장식한 사람들이 있다. 우리 전통과 문화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 예찬하는 그들이 한국적 인테리어의 깊이에 대해 말한다.
양태오 인테리어 디자이너 & 태오양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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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오 디자이너는 유명한 한옥 예찬론자다. 멋진 소나무가 마당에 자리한 백 년도 넘은 한옥 청송재와 능소헌에서 만난 그는 만나자마자 질문도 하기 전에 한옥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사람들이 어디서 아름다움을 느낄까를 고민하는 게 제 직업이잖아요. 저는 과거와 현재, 서양과 동양과 같은 대비되는 것들의 가치가 한 공간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아름다움이 탄생한다고 믿어요. 그것들을 잘 배치하고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제 역할이라는 책임의식도 있고요.”

그는 한국적인 인테리어를 하는 것이 생각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고도 했다. 삼국시대 토기를 조명 위에 단순히 올려놓는 것만으로 옛것과 컨템퍼러리함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 “토기를 수집한 지 10년이 되었는데, 요즘은 가야 시대 컵에 빠져 있어요. 손 안에 들어오는 작은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특히 손잡이가 주는 독특한 인상이 매력적이에요. 우리나라 것이지만 세계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것 같아요. 국가와 인물을 떠나 자연이 주는 물성이나 질감, 소재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갖게 되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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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오 실장은 인테리어가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극단적인 것만 보여주는 것은 진정성이 없다고 말한다. “프랑스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삶인데 갑자기 아파트에 프렌치 몰딩을 두르는 것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 사람의 삶이 녹아드는 것이 건축인데 말이죠. 집에 역사가 있고 사람에게도 삶이라는 역사가 있기에, 집은 억지스럽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를 담는 공간이어야 해요. 진정한 인테리어는 나를 보여주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사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겠죠. 한옥에 사는 사람은 그런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고, 내가 사랑하는 나라와 시간이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사는 공간이 서양과 동양의 요소가 합쳐져도 이질감이 없는 이유가 바로 저만의 히스토리가 담겼기 때문이에요.”

한옥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한국적인 인테리어를 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그는 한국적인 스타일이나 한옥의 모습을 카피하려 하지 말고 나무와 돌처럼 소재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가공되지 않은 나무나  고재로 가구를 제작하거나, 거실 한쪽에 고재를 세워놓고 옷걸이나 조명 또는 테이블 다리로 활용하는 것부터 출발하라는 것.

“고미술 수집부터 시작해도 좋아요. 집 전체를 한국적인 스타일로 바꾸기보다는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게 선행되어야 해요. 생각보다 고미술품 수집의 문턱이 낮습니다. 조선시대 소반을 20만원이면 살 수도 있어요. 한국고미술협회 옥션을 이용해도 좋고요. 토기, 민화, 소반, 사이드 테이블 등의 고미술품이나 고가구를 통해 한국적 인테리어를 시작해보세요.”
 
 

마크 테토 TCK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전무 &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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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 전무의 한옥집 ‘평행재’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북촌 골목에 위치해 있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그가 처음부터 한옥을 비롯한 한국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뉴욕에 살다가 회사 일로 한국에 왔기 때문에 강남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서울 생활을 시작해 5년을 살았다. 그러던 중 친구가 쓴 한옥에 관한 책을 보고 한옥에 완전히 반하게 되었다.

나무 냄새와 대나무 소리에 기분이 좋아져서 살게 된 ‘평행재’는 그가 처음 들여다본 한옥이자 한국 전통문화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의 출발지다. 한옥이 좋다는 단순한 생각에 살기 시작했지만, 강남 오피스텔에 있던 가구를 들여놓으려 하니 소파를 제외하고 어울리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엔 하루 안에 가구 쇼핑을 끝내려고 논현동 가구거리에 갔어요. 그러나 그곳에서도 한옥과 어울리는 가구를 찾을 수 없었죠.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준비해서 가구를 들여놓기로 했어요. 조선시대 가구에는 무엇이 있었는지부터 했고, 고가구도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자신이 원하는 가구를 스케치해서 식탁, 한옥 창살 느낌의 팔각형 거실 테이블, 한국적 문양의 카펫 등을 제작하는 데 2~3년이 걸렸다. 처음엔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었지만 순전히 집에 맞는 가구를 고르기 위해 시간을 내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깊이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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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하루하루 눈앞에 펼쳐지는 아름다움이 달라요. 동네에서 느껴지는 기운과 풍경만 보더라도 지붕에 미묘하게 그려져 있는 패턴이 다 다르고, 창살은 빛과 그림자가 들어오면 굉장히 예쁘거든요. 기와가 궁금하면 자연스럽게 기와에 대해 궁금해져서 책을 사서 보게 되고, 창문에 붙여진 예쁜 종이가 궁금하면 한지에 대해 공부를 하고, 조선시대 책장이나 반닫이가 궁금하면 고가구를, 백자가 궁금하면 도자기를 공부했어요. 디테일이 남다른 한옥의 다양한 매력에 빠지게 된 결과지요.”

가구뿐 아니라 그릇과 컵 같은 리빙 소품도 기성품을 사지 않고 만드는 사람을 만나 제작 과정을 지켜보며 장인이나 디자이너와 소통했다. 집에 있는 물건 하나하나 누가 만들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스토리를 품게 되는 과정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이 한옥의 매력뿐만 아니라 인간의 관계와 추억까지 담고 있는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한옥이 그에게 준 선물이자 교훈이다.

“한옥의 정수는 ‘여백의 미’에 있다고 생각해요. 한옥은 비어 있을수록 매력적이거든요. 가구를 너무 많이 놓지 마세요. 빈 공간이 많을수록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차분해질 거예요. 제가 구본창 작가의 백자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가 여백이 많아서거든요. 일본 집이 정확하게 90도 각도로 집을 만든다 치면, 한옥은 커브나 크랙을 다 살려서 집을 짓죠. 자연 그대로를 즐기자는 조상님들의 지혜예요. 화려한 장식 말고 절제미를 즐겨야 해요. 여백의 미, 절제미,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 이 세 가지가 바로 한옥의 정체성입니다.”
 
 

이 올리비아 교육인 & 인플루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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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두고 있는 올리비아에게 고가구는 거의 일상품과도 같다. 어머니가 한국 고가구를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고가구만을 사용해왔고,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 사는 지금도 고가구는 인테리어의 기본이다.

“엄마의 영향이 커요. 파리 제7대학 학과장을 하시다 은퇴하시기 전까지 파리에 사셨는데, 파리에 있는 집도 전부 한국 고가구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어요. 그리고 친척 중에 고가구 사업을 하는 분이 계셔서 접하기도 쉬웠고요.”

한국 사람들은 점점 고가구를 잊고 있는데, 우리가 그렇게 예찬하는 프랑스 파리 스타일을 버리고 한국 스타일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사를 가면 보통 오래된 가구는 버리는데, 고가구는 사람처럼 숨을 쉬는 존재라서 한번 사면 절대 버릴 수가 없어요. 나무가 숨을 쉬니까 말랐다가 촉촉해지잖아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애정이 더 생긴다고 할까요? 그리고 고가구는 그 수가 줄어들고 있어서 어디서 왔는지 그 역사만 알면 가격이 절대 떨어지지 않아요. 결혼할 때 신혼가구로 준비한 돈궤는 당시 350만원에 구입했는데, 현재 가치로 700만원이 넘고 어떤 곳에서는 2천만원까지 얘기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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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관리가 까다로운 것은 고가구의 단점이다. 햇빛을 받거나 건조해지면 망가지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레몬오일을 발라줘야 하고, 인테리어를 할 때 다른 가구와의 매치도 고민해야 한다. “저는 고가구를 작품처럼 포인트로 활용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옆에 복잡하게 다른 가구를 놓으면 고가구의 가치가 떨어지고 눈에도 잘 안 들어와요. 미니멀하고 조심스럽게 매치하면 충분히 매력을 발산하는 게 고가구입니다. 저희 집도 보시면 정말 좋은 고가구는 단독으로 배치했어요. 고가구의 나무 색과 잘 어울리라고 천장은 흰색, 벽지는 따뜻한 크림색, 바닥은 밝은 나무색으로 인테리어 한 것도 저만의 팁이죠.”

그녀 역시 고가구가 비싸다는 것은 편견이라고 말한다. 모던한 옷장 하나도 몇백만원씩 하는데, 잘 찾으면 더 싸고 예쁜 고가구가 많다고.

“고가구가 꼭 한옥하고만 어울린다는 것 역시 선입견이에요. 어릴 때부터 고가구와 같이 자라면 자연스럽게 고가구를 좋아하게 되어서 저처럼 아파트에도 고가구를 쉽게 들여놓게 되죠. 가끔 영감을 받으러 가구박물관에 가는데, 한국 고가구는 정말로 너무 아름다워요. 소품 하나하나에 우리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잖아요. 고가구를 사용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재산처럼 저절로 문화를 물려줄 수 있는 마법 같은 아이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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