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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소유하고 더 좋은 것을 향유하다

2019-10-28 09:41

취재 : 강부연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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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함을 최우선으로 여기던 미니멀리즘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물건 버리기=미니멀리즘’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적게 소유하되 더 좋은 것을 향유할 줄 알고 보다 본질적인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며 행복을 가꾸어나가는 이들을 만났다.
적게 소유하고 본질에 충실한 것을 선택해요
김태완·정희정 부부

남편 김태완 씨는 ㈜티에스코스메틱의 대표이사이자 프리미엄 데일리코스메틱 딥퍼랑스의 제품 개발과 브랜딩을 맡고 있다. 아내는 같은 회사의 스킨케어 브랜드 쿠텐니의 총괄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결혼 5년 차 부부는 얼마 전 전세 생활을 청산하고 집을 사서 이사해 미니멀 스타일 집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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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 차 부부라고 하기엔 살림이 많지 않고 공간이 미니멀해요.
김태완 15년 된 오래된 아파트라 처음엔 수리를 할까도 생각했다가 벽과 바닥, 조명 정도로 최소한의 리모델링만 했어요. 가전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디자인이 간결한 것으로 선택했고요.

가구를 고르는 감각이 남다르신 것 같아요. 노하우가 있다면요.
정희정 가구는 둘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면서 집에 들였을 때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들로 구입했어요. 비싼 가구도 있지만 이케아 등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것들을 적절하게 섞어서 사용하고 있어요.
김태완 부엌에서 밥을 먹으면 대화 없이 식사 시간이 끝나게 되더라고요. 오히려 거실 소파테이블에서 밥을 먹으면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텔레비전도 보면서 식사를 오랫동안 즐기게 되고요. 그래서 이사를 하고 나서부터 부엌에 있던 큰 식탁은 작은 방으로 옮겨 컴퓨터 테이블로 사용하고, 부엌에는 간단한 식사 정도만 할 수 있는 작은 원형 테이블을 들여놓았어요. 집 안 모든 가구들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필요에 따라 꼭 필요한 것으로 채웠어요.

쇼핑을 할 때 기준이 있다면요.
김태완 저랑 아내는 쇼핑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요. 아내는 아이쇼핑을 하지 않고 꼭 필요로 하는 것을 생각해서 딱 그것만 사 들고 나와요. 반면 저는 살 것이 없어도 구경하는 걸 좋아하죠. 정반대의 쇼핑 패턴이지만 둘이 공감하는 건, 많이 사기보다는 옷이든 음식이든 넘치지 않게 둘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만 구입한다는 것이에요. 냉장고에 식재료를 꽉꽉 채워 넣지 않기 위해 대형마트보다는 마켓컬리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나 동네 마트에서 가볍게 장을 봐요. 옷도 마음에 들면 컬러별로 구입해 번갈아가며 입고요.

미니멀리즘의 정의를 내린다면요.
정희정 옛날에 살던 집도 그랬고 지금 집도 그렇고, 양가 어른들이 오시면 “왜 너희 집에는 편하게 앉을 의자 하나 없고 꼭 필요한 물건이 없냐”고 물으세요. 사실 저희는 미니멀리스트라기보다는 귀차니스트가 더 맞을지도 몰라요. 둘 다 정리 정돈을 잘하지 못하니 처음부터 정리할 것을 만들지 말자는 게 모토거든요. 물건이 많아지면 쌓이게 되고 그러면 거기에 먼지가 앉는데 그걸 찾아 치우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다만 둘 다 공감하는 것은 우리가 꼭 쓸 만큼 사고 모두 소진하자는 것이에요. 그래야 공간도 냉장고도 채워진 채로 방치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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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의 삶이 본질적인 것에 충실하게 만들어요
푸드스타일리스트 양은숙

푸드스타일리스트이자 두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한 양은숙 선생은 2년 전 수도권에서의 생활을 접은 뒤 나고 자란 고향에 터를 구해 집을 지었다. 한때는 일에 더 많은 비중을 두기도 했지만 이곳에 와서는 자의반 타의반 일보다는 자신의 삶을 가꾸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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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나 소품을 구입할 때 중점을 두신 점이 있다면요.
원래도 가구가 거의 없이 지냈지만 그나마 집을 옮기면서 몇몇 가구마저 정리를 해버렸어요. 새로 지은 집이고 아마도 생의 마지막 정착지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것저것 사들일 법하지만 정반대예요. 아이들이 모두 독립하고 부부만 사는 집이니 큰 가구나 살림이 필요 없었죠. 집 안팎이 하얀 집이에요. 바탕이 하얀 집은 깔끔한 반면 정 없어 보일 것 같아 나무 소재 소품으로 따듯한 질감을 보충하는 편이죠.

텃밭과 마당을 예쁘게 가꾸셨어요. 텃밭과 마당이 주는 위안이 있다면요.
지금은 무엇이 이 집, 이 땅에 맞는 식물이며 작물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그냥 절로 쑥쑥 자라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정성을 기울이고 관심을 주어도 한사코 못 살겠다고 떠나는 아이도 있어요. 자식을 돌보는 일이 그렇듯 저만 좋다고 제 욕심만으로 꾸려지는 게 아님을 땅에서도 배워요. 마음이 심란하거나 힘든 날에는 풀을 뽑고 흙을 고르며 땀을 흘리다 보면 감정이 순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질 때가 많아요.

마치 예술작품 같은 리사이클 소품이 곳곳에 보여요.
낡은 주물 팬을 버리려고 마을회관 재활용 처리장에 갔다가 도로 가져온 적이 있답니다. 빨간 핸들이 예뻐서 버리기가 아깝더라고요. 코팅이 벗겨지고 기름으로 오염된 팬 바닥을 갈아냈더니 말간 알루미늄이 드러나더군요. 세운상가에서 사둔 시계 무브먼트를 달고 스티커로 인덱스를 붙여 시계로 만들었어요. 촬영 소품으로 사용하다가 찢어진 테이블보는 수선해 커튼으로 만들기도 했고요. 전에 사용하던 식탁 상판은 부엌 상부장을 없앤 자리에 선반으로 대체되었어요. 이 밖에 빨랫대, LPG 가스통 가리개, 에어컨 실외기 가리개, 의자, 책장, 마당 수돗가의 간이 싱크, 욕실 휴지걸이나 수건걸이 등은 모두 집 지을 때 쓰고 남은 자재들로 만들어져 빛나는 환생을 거둔 셈이죠.

냉장고가 굉장히 깨끗해요.
되도록 제철 푸성귀를 자급하여 충당하고 제 힘으로 생산할 수 없는 것들은 시내 마트에 사러 나갑니다. 전에 살던 집이 시골이었던지라 갑자기 찾아오는 손님에게 대접할 거리가 마땅치 않을까 봐 식재료를 쟁여놓는 버릇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대비랍시고 비상식품을 저장해두었지만 유효기간을 넘겨서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봄부터 가을에는 텃밭이 식자재 창고의 역할을 하고 겨울에는 갈무리해놓은 음식들을 주로 먹어요. 그 바람에 냉장고가 정리되고 비워져 있어요.

미니멀리즘의 정의를 내린다면요.
사회관계망이 다양해지면서 소비를 부추기는 채널에 끊이지 않는 유혹이 넘실거리잖아요. 견물생심인지라 보면 갖고 싶고, 두고 싶은 게 어찌 없겠어요. 그럴 땐 리스트를 모아놓고 며칠이고 재고해요. 꼭 필요한지 되묻죠. 불필요한 소비를 물리칠 때의 승리감이 짜릿해요. 둘째는 재활용입니다. 버려질 물건에 약간의 창의력을 더하면 새로운 용도가 부여되는 기쁨이 기대 이상이에요. 쓰레기 양산을 줄였다는 자부심과 더불어 자존감의 키를 늘리는 즐거움으로 이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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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우기보다 중요한 건 잘 ‘사는’ 법이에요
권혁철·김지원 부부

권혁철·김지원 부부는 이제 갓 결혼한 신혼부부다. 세련되고 깔끔한 호텔 같은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신혼집에 산다. 토털 인테리어 회사 아파트멘터리의 ‘디자인 랩’ 부서 디자이너인 김지원 씨가 전공을 살려 집을 꾸몄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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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굉장히 미니멀해요. 신혼부부라 살림이 없는 건가요.
김지원 제가 겉모습과는 다르게 덤벙거림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쉬고 잠을 자는 공간만큼은 잘 정리되고 비어 있어야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할 수 있고 하루가 정리되는 것 같아요.
권혁철 외식업을 운영하고 있는 탓에 항상 가게에 얽매여 있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결혼 전에는 가구든 물건이든 가능한 한 최소화했어요. 가게 때문에 집 또한 그 근처를 떠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마음으로는 언제든 새로운 곳으로 떠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요.(웃음)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옷이든 소품이든 최소화해 사는 것이 생활화됐어요.

인테리어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지원 집이 넓고 깔끔해 보이려면 꼭 필요한 가구만 구입하고 베이스가 되는 벽이나 바닥에는 컬러나 불필요한 장식을 철저히 배제했어요. 소품은 최대한 절제하고 생활에서 꼭 필요하되 제 취향이 반영된 가구들을 신중하게 선택해 인테리어 포인트가 되도록 했죠. 디자인과 소재, 내구성에 이르기까지 임시용이 아닌 평생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신중을 기해 구입했어요.

가장 고심해 구입한 가구는 무엇인가요.
김지원 가장 오랜 시간 공들여 선택한 건 침대입니다. 직접 디자인한 침대 스케치를 들고 파주에 위치한 한 공방을 찾아갔어요. 군더더기는 없지만 약간의 디테일이 있는 디자인, 민감한 피부인 제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원목 소재에 천연 오일로 마감했어요. 평소 자기 전에 물을 마시는 습관을 있어 컵을 올려놓을 수 있는 사이드 테이블이 필요했는데, 침대 헤드 부분의 폭을 넓게 만들어 물컵과 액자를 올려놓을 수 있게 했더니 침실이 더욱 미니멀해졌죠.

쇼핑을 할 때 기준이 있다면요.
권혁철 옷이나 물건을 즉흥적으로 구입하지 않고 또 옷장이 꽉 차게 구입하지도 않아요. 옷가지는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입하고, 해지거나 더 이상 입을 수 없을 때 버리고 새 옷을 구입하는 편이고요. 샴푸와 같은 생필품도 마트에서 가장 저렴한 것을 구입하기보다는 비싸더라도 지금 내가 꼭 필요로 하는 제품을 대용량으로 구입해 사용해요. 신중하게 구입하지 않은 제품들은 결국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물건을 버리거나 정리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김지원 2년 이상 안 입은 옷들은 과감하게 버리고 있어요. 수납장 선택도 중요한데, 이케아에서 구입한 모듈 제품은 만족도가 큰 편이에요. 폭과 높이 조절이 가능해 내가 필요한 만큼 구성할 수 있어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할해주거든요. 수납만 잘해도 옷이든 물건이든 한눈에 확인이 가능하니 똑같은 디자인의 제품을 사지 않게 되고,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요. 미니멀한 생활을 위해선 꼼꼼한 수납과 정리가 필수 덕목인 것 같아요.

미니멀리즘의 정의를 내린다면요.
권혁철 새로 사기 위해 비우는 삶을 실천하는 모순이 일어나지 않도록 소중한 것에 집중하고 이것이 삶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원 사실 주변에서는 신혼 때 가구는 결국 바꿔야 하니 저렴한 것으로 구입하라는 조언을 많이 했지만, 반대로 저는 제대로 된 것을 구입해 평생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진정한 의미의 미니멀리즘은 물건을 버리고 비우는 것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한 좋은 물건을 구입해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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