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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림의 앤티크 스타일 13]시간의 미학, 와인 디캔터

2017-11-12 12:36

글 : 백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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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털링 트리밍의 크리스털 디너 접시와 앰버색 수프볼, 앰버색 와인잔(아르데코).
2 스털링 오버레이 화병(아르누보).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느낌이 드는 것이 어느덧 가을이 깊어져 지나온 한 해를 성급히 떠올리며 시간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 계절이다. 붉은 단풍과 함께 차고 깊은 가을하늘을 올려다보며 종종 사색에 젖기도 하고, 맑은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한나절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 이쯤이면 따뜻한 차 한잔이 생각나기도 하거니와, 마음 맞는 지인과 가을에 어울리는 고운 빛깔의 와인 한잔을 기울이고 싶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거창하기보다는 두세 사람 모여 정감 있는 와인파티를 즐기는 것이 이 좋은 계절에 제격일 듯싶다.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 선물을 와인이라고 플라톤이 극찬했듯이, 각각 다양한 맛을 내는 와인을 제각기 개성 있는 벗들과 함께 즐기는 와인파티 기억은 올가을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와인의 역사는 본래 중동에서 시작되었지만 유럽의 번영과 함께 서양에서 꽃피운 과실주라 할 수 있다. 수질이 좋지 않던 유럽에서 와인은 수천 년간 식품에 가까운 기호품이었고, 숙성된 좋은 와인은 귀족도 소중히 여기는 애장품이었다. 이런 까닭에 와인을 관리하는 사람은 하인 중에서도 가장 높은 직급인 집사장이었고, 스털링과 더불어 귀족 집안 와인리스트는 소중하게 관리되었다. 와인이 테이블에 서빙되기까지 다소 복잡하게 느껴지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글라스와 디캔터 그리고 다양한 와인 액세서리를 사용했다. 침전물을 부드럽게 가라앉히기 위해서 누워 있던 와인병을 하루이틀 동안 똑바로 세워놓는 와인홀더가 있고, 손님에게 와인을 대접하기 전 주인이 시음하기 위한 테스팅 컵 그리고 코르크 스크류 등이 있었다. 가문의 문장을 새긴 은식기가 있었듯, 티캔터와 크리스털 글라스 등 와인 액세서리에도 가문의 문장이나 이니셜 모노그램을 새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오랜 기간 가문의 애장품으로 이어져 내려와 현대에도 소중한 앤티크 컬렉션 아이템이 되고 있다.

오랜 세월 숙성 시간을 가진 와인을 깨우기 위해서는 디캔팅(decanting)이라는 불편함과 느림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디캔팅의 원래 목적은 오래된 적포도주 밑에 가라앉은 침전물을 마시는 잔에 옮기기 전 걸러내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산소와 와인을 접촉하게 해서 그 맛과 향을 더욱 살리는 에어레이션(airation)과 브리딩(breathing)의 목적이 있다. 이런 이유로 수천 년 와인 역사 속에서 디캔터는 와인을 서빙하는 데 잔과 더불어 반드시 등장하는 것 중 하나였다. 귀족의 와인 테이블에서는 사냥터를 제외하고 와인병을 테이블에 바로 올려놓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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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대의 디캔터들
1 크랜베리 클라렛 디캔터(빅토리안).
2 스털링 손잡이의 클라렛 디캔터(아트앤크래프트).
3,4,5,6 바카라 앤티크 디캔터(빅토리안).
7 워터포드 크리스털 디캔터.
8,9 스털링 오버레이 디캔터(아르누보).
 
디캔터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의 암포라(amphora)로 거슬러 올라간다. 암포라는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호리병 모양 항아리다. 이것을 테이블에 놓고 글라스로 바로 와인을 따르기에는 다소 컸기 때문에 더 작은 디캔터가 필요해졌다. 이런 이유로 유리를 소재로 한 디캔터가 유행했고, 로마제국 이후에는 유리 대신 주석이나 실버 소재로 된 것들이 등장하게 되었다. 당시 주석 잔은 와인을 차게 해주면서 독이 들었을 경우 색깔이 변하기 때문에 귀족들이 선호했다고 한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베네치아인들은 뛰어난 미감으로 다양한 색의 유리 디캔터를 새롭게 만든다. 당시 유리 제품은 표면을 긁어서 아름다운 글씨나 그림을 새겨 넣거나 은 장식 등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사치품으로 이때 디캔터도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17세기 말엽에는 유리에 산화납을 첨가하여 투명도와 내구성을 높인 제품을 영국의 유리 제조공이 만들었는데 바로 크리스털이다. 크리스털은 유리보다 더 투명하고 반짝여 고급 디캔터로 인정받게 되었다. 당시 다양한 커팅의 디캔터가 많이 제작되었고, 1800년대 만든 영국 워터포드 크리스털 디캔터는  화려한 커팅 기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또 다른 스타일의 디캔터로는 클라렛 저그(jug)가 있다. 클라렛 저그의 탄생에는 귀족들의 신분과 부에 대한 과시욕이 있다. 본래 클라렛(claret)은 보르도 지방에서 나오는 갓 만든 레드 와인이다. 우리가 흔히 보졸레 누보로 알고 있는 제품으로 평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비교적 값싼 와인이었다. 클라렛 와인을 즐기고 싶으나 평민과 간격을 두고 싶었던 귀족들은 클라렛 와인을 마실 때 은이나 보석으로 치장한 값비싼 저그를 사용했다. 이것이 클라렛 저그가 생겨난 배경이지만 현대의 우리는 종종 골프대회 우승컵으로서 클라렛 저그를 만나곤 한다. 유서 깊은 브리티시 오픈골프대회 우승컵 또한 클라렛 저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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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메리카 브릴리언트 크리스털 디캔터(아르누보).
2 유려한 선이 아름다운 디캔터(아르누보).

와인은 산지와 품종, 빈티지에 따라 다양한 맛과 풍미를 가지고 있다. 다양한 와인의 맛과 분위기를 더해주는 와인 테이블 세팅에는 여러 가지 형태의 와인 글라스가 등장한다. 와인 글라스는 와인 종류에 따라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데 보르도 레드 와인은 타닌이 강한 와인을 위해 고안된 튤립 모양 잔에 담긴다. 프랑스 브루고뉴 와인은 오랜 시간 향을 간직할 수 있도록 짧고 통통한 와인잔에 담긴다. 화이트 와인잔은 작고 덜 오목해서 상큼한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스파클링 와인잔은 길쭉한 튤립 모양인데 이는 와인의 탄산가스를 오래 보존할 수 있고 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잘 관찰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와인 글라스와 함께 와인 테이블 세팅에는 특히나 유리 혹은 크리스털 제품이 많이 들어간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깨지는 물건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어서인지 다른 테이블 세팅보다 와인 테이블 세팅을 더 어려워한다. 그러나 실제로 크리스털을 마음껏 쓰더라도 깨져서 못 쓰게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니 이제 깨뜨릴 수 있다는 두려움 대신 화려한 크리스털 와인잔을 즐길 수 있다는 기쁜 마음으로 크리스털을 멋진 와인파티에 초대해보자. 크리스털이 주는 맑고 영롱함에 취한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기념일이 아니라도 와인잔을 기울일 수 있는 여유는 우리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와인이 식탁에 놓이기까지 오랜 기다림과 완숙을 향한 느린 발걸음을 생각해보자. 느리지만 멈추지 않은 끈기와 꾸준함이 있었기에 와인은 비로소 화려한 크리스털 잔에 담겨 우리를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것이리라.
 
 


와인 테이블 세팅 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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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털링 이단 디저트 트레이(아르데코).
2 바카라 레드 화병
3 바이올렛 크리스털 디너 접시와 퍼플색 수프볼, 앙트레접시(아르데코).
4  앰버색 와인잔(아르누보).

1 오래된 레드 와인은 마시기 전 한두 시간 세워놓아 침전물을 가라앉힌다.
2 와인잔은 메인 디시를 기준으로 왼쪽부터 물컵, 레드 와인잔, 화이트 와인잔 순서로 배열한다.
3 와인은 잔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정도 따르며 이때 받는 사람은 잔을 들지 않고 테이블에 둔 채로 받는 잔에 손을 갖다 대는 정도면 좋다.
4 와인을 마실 때에는 와인 글라스 몸체가 아닌 다리 부분을 잡고 마신다.
5 와인 테이블을 별도로 준비할 때에는 티파티 세팅과 같이 센터피스를 이용해서 와인 푸드를 내고 와인잔을 오른쪽, 개인 디시를 왼편으로 세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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