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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스타일리스트의 그릇 이야기

2017-09-08 11:34

취재 : 최안나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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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푸드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안목을 쌓아온 ‘그린테이블’ 김윤정 실장의 그릇장을 열어봤다. 곁에 두고 오래 쓰고 싶은 보물 같은 그릇과 함께 살림 후배에게 들려주는 알맹이 있는 조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취향을 만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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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시간을 견뎌낸 자들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거다. 아무리 똑똑해도, 아무리 돈이 많아도 어느 날 불쑥 가질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대학 졸업 후 영양사로 4년, 푸드 스타일리스트로서 19년이다. 그린테이블 김윤정 실장은 요리를 다루고 그릇을 만져온 그 시간만큼 안목과 노하우를 비례하게 키워왔다. 취향 쌓는 데 왕도는 없다. 빤한 얘기지만 ‘보는 눈’을 가지려면 많이 보고, 만져보는 수밖에 없다. 그때그때 유행하는 걸 샀다고 그걸 취향이라고 일컫진 않는다.

“영양사로 일하던 시절부터 그릇을 조금씩 모으긴 했어요. 하지만 그때 산 그릇들은 지금 거의 못 쓰죠.(웃음) 뭘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서투르게 샀던 것들이니까요. 시행착오를 겪은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하나 하자면 스스로 어떤 그릇을 보면 ‘예쁘다’고 생각하는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여러 종류의 그릇을 한번에 사는 건 좋지 않다는 거예요. 오히려 여러 곳을 다니면서 한두 개씩 모은 그릇들이 더 생명력이 있죠. 많이 다녀봐야 뭐가 예쁜지 알 수 있어요. 안 사더라도 다양하게 보는 건 정말 중요해요. 한번 날 잡아서 남대문 ‘대도상가’ 같은 곳에 가보세요. 복잡해서 처음엔 조금 힘들긴 해도 그 정도 발품은 팔아야 적어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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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의 색깔, 용도, 높이에 따라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그릇장. 그릇장을 빼곡히 채우기보단 살짝 여유 있게 정리하는 것이 보기에도 깨끗하고 쓸데없는 살림이 안 늘어난다는 김윤정 실장의 조언이다.

여행을 가서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을 하는 것도 취향 찾기에 도움이 된다. 맛있는 것을 먹고, 골목골목 숍을 찾아다니는 생산적 시간이 마일리지 쌓듯 차곡차곡 쌓여 경험치가 된다.

“저는 해외에 나가면 식기 외에도 꼭 후추통을 사게 되더라고요.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저마다 개성이 달라 모으는 재미가 있어요.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좋아하는 걸 사 모으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내공을 키운다는 게 가만히 앉아 책만 본다고 되는 게 아니니까요.”

요즘 그녀는 부엌살림을 장만할 때 꼭 목록을 작성한다. 그리고 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아이템인지, 파스타 그릇을 사고 싶은데 샐러드 그릇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지 등 취향과 실용성을 동시에 따진다.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소비는 부엌을 비대하게 만들 뿐이에요. 이를테면 집에서 토스트를 잘 안 만들어 먹는데 그저 토스터가 예뻐서 사는 경우 있잖아요. 그 토스터는 정작 제 역할을 하지 못할 텐데 말이에요. 디자인 요소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부엌살림은 내 라이프스타일과 맞닿아 있어야 해요.”
 

달라서 예쁜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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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흰 그릇, 색깔이 있는 그릇, 문양이 있는 그릇 등 컬러와 느낌이 다른 것들을 믹스 앤 매치 하는 걸 즐긴다. 소재도 나무, 금속, 유리 등을 자유롭게 섞길 좋아한다. 테이블웨어도 과감하게 즐기다 보면 새로운 멋을 알아갈 수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는 광고나 매거진 촬영을 위해 준비된 시안에 맞는 그릇을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트렌드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때론 유행을 따르기도 한다. ‘촬영용’이 아닌 ‘오프더레코드’ 버전의 선호하는 그릇을 무엇일까?

“특유의 손맛이 느껴지는 도자 그릇을 좋아해요. 같은 종류의 그릇을 몇 개씩 사더라도 끝처리랄지, 터치가 미세하게 다 다르죠. 저는 그릇이 밋밋하면 사용하는 재미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도자 그릇은 같은 라인이라도 색이 묘하게 다를 수 있고 색이 같더라도 결이 조금씩 다를 수가 있어요. 그게 참 매력적이에요.”

옛날에는 그랬다. 다들 첫 그릇을 장만할 때면 적어도 10인 세트 이상으로 맞추는 걸 당연시 여겼다. 같은 브랜드와 같은 색으로 싹 통일하는 게 바르다고 믿었다.

“예전에는 그런 분위기였죠. 저 역시 그랬는걸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시중에 얼마나 예쁜 그릇이 많아요. 반드시 세트로 사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음식도 손맛이라는 게 있잖아요. 손맛에 의해 조금씩 맛의 뉘앙스가 달라지듯이 그릇도 마찬가지예요. 식탁 위에 놓인 그릇들의 색과 분위기가 약간 달라야 더 예쁘고 다채로워 보인다고 생각해요.”

그녀는 기계로 찍어낸 것처럼 매끈하기만 한 그릇엔 매력을 못 느낀다. 흰 그릇을 사더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처럼 약간씩 다른 분위기를 가진 것들로 마련하라고 힘주어 말한다. 세트 구매도 2인 세트 이상을 사는 건 말리고 싶다고.

“밥공기 정도는 2인 세트로 통일하고 나머지 반찬, 국그릇 같은 건 다른 스타일로 즐겨보세요. 다양한 그릇을 서로 섞는 즐거움을 느껴보셨음 좋겠어요. 혹 테이블웨어보다 식탁에 욕심이 있다면 나무 식탁으로 근사한 걸 하나 사도 좋아요. 질 좋은 나무 식탁은 그릇의 존재감도 한껏 살려주거든요.”
 

김윤정 실장이 아끼는 그릇장 속 다섯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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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르크루제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 뉴욕에서 산 주물냄비예요. 벌써 18년이나 됐어요. 겉보기엔 닳고 닳았지만 여전히 성능은 건재하죠. 앞으로도 쭉 제 부엌을 지킬 아이템이에요.
2 지인에게 선물 받은 다용도 트레이예요. 시곗바늘을 조정하는 것처럼 손으로 사용할 면적만큼 밀어서 쓸 수 있어요. 컵 같은 식기를 놔도 되고 음식을 올려도 되는 등 활용도가 높아요.
3 요즘 나무 그릇에 손이 자주 가요. 가볍고 깨지지 않아 편하고 여행지에서 사 오기도 좋더라고요. 적당한 가격대의 나무 식기를 찾는다면 ‘무인양품’이나 ‘자주’, ‘모던하우스’에 가보세요.
4 한번 사면 평생 쓰는 게 계량스푼과 계량컵이에요. 간혹 종이컵으로 계량을 한다고 종이컵을 일부러 사는 분들이 있어요. 환경을 위해서라도, 또 오래 쓰는 살림이니만큼 계량도구 사는 걸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5 할머니가 물려주신 다용도 수납함 겸 도시락 통이에요. 예스럽고 소박한 멋이 있어 저의 그릇장 한 켠을 여전히 지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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