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어린이박물관

바로가기 모음 이벤트 동영상 카드뉴스 조선뉴스프레스멤버십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STYLE
  1. HOME
  2. STYLE
  3. interior

[백정림의 앤티크 스타일 06]브런치&티 파티 그리고 도자기

차의 대중화로 영국의 ‘애프터눈 티’ 문화 생겨

2017-03-20 09:53

글 : 백정림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메일보내기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1 살구색 팔각 디저트 접시(아르데코) 2 스튜벤 크리스털 수프 접시(아르데코) 3 살구색 디너 접시(아르데코)
4 오렌지색 와인잔과 샴페인잔(빅토리안) 5 3단 트레이(아르누보) 6 핑크 크리스털 접시(아르데코)
긴 듯 느껴졌던 겨울도 지나고 바야흐로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간절하다. 무채색의 옷 대신 발랄한 색의 옷을 입고 마음 편한 친구들과 어울려 티파티나 브런치 파티를 하고픈 계절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낯선 단어였던 ‘브런치’, ‘애프터눈 티’ 등의 단어가 이제는 식당이나 카페 호텔 메뉴판에 당당하게 등장하게 되었다. 브런치 파티의 발생은 우리의 바쁜 일상과 관계가 깊다. 우선 바쁘게 아침 일정을 시작한 후에 조금 여유를 갖고 출출해진 상태로 아침 겸 점심을 먹는 식사 형태이기 때문이다. 정말 간편하게 샌드위치만 곁들여 먹기도 하지만, 여기에 파티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수프와 차 등이 더해지게 된다. 커피의 열풍이 불면서 우리 국민의 연간 커피 소비량이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들더니만, 그토록 강력한 커피의 위세가 오히려 커피 저편에 있는 차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나 보다. 골목길에 홍차 전문점이 하나둘씩 슬그머니 들어서고 있고 젊은이들이 즐기는 대중적인 차 전문점도 생겨났다. 해외여행 후기 블로그에 티파티를 즐기는 내용을 담은 사진도 종종 보이니 조만간 커피만큼이나 차를 즐기는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평소에 커피보다는 차를 즐겨 마시는 편이고 오랜 시간 모아온 소장품 중 많은 것들이 홍차와 깊은 연관이 있어서인지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본문이미지
스털링 오버레이 콤포트(아르누보)

근대사의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홍차만큼 역사적인 여러 사건에 단초(Trigger)가 된 것도 없다. 중국의 차 맛을 새롭게 알게 된 영국인들이 대량으로 차를 수입하면서 무역역조가 커지자 중국과 일으킨 ‘아편전쟁’이나 미국 독립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던 ‘보스턴 차 사건’ 등은 모두 홍차가 그 주역이었다. 차의 역사는 기원전 중국에서 시작되었지만 동양의 차문화를 서양인들이 알게 된 것은 15세기 후반 대항해시대였다. 16세기를 거쳐 17세기에는 차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면서 중국으로부터 많은 찻잔이 수입되었다. 이때 수입되었던 중국 찻잔은 손잡이가 없는 볼(Bowl)의 형태여서 당시 유럽인들은 차를 차받침에 옮겨서 마셨다. 실제로 필자가 컬렉션한 1800년대 티 볼과 받침 중에는 홍차의 색이 많이 배어 있는 받침접시(Saucer)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고가의 중국 자기로 차를 마시는 것은 귀족들에게 그들의 부와 높은 지위를 과시하는 좋은 방법이었다. 그래서 당시 수많은 귀족들이 차 도구를 손에 든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도록 화가들에게 요구했다고 한다. 18세기 무렵 서양인들은 빛이 투과될 정도로 얇지만 내구성이 뛰어나고 우아한 중국 자기에 열광했다. 특히나 흰 바탕에 청색 안료로 문양을 그려 넣은 청화백자는 이국적이고도 고급스러운 기호품의 상징이 되었다. 당시 도자기는 매우 값비싼 귀중품이었기에 그 관리 역시 상당히 엄격했다. 귀족들의 고용인 중에서도 높은 직급인 집사와 같은 상급 사용인만이 은식기와 더불어 도자기의 총괄 관리자가 되었다. 따로 보관하는 방과 캐비닛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주인이 멀리 여행을 떠날 때는 은행금고에 찻잔을 맡기기도 했다.
 
본문이미지
1 핸드페인팅 접시(18세기) 2 핸드페인팅 센터피스(18세기) 3 스털링 티 캐디(빅토리안)

1840년대 중국을 벗어나 인도 등의 식민지에서 차 재배가 성공하면서 차의 대중화가 실현된다. 이때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국의 ‘애프터눈 티’ 문화가 생겨나게 되었다. 애프터눈 티 문화의 발생은 산업혁명과도 무관하지 않다. 가정용 램프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깨어 있게 되었고 늦은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즉 점심과 저녁 사이의 간격이 커지면서 사람들이 허기를 느끼게 되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점심과 저녁 사이 마시게 된 차가 바로 애프터눈 티의 기원이다. 당시 차는 ‘약’으로 취급되었기에 공복에 마시는 것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애프터눈 티에는 빵과 버터, 설탕과자, 비스킷 등의 티푸드가 함께 서빙되었다. 세계적인 영국의 홍차회사인 ‘포트넘 앤 메이슨’사의 로고 마크로 이용되는 시계는 지금도 항상 4시를 가리키고 있는데 바로 애프터눈 티 타임을 가지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이다. 식탁문화의 화려함이 정점을 이루었던 빅토리안시대 후반기가 되면서 차문화는 더욱 화려해져 3단 트레이가 등장하고 티파티에 빼놓을 수 없는 스콘 역시 이때 등장하게 된다. 3단 트레이에 놓이는 음식은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있다. 맨 아래에는 속을 든든히 해주는 샌드위치, 가운데에는 스콘 등의 베이커리, 맨 위에는 달콤한 초콜릿, 마카롱 등이 놓인다.
 
본문이미지
스털링 오버레이 오벌 콤포트(아르누보)

17세기 후반부터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유럽에 들어온 외래 음료인 초콜릿, 커피, 차는 공교롭게도 모두 뜨겁게 마셔야 했다. 그래서 유럽인들은 고온을 견뎌낼 수 있는 견고한 도자기 잔을 열망하게 되었다. 당시 유럽에서 만들어지고 있던 도자기는 저온에서 만들어져 강도가 약하고, 유약도 뜨거운 물에 안전하지 못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었다. 따라서 유럽 상류층들에게 고온에서 만들어져 강도와 유약 면에서 안전한 도자기 잔은 뜨거운 음료를 마시기 위해 꼭 필요한 사치품이자 필수품이었다. 1710년 독일 마이센에서 유럽 최초의 경성 자기가 만들어진 이래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앞다투어 완성도 높은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차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더 큰 환영을 받으며 국민음료로 자리를 잡아가던 영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영국의 도자산업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늦게 시작한 편이지만 자기에 대한 관심은 점차 높아만 갔다. 마침내 영국은 1748년 소의 뼈를 넣어 만든 가볍고 단단한 본차이나를 개발하게 된다. 가볍고 단단한 본차이나의 등장은 도자기 종주국인 중국 도자기의 매력을 약화시켰으며, 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유럽은 도자산업에 있어 중국에 가지던 오랜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영국의 도자산업은 18세기 중엽 산업혁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며 영국이 부강해지는 것에 한몫을 담당했다. 이어 1845년에는 값비쌌던 판유리의 제조공법이 개발되면서 유리를 사치성 소비재로 취급하여 부과되었던 유리관세가 폐지되었다. 중산층은 이때를 기하여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던 판유리가 끼워진 찬장을 앞다퉈 구입했다. 그리고 그 안에 손님을 놀라게 할 만큼 아름답고 다채로운 찻잔을 장식함으로써 그들의 부와 성공을 자랑하고자 했다. 찻잔에 대한 수요가 중산층과 서민층에게까지 이어져 영국의 도자산업은 최대의 활황을 맞게 되었다. 이후 영국은 유럽의 도자산업을 이끌며 도자기 강국으로 등극하였다.
 
18세기와 19세기 유럽을 차와 도자기에 대한 열광으로 몰고 갔던 홍차에 대한 사랑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영국에서 더욱 그러하다. 영국 사람들은 요즘에도 많게는 다섯 번의 티타임을 갖는다. 아침식사와 함께하는 브랙퍼스트 티, 출근한 뒤 점심 전에 마시는 브레이크 티, 점심 후 퇴근 전에 마시는 애프터눈 티, 저녁식사와 함께하는 하이 티, 잠들기 전 몸을 덥혀주는 나이트 티 등이 있다. 실제로 영국지사의 책임자로 간 지인의 남편은 출근해서 연속성을 가지고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브레이크 티 타임이 있고 점심 후 회의라도 하려 하면 애프터눈 티 타임을 즐기고 있는 영국인을 보며 도대체 일은 언제 하는지 모르겠다는 불평을 했다고 한다.
 
본문이미지
1 스털링 오버레이 디저트 접시(아르데코) 2 나비 손잡이의 찻잔(아르누보) 3 독일 티포트(18세기)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가 꾸준하게 시간과 돈을 들이며 갖는 티타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따뜻한 혹은 차가운 액체가 주는 물리적 의미보다는 차를 앞에 두고 갖게 되는 휴식에서 느끼는 형이상학적인 위로와 편안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빠르고 편안한 것이 대세이고 어쩌면 그것이 필연적으로 우리가 선택해서 갖게 되는 답안지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편리하고 간편한 것은 그저 그것으로 끝나는 단답형의 답이라고 할 수 있다. 기왕에 매일 접하게 되는 티타임이라면 어쩌다 한 번쯤은 아날로그적인 느긋함에 흠뻑 취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좋아하는 잔을 꺼내 따뜻하게 데우고 사두었던 홍차 잎을 우려내어 볕이 좋은 창 앞에 앉아보자. 홍차의 은은한 색과 향기가 야단스럽지 않게 거실 한 켠을 메울 것이다.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많고, 견뎌야 할 것도 많은 일상이지만 홍차 한 잔의 여유는 분명 많은 위안이 될 것이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어 어여쁜 찻잔 하나를 더 세팅할 수 있다면 기쁨은 배가되고 우리의 봄은 따뜻하고도 찬란하게 피어날 것이다.
 
 

 
브런치 파티 Tip
 
1 브런치 파티는 봄날의 정취를 느끼면서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최적의 파티이다. 2 먼저 음식을 한꺼번에 낼지 아니면 순서를 정해 코스로 낼지 결정한다. 3 브런치 파티의 음식은 수프, 샐러드, 메인디시 한 꼭지 정도로 내면 좋고 이어서 디저트를 곁들인 차를 낸다. 4 접시나 컵의 메인 컬러를 선택해서 물잔의 색이나 테이블보 혹은 냅킨의 색깔과 맞출 수 있다면 베스트이다. 5 파티에 없어서는 안 될 것 중 하나가 테이블 플라워임을 잊지 말고 생화를 준비하는 세심함을 가져보자.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글쓴이 :      비밀번호 :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