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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맹호림의 꽃과 자연에 취하는 집

꽃과 자연이 주는 즐거움에 취하다

2012-07-02 20:17

세상의 아름다운 정원을 다 모아놓은 듯한 남해 원예예술촌. 그 안에 위치한 배우 맹호림의 집을 찾았다. 프렌치 가든과 핀란드풍 통나무집에서 만난 그는 브라운관 속 강렬한 인상의 배우가 아니었다. 꽃 가꾸고, 텃밭 짓는 재미에 푹 빠진 인심 좋은 훈훈한 이웃처럼 사람들을 맞았다. 도심을 떠나 자연으로 집을 옮긴 배우 맹호림의 삶은 지금, 사람과 자연이 주는 본연의 아름다움으로 충만하다.


남해 원예예술촌에 위치한 배우 맹호림의 통나무 집. 푸른 나무와 어우러져 마치 산장 같다.

만질수록 예뻐지는  정원 가꾸는 재미

“안녕하세요~. 어머 반가워요. TV에서 많이 뵈었어요.”
“정말 멋진 곳에 사시네. 부럽습니다.”
“고맙습니다. 허허허허. 두루두루 둘러보세요.”
촬영을 위해 들른 남해 원예예술촌, 아름다운 프랑스식 정원에 배우 맹호림이 있었다. 정성 들여 정원을 손질하던 그는 자신을 발견한 방문객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사람들의 인사에는 연예인을 직접 만난 것에 대한 반가움 반, 그림 같은 정원에 대한 부러움 반이 섞여 있었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과 기분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그의 얼굴에는 몇 번씩이나 웃음꽃이 피어났다.
푸른 바다가 넘실대는 남해로 떠나온 건 5년 전이다. 나이가 들수록 추운 곳이 싫었던 그와 아름다운 정원을 꿈꿨던 원예전문가 아내가 의기투합해 큰맘 먹고 이곳으로 이사했다. 서울까지 자동차로 네다섯 시간이 걸리는 거리. 자연을 좋아하는 그들이었지만 도심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떠나는 일에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보통 주택으로 이사하면 일거리가 많아진다고 아내가 싫어한다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원예 하는 안사람이 오히려 제게 권하더군요. 터전을 바꾼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그래도 원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제각각 개성 있는 식물원을 만드는 것이 아내의 꿈이었으니까요. 마침 그런 기회가 왔고, 아내의 손을 들어주자 싶었죠.”
‘가자. 그래, 안 되면 농사지어서라도 밥 먹고 살면 되지.’ 이런 배짱으로 도시를 떠나온 그는 아름다운 꽃과 자연 그리고 따뜻한 날씨까지 갖춰진 지금의 생활이 정말 행복하다.
사람들이 오가며 감탄하는 이 정원의 90%는 자신이 일궜다며 귀띔했다. 입주 당시만 해도 지금의 모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황량했다. 원예전문가인 아내가 큰 그림을 그리고 지시하면, 그는 머슴처럼 힘쓰는 일을 도맡았다. 
“종일 낑낑거리며 돌을 나르고 나무를 옮겨 심느라 아주 혼이 났었어요. 강도 높은 노동을 하다 보니 시키기만 하는 아내에게 은근슬쩍 부아가 치밀었을 정도예요. 그런데 사실 큰 그림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지시만 하는 게 맞아. 하하. 초기 비슷한 시기에 입주한 젊은 친구와 품앗이로 서로 도우며 일했어요. 해 질 녘까지 열심히 일하고는 술 한잔씩 하며 피로를 풀었죠. 몇 달간이나 그렇게 일한 걸 보면 술기운에 버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많이 힘들었지만 일을 하나둘 진행하면서 조금씩 드러나는 그림을 볼 때면 보람도 많이 느꼈다. 생각나는 에피소드도 여러 개다. 여름에는 큰 나무를 옮겨 심는 게 위험하다고 한다. 뿌리가 상할 수 있기 때문인데 비올 때는 괜찮다는 말을 듣고는 장맛비 속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하늘에서 벼락은 쾅쾅, 번개는 번쩍이는 무서운 날씨. 하지만 나무뿌리를 잘 살리겠다는 일념하에 막무가내로 일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했다는 생각도 든다. 풍토병에 걸려 가려움증 때문에 한참 병원을 찾기도 했다. 그렇게 2년을 공들여 가꿔 완성한 정원. 지금도 그는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정원을 가꾸고 만진다.
“아침식사 전후로 정원 일을 돌봐요. 물도 주고, 풀도 뽑고, 식물을 옮기기도 하죠. 저녁식사 전에도 또 정원 일을 하고요. 글쎄, 취미랄까 뭐랄까. 만질수록 예뻐지니까요. 하여간 자꾸 만지고 싶어요. 허허허.”


(맨위 왼쪽부터)시계, 벤치, 바비큐 통 등 부부의 정원 활용 방식이 엿보이는 소품들. 
3백 평이나 되는 텃밭을 관리한 적도 있다는 배우 맹호림. 실하게 익은 오이가 그의 실력을 뒷받침해주는 듯하다.  
집 뒤의 손바닥만 한 텃밭. 소일거리로 직접 키운 호박, 오이, 토마토, 가지 등이 식탁을 풍성하게 만든다.
  
(맨아래 왼쪽부터)먹음직스럽게 커가고 있는 탱글탱글한 토마토도 그의 솜씨. 
맹호림의 취향이 엿보이는 우편함. 그는 소품 하나에도 정성을 쏟는다. 
나무 울타리로 만든 문을 열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마치 숲속을 거니는 듯 즐겁다.



거리 쪽으로 창을 낸 2층의 거실 풍경. 나무와 햇살이 어우러져 더없이 편안한 쉼터를 제공한다. 

 
자연과 함께 생활하는  통나무 집  

정원과 카페 옆쪽으로 그가 생활하는 2층 통나무집이 있다. 울창한 나무와 푸른 잔디, 크고 작은 꽃들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분위기 좋은 산장 같다.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것처럼 전원주택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은 늘 있었죠. 하지만 살고 싶은 집을 구체적으로 그려본 건 아니었어요. 그러다 후배가 통나무집을 지었다며 초대를 하길래 가봤더니 편안한 느낌이 참 좋더라고. 그때부터 한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온기를 주는 통나무집이 좋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통나무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내부에서도 외관처럼 통나무집의 운치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1층은 거실, 침실, 주방, 서재가 사면으로 분산 배치되어 있다. 특별히 모든 공간에는 창을 크게 냈다. 실내가 어둡지 않고, 앉아서도 창 밖 풍경을 고스란히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 덕분에 집 안에는 언제나 기분 좋은 햇살과 자연 풍경이 담긴다.
“여름에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요. 그 무렵부터 창 너머로 밖이 뿌얘지면서 새벽이 찾아오거든요. 밝아오는 햇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창 앞 나무에 앉아 지저귀는 새소리 때문에 잠을 더 잘 수가 없어요. 알람이 따로 없다니까요. 하하. 여기로 오니 자연환경과 같이 생활하게 돼요. 덕분에 건강해진달까. 촬영이 끝나고 새벽에 들어와 세 시간만 자도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요.”
그의 집에는 복잡하거나 요란한 장식품이 없다. 통나무 집의 운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야기가 담긴 소품들이 집과 어우러져 편안함을 전한다. 주방 입구 한쪽에 걸려 있는, 작은 사진들을 한 번에 담은 커다란 액자가 그런 예다. 고등학교 때부터 넘치는 끼를 보였던 그의 활약상이 담긴 배제 & 양정고등학교 축제 사진. 비슷한 시기 상대 학교에 다니던 배우 이정섭도 추억의 사진 속 한 부분을 장식한다. 그의 데뷔작인 드라마 <전우> 때의 풋풋한 모습부터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그의 인생을 함께한 드라마 속 모습들도 많이 보인다. 백윤식, 김을동, 김형자, 나문희, 전원주 등 그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갔던 이들과의 추억이 사진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의 인생을 늘 포근하게 감싸주는 가족과 집의 모습도 함께한다.  
“여기가 원예전문가인 제 아내예요. 친구들끼리 간 여행지에서 무리 중 아는 친구가 있어 어울리게 됐는데, 그 이듬해 여행에서 약속도 없이 다시 마주친 거예요. 그런 영화 같은 이야기로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됐어요. 저 꼬마들은 이제 마흔을 넘긴 우리 애들이에요. 저 옆쪽에 있는 사진은 원지동 주택에 살 때 제가 처음으로 지은 원두막인데, 잘 지었죠? 저기 앉아서 술 한잔 마시면 그 맛이, 캬~”
50년이 넘는 인생을 담아놓은 액자 앞에서 그는 흐뭇한 미소로 자신의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그는 촬영이나 일이 있을 때만 집을 나선다. 네다섯 시간의 긴 여정이지만 익숙해지니 이제는 즐거운 마음뿐이다. 연기를 하러 간다는 설렘이 있고, 아늑한 집으로 돌아간다는 기쁨이 있다. 
“집으로 내려오는 길 중간쯤 되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산청휴게소쯤 오면 집에 다 온 거 같고, 남해대교를 지나면 집 마당에 들어온 것 같죠. 새벽에 일이 끝나면 주변에서는 힘들 텐데 쉬었다 가라고 말리지만, 그래도 저는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요. 집이 눈앞에 아른거리니까요.”
즐거운 마음으로 발걸음이 향하는 집, 바로 배우 맹호림의 집이다.


(맨위 왼쪽부터) 마치 다락방 아지트 같은 2층 작은방. 
오랜 시간 함께할수록 더 좋은 앤티크 가구와 조명으로 꾸민 거실.
고구려 벽화 토분 인형은 그가 곤지암에 살 때 이웃 작가에게 선물받은 것. 그는 생활공간 곳곳에 예술작품을 두고 즐긴다. 

(맨아래 왼쪽부터)1층 작은방은 컴퓨터와 책장을 두고 서재로 사용한다. 창 밖의 싱그러운 자연이 머리를 맑게 해준다. 
커다란 창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여유로운 풍경을 선사하는 2층 침실. 
아기자기한 살림살이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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