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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함께, 트렁크

2019-09-17 12:22

진행 : 문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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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꾸리면서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데일리 룩부터 여행에 필요한 소소한 아이템을 모두 담을 수 있는 필수 아이템, 트렁크. 역사부터 대표 브랜드, 트렌드까지 소개한다.
History of Trunk

‘가방의 역사가 곧 여행의 역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트렁크의 역사는 여행과 함께 시작됐다. 과거 여행용 트렁크 상판은 둥글고 물기에 취약할 뿐 아니라 무거워 장거리 여행을 하는 데 굉장히 불편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트렁크를 쌓기 쉽게 직사각형으로 제작해 선보인 브랜드가 바로 루이 비통이다. 캔버스 천 위를 방수 처리해 장거리 여행에 안성맞춤인 트렁크를 처음 선보였는데, 이것이 오늘날 트렁크의 원조로 인정받는다. 이후 19세기 산업혁명과 더불어 철도 및 수로 교통이 발달해 쉽게 여행을 갈 수 있게 되면서 자연스레 여행용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더욱 급증하게 됐다. 여행 라이프의 시작을 발 빠르게 알아챈 루이 비통은 귀족을 대상으로 한 고급스럽고 안전한 트렁크를 제안하기 시작했다. 당시 파리의 귀부인들은 화려하고 부피가 큰 실크 드레스를 입었는데, 여행을 떠날 때마다 수십 벌에 달하는 부피 큰 드레스가 구겨지지 않기만을 바랐다. 그들은 고가의 액세서리, 드레스, 슈즈, 백 등을 손상 없이 가져갈 방법을 고심했고, 루이 비통은 각 아이템별 맞춤 트렁크로 해답을 제시했다. 이는 귀족 사회에서 ‘품격 있게 짐을 들 수 있는 방법’으로 루이 비통의 트렁크가 유행하는 계기가 되었다. 1886년 루이 비통은 여행용 트렁크가 쉽게 강도들의 표적이 되자 ‘열리지 않는 자물쇠’라는 이름의 ‘텀블러 자물쇠’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텀블러 자물쇠는 독특한 문양의 번호로 되어 있는 2개의 회전판 잠금 장치인데, 열쇠 한 개로 여러 개의 트렁크를 열 수 있었다. 다양한 니즈에 맞춘 제품에 안전한 잠금 장치를 더한 트렁크는 현재의 루이 비통이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는 데 큰 발판을 마련했다.

초기의 트렁크는 현재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바퀴도 달리지 않았다. 모자, 슈즈, 옷, 주얼리, 향수 등 각각 다른 모양의 넣고 싶은 짐을 아름답게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 귀족들의 최대 관심사였고, 하인이 짐을 들어주었으므로 굳이 가벼울 필요는 없었다. 1960년대 본격적인 해외여행 시대가 열리고 휴대하기 편리하게 바퀴가 달린 캐리어가 처음 등장했다. 초기 모델은 공항의 짐꾼들이 사용하는 수레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이후 1970년대에는 2개의 바퀴가 달린 형태로 진화했고, 이어 오늘날의 바퀴가 4개 달린 캐리어로 발전했다.
 
 
Brand of Trunk

[ GOYARD ] 고야드는 디자이너 프랑수아 고야드가 1853년 프랑스 파리에서 론칭한 가방 브랜드다. 그는 나무상자 제조업체인 메종 모렐에서 견습생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본인의 이름을 딴 트렁크 전문 브랜드를 론칭해 왕족, 귀족, 상류층에게 자신이 제작한 제품을 납품하면서 유명세를 떨쳤다. 윈저 공 부부, 아서 코난 도일, 코코 샤넬, 파블로 피카소, 칼 라거펠트, 마돈나 등이 고야드의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16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고야드는 현재까지도 옛 생산 방식을 그대로 고수한다. 단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제3국에서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다른 브랜드들과 달리 고야드의 제품은 현재까지도 프랑스에서만 제작된다. 고야드를 상징하는 Y 패턴은 공방에서 특수 제작한 면이나 마 등의 소재 위에 수작업으로 여러 번 페인팅을 하고 특수 방수 가공 처리를 해 견고하게 완성한다. 고야드 또한 루이 비통과 마찬가지로 여행용 트렁크를 제작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백부터 브리프케이스, 와인 키트, 시가 박스까지 패션을 비롯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사업을 확장했다. ‘미노디에르’는 미니 트렁크로 메종 고야드의 기술력과 장인정신을 한데 모은 결과물이다. 트렁크 내부에는 제작에 참여한 장인의 이름과 이니셜, 제작일 등을 기입해 희소가치를 높였다. 데일리 패션의 포인트로도 손색없어 젊은 층에게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 LOUIS VUITTON ] 트렁크의 성공으로 루이 비통은 1859년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아니에르에 첫 번째 공방을 오픈했다. 이 공방은 현재까지도 남아 있는데 유명 인사의 특별 제작 트렁크를 비롯한 전 세계 고객의 특별 주문을 받아 상품을 제작하고 있다. 1923년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자신의 책을 보관할 라이브러리 트렁크를 주문할 정도로 루이 비통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다고 전해진다. 루이 비통 스페셜 오더 서비스는 셀러브리티부터 명사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국 작가 데미안 허스트,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 등이 루이 비통 트렁크의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창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루이 비통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의미를 지닌 ‘여행’이라는 테마는 루이 비통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시티 가이드북을 발행하고, 여행을 주제로 한 전시를 전 세계에서 꾸준히 진행할 뿐 아니라 매년 새로운 여행용 트렁크를 출시할 만큼 여행을 향한 루이 비통의 사랑은 각별하다. 최근에는 가장 영향력 있는 산업 디자이너 중 한 명인 마크 뉴슨과 협업한 호라이즌 소프트 러기지 컬렉션을 선보였다. 니트 소재로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 패턴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며, 열 성형 플라스틱 기술로 제작해 가벼우면서도 방수 기능이 뛰어난 것이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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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처럼 알록달록한 컬러의 새로운 ‘에센셜’ 컬렉션을 선보인 리모와.

[ RIMOWA ]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스틸 컬러 트렁크 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브랜드 리모와.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물씬 풍기는 트렁크로 많은 여행 마니아의 위시리스트에 등극한 지 오래다. 패브릭 소재 트렁크가 일반적이었던 1973년, 리모와는 업계 최초로 알루미늄을 소재로 한 트렁크를 선보이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최소한의 무게로 최대의 내구성’을 구현할 트렁크를 제작하기 위해 리모와에서는 항공기 제조에 사용하는 알루미늄을 소재로 선택했다. 이 제품이 비행기의 1등석 고객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제트족’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현재는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난 폴리카보네이트로 제작한 모델이 시그니처가 되었으며 전 세계 트렁크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리모와는 새롭게 LVMH그룹에 합류한 이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여름, 도시적이고 세련된 실버 컬러 트렁크에서 벗어나 샤프론, 세이지, 코랄 등 비비드하고 톡톡 튀는 컬러로 구성한 ‘에센셜 트렁크 플러스’ 라인을 공개한 것. 귀여우면서도 튼튼한 반전 매력의 이 트렁크는 리모와 마니아에게 하나쯤 꼭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마구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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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UMI ] 투미는 남미에서 미국으로 가죽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로서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인 사업가 찰리 클리퍼드가 1975년 ‘여행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론칭했는데, 방탄 나일론을 소재로 한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여행용 캐리어가 투미의 대표 제품이다. 현재는 트렁크부터 가방과 필기구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 25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한 전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개성 있으면서도 내구성이 뛰어난 투미의 제품은 출장이 많은 샐러리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FXT 방탄 나일론, 강철 나사 등 제품의 작은 디테일 하나도 브랜드의 기술력을 집약해 제작하며, 110℃의 용광로 같은 활주로와 35,000피트 고도의 영하에서 내구성 실험을 거쳐 이 시험에 통과한 제품만을 엄선해 판매한다. 2011년에는 미식축구 선수들의 보호 장비에 사용하는 방탄 소재인 ‘태그 리스’를 사용한 ‘테그라 라이트’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파손되기 쉬운 캐리어의 측면을 견고히 하면서도 무게는 확 줄여 화제가 됐다. 2019년 투미에서 처음 선보인 ‘V4 컬렉션’은 폴리카보네이트를 여러 겹 겹쳐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유연한 것이 장점이다. 하드 캐리어지만 확장 지퍼를 열어 사이즈를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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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페이즐리 패턴을 전면에 그려넣은 클래식한 트렁크가 등장한 에트로 컬렉션.
2 러기지에서 영감을 받은 ‘미니 러기지’ 백으로 포인트를 준 루이 비통 컬렉션.
3 질 샌더 컬렉션에서는 가로로 긴 트렁크 백을 키 아이템으로 선보였다.

Runway of Trunk

여행의 많은 짐을 담기 위해 탄생한 견고하고 큼직한 트렁크가 패션 트렌드 키워드로 등장했다. 뷰티나 액세서리 제품을 위해 특별 맞춤으로 제작하던 트렁크를 모티프로 한 다양한 백을 런웨이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F/W 시즌 질 샌더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정제된 룩에 가로로 긴 하드케이스 백을 포인트로 선택했다. 나풀거리는 부드러운 실크 와이드 팬츠에 군더더기 없이 심플하게 각진 토트백은 시크한 매력을 강조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루이 비통은 무채색의 다미에 패턴에 레드, 그린, 블루로 경쾌한 포인트를 준 미니 러기지 백과 멀티 컬러 LV 패턴을 그려 넣은 쁘띠드 말을 새롭게 선보였다. 앙증맞은 크기에 비비드한 이 백은 루이 비통 컬렉션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에트로의 이번 시즌 컬렉션 곳곳에서도 여행 아이템을 찾아볼 수 있다. 로고를 큼직하게 넣은 피케 셔츠와 클래식한 체크 팬츠를 입은 모델은 페이즐리 패턴을 전면에 그려 넣은 큼직한 트렁크를 들고 런웨이에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긴 여행의 역사 동안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진화를 거듭해온 트렁크. 이번 시즌에는 데일리 룩에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친근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돌아왔다. 트렁크의 다음 모습을 설레는 마음으로 또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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