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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의 패션 '블레임 룩'

최순실 프라다 슈즈에서 장시호 패딩까지

2017-03-07 09:55

글 : 김선아  |  사진(제공)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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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패션이라고 일컫는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나라를 큰 혼란에 빠뜨린 사람들의 패딩이 어떤 브랜드인지가 하루 종일 검색어에 오르는 ‘블레임 룩’의 시대, 그야말로 패션의 범위에는 끝이 없고 그에 따른 성역은 존재하는 걸까?

참고사이트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신정아 파문 당시 화제가 된 보테가 베네타 백이 10여 년이 지난 2017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비선 진료 특혜 의혹을 받은 김영재의원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 씨가 안종범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게 건네어 그의 와이프에게 점수를 땄다는 백이 보테가 베네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지탄의 대상이 된 인물의 패션을 대중들이 모방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패션을 ‘블레임 룩’이라고 한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 따르면 ‘블레임 룩’은 ‘비난하다’라는 뜻의 ‘블레임(Blame)’과 ‘스타일’이라는 뜻의 ‘룩(Look)’을 합친 말이다.
 
블레임 룩의 시초는 과거 소설가 괴테가 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주인공 베르테르의 패션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주인공인 베르테르는 시민계급으로, 귀족 여성과의 사랑에서 실패하자 자살로 생을 마친다. 이 소설은 괴테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으며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서 이름을 날렸다. 작품이 사회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자 도자기 회사인 마이센은 이 소설 속 장면을 제품에 넣어 문화상품으로 냈고, 여기에 그려진 베르테르의 파란색 재킷과 황색 베스트는 한동안 큰 인기를 누렸다. 이에 많은 이들이 베르테르의 옷을 입고 다녔으며, 사람들이 그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묘지에 촛불을 들고 찾아가 예배하기에 이르러 대학 당국에서 착용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블레임 룩은 1999년 탈옥수 신창원이 입은 미쏘니의 패턴 니트에서 출발했다. 신창원이 입은 것은 모조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완판이 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같은 해 정재계 사모님들이 고가 의류를 청탁의 대가로 주고받은 ‘옷 로비’ 사건을 통해 살바토레 페레가모는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2000년 로비스트 린다 김이 착용한 에스카다 선글라스, 2011년 도박 파문을 일으킨 신정환이 입국 당시 입었던 몽클레르 패딩 등이 그 맥락을 같이한다. 2007년 학력 위조 및 횡령으로 논란을 일으킨 신정아는 블레임 룩을 크게 히트시킨 주인공이다. 그녀가 입은 돌체 앤 가바나 재킷, 버버리 진, 알렉산더 맥퀸 티셔츠, 그녀가 멘 보테가 베네타와 입생로랑 백, 그녀가 선물로 받았다는 주얼리 브랜드 반 클리프 앤 아펠은 매출이 급증했다.
 
최근 블레임 룩이 다시 회자된 이유는 그 이름도 유명한 국정농단의 주인공, 최순실과 그녀와 연루된 인물들 때문이다. 검찰 출석 당시 인파로 인해 벗겨진 최순실의 프라다 슈즈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며 프라다를 당황스럽게 했고, 정유라나 장시호의 패딩, 이재용의 립 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다. 최근의 블레임 룩은 비단 패션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맞았다는 온갖 피부 미용 시술 주사는 ‘블레임 주사’, ‘VIP 주사’, ‘길라임 주사’ 등으로 불리며 젊어지고 싶은 중년여성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이들의 패션이나 뷰티가 유행하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에 불만을 가진 이들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이들을 동경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논란의 사회적 영향력이 클수록 블레임 룩의 파급효과도 커진다. 관련 상품의 단기적 판매량은 반짝 증가세를 보이지만, 자칫 브랜드 가치에 위협이 될 수 있기에 해당 브랜드에서는 마냥 반기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반면 이와 반대되는 의견도 존재한다. 대중들은 비윤리적인 일을 저지른 이들을 비난하고 조롱하기 위해 블레임 룩을 입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비정상적인 수익으로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구매한 이들과 이를 가능케 한 사회적 구조를 동시에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블레임 룩이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고 사회를 통합하는 기능까지 한다는 의견인데, 아직까지는 블레임 룩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따가운 시선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선악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된 사회라면 범죄자들의 스타일을 따라 하기보다는 그들의 스타일과 자신의 스타일이 같음을 수치스럽게 느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피의자들의 고가 패딩이 이슈가 되는 그 자체가 외적 아름다움을 갈구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평가를 내린다. 혼란스러운 시국, 죄인들의 스타일보다 그들의 죄  그 자체에 더욱 밀도 있는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더 많은 성숙한 사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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