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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아름다운 시골마을, 토르조크

2020-07-19 21:45

글·사진 : 이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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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베리에서 서쪽으로 60km 떨어진 도시가 토르조크다. 첫 인상에 반할 수밖에 없다. 작은 지류의 트베리차 강을 따라 수도원과 가옥들이 띄엄띄엄 들어 앉은 마을. 마치 유럽의 작은 시골마을처럼 아름답다. 러시아의 아름다운 마을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숙소 바로 앞에 푸쉬킨 박물관이 있다. 분명코 푸쉬킨은 이렇게 아름다운 토르조크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다.

트베리~토르조크미니버스안.jpg

*트베리에서 미니 버스 타고 토르조크로

트베리 숙소에서 토르조크(Torzhok)로 가려면 기차역 근처까지 가야 한다. 기차역 길 건너 편에 버스 타는 곳이 있다는 것은 이미 확인해 둔 정보. 숙소에서 택시를 부르니 키르키스탄 기사다. 러시아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만 해도 택시기사는 러시안 인줄 착각했었다. 이제는 안다. 택시기사는 대부분 외국인들이라는 것을. 식당이나 호스텔에서 일하는 스태프들도 외국인인 경우가 많다. 과연 자국보다 잘 사는 나라에 와서 직업을 삼을 수 있는 일이 몇 가지나 될까?


택시기사는 능숙하게 버스 터미널이라면서 차를 세운다. 계속되는 비로 길은 흙탕물이 튄다. 터미널이라고 해도 티켓을 파는 컨테이너 박스가 하나 있을 뿐이다. 다행이 트베리에서 토르조크까지 가는 버스는 많다. 티켓을 끊고 버스를 기다린다. 어떤 종류의 버스가 운행하는 지는 알 수 없다. 그저 눈 앞에 도착해봐야 안다. 보편적으로 미니 버스다. 예상대로 토르조크로 가는 버스도 작다. 웬일인지 짐 값을 받지 않는다(러시아의 시외버스는 짐 값을 따로 받는다. 가방 수 대로 짐 표를 따로 사야 한다. 그리고 표가 있으면 시외버스 터미널의 화장실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으니 참조하자). 그러나 짐 값을 받는 게 더 나을 뻔 했다. 트베리에서 토르조크까지 1시간이 채 안걸리는데 가까운 거리임에도 멀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좁은 공간에 짐이 눌려 아주 불편했기 때문이다.

토로조크행 미니버스.jpg
토로조크행 미니버스

*한국식 사고로 인해 바가지 택시비 물어

이 좁은 버스 안에서 한 뚱뚱한 아주머니를 만나게 된다. 그 아주머니는 필자보다 짐이 더 많다. 거기에 그녀는 몸집이 커서 좌석이 훨씬 불편하게 보인다. 그래도 인상은 좋아 보여 그녀에게 과자를 건네주면서 친근을 표시해 본다. 토르조크에 도착했을 때 그녀를 기다리는 승용차가 있다. 그녀의 남편이 마중 나온 줄 알았다. 숙소까지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그 아주머니가 같이 차를 타라고 한다. 본인 가는 방향이라서 데려다 주는 줄 알았다(모스크바에서 클린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난 남자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던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때 그 남자는 비싼 요금 때문에 줄행랑을 쳤지만 이번에는 아닌 줄 알았다). 너무 고마워서 어떤 사례를 해야 할까?도 잠시 고민했다. 마침 가는 길에 마켓에서 차를 멈춘다. 잘됐다 싶어서 나도 먹을 것을 듬뿍 산다. 그리고 택시 얻어 타는 사례로 사탕 한 봉지를 따로 사서 그녀의 가방에 넣어 준다.


토르조크의 트베르차 강.JPG
토르조크의 트베르차 강

 그런데 웬일. 그 남자에게 남편이냐고 물었더니 택시기사란다. 그래도 설마 했는데 택시기사는 나의 숙소 앞에 차를 세우더니 돈을 달란다. 그것도 바가지 잔뜩 씌운 가격을 요구한다. 엎드리면 코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그럴 줄 알았으면 얀덱스 택시 어플을 이용했으면 훨씬 저렴했을 것이다. 택시 안에 있는 뚱뚱한 아주머니는 택시기사와 실랑이를 하고 있는데도 일언반구 말도 없고 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애시당초 같은 방향이니 태워주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것. 말이 통하지 않으니 따질 방법도 없다. 택시기사가 돈을 더 많이 요구하는 것을 알기에 숙소 주인을 불렀다. 숙소 주인은 터미널에서 이곳까지 오는 택시비를 알 테니 말이다. 그러나 숙소의 아주머니도 ‘가재는 게편’. 택시 기사의 바가지 상흔을 알지만 강하게 말은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행 중 이런 상황에 종종 부닥치게 되는데대부분 주인들은 보편적으로 그런 행동을 취했다. 지역 사람이니 선뜻 나서주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50루블을 깎아 150루블을 주었지만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순전히 한국식 사고로 해석한 것이 잘못이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그 기분 나쁨을 빨리빨리 없애는 게 상책이다.


샐러드와 러시아 흑빵.JPG
샐러드와 러시아 흑빵

*살가운 민박집 아주머니

숙소는 도로 옆에 있는 가정집 같은 곳이다. 숙소의 스태프는 중년의 아주머니로 손자까지 데려와 일을 하는 중이다. 언어소통이 될 리 만무하다. 젊은이들도 영어를 전혀 못하는데 나이 든 사람은 오죽하겠는가? 오로지 소통은 구글 번역기일 뿐이다. 그래도 경험이 많은지 번역기로 어느 정도는 소통이 가능하다. 스태프 아주머니는 청소가 덜 됐다면서 지금 당장 방을 내어 줄 수 없단다. 그래서 짐을 맡겨 놓고 식당에서 밥을 먹겠다 했더니 살갑게도 직접 동행하면서 식당 앞까지 안내를 한다. 아주 맛있는 집이란다.


식당 주변 풍경이 아주 멋지다. 넓은 구릉에 푸른 잔디가 넘실대는 언덕 위에 외따로 떨어진 작은 식당 건물 한 채. 한국의 ‘전원 카페’ 분위기다. 언덕 위라서 전망대 역할도 톡톡히 한다. 발 밑으로는 트베르차 작은 강 줄기가 펼쳐지고 그 앞쪽으로는 옹기종기 모인 가옥들. 유럽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풍경이다. 전망대로 이용하라는 듯 벤치도 놓여 있다. 아름다운 풍치에 좀 전의 택시비 해프닝은 어느새 잊었다. 토르조크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에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카페에서 만난 고려인이 오히려 고맙다. 이 모습은 그냥 맛보기였다. 토르조크는 그 이상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이었으니 말이다.

샐러드와 닭스프.JPG

*토르조크에서 만난 최고의 닭스프

단층의 작은 건물이어서, 마치 카페 같은 느낌을 주는 식당(Lira, 러시아어로 써 있어서 읽지는 못하나 딱 하나다)으로 들어간다. 테이블이 몇 개 없는 좁은 공간이다. 젊은 아가씨가 메뉴판을 테이블로 가져온다. 닭 스프와 샐러드를 시킨다. 음식 시키면 딸려 나오는 흑빵(초르니 흘렙) 두 조각과 닭 스프가 먼저 차려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닭스프 맛이 예사롭지 않다. 여느 곳에서 먹은 닭스프 맛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다. 전 세계의 식당 주방에는 한국처럼 ‘손 맛’이 있는 사람이 있는 게 확실하다. 뒤에 차려진 샐러드도 역시 맛이 좋다. 석식도 이 집에서 하리라고 다짐한다. 음식이 맛있으니 기분은 완전히 좋아졌다.


식당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는 짙은 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비가 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산을 챙기러 숙소로 돌아간다. 그 사이, 숙소의 아주머니는 방청소를 다 했다면서 키를 건네준다. 방 안은 트윈 베드에 싱글 베드까지 있다. 거기에 욕조도 넓다. 호스텔보다 기껏 1만원 더 비싼 곳인데 천국인 듯 싶다. 마트에서 치킨 한 마리와 맥주도 샀고 맛있는 식당도 가까이 있으니 오늘만큼은 이런 좋은 숙소에서 맘껏 먹고 취하면서 편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여독을 풀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다. 예기치 않은 해프닝은 몇 시간 후에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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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킨 박물관 모습

 *숙소 앞에서 만난 푸쉬킨 박물관

숙소에서 길만 건너면 푸쉬킨 박물관이 있다. 물론 미리 자료를 알고 떠난 곳이 아니니 현지에서 알게 된 것. 분명히 눈길을 끄는 목조 주택이다. 그래서 기웃거려보니 건물 입구에 절대 잊혀지지 않을 푸쉬킨 얼굴이 박혀 있다. 곱슬머리와 옆모습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그래서 이곳이 푸쉬킨 박물관임을 안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날은 휴관일. 그래서 건물 외관만 보고 만다. 트베리 볼가 강변에서도 푸쉬킨 동상을 봤다. 푸쉬킨은 모스크바와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자주 오가곤 했으니 푸쉬킨이 트베리 말고 이렇게 아름다운 토르조크를 그냥 지나칠 리 만무하다. 자료를 찾아보니 푸쉬킨은 25회(혹은 27회)나 머물렀단다. 트베리에는 5번 머물렀으니 토르조크는 몇 배가 넘는다. 토르조크가 트베리보다 더 머물고 싶은 곳임은 필자나 푸쉬킨이나 혹은 다른 사람이나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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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킨 박물관 전시품

 *당대의 도서관 관장인 올레닌의 집

원고를 쓰면서 푸쉬킨 박물관에 대해 찾고 또 찾았다. 현재 푸쉬킨 박물관은 1972년에 개관했다. 박물관 건축물은 19세기의 옛날 모습으로 복원했다. 단아하고 화려하지 않은 1층의 목조주택이다. 이 건물은 당대의 유명한 건축가인 니콜라이 르보프(Nicolai Alexandrovich Lvov, 1753~1803)가 건축했다(르보프는 토르조크 뿐 아니라 러시아에 유명 작품을 많이 남긴 건축가이므로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이 박물관은 당시 러시아 황실의 공립 도서관 소장인 알렉세이 올레닌Alexey Nikolayevich Olenin, 1795~1868)의 다차((Dacha, 휴가를 즐기는 별장식 주택)다. 그는 러시아 고고학자로 제국의 공공 도서관 관장(1811년~1843년)과 제6차 제국 예술 아카데미 회장(1817~1843)이었다. 그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작가, 예술가, 음악가 및 배우들과 교류하는 살롱문화를 이끈, 당대에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인물이었다. 당시 이 토르조크의 집을 일명 ‘올레닌 살롱’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19세기의 푸쉬킨이 깨어난 박물관

박물관은 푸쉬킨의 삶과 작품에 대한 상트 페테르부르크~모스크바 지역, 푸쉬킨과 토르조크"라는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는 7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다. 푸쉬킨과 건축가 니콜라이 르보프 자료, 포자르스키(Pozharsky) 호텔, 푸쉬킨과 연관된 동시대의 인물과 친구들의 초상화, 모스크바, 상트 페테르부르크 및 트베리의 풍경이 새겨진 판화, 사진, 낙서와 그림, 친필, 시의 복제본 등. 토르조크에서 푸쉬킨의 행적을 짐작할 수 있는 전시품들로 채워져 있다. 푸쉬킨이 이곳에 들르면 꼭 사갔다는 토르조크의 특산품인 금자수와 벨트도 있다. 박물관 뒷 마당은 푸쉬킨 공원이다. 그러니까 필자가 먼저 본 게 푸쉬킨 박물관의 뒷 공원이었던 것. 푸쉬킨 스타일이었을까? 그래서 그리도 그 공원이 좋았던 듯 싶다.

 

*해마다 푸쉬킨 축제가 열려

토르조크에서는 해마다(6월 첫째 토요일) ‘푸쉬킨의 트레일러’ 축제가 열린다. 1979년부터 상트 페테르부르크~모스크바로의 푸쉬킨 트레일러"가 진행되었다. 푸쉬킨의 여정을 따라가는 “상류 볼가강의 반지(Pushkin Ring)”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전국적인 축제로 러시아 문화의 휴일이다.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시인과 작가의 만남이 이뤄지고 시 경연 대회도 열린다. 또 토르조크의 전통 공예 전시회가 열리고 전통 장인들의 시연장이 된다. 트베르차 강가에는 뗏목이 뜬다. 토르조크의 푸쉬킨 광장에서 비노포(Binnovo), 말리니키(Malinniki)로 이어 진다. 방문객들은 푸쉬킨의 여정을 따라 다양한 도시와 지역을 여행하게 된다. 실제로 이 푸쉬킨 트레일러는 1834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시작해 토르조크 푸쉬킨 박물관까지 이어지는 코스였다고. 어쨌든 토르조크는 푸쉬킨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필수 순례지다.


토르조크에서는 매우 중요시 하는 푸쉬킨의 흔적들을 어쩌면 다른 이들은 무관심할 지도 모른다. 러시안들은 사방팔방, 유배 등으로 돌아다니면서 흔적들을 너무 많이 남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단다. 그러나 필자와 같은 여행자들은 그의 행적이 있다면 그냥 방문하고 관심을 쏟게 된다. 분명코 토르조크는 푸쉬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순례지다. 푸쉬킨이 놀던 그 시대로 조금 더 들어가 보자.(계속)


*Data

교통편:트베리에서는 60km, 모스크바에서는 227km 지점. 트베리에서 미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버스는 자주 운행한다. 1시간이 채 안 걸린다. 모스크바에서 직행 열차는 없다. 트베리에서 하차에 미니 버스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철도편:트베리 주의 리호슬라블(Likhoslavl)~토르조크~Selizharovo~Soblago를 연결하는 동서로 이어지는 철로가 있다. 또 다른 철도 노선은 토르조크에서 출발해 비소코예(Vysokoye)를 거쳐 남쪽으로 레프(Rzhev)로 가는 노선이다. 두 노선 모두 드문 운행으로 이용하려면 매우 복잡하다. 그러하니 트베리를 기점으로 찾는 것이 좋을 듯하다.


토르조크 푸쉬킨 박물관:Dzerzhinskogo str. 71/전화:8 (48251) 9-20-60

식당:Lira:Dzerzhinskogo St., 75 b, Torzhok/�+7 980 625-51-99

숙소1:Guest House on Yamskaya:ulitsa Dzerzhinskogo 122

숙소2:Okolitsa Hotel:Leningradskoye Hwy, 10a

토르조크 웹사이트:https://www.britannica.com/place/토르조크


글, 사진:이신화(on the camino의 저자, www.sinhwad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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