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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앞북 어쩌다 뒷북 19]항우울제는 우울증을 없앨 수 있을까?

에드워드 볼모어 <염증에 걸린 마음>

2020-05-06 15:31

글 : 이상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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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은 일상을 이롭게 하지만 때론 불편하게 한다. 우연히 발견한 책을 보고 나서 새로 알게 된 사실이 나를 불편하게 한다. 전에 알던 상식이 얼마나 후졌는지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중년에 이르러 더 자주 접하게 되는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로부터 전해진 의학적 판단에 따르면, 우울증 해당하는 증상이 있더라도 다른 신체 질병이 있는 경우는 우울증으로 진단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얘기다. 신간 <염증에 걸린 마음>(에드워드 볼모어. 심심출판)은 내가 몰랐던 그 전통적이고 상식적인(?) 접근을 참신한 접근으로 바꿔놓은 책이다.

 

책은 데카르트의 이원론에 근거해 몸과 마음을 별개의 것으로 여기는 서구 의학 교육을 받은 의사들 이야기를 지적했다. 의학은 몸의 병만 다루고, 마음의 문제는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다뤄야 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했던 통념을 고발한다. 이전의 통념 때문에 이를 근거로 환자들은 몸과 마음이 동시에 아프더라도 각기 다른 병원을 찾아가, 다른 교육을 받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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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뇨병, 다발경화증 등은 신체질환에 그치지 않고 우울증을 유발한다. 사진/조선 DB 

 

결론부터 말하면, 현대인들은 모두 짐작하다시피 몸의 질병은 마음의 질병과 통한다. 우울증과 피로, 불안을 비롯한 정신적 증상과 연관되지 않는 질병을 찾는 것이 오히려 어려울 정도다. 관상동맥에 생긴 염증 때문에 심장마비가 일어난 사람은 이후 몇 주 동안 우울 증상이 나타날 위험성이 50퍼센트에 달한다. 주요 우울 삽화(major depressive episode : 우울증 관련 증상으로 식욕부진, 수면장애, 체중변화, 초조감, 사고집중 곤란. 피로감, 허무감, 불합리한 죄책감, 자책감, 죽음 내지 자살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등이 있다)를 겪을 확률은 20퍼센트에 달한다. 장기간 심장질환을 앓은 사람도 불안증과 우울증을 겪는 비율이 상당히 증가한다. 

 

그리고 우울증은 관상동맥질환의 위험 요인이자 심장마비에서 회복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당뇨병이 있다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은 최소 2배 높아진다. 다발경화증이 있는 사람은 주요 우울 삽화가 생길 확률이 3배 높고, 자살 위험성도 커진다. 이런 목록은 계속 이어진다. HIV, 암, 뇌졸중, 만성기관지염 등 어떤 병이든 댈 수 있다. 다발경화증이 있는 사람은 주요 우울 삽화가 생길 확률이 3배 높고, 자살 위험성도 커진다. 이런 목록은 계속 이어진다. HIV, 암, 뇌졸중, 만성기관지염 등 어떤 병이든 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신체질환으로 인한 우울증 전이, 우울증으로 인한 몸의 고통이 늘상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저자는 이 상호작용을 의학적 지식과 임상 사례를 기반으로 계속 설명해낸다. 


'우리는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들이 마치 면역계라는 연못에 커다란 바위를 던진 것처럼 각종 면역세포들의 작용 및 상호작용 방식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별을 겪으면 자기의 최전방을 순찰하는 대식세포들이 화가 나서, 즉 더 활성화되어서 더 많은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혈류 속으로 뿜어낸다. 대식세포의 과도한 활동은 죽상경화증으로 두꺼워진 동맥에 염증을 일으켜 심혈관이나 뇌혈관에 혈전이 생성될 위험을 높이고, 그러면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일어날 가능성도 더 커진다. 사회적 스트레스가 면역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어째서 마음의 상처로 죽는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 p.218

'이른바 정신질환자라 불리는 사람이 이른 나이에 사망하는 것은 당뇨병, 심장질환, 폐질환 같은 신체질환 때문이다. 이는 분리 정책이 시행되는 의료체계 안에서 조현병과 조울증은 순전히 마음의 장애로만 다루어지고, 그런 병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가 인정받지도 치료받지도 못한 신체질환을 갖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한 중증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을 돌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적절한 의료, 교육, 사회 서비스에 접근하기도 어렵다. 정신증 증상에 흔히 사용하는 일부 약물은 체중을 증가시키고 당뇨병을 유발한다. 많은 요인이 작동하고 있지만, 중증 정신질환이 암만큼 치사율이 높다는 엄연한 사실은, 중증 우울증이나 양극성장애, 조현병 환자 들의 조기 자살 사망률 때문에 데이터가 편향된 통계상의 왜곡이라며 무시하고 넘길 수 없다. 모든 연령대의 중증 정신질환자 중 상당수가 심각한 신체질환을 앓고 있다. 그들은 마음과 몸을 분리해놓은 의료제도를 상대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심각하게 불리한 처지에 있다.' - p.259~260

 

우리는 오랜 시간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 문제를 그저 ‘마음’의 문제로 다뤄왔다. 그러다 30년 전 ‘뇌 속에 세로토닌 호르몬이 모자라면 우울증에 걸린다’는 가설이 등장하면서 우울증 치료제인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가 개발되었다. 프로작이라는 대표 상품으로 잘 알려진 항우울제는 그렇게 30년간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며 많은 사람에게 효과를 거두었다. 획기적인 치료제는 우울증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30년 전 개발된 항우울제는 모든 환자에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금도 우울증 환자의 3분의 1은 항우울제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우울증과 힘겹게 싸우고 있다. 

 

왜 항우울제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걸까. 왜 그동안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장애를 치료하는 새로운 방법은 하나도 추가되지 않았을까. 그간의 우울증 연구가 놓치고 있던 것이 무엇일까. 책의 저자인 세계적인 신경면역학자이자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볼모어(Edward Bullmore)는 우울증의 원인이 ‘염증’에 있다고 지목한다. 몸의 염증이 뇌에까지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불모어 교수는 면역학, 신경과학, 정신의학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이 연구 결과가 정신 건강 분야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리라고 확신했고 그 내용을 책에 담았다. 

이 책은 면역계와 신경계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어떻게 신체 염증이 우울증 같은 정신적 증상을 초래하는지, 새로운 치료법은 등장할 것인지에 답하는 최초의 대중 교양서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앞으로 20년 동안 전 세계에 가장 많은 환자가 생길 것으로 예측한 단일 질환은 우울증이다. 세계 인구의 7퍼센트인 3억 50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질병, 우울증. 이제 나와 가족, 이웃 모두 정신질환을 이해하는 방식과 치료법에 더 크고 지당한 관심을 가져야 할 때 아닐까. 

 

우리의 실천은 우선, 내 안의 수치심을 버리고 우울증 따위는 밖으로 꺼내놓는 것부터. 당신이 앓고 있는 모든 몸의 질병은 마음과 연관돼 있다. 감춰진 마음의 병은 몸의 병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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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증에 걸린 마음> 에드워드 볼모어. 심심. 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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