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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뉴요커’ 한대수

인생은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2019-07-16 09:48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한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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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가 말하는 뉴요커의 조건은 세 가지다. 10년 이상 살면서 100년 이상의 고독을 느껴볼 것, 이혼은 한 번쯤 해볼 것 그리고 월세를 못 내서 한두 번은 쫓겨나볼 것. 여기에 노숙자 경험까지 해봤다면 진짜 뉴요커다. 그리고 말한다. 노숙자 빼고 다 해본 본인은 조건을 갖춘 뉴요커라고.
10살 때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처음 뉴욕 땅을 밟은 한대수는 뉴욕에서 40여 년, 서울과 부산에서 30여 년을 살았다. 그리고 지난 2016년 다시 ‘뉴욕살이’를 시작했다. 딸의 교육을 위해 70세 노인이 되어 가족과 함께 찾은 뉴욕은, 40여 년의 시간을 보냈던 그때와 같고 또 다른 곳이다.

3년 동안 다시 뉴욕에서 부대끼면서 살면서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하고 본 것을 글로 쓰고, 직접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도 함께 엮어 책을 펴냈다. 제목은 <나는 매일 뉴욕 간다>(북하우스). 뉴욕에 살면서도 항상 뉴욕이 낯설고 새롭다는 의미를 담았다.

미화하지도, 예찬하지도 않으며 뉴욕을 그린 그는 자유로운 예술가의 시선, 뉴욕에서 딸을 교육시키는 학부모의 시선, 죽음을 가깝게 느끼는 노인의 시선, 가족과 친구를 사랑하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의 시선으로 도시를 관찰했다. 미술관, 박물관, 거리를 산책하면서 만난 사람들,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이야기는 그 어디에서도 만나본 적 없었던 한대수만의 뉴욕 이야기다. 뉴욕에 있는 그와 전화로 인터뷰를 나눴다.

“아하하! 내가 71살에 이 책을 썼다는 게 감개무량하죠. 할배한테 책 쓰자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출판사에게도 고맙지.”

‘한국 포크록의 대부’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뮤지션인 그는 작가이기도 하다. 곡을 쓰는 재능에 글을 쓰는 재능까지 갖춘 그는 <바람아, 불어라> <사랑은 사랑, 인생은 인생> <뚜껑 열린 한대수> 등 다수의 저서도 갖고 있다. 예술뿐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등 다방면에 박식한 그다.

“책을 쓸 때 느낀 것은 완벽하게 솔직해야 한다는 거예요. 내 자신이 잘났든 못났든 솔직해야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거든. 71년을 산 할배 로커로서, 내가 적은 글이 젊은 음악가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날마다 새로운 도시, 뉴욕을 걷다

“뉴욕에서는 꼭 뭔가를 할 필요는 없어요. 거리 곳곳에 예술가의 숨결이 있거든요. 활기 넘치는 거리, 감각적인 쇼윈도, 새로운 스타일의 브로드웨이 쇼가 절로 오감을 깨워요.”

예술을 사랑하는 그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 구겐하임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을 때마다 찾아 대가들의 전시를 관람하고, 곳곳의 건축물과 조각품을 들여다보면서 감탄사를 내뱉는 걸 즐긴다. 인상적인 장소와 경험을 기록한 그는 조각가 노구치 박물관에서 ‘돌을 숭배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애드거 앨런 포가 마지막으로 머물던 집에서는 ‘포의 불쌍한 영혼’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오 헨리가 자주 들렀던 술집 ‘피츠 태번’에 가서 한 잔의 술을 마시는 여유를 부린 추억도, 스탠리 큐브릭의 사진 전시회에서 60년대 봤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떠올리며 감상에 젖은 경험도 털어놨다. 성실하게 기록한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노인은 티켓이 반값인 지하철을 타고 즐겁게 도시 곳곳을 걸어 다니며 뉴욕을 채집한 한대수가 겹쳐 보인다.

그가 일흔 나이에 뉴욕살이를 시작한 것은 딸의 교육 때문이다. 3년 동안 딸 양호는 미국 교육에 잘 적응했다. 최근에는 드라마 클래스에 들어가 연기를 시작했다면서 딸의 근황도 전했다.

“뉴욕 교육이 한국 교육보다 좋다는 말은 아니고, 다양하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요. 밥을 먹는 것은 똑같은데 반찬이 더 많다고 할까? 드라마 클래스는 선생님이 추천해서 들어가게 됐어요. 어제 무대가 하나 있었는데, <신데렐라> 작품에 주연으로 올랐다네? 상도 탔대요. 아무래도 딴따라 기질이 있나 봐요.(웃음) 감개무량하고 놀라워요. 가르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하는 걸 보니까.”

딸을 코스모폴리탄으로 키우고 싶은 그의 의도는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그는 뉴욕을 여러 국적의 인종, 종교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도시라고 설명했다. 딸이 다니는 학교만 봐도 백인 2명을 제외하면 네팔, 방글라데시, 칠레, 베네수엘라, 티베트 등 다양한 나라의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 매일 유엔 총회가 벌어지는 거야.(웃음) 다른 나라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우니 어른이 되어서도 놀라지 않고 세계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어요?”

박식한 그답게, 본인이 뉴욕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백인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는 진단도 내렸다. 60년대 중반 여성운동으로, 백인 여자들의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이 요인인 것 같다고.

미국 교육에 잘 적응해서 다행이지만 사춘기 딸을 둔 아빠의 고민은 뉴욕이든 한국이든 똑같다. 명(明)이 많은 만큼 암(暗)도 많은 것이 뉴욕의 교육 현실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악하고, 고도로 발달된 사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제일 걱정되는 게 총기사건이야. 어처구니없는, 말도 안 되는 일 아니에요? 어떻게 초등학교, 중학교에 총을 들고 가서 무차별로 죽일 수가 있어요. 마약은 또 어때. 끔찍한 성범죄에도 노출되어 있어요. 위험성도 많이 가진 도시예요 이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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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에게 뉴욕이 특별한 도시인 이유는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도시 곳곳에 스민 예술가들의 숨결, 스타일, 창의적인 대가들의 전시는 그의 감각을 자극한다. 뉴욕 인스티튜트 오브 포토그래피 사진학교에서 사진을 공부한 그의 손에는 늘 카메라가 들려 있다.

행복은 숨을 쉬는 지금… 양호 위해 묘비명 쓸 것

책은 ‘뉴욕을 걷다, 말하다, 살다’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마지막 ‘살다’ 부분은 인간 한대수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뉴욕에서 보낸 70번째 생일, 묘비명에 대한 생각 등을 진솔하게 써내려갔다. 뉴욕살이를 시작하기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던 그는, 몇 차례 위험한 고비도 경험했다. 최근에는 폐에 무리가 가서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

“양호가 911을 안 불렀으면 죽을 뻔했어요. 숨이 넘어가는 순간 산소통을 집어넣어서 기적처럼 살아났죠. 50년 동안 피운 담배를 끊은 지금은 매일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요.”

‘로큰롤 할배’답게 위험한 순간에도 웃음을 놓지 않지만, 그는 늘 죽음을 가깝게 생각한다. 요즘은 심각하게 묘비명을 고민 중이다.

“원래 내가 생각한 묘비명은 ‘사는 것도 제기랄, 죽는 것도 제기랄’이었는데 최근에 생각이 바뀌었어요. 결국 내 묘비명을 볼 사람은 양호거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지만, 양호가 먼저예요. 양호가 기쁠 때나 슬플 때 가끔씩 나를 찾아올 수도 있으니까 그때를 생각해서 묘비명을 만들어야죠. 묘비명이란 게 살아 있는 사람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어야 하더라고요. ‘양호야 울지 마’라고 쓸까?”

한참 심각하게 이야기를 늘어놓던 그가 갑자기 2002년 발매한 본인의 <고민>이라는 앨범의 이야기를 꺼냈다. 음반 제목을 정해서 재킷 인쇄를 해야 하는데, 며칠을 고민해도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더란다. 며칠을 고민만 하다가 그냥 <고민>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러다 묘비명도 ‘고민’이라고 새기는 거 아니야?(웃음) 인생이 참 웃기는 게, 내가 숨도 못 쉬고 ‘죽느냐 사느냐’의 고비에 있는데 그 와중에 책이 나왔어요. 시쳇말로 ‘웃기는 시추에이션’ 아니에요? 묘비명도 분명 그렇게 될 거야. 인생은 참,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어,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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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뉴욕 간다> (북하우스)

40년 뉴요커 한대수의 생생한 뉴욕 에세이. 예술가들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뉴욕의 모습을 글과 사진으로 실감나게 담았다. 데이비드 보위, 앤디 워홀, 애드거 앨런 포, 오 헨리, 스탠리 큐브릭 등 예술가의 삶과 작품 이야기가 담겨 있다. 뉴욕의 노숙자, 교육, 테러, 마리화나, 동성 결혼 같은 사회 이슈에 대한 생각과 함께, 나이 든 뉴요커로서 삶도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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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태욱  ( 2019-07-16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6   반대 : 0
문득 제목이 마음에 듭니다. 뉴욕에 매일 간다. 다음 제목은 뉴욕에 매일 온다. 로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이곳에 계실때 CBS에 챈넬을 맞추고 들었는 데 훌쩍 떠나시고. 아무튼 서점에서 책은 사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건강하세요. God bless you. underwoodmoon in Bus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