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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봉준호 감독 #예술가 집안, 중학생 때부터 감독 꿈

2019-07-02 17:44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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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로는 최초로 최고 영예의 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영화 100년을 맞는 뜻 깊은 해에 들린 쾌거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받아 국내 흥행은 승승장구하고 있고, 시드니 영화제에서도 최고상 수상 소식을 알려왔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세계와 인물 스토리를 집중 조명한다.
“칸은 벌써 과거가 됐다. 이제 관객을 만날 차례다. 한 분 한 분의 생생한 소감이나 영화와의 만남이 궁금하다. 틈만 나면 가벼운 변장을 하고 일반 극장에 가서 관객들을 관찰할 예정이다. 직접 티켓을 사서 정성스럽게 와주신 ‘진짜’ 관객들 틈바구니에서 몰래 속닥속닥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서 영화를 보고 싶다.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느낌으로 보시는지 궁금하다.”

봉준호 감독을 만난 것은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 수상 이틀 뒤인 5월 28일 오후였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가진 언론시사회 자리에서 그는 들뜨고 기대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중학생 시절부터 영화감독이라는 꿈 하나만 가지고 살아온 그는, 영화인으로서 가장 영예로운 자리인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영화 <기생충>은 황금종려상 수상 호재와 영화에 대한 관객의 호평으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 관객 수 864만 명(6월 20일 기준)을 기록했고, 시드니 영화제에서도 최고상 수상 소식을 알려왔다. 해외 영화제에도 연달아 초청을 받고 있다. 6월 ‘필름페스트 뮌헨’과 8월 ‘로카르노 영화제’, 10월 ‘뤼미에르 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봉준호 감독이 참석할 예정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영화 꿈꾸던 소심한 소년
페르소나 송강호와의 인연 눈길

인터뷰 자리에서 봉준호 감독은 스스로 집착이 강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품었던 영화감독이라는 꿈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는 말에 대한 설명이다. 영화가 너무 좋았던 소년은 매달 영화 관련 잡지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좋아하는 영화, 감독과 관련된 내용을 스크랩하면서 영화에 대한 꿈을 키웠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전공하지 않아도 감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장호, 배창호 감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군 복무를 마친 뒤 연세대에서 ‘노란문’이라는 영화 동아리를 만든 봉준호는 첫 단편영화인 <백색인>을 연출했다.

이후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해서 <프레임 속의 기억> <지리멸렬>을 연출했다. 이후 1999년까지 충무로에서 조연출과 각본 등의 활동을 하며 경력을 쌓은 그는 <플란다스의 개>로 장편영화에 데뷔했다. 흥행 실패로 위기에 처했지만, 그의 재능을 믿은 제작사 대표가 다시 기회를 줬고, 이때 충무로를 뒤흔든 작품인 <살인의 추억>을 만들었다.

페르소나 송강호와의 인연도 여기서 시작된다. “밥은 먹고 다니냐?”는 명대사와 함께 감독의 해학과 풍자를 영화에 녹여낸 건 배우 송강호의 탁월한 연기 덕분이다. 이후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의 장편영화 7편 중 4편에 출연했다.

“영화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기에, 함께 하는 배우들의 가치를 높게 산다. 최고의 배우를 만나서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 모든 공을 배우에게 돌렸다. 본인이 영화감독이 되었다는 표현을 “오늘날 좋은 배우를 만나는 지경에까지 왔다”는 말로 대신할 정도로, 그는 배우의 가치를 높이 사는 감독이다.

칸에서 <기생충>이 수상작으로 호명되는 순간, 봉준호와 송강호가 연출한 장면도 화제가 됐다. 부둥켜안고 기뻐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감독과 배우가 만들어내는 끈끈한 우정과 신뢰, 애정이 느껴졌다.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거머쥐고 수상소감을 전하면서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동반자”라며 송강호를 무대 위로 소환하기도 했다.

이후 진행된 수상자 사진촬영 행사에서는 송강호 앞에서 무릎을 꿇고 트로피를 바치는 모습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송강호) 선배처럼 위대한 배우들, 우리 영화의 훌륭한 배우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기생충>이라는 작품을 크게 어필했다”고 공을 돌렸다.

이런 감독을 향해 송강호는 “봉준호는 존경하는 마에스트로”라는 말로 20년 동안 촬영 현장에서 두 사람이 쌓은 신뢰의 시간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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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 아버지와 소설가 어머니
예술가 피 물려받은 가족

봉준호 감독은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본인은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말하지만, 그는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영남대 미대 교수를 지내고 국립영화제작소 미술실장을 지낸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 봉상균 씨, 어머니는 소설가 박태원의 딸 박소영 씨다.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천변풍경> 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다.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봉 감독 형제자매의 프로필이 알려지면서 그가 ‘로열 패밀리’ 출신이라는 사실도 알려졌다. 그의 형은 서울대 영문과 교수, 누나는 패션디자이너이자 국제문화협회 이사다.

몇 해 전에는 봉 감독의 아들이 영화감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깜짝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의 아들 봉효민은 2017년 <결혼식>이라는 작품으로 감독에 데뷔했다. YG케이플러스의 웹무비 프로젝트 ‘디렉터스TV’의 네 번째 에피소드 <결혼식> 연출을 맡았다. 청각 장애인 주인공이 고등학교 동창 친구의 결혼식장에 찾아가 겪는 뒷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작품으로, 손호준이 주연을 맡아 눈빛과 몸짓만으로 감정을 표현해냈다. 당시 그는 아버지 후광 덕분이라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본명 대신 ‘효민’이라는 이름으로 프로필을 작성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봉준호라는 장르
세심한 연출로 생긴 ‘봉테일’(봉준호+디테일) 별명

칸에서 영화 <기생충>은 공개 직후, 각국 매체가 발표하는 평점 집계에서 경쟁 부문 진출작 중 최고점을 받으며 수상 기대감을 높였다. 칸 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경쟁작 21편 가운데 최고점인 3.5점(4점 만점)을 부여했다. 20개국 기자와 평론가들로 이뤄진 아이온 시네마도 최고점인 4.1점(5점 만점)을 주는 등 다수 매체에서 최상위 평점을 기록했다.

해외 유명 언론사에서는 “이번 영화는 봉준호 영화 중 최고다. 전작들을 모두 합쳐 자본주의 사회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공포에 관한,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인, 재미있고 웃기면서도 아플 정도로 희비가 엇갈리는 한 꾸러미로 보여준다. <기생충>의 가장 좋은 점은 우리가 더 이상 봉준호의 작품을 기존 분류 체계에 껴 맞추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허용해준다는 점이다.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며 그의 이름 세 글자가 세계 영화계에서 새로운 하나의 장르가 됐음을 강조했다.

‘봉준호가 장르’라는 표현에 많은 사람이 무릎을 쳤다. 치밀하고 섬세한 연출, 주연 배우부터 대사 한 줄 없는 단역 배우까지 꼼꼼하게 디렉팅하며 영화를 완성해나가는 그는 장르가 됐다.

유명한 그의 별명 ‘봉테일’(봉준호+디테일)도 그의 장르적 특성을 말해준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를 함께 작업한 류성희 미술감독은 “봉테일이라는 별명은 <살인의 추억> 현장에서 나온 말이라면서, 여중생에게 붙인 반창고를 고를 때 너무 점착도가 높지 않아야 한다. 옛날에는 그렇게 잘 붙지 않았다는 디렉션을 줬다”는 비하인드를 전했다.

봉준호가 칸 영화제 심사 전 “한국 관객이 봐야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는 디테일이 많아 외국 관객이 100% 이해하진 못할 것”이라고 했음에도 가장 값진 트로피를 받았다. “결국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이라는 것은 영화 그 자체”라고 말하는 봉준호 감독은 가장 봉준호스러운 언어로 세계의 수많은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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