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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이야기

2019-05-14 13:01

진행 : 김선아  |  어시스턴트 : 김지은  |  도움말 : 김수진 조 말론 런던 교육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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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향기로 말한다. 현대 여성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향수. 수많은 브랜드와 트렌드 사이에서 어떤 향수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사진 산타 마리아 노벨라, 셔터스톡, 조 말론 런던
About History

향수(Perfume)는 ‘통해서(through)’라는 의미의 라틴어 ‘퍼(per)’와 ‘연기(Smoke)’를 의미하는 ‘푸무스(Fumus)’에서 유래한 단어다. 향수의 기원은 8000년 전 종교 의식을 치르는 동안 ‘향’을 피운 데서 비롯되었다. 이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물질이 유향, 몰약, 감송 그리고 중국 계피 등이다.

냄새를 개인적으로 활용했다고 최초로 기록된 사람은 이집트인이다. 기원전 3000년 전경 이집트인은 미라를 만들 때 혹은 목욕을 할 때 향이 나는 오일을 사용했다. 이때 아이리스, 재스민, 히아신스 등을 오일에 첨가해 발랐으며, 국내에서 구입할 수 없는 원료는 중동이나 그리스에서 수입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 또한 향수와 방향제를 많이 사용했다. 19세기 후반에는 인공 원료를 사용한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알코올을 만드는 데 성공해 원료로만 머물던 향료를 오늘날 향수로 상품화하는 토대를 마련한 건 중세 연금술사들이다. 14세기 헝가리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알코올과 로즈메리를 이용한 ‘헝가리 워터’ 향수를 만들어 사용했다. 그녀는 이 향수를 애용함으로써 지병도 고치고 더욱 아름다워져 72세의 나이에도 폴란드 국왕에게 청혼을 받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15세기 후반, 프랑스의 남부 도시 그라스(Grasse)는 원래 가죽 산업이 번성한 곳으로 가죽 냄새를 없애기 위해 사용한 향수가 단일 상품으로 전망이 좋다는 것을 알고 향료산업을 시작해 향수의 고장으로 자리 잡았다. 중세 시대 유럽 도시들이 번잡해지고 그에 따라 냄새가 갈수록 고약해지자 향수를 뿌리는 것이 확산되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향수가 완연히 부활했다. 16, 17세기가 되면서 모든 것에 향수를 뿌리는 집착이 심해져 심지어 애완동물과 보석에도 주인이 가장 좋아하는 향수를 뿌렸다. 18세기에는 향수가 대단한 유행처럼 번졌고,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 좋은 향수를 뿌리고 다녔다. 1715~1774년 프랑스를 통치한 루이 15세의 궁전은 ‘향수 궁전’이라 불렸고, 귀족들은 요일마다 다른 향수를 뿌리는 것이 관례였다. 이렇듯 프랑스 왕족의 향수 사랑은 각별했다.

미국 향수시장의 전기가 마련된 것은 1950년대다. 1921년 세상에 나온 ‘샤넬 No.5’는 에르네스트 보가 가브리엘 코코 샤넬을 위해 개발한 다섯 번째 향수다. 프랑스와 유럽에서는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누렸지만 미국에서는 1950년대 초 시판해 대단한 히트를 기록했다. 슈퍼스타 메를린 먼로가 잘 때 무엇을 입고 자느냐는 질문을 받자 “샤넬 No.5 두 방울”이라고 대답한 것은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1985년 앤디 워홀은 샤넬 ‘No.5’를 주제로 9장의 실크스크린 판화 연작을 제작하여 이 유명한 향수에 불후의 명성을 안겨주었다.

한국의 향수 역사는 어떨까? 우리나라는 서기 372년경 고구려와 백제의 승려가 중국에 파견되어 불교를 들여오면서 그때 향료도 함께 수입했다. 사원에서 향을 피우기 시작했고, 점차 민간 상류층에 퍼진 것이 향을 사용한 시초다. 향료 사용의 대중화는 신라 귀부인들이 향낭(향료 주머니)을 만들어 몸에 지니고 다닌 것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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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르시소 로드리게즈의 아이코닉한 머스크 향에 대한 오마주를  담은 향수로, 포 허 라인의 다른 향수와 레이어링해 사용하면 좋은 나르시소 로드리게즈 포 허 퓨어 머스크 오드퍼퓸. 100ml 17만3천원대.
2) 애초에 개발 단계부터 컴바이닝이 가능하도록 향을 만드는 조 말론 런던의 향수.
3) 산타 마리아 노벨라 이탈리아 피렌체 매장.

Variety of Scents

향수는 알코올의 농도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퍼퓸(Perfume), 오 드 퍼퓸(Eau de Perfume(EDP)), 오 드 투왈렛(Eau de Toilette(EDT)), 오 드 코롱(Eau de Cologne(EDC)), 오 프레쉬(Eau Fraiche) 등으로 나뉘며, 향수 종류에 따라 지속 시간이 다르다.

퍼퓸은 상급 알코올에 농도 15~25%의 향수로 6~7시간 동안 향이 지속된다. 향이 진하기 때문에 한 번만 뿌려도 깊이 있고 오랜 시간 지속되지만 여러 차례 뿌리면 향이 독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오 드 퍼퓸은 향료 10~15%의 향수로 지속 시간은 4~6시간이다. 퍼퓸에 비해 지속력은 약하지만 향이 부담스럽지 않고, 퍼퓸에 가까운 완성도이지만 가격대가 저렴하다. 오 드 투왈렛은 농도 8~10% 향수로 오 드 코롱이 가진 가벼운 느낌에 오 드 퍼퓸의 지속력이라는 두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람이 애용한다. 향이 은은하며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오 드 코롱은 3~5% 농도로 향료 비중이 적고 수분 함량이 많은 향수를 말한다. 지속 시간은 1~2시간으로 향이 가볍고 산뜻하다. 스포츠나 목욕 후에 사용하는 게 좋으며, 처음 사용하는 이들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향기의 노트는 음악의 음처럼 향료의 향조, 향료가 지닌 냄새의 성질을 말한다. 향의 휘발도, 즉 발향 단계에 따라 나뉜다. 톱 노트(Top Note)는 향수의 첫인상으로, 헤드 노트(Head Note)라는 또 다른 명칭을 가지고 있다. 향수를 뿌리고 5~10분 사이 향기를 말하며, 주로 휘발성이 높은 시트러스 계열 향료나 내추럴한 그린 계열을 많이 사용한다. 미들 노트(Middle Note)는 하트 노트(Heart Note)나 솔 노트(Soul Note)라고도 불리며, 뿌린 지 30분~1시간 지난 향기다. 조향사의 취향이 가장 강하게 표현되어 있어 향수의 특징을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스쳐 지나갈 때 자극하는 향은 대부분 미들 노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주로 스파이시 계열이나 플로럴 계열 향료를 많이 사용한다. 베이스 노트(Base Note)는 마지막 남은 잔향으로, 라스트 노트(Last Note)라고도 불린다. 휘발도가 낮고 보류성이 강한 동물성 향료를 비롯하여 우디 계열 향기를 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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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ume Layering

향수 레이어링은 나만의 맞춤식 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조 말론 런던처럼 애초에 고안 단계부터 프래그런스 컴바이닝(레이어링)을 고려하여 원료의 함량을 결정하여 만든 향수도 있다. 각 향수가 지닌 계열(시트러스, 플로럴, 우디, 프루티, 스파이시, 아쿠아틱, 머스크, 파우더리, 오리엔탈 등)의 특성을 본인의 취향, 기분과 무드, 장소와 시간, 계절, 오늘의 패션 또는 메이크업 스타일에 따라 적절하게 원하는 대로 조절하여 시도해볼 수 있다.

조 말론 런던 교육팀 김수진 부장은 “향수를 틀에 박힌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재미있게 즐기는 것이 레이어링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같은 위치가 아닌, 옷의 앞쪽과 뒤쪽 또는 위쪽과 아래쪽에 서로 다른 향을 레이어링하여 시간이 지나거나 움직임에 따라 다른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몸에 입는 향과 스커트 안 자락에 입히는 향을 달리해도 좋고, 빗에 헤어 제품 향과 다른 향을 입혀 은은하게 다른 향을 레이어링할 수도 있다. 특히 보디 제품과 향수의 레이어링은 더 은은한 매력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전달한다. 특히 향기 레이어링은 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디퓨저나 캔들 등 홈 제품을 공간에 따라 다르게 또는 다양하게 활용하여 집 안 곳곳의 무드를 전환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레이어링에도 특별한 조합이 필요할까?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트러스, 플로럴, 프루티 계열의 가볍고 상대적으로 발산이 빠르게 되는 향에 우디, 스파이시 계열의 묵직하고 따스한 향을 매칭하면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 라임이나 바질이 들어있는 시트러스 계열 향수와 우디 계열을 레이어링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요즘같이 봄바람이 불고 햇살이 따뜻해지는 계절에는 프루티나 플로럴 계열을 우디 대신 레이어링해도 좋다. 날씨가 추워지면 반대로 스파이시 계열 향수를 우디에 더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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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리스 신화 속 신비롭고 강렬한 민트로 변신한 민테 님프에서 영감받아, 자연의 느낌을 담은 딥티크 오 드 민테 오 드 퍼퓸. 75㎖ 21만원.
2) 모던한 백금(플래티넘) 보틀에 중성적인 향을 담아낸 캘빈 클라인 씨케이 원 플래티넘 에디션. 100㎖ 7만3천원.
3) 프레지아 생화 특유의 진한 향기를 그대로 옮겨 담은 향수인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아쿠아 디 콜로니아 프리지아. 100㎖ 17만8천원.
4) 이른 봄, 새로운 계절로 바뀌는 촉촉한 아침 정원에 맺혀진 튤립 꽃봉우리를 연상시키는 향인 바이레도 라 튤립. 100㎖ 29만원.
5) 육지 향료의 가장 고급 향료 중 하나인 참향으로 프랑스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 메종 프란시스 커정 우드. 100㎖ 31만원.

2019 Trend

요즘 향수를 즐기는 사람은 누구나 뿌리는 천편일률적인 향을 거부한다. 나만의 개성 넘치는 ‘향’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틈새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니치(Nicchia)’에서 파생된 말인 니치 향수가 최근 국내 향수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다. 니치 향수는 극소수 성향을 위한 프리미엄 향수를 말한다. 일반 향수와 비교해 가격은 2~3배 비싸지만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아끼지 않는 ‘소확행’ 트렌드에 따라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바이레도, 르 라보,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 펜할리곤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아쿠아 디 파르마, 크리드, 메종 프란시스 커정, 앳킨슨, 세르주 루텐 등이 대표적인 니치 향수 브랜드다.

‘젠더 뉴트럴’ 트렌드에 따라 남녀 구분 없이 뿌릴 수 있는 중성적 무드의 향수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젠더리스 향수는 남자 향수에 메인으로 쓰이는 강렬한 머스크 향과 여성 향수의 프루티, 플로럴 계열 향을 믹스 매치한 것이 특징이다. 상반된 매력의 향료들이 어우러져 개성 있는 향취를 선사하거나 우디나 레더 계열처럼 중성적인 향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천연 원료를 사용하거나 생생한 자연의 느낌을 담은 향수의 수요가 늘어난 것도 또 하나의 트렌드다. 진하고 인공적인 향보다는 자연에 있는 듯한 느낌을 향으로 담는 것이 유행할 전망이다. 유명 디자이너의 향수보다는 향수 전문 브랜드나 조향사 브랜드의 인기가 계속되고, 화려한 용기 디자인보다 심플한 용기의 제품으로 향에 더 중심을 두는 향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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