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벤트
  • 동영상
  • 카드뉴스
  • 조선뉴스프레스멤버십
  • 카카오스토리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ISSUE
  1. HOME
  2. ISSUE

더 자란 배우 여진구

2019-04-10 09:35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제이너스엔터테인먼트

  • 메일보내기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한껏 상기돼 있었다. 풀리지 않던 무언가를 스스로 깨부순 데 대한 흥분이었다. 그러면서도 의연했다. 또 한계를 맞는다 하더라도 묵묵히 헤쳐 나갈 수 있을 만큼. 15년 차 배우 여진구의 성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극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배우다. 2012년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 이어 최근 종영한 <왕이 된 남자>까지. 여진구의 존재감은 역시 확실했다. 단, 연기의 결은 달랐다. 오랜 시간 쌓인 답답함을 온전히 날려버렸다.

“제 연기를 보면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껴왔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서 답답하고 막막하고…. 답은 연기를 대하는 태도였더라고요. 이걸 깨닫게 한 게 <왕이 된 남자>예요.”

극 중 하선과 이헌, 1인 2역이었다. 자유로운 광대와 광기 어린 임금을 번갈아 연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역할에 대한 해석과 연기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이유였다. 현장에 가면 누군가 해답을 제시해주리라 기대했다. 맞았다. 해답은 그곳에 있었다. 다만 다른 사람이 아닌 그가 답을 찾은 건 예상 밖이었다.
 

이유 있는 고집

“모든 촬영에 앞서 리허설을 했는데 단순히 카메라 동선을 맞추는 게 아니었어요. 배우들이 모이면 감독님이 ‘한번 해보세요’라고 해요. 그게 안 되면 감독님은 어떤 말씀도 안 하세요. 배우들 연기가 어떤지 지켜보고 그에 맞춰 앵글을 잡고 어떻게 포인트를 살릴지 판단하는 거였어요. 배우를 믿어야 가능한 촬영이었죠. 이런 현장은 처음이어서 되게 어렵더라고요. 근데 할수록 배역에 몰입이 되고,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확신이 들었어요.”

그는 ‘확신’을 “고집이 생겼다”고도 이야기했다. 이전까지 부려보지 않은 고집이란다. 자신보다 경험 많은 사람들이 정답이라고 여겼기에 차마 부릴 수 없는 고집이었다.

“해석은 다양하다는 걸 알면서도 현장에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하기 쉽지 않았어요. 감독님이나 선배님들 말씀이 다 맞는 것 같아서요. 이번엔 감독님도, 선배님도 저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표현하라고 하셨고, 그 표현이 어떻게 하면 더 공감을 받을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주셨어요. 좋은 고집을 부린 것 같고, 앞으로도 그러고 싶어요.”

오롯이 ‘여진구식’으로 그려낸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본인의 출연작을 보면서 소름이 끼친 것도, 촬영 당시 감정이 떠올라 울컥한 것도 처음이었다. 겪어보지 못한 감정의 연속이 재현되는지 차분하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아쉬움이 없진 않다. 상대역이 눈앞에 있다고 상상하며 연기한 1인 2역 장면 때문이다.

“하선과 이헌이 서로 바라보는 샷에서 감이 안 왔어요. 그래서 연기하는 데 머뭇한 점이 있지 않았나. 실제 방송을 보고서야 느낌이 와 닿더라고요. 그 느낌을 일찍 알았더라면 다르게 표현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본문이미지

15년 경력? 아직 멀었다

이번 드라마는 ‘연기력에 비해 작품 흥행성이 아쉬운 배우’라는 일각의 평가를 뒤집었다. “오랜만에 많은 분의 사랑을 받아서…”라며 운을 뗀 그의 종영 소감에서도 흥행 성과는 공공연했다. 그럼에도 ‘흥행’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극복해야 할 장르가, 캐릭터가 많아서임을 이유로 들었다.

“사람인지라 지칠 때도 있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시기에 큰 사랑을 받아서 힘이 나요. 그렇다고 흥행을 목표로 삼고 싶지는 않아요. 믿고 보는 배우가 되려면 장르의 제한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한참 멀었어요.”

사극은 여진구를 한정하는 틀이 아니었다. 장르를 불문하고 잘하는 배우가 되기 위한 디딤돌이다.

“굉장히 행복한 말 중 하나가 ‘여진구가 사극은 잘하는 것 같다’는 거예요. 어떨 땐 ‘너무 사극에 갇히는 게 아니냐’는 질문도 받지만 오히려 제 무기라고 봐요. 계속 보여드리고 인정받은 장르가 생겼듯 다른 연기도 시도하다 보면 또 인정받지 않을까… 저 되게 뻔뻔하죠.”(웃음)

배우 인생 15년 동안 그는 두 번의 터닝포인트를 지났다. 마냥 재밌어서 하던 연기에 욕심이 생기고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진 때가 첫 번째. 완벽하진 않아도 나름의 답을 구한 얼마 전이 두 번째다. 연기 욕심이 훨씬 강해진 건 이 때문이리라.

차기작도 이미 결정했다. 그의 표현대로 “텐션이 올라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서다.

“무턱대고 할 때가 많았어요. 일단 부딪히고 보자는 마음이 있었거든요. 이젠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자신을 믿고 연기할 수 있는지 아니까요. 이걸 단련하려면 계속 연기를 해야겠고, 하고 싶어요.”

‘지난 작품 속 배역을 다시 연기할 수 있다면’ 하는 욕심도 내비쳤다. <서부전선> <내 심장을 쏴라> <다시 만난 세계> 등. 작품에 임할 때마다 그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돌아보니 그 역할들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에서다.
 

의연한 스물 셋 배우

배우이기 전에 스물 셋 청년이다. 스스로 ‘배우 여진구’와 ‘사람 여진구’를 구분하던 때도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자신이 배우라는 게 더 좋아졌다.

“연기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맡겨주시고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건 기쁨이고요. 청춘은 변화에 민감하면서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정해진 때래요. 현재를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는 게 감사해요. 한동안 사람 여진구로서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근데 사람 여진구가 원하는 건 결국 배우 여진구였어요.”

배우의 삶, 배우가 아닌 삶을 다르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한창 취업 준비 중인 친구들과 작품을 끝낸 자신과 다를 바 없단다.

“작품 없으면 저도 취준생이죠.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요샌 친구들이 바빠서 만나자고 해도 보기가 힘들어요. 제가 작품 끝나면 며칠 동안 놀리는 애들이에요. 진구 백수 됐다고.(웃음) 아, 이번엔 재취업이 좀 빨랐죠?”

스물 셋 배우. 사랑 그리고 연애에 대한 생각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단호했다. 무엇보다 일이었다.

“일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한 것 같아요. 성격이 두세 가지를 한꺼번에 못 해요. 성장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은 연애 생각이 안 들어요. 쉬고 싶단 생각도 안 들고요.”

‘잘 컸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배우다. 물리적 나이보다 훌쩍 자란 배우일 수도 있다. 어릴 때부터 활동한 터라 커져버린 대중의 기대감에도 제법 의젓하다.

“저에게 기대감을 가져주시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그렇지만 휘둘리진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너무 부담을 가지면 보여드릴 수 있는 것도 보여드리지 못할까 봐서요. 기대치를 넘어서는 날도, 기대치에 못 미치는 날도, 딱 그 정도만 할 수 있는 날도 있을 거예요. 그 시간들이 반복되면 대중과 저 사이의 신뢰도 쌓이지 않을까….”

어느새 더 자랐다. 스스로도 “성장했다”고 말한다. 더 달라질 다음, 그다음 연기를 어떻게 보면 되는지 궁금해질 찰나 그의 각오가 답으로 돌아왔다.

“좀 더 확신 있는 연기를 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처럼 연기에도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시청자 분들은 딱 아세요. 연기자가 배역의 감정을 제대로 느끼는지 아닌지를. 좀 이르긴 한데… 앞으론 제가 작품 속 인물이 됐는지 안 됐는지 봐주세요.”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글쓴이 :      비밀번호 :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