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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50세? 쇼호스트 최현우

2019-01-14 09:47

취재 : 박지현 기자  |  사진(제공) : 조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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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부 커뮤니티에 사진이 한 장 올라왔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쉰 살의 얼굴, 실화냐’란 내용이었다. 설마 사진발이겠지, 실물은 조금 다르겠지만 모른 척해줘야지, 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주 가까이서 봐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만나자마자 “정말 50세냐”고 물었다.
맞다, 2019년이 딱 오십이다. 쇼호스트 경력 24년 차. 그동안 쉴 새 없이 ‘이 얼굴로’ 방송했는데, 갑자기 화제가 된 배경이 궁금했다. 혹시 주최 측(?)에서 제작한 뉴스가 아닐까. 그는 “나도 어안이 벙벙하다”고 했다.

“가족여행으로 부산에 가 있었는데, 후배들이 캡처본을 보내온 거예요. 갑자기 이게 뭐지, 싶었는데 그즈음 제가 이미용 제품 방송을 하면서 ‘이제 오십이 되니까 얼굴이 처진다’라는 식으로 얘길 했어요. 그걸 보고 누군가 글을 올린 것 같아요.”

보통 아무리 동안이라고 해도 세월은 거스를 수 없는 법. 목, 손, 머리카락, 어디 한 군데는 제 나이를 먹어가고 있겠지. 웬걸, 눈에 띄지 않았다. 비법을 안 물을 수 없었다.

“딱히 피부과를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다니면서 어마어마하게 관리하는 건 아녜요. 외모 관리에 철두철미하지 않아요. 다만 방송에 나와야 하니까 직업정신 차원 정도 하는 편이에요.”
 

시청자와 교감할 때 보람

그는 “방송에서는 늘 밝은 모습을 보여주니까 얼굴이 참 편해 보인다, 근심 없어 보인다고 여기던 것이 결국 ‘젊어 보인다’로 이어진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외모 관리는 ‘예의상’ 하는 거고, 쉬는 날엔 진짜 쉬는 데 집중한다.

“제가 1주일에 방송을 대여섯 개 하거든요. 긴 시간 동안 생방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관리가 중요해요. 방송 중에 기침을 하거나 배탈이 나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쉴 땐 푹 쉬죠.”

물론 틈틈이 공부도 한다. 각종 트렌드 설명회도 찾고, 아이쇼핑도 한다. 이제 원단을 만져만 봐도 혼용률이 나올 정도다.

“백화점에 가서 원단이 뭔가요, 했을 때 숍마스터가 잘못 이야기할 때가 있어요. 전문성이 결여되면 사고 싶지 않잖아요. 그러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다니고, 공부하고 입어보며 견문을 넓히죠.”

그렇게 20년 넘게 한우물을 파다 보니 물건만 봐도 이게 잘 팔릴지 아닐지 대번에 안다. 특히 좋은 물건을 두고 고객과 교감할 때 가장 신난다.

“저를 일차소비자로 생각해요.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방송할 때면 전날부터 설레요. 예를 들어 백화점에서 100만원 하는 걸 홈쇼핑에서는 50만원에 팔 때가 있어요. 근데 이런 비교가를 방송에서 말하면 안 되거든요. 백화점보다 얼마나 더 저렴한지를 직설적으로 얘기하지 않고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는 게 쇼호스트의 재량인데, 바로 알아듣고 반응하시는 고객들이 있어요. 그때 정말 신나요. 고객과 교감하고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방송을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물건도 있지 않을까.

“‘쇼호스트들은 무조건 다 좋대’라는 비난들을 하시죠. 저도 고민 많이 해요. 직업의식으로는 무조건 좋다고 할 수밖에 없잖아요. 실제로 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요. 근데 재밌는 건 저를 좀 잘 아는 분들은 그걸 딱 집어내더라고요. 특히 친구들은 다 알아요. 단체대화방에 ‘현우 레이저 쏜다, 저건 진심이다, 사자’ 이렇게 막 떠요. 직업상 할 만큼 하는데 저도 인간인지라(웃음) 너무 호객행위하고 채찍질하는 건 못 하겠단 생각도 들어요.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진정성은 드러나는 법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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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밈없는 성격이 경쟁력
 
방송사마다 소위 ‘간판급’ 쇼호스트가 있다. 모두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최현우 또한 지난 2016년부터 <최현우의 초이스>를 진행하며 올봄 시즌6 시작을 앞두고 있다. 숱한 쇼호스트들 사이 그만의 경쟁력을 물었다.

“글쎄요. 쇼호스트라고 하면 다들 말씀을 유수처럼 잘하는 걸 생각하시는데, 저는 성격 자체가 감언이설 자체를 잘 못해서 오히려 그걸 편하게 보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진솔하고 담백한 점이요.”

성격이 원체 그렇다. 꾸미는 걸 싫어하고 있는 그대로다. 학창시절엔 조용한 편이었단다. 중, 고등학교 때는 손들고 발표한 적도 없다고. 선생님이 되고 싶어 사범대를 갔는데, 임용고시에 떨어졌다. 아버지 권유로 충주 MBC 공채에 지원했고, MC로 합격했다.

“MC를 3년간 했는데 방송 기본기를 그때 많이 배우고, 다졌어요. 적성에 안 맞다 싶어서 방황도 많이 했는데, 주변에서는 힘이 되는 말도 많이 했고요. 그러다가 지인이 홈쇼핑을 개국하는데, 쇼호스트로 지원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해왔어요.”

1995년의 일이다.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 홈쇼핑은 10년 안에 망할 거라는 얘기가 들려왔지만, 그는 잠재성을 높게 봤다고 한다. 당시로선 과감한 결정이었다.

“엄마 아버지가 정말 많이 반대하셨어요. 제가 빨리 시집가서 현모양처가 되길 바라셨거든요.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다가 당시엔 생경한 ‘쇼호스트’라는 걸 한다니까 그럴 만도 했죠. 프리랜서인 데다 어감까지 이상하다고요.”

당시엔 명함을 건너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뭐 하는 직업이에요?’라는 질문도 많이 받았지만, 스스로는 만족감이 컸다.

“불특정 다수의 대중 앞에서 말하는 건 싫은데, 아는 사람들과 조곤조곤 수다 떠는 건 좋아해요. 희한하게 또 오지랖은 넓어서 좋은 거 보면 여기저기 추천해주는 거 좋아하고요. 나만 알거야, 이게 안 되더라고요. 성격상.”

쇼호스트가 제격이었다. 그렇게 20년 전부터 그를 지켜본 골수팬들도 많이 생겼다. 때문에 ‘우리끼리 이야기인데’ 하는 식의 방송이 가능했던 것.

“단골들은 최현우 키가 165㎝이고, 셔츠 사이즈는 55, 바지는 55반이다, 이것까지 다 알아요. 소셜미디어 쪽지도 보내시는데, ‘20년 전부터 봐왔어요. 언제 틀어도 거기 있어서 좋아요’라고요. 고맙죠. 너무 고맙죠.”
 

일, 가정 양립 비결

그에겐 다 큰 아들이 있다. 이번에 수능을 치렀다. 아들과 함께 밖에 나가면 아무도 엄마라는 걸 믿지 않는다고.

“제 알람 시각이 매일매일 달라요. 어떤 날은 새벽 4시, 어떤 날은 5시, 그런데 지난 1년간은 항상 6시 10분에도 알람을 맞춰놨었어요. 이제 안 맞춰도 되겠구나, 싶었는데 재수한다고 하네요?(웃음) 얼마 전엔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았는데, ‘아, 내가 인간을 하나 키워냈구나’ 싶더라고요.”

공부하라는 소리는 딱히 안 했다. 대신,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저도 대학원에 들어갔어요. 3년 내내 함께 학교에 다닌 거죠. 당시 1년에 방송을 300회 정도 했을 때인데 5학기를 휴학 없이 다니고 졸업하고 나니 번아웃 될 정도였죠.”

그맘때 고1 아들을 앉혀놓고 물어봤다. 혹시 엄마가 너무 바쁘게 살아서 서운하냐고, 아쉬운 점이 있냐고. 아들의 답은 여전히 무뚝뚝했지만, 묵직했다.

“엄마는 최선을 다했다, 난 충분히 사랑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되게 어른스럽게 ‘거, 일 좀 줄여야 되지 않겠냐’는 말도 해요.(웃음)”

워킹맘으로 치열하게 산 20여 년.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하리라, 무던히도 애썼다.

“친정엄마에게 늘 듣던 소리인데, 집밥을 먹여야 한다는 것. 아들에게 최대한 집밥을 해주려고 했죠. 제가 공부를 대신해줄 수는 없고, 잠도 대신 자줄 수 없잖아요. 고3 1년간은 야자를 하고 밤 10시 반에 집에 왔는데, 그 시간에 아빠든 엄마든 둘 중 하나는 집에 꼭 있도록 했어요. 아이가 집에 왔을 때 혼자 문 열지 않도록. 늦게까지 공부하면 배가 꺼지잖아요. 그 시간에 와서 먹고 싶다는 걸 해줬죠, 뭐든. 삼겹살도 구워주고. 다른 건 몰라도 이게 제 사랑의 표현이었어요.”

술도 안 마신다. 그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여기서 술까지 마시면 가정이 이뤄질 수 없을 것 같다”며 “몇 가지 기준을 세워두고 ‘최소한 이건 지키자’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른 살 되던 해 5살 연상 남편과 결혼했다. PD출신인 남편은 현재 사업가다.

“아들도 그렇지만, 남편도 무뚝뚝한 편이에요. 고생했어, 수고했어, 그런 말 잘 안 해요. 최근에는 그러더라고요. 아무래도 방송을 잘 아니까 제 방송을 모니터링해주거든요. 오늘 애 많이 쓰더라, 이렇게 한마디해요. 부부가 20년 정도 살다 보면 같이 늙어간다는, 동지애 같은 게 생겨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 보이지 않는 부분을 케어하고 있다는 느낌? 그런 게 든든하죠.”

그래도 밖에 나가선 아내 자랑을 하지 않을까. 명색이 ‘최강 동안’으로 이름까지 날렸는데.

“어느 날 그러더라고요. 어차피 뱀파이어(늙지 않는다는 의미)가 된 것 피 빨아먹는 콘셉트로 사진 찍어 올릴까, 라고요. 그런 식이에요.”

쇼호스트는 정년이 없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오래 하고 싶진 않다.

그는 “시기를 정해놓은 건 아니지만 맞는 상품이 있을 때까진 하고 싶다”면서 “이 경험을 기반으로 ‘개인 코디’와 같은 마케터 역할도 하고 싶다”고 했다.

“옆집 언니가 제안해주듯이 친근하게요. 실제로 후배들에게 이런저런 상담해주는 걸 좋아해요. 쇼핑뿐만 아니라 아이 학교 문제까지요. 특히 둘째 고민하는 후배들에겐 꼭 낳으라고 해요. 둘째가 뜻대로 들어서지 않아서 최근까지 입양을 생각해보기도 했거든요. 남편에게 ‘나 곧 오십인데 너무 늦었지?’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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