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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와 트랩 사이, 서강준

데뷔 4년차 중간정산

2016-03-31 10:07

글 : 김풀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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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년 차에 접어든 배우 서강준. 그의 올 상반기는 누구보다 분주하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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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 속 단역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데뷔 4년 차 배우 서강준(23). 그는 대기업 회장의 젊은 외아들(MBC <앙큼한 돌싱녀>)부터 얼굴 가득 수염을 붙인 40대 양반(MBC <화정>)까지, 짧은 기간 동안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유행에 편승한 인기보다는 차근차근 연기력을 키워가는 데 집중한 그는 마침내 제 몸에 꼭 맞는 역할과 조우했다. 대중은 이를 두고 ‘인생캐릭터’라고 이름을 붙였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이다. 2010년부터 한 포털사이트를 통해 연재되고 있는 웹툰 <치즈인더트랩>은 마니아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인기 작품으로, 그동안 많은 독자들이 드라마화를 기대해왔었다. 데뷔 4년 차에 접어든 배우 서강준은 이 드라마를 통해 올 상반기 누구보다 분주했다.

이 작품의 드라마화가 결정되자 방송가 안팎의 관심이 대단했다. 배우 라인업에서 방송사까지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이후 tvN 편성이 확정됐고, 각종 논란과 함께 출연진이 완성됐다. 서강준도 이 난리를 피해갈 수 없었다. 아직은 신인인 그가 다양한 면모를 보이는 캐릭터인 ‘백인호’와 어울릴지 ‘치어머니’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다행히도 감각적인 연출에 힘입어 드라마는 순항을 이어가는 듯했다. 맏형 박해진을 주축으로 배우들의 호연이 이어지며 괄목할 만한 시청률을 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7%를 넘어섰다. tvN 월화극 사상 유례가 없는 수치였다. 수많은 시선이 배를 산으로 이끈 것일까. 이와 동시에 잠잠하던 파장이 다시금 머리를 내밀었다. 주로 주연배우들의 분량에 관한 문제 제기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치즈인더트랩>을 마친 서강준을 최근 만났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그는 이국적인 외모뿐만 아니라 진정성 넘치는 자세까지 ‘백인호’와 닮아 있었다. 가벼운 물음은 물론, 민감한 질문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답하는 법이 없었다. 소신 있지만 조심스러운 화법 역시 돋보였다. 치즈와 트랩 사이를 오가는 그와의 대화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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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호 인생 안타까워… 절절히 와 닿았다”

서강준이 분한 ‘백인호’는 파란만장한 과거를 지닌 복잡한 캐릭터다. 한때는 촉망받던 피아노 천재였다. 타고난 재주 덕에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여느 드라마 속 인물들이 그렇듯, 그의 행복도 잠깐에 불과했다. 고교시절 친구 유정과 얽힌 사고로 손을 다쳤고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어야 했다. 이후 꿈도 희망도 없는 반백수로 생활을 이어갔다.
서강준은 “인호의 심정에 공감이 많이 갔다”고 입을 뗐다.
“데뷔 후 처음으로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맡았다. 애정도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또래인 인호의 인생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의 반항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가장 가슴이 아픈 장면은 유정과의 에피소드다. 어려서부터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온 백인호에게 하나밖에 없는 친구 유정은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친누나보다도 그를 의지했고, 또 믿고 따랐다. 영원할 것 같던 두 사람의 우정은 사소한 계기로 틀어졌다. 작은 틈이 생기자 우정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고,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이는 백인호에게도, 서강준에게도 아쉬운 기억으로 남았다.
“인간적으로 안타깝다. 인호는 유정의 화려한 배경을 부러워하는 친구에게 쓴소리를 한 것이다. ‘유정도 나름대로 사연이 있는 불쌍한 아이다. 불순한 목적으로 접근하지 마라’라고 경고한 것인데, 이를 들은 유정이 오해를 하게 됐다. 인호가 워낙 필터링 없이 말하지 않느냐. 그때 두 사람이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나눠봤다면 어땠을까. 인호에게 유정은 피를 나눈 형제와도 같았다. 유정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이 싸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서로를 미워하는 바탕에는 ‘사랑’이 깔려 있었다.”

서강준과 백인호, 백인호와 서강준
이처럼 서강준과 백인호는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성격적인 면이 더욱 그렇다. 백인호가 거칠 것 없는 야생마라면, 서강준은 좀 더 조용한 청년에 가깝다. 서강준이 느끼는 백인호와의 싱크로율은 어떨까. “죄송한 말씀이지만 많이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서강준은 “나는 차분한 편이다. 하고 싶은 말이나 행동이 있어도 잘 표현하지 못한다. 인호처럼 자유롭게 살아본 적이 없다”며 “캐스팅 초반에 대중이 나를 걱정한 것처럼 나도 스스로를 우려했다. 그들의 불안을 지우자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 내 성격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백인호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꽤 필요했다. 서강준은 “상대 배우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박해진 형과 김고은 씨를 비롯한 여러 배우들과 함께 모든 장면마다 상의를 거쳤다. 서로 합의점을 찾으려 애썼다.”

러브라인도 마찬가지였다. 백인호의 불행한 인생에 홍설은 한 줄기 빛처럼 다가왔다. 티격태격 호흡을 주고받으며 백인호는 그녀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홍설의 답답한 성격이 마음에 걸렸고, 그녀를 둘러싼 주변 상황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시작부터 힘든 사랑이었다. 홍설은 유정의 연인이 된 지 오래였다. 백인호는 애절한 짝사랑의 열병까지 앓아야 했다.
그의 사랑은 저돌적이었다. 머리가 아닌 온 가슴이 함께했다. ‘밀고 당기기’는커녕 그녀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흑기사 노릇을 자처했다. 그러면서도 무조건적이었다. 끝내는 홍설을 위해 말없이 떠나줄 정도로 바보 같기만 했다. 서강준은 “인호는 사랑의 쟁취에 대한 욕구가 전혀 없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서강준은 “말 그대로 좋아하는 게 전부였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그저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고 백인호의 심경을 대변했다.

서강준은 과거 경험을 살려 이 감정을 그려냈다. 그 역시 이루지 못한 짝사랑의 기억이 있단다. 서강준은 “실제로 외사랑 경험이 연애 경험보다 많다”며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이다. 너무 조심스러웠던 탓에 스쳐 지나간 인연도 꽤 많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는 “인호는 자연스러운 계기로 홍설에게 젖어들었다. 호기심으로 시작된 감정이 커진 것이다. 함께 피아노를 치며 두 손이 스쳤고, 그때 지치고 외롭던 인호의 인생이 잠깐 멈췄다. 그 애달픈 감정이 나에게도 느껴지더라”고 설익은 미소를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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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 논란… “기대에 못 미치면 서운한 것은 당연하다”
<치즈인더트랩>은 인생이 아닌 드라마의 희로애락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시청률이 안정권으로 진입했을 무렵 예기치 못한 홍역을 앓아야 했다. ‘편집 논란’이 불거져 나오면서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시청자들은 ‘유정’ 역의 박해진 분량이 실종됐다며 의문을 표했고, 제 몫을 잘해낸 서강준이 갑작스럽게 도마 위에 올랐다. 상대적인 작용이었을까. 그를 향한 무분별한 악성 댓글이 인터넷상을 뒤덮었다. 그 악플은 쏟아졌던 칭찬과 정확히 비례했다. 현재 소속사 측은 강경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솔직히 억울한 부분이 있지 않으냐는 물음에 서강준은 “단지 팬분들의 반응을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기대에 못 미쳤다면 서운한 것은 당연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파장을 불러일으킨 ‘대본 수정’ 발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서프라이즈’(서강준의 소속사 판타지오에서 만든 아이돌 배우 그룹) 간담회 자리에서 뱉은 말이 몸집을 불렸다. 당시 ‘대본을 수정해서 연기한다’는 말의 뜻은 사실 이렇다. 우리 촬영장 분위기는 정말 자유로웠다. 각자 애드리브를 넣을 수 있었다. 말하자면, 편한 말투로 고쳐서 연기에 임한다는 소리였다. 감독님은 물론이고, 배우들과 논의를 거치는 것은 당연하다. 극의 흐름을 바꾸는 게 말이 되느냐. 그것도 나 같은 신인이 말이다.”

서강준은 마지막까지 침착하고 또 신중했다. 결론적으로 <치즈인더트랩>을 하면서 아쉬웠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연기뿐이라고 했다.
“그냥 내 연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인호’의 역사를 잘 그려내고 싶었을 뿐이다. 좀 더 객관적으로 인호를 다시 보고 싶다. 또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인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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