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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안전대진단’ 현장을 진단하다 “정신 못차린 봐주기식 점검 여전”

정부의 ‘안전대진단’ 현장을 진단하다 “정신 못차린 봐주기식 점검 여전”

2015-04-28 14:08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정부에서 매년 2~4월을 안전대진단 기간으로 삼겠다고 선포했다. 올해가 그 첫해다. 4월 30일까지 공공시설 전반에 걸쳐 안전 점수를 매긴다. 정부의 진단 기간에 맞춰 함께 움직여봤다. 주부들이 특히 관심가질 만한 산후조리원, 어린이놀이시설, 체험시설, 지역축제, 노인요양시설을 위주로 긴급 점검해 봤다. 경각심만 높았지, 막상 점수는 낙제점이었다. 지난 1달의 기록을 공개한다.


- 지난 2014년 5월 장성 요양원 화재 현장. 국과수연구원이 감식을 하고 있다. 이날 화재로 노인환자 21명과 간호사 1명이 숨졌다.



산후조리원
“화재 대피로 엉망, 야간·주말엔 출입문 폐쇄하기도”

 
둘 중 어느 쪽이 더 심각할까. 위험한 줄 알면서 이용하는 것. 그리고 이용하면서 위험한 줄도 모르는 것. 답은 후자다. 안전 불감증은 어쩌면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누구 얘기인가, 하니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 주부들이다. 산후조리원 취재에 앞서 본지에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리원 안전에 대한 주부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최근 2년 내 산후조리원을 이용해본 주부 50명에게 조리원 선택 시 가장 염두에 두는 부분이 무엇인지 물었다. 응답자의 44%(22명)가 ‘비용’이라고 답했다. 그 뒤는 시설(24% 12명), (집과의) 거리(16% 8명), 서비스(10% 5명), 위생 등 기타답변(6% 3명)이 이었다. 놀라운 건 이들 50명 중 ‘안전문제’를 고려한 이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산후조리원 선택 시 안전여부 또한 확인했다’는 질문에 주부 48명이 ‘아니오(96%)’라고 답했다.


긴급 설문조사
주부 96%, “산후조리원 선택 시, 안전문제 고려 안 한다”


최근 2년 간 산후조리원을 이용해본 50명의 주부에게 간략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답변자의 64%(32명)는 수도권 거주, 그 외는 광역시 및 기타 지방 거주자다. 이들의 76%(38명)는 30대 초중반, 나머지는 20대 후반이다. 질의 및 응답은 카카오톡 및 전화로 이뤄졌다.




2 조리원 선택 시 시설 안전여부도 확인했다.



3  위 질문에서 1‘예’ 선택 시, 조리원 안전 여부를 위해 점검한 항목은?
층수 0%   |   승강기 0%   |   주변시설(2명) 100%   |   대피로 0%   |   기타 0%


4 이용했던 조리원의 층수



5  5층 이상 이용시, 높은 층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
예 0%   |   아니요(47명) 100%



- 경기도 소재 한 산후조리원. 고층에 위치한 데다, 1,2 층엔 식당이 들어서 있다. 가스폭발의 위험성이 있는 식당과 함께 있는 조리원을 선택 시에는 좀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신고만 하면 운영 가능, 안전 기준 전무
지난 3월 22일, 강북구에 위치한 A산후조리원을 찾았다. 최근 이곳을 이용했다는 주부 한종희 씨(32·가명)의 제보를 듣고서다. 한 씨에 따르면 이 조리원은 야간 및 주말에 1층 주출입문을 폐쇄한다. 1층에 스크린 골프장이 있는 건물의 8, 9, 10층까지 총 세 개 층을 이용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곳을 찾아간 주말, 주출입문에 셔터가 굳게 내려져 있었다. 고층에 위치한 데다, 주된 통로까지 밖에서 막힌다면 비상 시 대피가 어려워 치명적이다.

혹시 영업을 하지 않는 건 아닐까. 직접전화를 걸어봤다. 연결이 됐다. A조리원 측은 이에 대해 “야간 및 주말 시간대 외부 침입을 막고 건물의 효율적인 관리차원의 조치”라고 했다. 이어 “측면으로 돌아가면 뒷문이 따로 있어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화재 시 피난 안내도가 엉망인 곳도 있었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B산후조리원. 안내도에 따라 걸어가 보니, 막다른 별실로 연결됐다. 옥상으로 이어지는 대피로(계단)에는 박스 및 빨래건조대가 놓여 있었다. 비상 시 이동이 힘들어보였다. 대피로에 적재물을 쌓아둔 곳은 서초구, 강남구에서도 발견됐다. 이 밖에도 전북 고창의 한 조리원은 식당 내 환풍기와 후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먼지와 기름때가 잔뜩 껴 있었다.

대구, 천안, 안양 등의 산후조리원에서 잇따라 신생아 집단 폐렴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있고 난(3월 20일) 직후의 모습이라 믿기 힘들 정도였다.

1997년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산후조리원은 현재 총 571곳이다. 이제는 아이를 가진 엄마에게 필수 코스가 되다시피 했다. 그렇다고 이용 금액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주부의 44%가 조리원 선택 시 ‘비용’을 고려한다고 답한 게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평균 비용은 2주 기준, 약 200만원에 달한다. 소위 ‘연예인 산후조리원’이라 불리는 곳은 천만원대를 호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다 할 안전 기준은 전무한 상황. 왜 그럴까. 답은 간단하다.

신고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일정한 조건만 갖춘 뒤 “영업하겠다”고 하면 운영이 가능하다. 또 안전 기준을 마련해 놓지 않은 데 대한 규제도 없다.

윤선화 한국생활안전연합 대표는 “조리원은 신생아 1인당    간호사 수, 세탁실, 급식실 등 주어진 시설 및 서비스 기준만 갖추면 영업이 가능한 민간시설”이라면서 “인허가를 받지 않기 때문에 화재를 미연에 방지하는 등 안전 기준 및 단속 규정은 전무하다”고 했다.


전국 조리원 80% 이상, 고층 위치
산후조리원 안전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게 ‘층수’다. 갓난아이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산모의 특성 상, 고층에 위치할수록 대피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성조선>의 설문에 따르면 답변자의 94%(47명)가 3층 이상의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 이중 5~6층이 56%(28명)로 가장 많았고, 9층 이상을 이용했다는 답변도 12%(6명) 있었다.

실제로 전국 산후조리원 중 80% 이상이 3층 이상에 위치해 있다. 6~13층의 고층인 경우도 30%가 넘는다. 1~2층에 위치한 곳은 16.5%(91개소)뿐이다.

특기할 만한 것은 3층 이상의 조리원을 이용했다는 주부 모두가 ‘높은 층수에 대한 불안감이 없었다(47명 100%)’고 답했다는 점이다. 이들 중 서울 서초동에 거주중인 공희연(34) 씨는 “신생아 진료는 잘 하는지, 간호사 1인당 아기는 몇 명을 돌보는지 등 아이에 온갖 신경이 쏠려 있으니 층수에 대한 생각은 전혀 안했다”면서 “듣고 보니, 불안하다. 미리 알았더라면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동에 거주하는 김현미(35) 씨는 “시설은 좋은지, 피부 및 몸매관리 등 산후회복과 아이 케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서 “비상 시 안전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는데, 듣고 보니 아이는 폐도 약한데 고층에서 안고 내려갈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고 언급했다.

조리원 층수에 대한 논란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이를 개정하자는 목소리는 모자보건법 시행규칙(2009년 입법예고)에 담겼다. 2014년 12월에는 박광온 등 13인이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개정안에는 ‘산후조리원 시설 중 임산부실 및 영유아실은 3층 이상에는 설치할 수 없다(15조 2항 신설)’는 내용이 추가됐다. 그러나 규개위 심사에서 신규업자 진입제한, 기존업자 서비스 질 저하의 우려 등으로 입법이 중단된 상황이다.

한편 한국산후조리원협회 측은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김종규 사무국장은 “통계에 따르면 화재는 주로 저층부에 위치한 음식점, 노래방, 주점 등에서 발생한다”면서 “저층부는 해충 등에 인한 감염에도 쉽게 노출되며, 채광에도 문제가 있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법 개정으로 인해 산후조리원 이용 요금이 증가할 우려도 드러냈다. 1, 2층은 고층부에 비해 임대료가 평균 3배 이상 높기 때문이다. 김 국장은 “안전사고는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각종 사고와 관련한 매뉴얼에 대해 이용자가 시설 관리자에게 숙지시키는 활동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저층부라 해서 안전하고 고층부라고 해서 불안전하다는 것은 초고층시대와는 전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산후조리원, 어떻게 알아보나?
우선 화재 시 대피가 용이한 지 점검하는 게 좋다. 비록 1층에 위치해 있더라도, 주변에 가스폭발의 위험이 있는 시설이 있다면 안심하긴 어렵다. 가스폭발의 위험성이라면, 식당, 커피전문점 등이 있는 경우다. 식당뿐만 아니라, 시너와 같은 위험 물질을 다루는 페인트 가게 등이 붙어 있는지도 확인하도록 하자. 

주변 환경을 살펴봤다면, 내부환경도 확인해 본다. 샌드위치 패널의 구조라면 불이 번지기 쉬우므로 지양하는 게 좋다. 스프링클러가 잘 설치돼 있는지, 소화기는 적절히 배치돼 있는지, 불연재를 활용했는지 등도 체크한다. 피난 시 대피로 또한 눈여겨 봐둬야 한다. 대피로에 장애물은 없는지, 경로 안내를 알기 쉽게 해뒀는지 말이다.

두 번째는 승강기 사고다. 앞서 언급했듯 조리원의 80%가 고층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승강기로 이동한다. 승강기 안전의 경우 승강기안전관리원에서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한다. 점검이 제때 이뤄지고 있는지도 살펴보는 게 좋다. 갓 태어나 면역성이 약한 아이들을 위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방염커튼 등을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도 한번쯤 체크해 볼만하다.



노인요양시설
굳게 잠긴 비상구·휠체어 경사로도 없어 

지난 2014년 5월. 장성 요양병원 화재 이후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안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고 직후 보건복지부, 건보공단 등에서 합동 단속한 결과, 전체 요양병원 1256개소 중 619개소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당시 합동 단속에 참여한 K씨는 “장성 화재 이후 시설주들의 안전 인식이 개선되고 국민 불안도 희석되긴 했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요양시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여전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K씨가 안내한 전북 전주의 한 요양원의 경우 비상구가 잠겨 있거나, 상시 폐쇄돼 있었다. 전남 무안에서는 휠체어용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은 요양원도 발견됐다.

현재 전국의 요양병원은 1339곳, 요양원은 4897곳에 이른다. 10년 사이 각각 11배, 14배 증가한 수치다.

금번 안전대진단 기간에 요양시설 등에 대한 안전점검도 다시 이뤄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K씨는 “인력 등 한계로 인해 자율점검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비전문가인 시설 관리자들의 육안 점검에 의존해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남의 한 요양원의 경우 시설에서 시군구로 점검표를 제출하면, 시군구에서 점검결과를 다시 시도로 보낸다. 이후 시도에서 이를 복지부로 제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외부전문업체를 이용할 경우 다수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결국 시설 담당직원의 ‘자체점검’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 경기도 소재 한 요양시설. 시가지와 많이 동떨어져 있으며, 진입로가 좁아 소방차 출동 시 애로사항이 있어 보인다.


제2의 장성요양병원 화재, 피하려면?
요양병원은 보통 교외에 있다. 좋게 보면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지만, 한편으로 인적이 드물고, 외진 곳이 된다. 화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방차가 접근하기 용이한 곳을 선택하는 게 좋다. 소방서와의 거리를 따져보고, 요양원 앞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도로인지를 살펴본다. 스프링클러 설치 여부 또한 따져봐야 한다. 모든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건축법상 설치를 못하는 건물도 있다. 그럴 경우엔 ‘간이 스프링클러’라도 있는지 봐야 한다. 간이 스프링클러는 옥상에 물탱크를 가져다 놓는 방식으로 쓰인다. 요양병원 안전관리 방안(2014.08.21)에는 모든 요양시설에서 스프링클러, 자동화재속보설비 및 자동개폐장치 설치 의무화, 신축시 제배연 설비 및 방염물품 의무 사용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중 스프링클러의 경우 3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 서울의 한 아파트 놀이터. 지난 1월 27일, 설치검사가 의무화 되면서 안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폐쇄된 상태다.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점검 의무화, ‘봐주기식 점검 여전’

어린이 놀이시설의 경우 산후조리원과 다르게 설치검사 등이 의무화됐다. 올 1월 27일부터 안전처는 유관기관과 합동해 행정지도, 점검 등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서 어린이놀이시설이란, 쉽게 말해 놀이터다. 안전기준에 미달되거나 설치검사를 하지 않은 곳은 폐쇄 또는 철거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엔 1년 이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현재 전국 어린이 놀이시설 6만2308개 중 2천 여 개가 폐쇄, 이용금지 조치를 받은 상태다. 


리스트 갱신 안 돼, 신규 시설 점검 누락 빈번
그렇다고 잘 굴러가고 있는 건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이 많이 보인다. 우선 점검이 기존 등록된 장소 위주로 치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리스트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 신규 놀이시설은 계속해서 점검대상에서 누락된다는 얘기다.

더욱이, 일부 지역구에서는 관리 수준이 양호한 곳만 점검 대상으로 현출해, ‘형식적인 점검’ 논란 또한 야기하고 있다.
서울의 한 지역구 관계자 J씨는 “OO구의 경우, ‘안전처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 시스템’에서 관내 민간 놀이시설 중 관리 수준이 양호한 대형마트 내 키즈 카페 6개만 점검대상으로 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J씨에 따르면 OO구의 점검에서 누락된 놀이시설은 키즈카페인 ‘K점프’, 한 소고기 전문점 내에 있는 키즈카페, 교회 내 실내놀이터, 합기도장 내 트램펄린장 등이었다.

J씨가 언급한 지역구의 담당자에게 이 같은 내용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전 방위적 점검은 현실적으로 비용, 인력 등의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의외로 당당한 어조였다.

한편 서울시 내 또 다른 지역구는 430㎡ 이상의 규모만 지자체에서 관리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지자체 또한 비용, 인적 등 한계점을 이유로 들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봐주기 식’ 점검 논란도 있다. 현재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검사기관은 국내에 총 다섯 곳이다. 이에 따라 검사기관 간 알력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더 많은 점검 대상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칼 같은 검열이 오히려 독이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대한산업안전협회 안전검사기관 한 관계자는 “검사 비용 다운을 통한 수주 경쟁이 치열해 해당 시설주가 검사 의뢰 기피를 우려해 꼼꼼한 검사를 하기에 곤란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윤선화 생활안전연합 대표 또한 “손쉽게 통과를 받을 수 있게 해야 지속적인 검사의뢰가 들어오고, 수익을 거둔다”라면서 “빡빡하게 점검하는 기관의 경우, 점점 외면을 받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비용을 깎아주면서 달랑 줄자 하나 들고 가서 검사하는 곳이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폐쇄된 놀이터 그대로 방치, 또 다른 위험
어쨌든 폐쇄된 놀이터도 있지 않느냐, 할지 모르겠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문을 닫은 곳 또한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경기 양주 만송동의 한 아파트 내 놀이터. 구름다리에 봉쇄 테이프를 설치해 놨다. 인근 주민들은 “약 2달 정도 이렇게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군포 당동의 한 아파트 놀이터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A4용지에 ‘이용금지’라는 글씨를 써 놓고 놀이터 입구에 걸어 놨다. 이곳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폐쇄 이유를 물었다. 경비원의 말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놀이터 바닥에서 다량의 중금속이 발견돼 입구를 봉쇄해 놨다는 것이다. 그러나 A4용지에는 이 같은 사유가 명시돼 있지 않았다. 다만,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내용을 좀 더 길게 적어놨을 뿐이었다. 이 아파트 주변 반경 500m 내에는 다른 놀이터가 없다. 때문에 아이들은 여전히 이곳에서 논다. 출입금지 팻말이 무색해 보였다. (표기를 해 놓지 않아) 땅 속에 중금속이 있는지 모르는 학부모들은 적극적으로 말리지도 않는다.

이렇게 폐쇄된 놀이터는 보수를 통해 재개장을 하는 게 옳다. 그러나 보수비용 등이 만만치 않아 장기간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자체들은 보수비용으로 최소 3천만원을 예상하고 있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동주택 지원조례에 의해 보수에 따른 일부 비용 지원을 검토 중이나 재정상황, 형평성 문제로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보수가 어려워 장기간 방치한다고 해도 제재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빈부격차’에 따른 형평성 논란도 감지되고 있다. 아파트 내 놀이터의 보수비용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내야 하므로 ‘부자동네’ 놀이터들은 계속 좋아지는데 반해 그렇지 않은 경우 슬럼화될 우려가 있다.

동네 놀이터의 향방은 주민들이 결정한다. 윤선화 대표는 “동네 놀이터를 지키려면 엄마들이 나서야 한다. 나이대가 많은 주민대표의 경우 (자신의 자식과 관계가 없으므로) 놀이터에 비용을 쓰는 것에 대해 납득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폐쇄된 놀이터의 보수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동네 놀이터가 꾸준히 점검을 받고 있는지, 어린이놀이시설과 관련한 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등도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월 20일, 장기간 방치된 ‘유령 어린이 놀이터’에 대해 지자체가 수리, 보수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현재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관리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지역축제·체험시설
“단체장 치적용, 안전은 무시?”

야외 활동하기 좋은 계절. 전국적으로 축제가 많이 벌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축제 분위기에 젖어 망각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안전이다.

보통 지역축제의 경우 지자체의 안전관리계획에 따라 진행된다. 그러나 이 같은 관리계획을 무시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개최하는 ‘지역축제’는 대부분 단체장 치적용으로 활용되면서 곳곳에서 자체 수립한 안전계획을 무시하는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 3월 5일 부산 사상구에서 열린 ‘달집놀이 행사’는 안전관리 계획을 무시하고 달집의 규모를 확대했다. 높이는 17m에서 20m로, 석유는 500ℓ, 화목은 40t으로 과다사용하기도 했다.

한 지역축제사무국 관계자는 “매년 12개 읍면 축제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도, 안전관리 계획 수립, 관리 등은 지역축제위(委)에 전적으로 일임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민간에서 주관하는 축제의 경우 안전점검을 강제할 방법이 없고, 안전 요원 또한 대부분 비정규직 및 봉사자 등 비전문가로 구성돼 사고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체험마을·체험시설, “보험 안든 곳 많아”
지역축제와 더불어 여러 체험마을들 또한 활발한 운영에 들어가는 시기다. 특히 최근 자유학기제 등 활성화로 청소년 농어촌 체험활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족단위로 함께 즐길 수 있는 갯벌, 조개잡이, 김치담기, 모심기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사각지대가 존재했다. 물, 혹은 불과 관련된 체험의 경우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제로 전국 97개 어촌 체험마을 중 뱃놀이 체험장에 구명조끼를 배치 하지 않은 곳이 허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 가입률도 떨어졌다. 전남 완도 시 관계자는 “월 보험료가 40만~400만원인데, 정부지원 마을 30여개(30%)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가입을 주저한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대전의 한 체험마을 사무장은 “구청의 점검 및 평가결과에 따라 체험마을 재선정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에 점검관에 대한 식사접대 등 로비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일렀다.

체험시설 또한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데다, 안전 매뉴얼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비전문업체 시공 등 위험요소들이 산재돼 있는 실정이다. 번지점프, 짚라인 등 하강레포츠는 공작물 축조신고와 사업자등록만 있으면 영업이 가능하다. 미국협회의 매뉴얼이 있지만 준수 여부는 자율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사진 강현욱·신승희·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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