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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가, 내가 선인장에 빠진 이유

빽가, 내가 선인장에 빠진 이유

2015-04-15 10:35

요즘 트렌드세터들 사이에서는 선인장이 한창 유행이다.
그 근원지가 어딘가 하니 서울 연남동의 한 선인장 숍을 가리킨다.
지난해 가수 빽가가 오픈한 매장이다.
빽가는 어쩌다 선인장의 매력에 빠졌나.
어떻게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선인장에 열광하게 만들었나.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와 10여 분을 길 따라 걷다 보면, 작은 골목길에 위치한 빽가(본명 백성현)의 선인장 숍을 만날 수 있다. 이름은 ‘씨클드로(Cycle de l’eau)’. 프랑스어로 ‘물의 순환’을 뜻한다.

“제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외국어가 프랑스어예요. 그래서 프랑스어로 이름을 지으려고 했죠. 처음에는 (선인장 하면 바로 연상되는) 뾰족하거나 녹색, 사막 같은 단어를 떠올렸는데, 좀 더 추상적이고 내재된 의미를 찾고 싶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얘네들이 겉은 뾰족하고 강한데 안에는 물을 머금고 있거든요. 그래서 ‘물의 순환’으로 짓게 됐어요.”

자그마한 규모의 매장에는 크고 작은 선인장이 다양한 패키지에 담겨 있다. 생각했던 선인장 숍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마치 세련된 편집숍을 보는 느낌이랄까. 다른 것도 아닌 하필 선인장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몇 년 전 제가 아팠을 때(빽가는 2009년 11월 뇌종양 판정을 받았고 이듬해 무사히 수술을 마쳤다.) 지인들이 병문안을 오면 주로 꽃을 들고 왔어요. 그땐 꽃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매니저가 쌓여 있던 시든 꽃들을 버리고 그랬거든요. 근데 어느 날 매니저가 ‘선배님, 이건 어떻게 할까요?’ 묻더라고요. 보니까 누가 놓고 갔는지 모를 선인장이 하나 있어요. 근데 걔만 (안 죽고) 꿋꿋하게 잘 버티고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조금씩 선인장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누가 물을 준 것도, 챙겨준 것도 아닌데 끈질기게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투병 중인 빽가에게는 인상적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퇴원하자마자 집에 선인장을 들인 것도 그 때문이다. 이때부터 빽가와 선인장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됐다.


화분 대신 캠벨수프

씨클드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커스텀 선인장 숍이다. 선인장을 일반 화분이 아닌 개성 있는 용기에 담아 새롭게 디자인해준다는 의미다. 실제로 용기 역할을 할 수 있는 거라면 어떤 것이든(신발까지도!) 가져가면 매장에 비치된 선인장을 그 용기에 옮겨 심어준다. 배수가 가능하도록 구멍도 뚫어준다. 심지어 20%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일석이조. 마치 커피숍에 텀블러를 들고 가면 할인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굳이 나만의 용기를 들고 가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이곳의 선인장은 대부분 빈티지 캔, 플라스틱 바스켓 등 흔치 않아 더욱 탐나는 용기들에 담겨 있으니까. 패키지 때문에 세련된 멋을 풍기는 선인장은 씨클드로만의 특징이다.

“(퇴원하고서) 맘먹고 큰 선인장을 샀는데 화분이 안 예쁘더라고요. 제가 원래 빈티지한 소품들을 모았어요. 그중에 큰 알루미늄 캔이 있기에 거기에 옮겨 심어보게 됐어요. 근데 예쁘더라고요. 친구들도 다 예쁘다고 하고요.”

매니저에게 선물 받은 ‘캔 선인장’도 영감의 계기가 됐다. 캔에 담긴 선인장은 꽤 그럴듯해 보였고, 마침 집에는 아까워서 모아둔 빈 캠벨수프 통이 한가득 있었다.

“캠벨수프 캔과 그 밖의 여러 용기에 (선인장을) 담아 SNS에 올리고 지인들에게 선물했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어떻게 만들었어?’라고 묻는 게 아니라 ‘어디서 샀어?’라고 묻더라고요. ‘아, 이게 상품가치로 보일 정도로 괜찮은가 보구나.’ 그래서 더 만들다 보니 집에 선인장이 넘쳐나는 거예요. 선인장 숍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실제 ‘캠벨수프 선인장’은 씨클드로의 단골 상품 중 하나다. 지인에게 선물하기에 크기나 가격대가 부담 없으면서 인테리어용으로도 손색없기 때문이다. 인터뷰하는 동안에도 캠벨수프 선인장을 몇 개씩 사 들고 나서는 손님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었다.

선인장이라는 ‘희귀’ 아이템을 일종의 트렌드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거저 된 것이 아니다. 이미 4군데의 가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사업적인 노하우가 쌓여 있었고(그는 친동생과 함께 홍대와 건대 주변에 고깃집과 핑퐁펍을 운영하고 있다), 철저한 사전조사가 밑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가게를 내기 전) 다른 선인장 숍은 어떻게 운영이 되나 알아봤더니 우리나라에는 선인장만 파는 숍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외국의 사례를 알아봤어요. 캘리포니아에 하나, 파리에 하나 있더라고요. 파리에 갈 일이 생겨서 통역하는 친구 한 명과 같이 그 선인장 전문 숍에 가서 인터뷰를 하고 조언을 얻었어요.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죠.”

여기서 잠깐, 하나 짚고 넘어가야겠다. 독특한 용기에 기대 그 안에 담긴 선인장을 소홀히 한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 선인장이 이렇게 멋스러운 식물이었나? 싶을 만큼 어느 것 하나 못난 것이 없다.

“큰 선인장은 대부분 국내에 없는 것들 위주로 가져와요. 미국 애리조나에서 (선인장을) 수입하는 농장으로부터 받아서 다시 커스텀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거래하는 농장은 50년 동안 선인장 수입만 하신 분이 운영하는 곳인데, 그분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얻고 있어요. 오늘도 새로 나온 종들을 가져왔는데, 얘네들은 한국에 아예 없는 종이에요.”

마치 작고 귀여운 아이를 대하듯 선인장을 묘사하는 그를 보고 있자니, 그가 얼마나 진심 어린 애정을 담아 이 일을 하고 있는지 가늠이 된다. 농장에서 숍으로 가져올 선인장을 고르는 것도 그의 몫이다.

“아주 작은 사이즈부터 큰 선인장까지 제가 다 골라요. 오늘도 사실 아침 9시에 농장에 다녀왔어요. 제 차가 지프인데, 운전석 빼놓고 뒤에 의자를 다 눕힌 다음에 거기 가득 채워 와요. 많이 가져올 땐 개수로 1천 개 정도? 정 (양이 많아서) 안 될 때는 화분은 버리고 종자만 바구니에 채워서 들고 오기도 하고요.”




가수, 사진가, 사업가… 빽가의 성공비결

씨클드로는 기본적으로 선인장 숍이지만 캔들이나 티 등의 생활용품도 판매한다. 특히 티는 전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모 백화점에 홍차 라인 등이 소량 입점된 것을 제외하면 흔히 구하기 어려운 브랜드의 것이다.

“처음 숍을 열 때부터 커피는 안 팔려고 했어요. 자연적이고 유기농적인 것을 추구하고 싶었고, 리사이클(재사용; 쓰고 남은 캔 등을 화분으로 이용한 것)이 콘셉트이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건강하게 티로 가자, 하고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뉴욕 브루클린에 아틀리에가 있는 벨로크(Bellocq)라는 브랜드를 알게 됐어요. 근데 너무 비싼 거예요. 미친 척하고 벨로크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나 한국에서 이런 거 하는 사람인데 너네 티를 꼭 들여오고 싶다. 어떻게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안 되겠니?’ 하고 저희 가게 콘셉트와 설명서를 보냈더니, 선인장 가게냐면서 흔쾌히 오케이를 하더라고요.”

이제는 들여오고 싶은 제품이 생기면 사장에게 먼저 메일부터 보내고 본단다. 그만큼 용기가 생긴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제대로 장사하겠다’는 기본적인 마인드가 있기 때문일 거다.

“오픈한 지 이제 8~9개월인데 안에 손님이 있는 거 보면 아직도 신기해요. 카피하는 분들도 많이 생겨나기는 했는데, 어쨌든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순간 트렌드가 되면 급격하게 팔리다가 금방 져버리는데, 거기에 휩쓸려서 반짝하고 말지 않으려고 해요. 붐이 꺼진 후에도 꿋꿋이 남아 있으면 그게 더 진짜라고 생각하겠죠.”

씨클드로는 지하의 자그마한 공간에 마련된 연남동 본점과 달리 2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쓰는 청담동 분점이 따로 있다. 분점은 동생이 운영한다.

“청담점은 아예 동생에게 맡겨놨어요. 그래도 여기가 나름 본사거든요.(웃음) 청담점에서 선인장이나 티 같은 것들이 부족하다고 하면 포장해서 그쪽으로 보내줘요. 그 외의 나머지는 거기서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고요.”

그룹 코요태의 래퍼로 데뷔했고, 스튜디오 바이백(BY100)을 운영하며 사진가로도 인정받은 데다, 틈틈이 시작한 사업은 어느덧 5개로 늘어났다. 이 모든 일을 기복 없이 꾸준하게 이끌어오고 있는 빽가는 그러고 보면 재능이 참 많은 연예인이다.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했고 그게 잘됐던 것 같아요. 운이 좋았어요. 하고 싶은 걸 한 것뿐인데 그게 이슈가 되고 관심을 받게 됐으니까요. 앞으로도 새로운 뭔가를 또 해봐야죠.”

하루에 4~5시간만 잔다는 그에게 그걸로 충분하냐고 묻자 “4시간보다 덜 자는 사람도 있지 않냐”고 반문한다. 이날도 아침부터 농장에 다녀와 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빽가에게 결혼 계획을 물었다. ‘절친’ 정지훈(비)처럼 그도 연애를 하고 언젠가 평생의 짝이 될 사람을 찾고 싶지 않겠는가.

“‘언젠가’요. 되게 추상적이에요. 아직은 정말 하고 싶다, 이런 건 없어요. 그리고 지금은 누구를 만나도 그 여자가 저 감당 못해요. 제가 그 사람 신경 쓸 여력도 없고요. 그래서 (일을) 줄일까 생각하고 있어요. 씨클드로만 안정이 되면 그때는 좀 쉬려고요. 여행도 다녀오고요. 일단 지금은 열심히 해야죠.”

사진 신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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