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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스럽게 살고 싶어”

배우 겸 가구디자이너 이천희

2015-04-14 13:24



“가구를 만들어야지, 난 가구를 만들 거야, 하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만들다 보니 나무로 만들 수 있는 게 가구가 많았던 것뿐이죠. 그렇게 쭉 만들다 보니 나무를 대하는 자세, 나무에 대한 이해도도 많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발전하는 것 같아요.”

최근 배우 이천희가 가구 관련 책을 펴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또 한 명의 연예인이 자기 자랑 에세이를 펴냈구나, 하는 생각은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싹 사라졌다. 예상외로 진솔하게 일상의 편린들을 담아낸 에세이에는 몰랐던 배우 이천희 아니, 인간 이천희가 담겨 있었다.

<가구 만드는 남자>는 제목처럼 연기자 이천희가 아닌 나무를 자르고 다듬고 못질하는 ‘목수’ 이천희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거창한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장인의 그것을 기대하지는 말 것. 이천희에게 나무 만지는 일, 가구 만드는 일은 일상처럼 반복되어온 일에 불과하니까.

‘정식으로 목공을 배운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도구를 갖춘 것도 아니니 당연히 어설프고 시행착오도 많았다. 톱질을 하다가 손을 다친 적도 많았고, 못 대신 손가락을 망치로 내리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과정 하나하나가 재미있었다. 머릿속에서만 그리던 막연한 이미지가 실재(實在)가 되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흥미로웠고 보람도 컸다. … 어쨌든 그때는 가구를 만드는 재미에 빠져 날이 어두워지는 것이 그토록 아쉬울 수가 없었다.’

취미로 가구를 제작하기 시작한 게 10여 년 전. ‘나름 목수 경력 14년 차’ 이천희는 이제 전문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제법 멋진 가구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2008년 남산에 ‘천희공작소’라는 작업실을 마련하더니, 2013년 건축을 전공한 남동생과 함께 캠핑용 가구브랜드 ‘하이브로우’를 론칭한 것도 가구가 그에게 단순한 취미 이상의 즐거움이라는 방증 아닐까.

‘조금 거창한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가구를 만드는 과정은 삶을 만드는 과정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이루어내기 위해 다듬고 깎으며 조립하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나무처럼, 조바심 내지 않는 삶

“어릴 때 영화를 보면 큰 나무에 나무집이 있고, 계단을 올라가면 나만의 아지트 같은 공간이 나왔어요. 그런 나무집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언젠가 딸과 같이 만들어서 딸의 아지트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배우 전혜진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소유는 이천희가 가구를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다. 좋은 음식, 좋은 옷만 먹이고 입히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듯, ‘아빠’ 이천희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튼튼한 가구를 딸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소유한테 맨 처음 만들어준 게 아기 침대예요. 친환경적인 가구를 쓰게 해주고 싶은데 뭐든 못 믿겠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야 되겠다 싶어서 편백나무 침대를 만들어줬어요.”

다른 나무보다 피톤치드 배출량이 많은 편백나무는 삼림욕이나 아토피 치료에 좋은 목재다. 그래서 아기나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특히 편백나무 가구를 더 선호한다. 인간처럼 저마다 고유한 성격을 가진 나무들을 대하다 보면, 어느새 나를 돌아볼 기회도 생긴다.

‘목재를 만지다 보면 언뜻 비슷해 보이는 나무들이 저마다의 특징과 성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잘 모르는 사람의 눈에는 그저 ‘나무’라는 보통명사에 지나지 않는 것들이지만 고무나무, 삼나무,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등 자신만의 이름을 고유명사로 갖고 있다. 드러나지 않지만, 명확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나무의 그런 특성이 좋다.’

매번 이 옷에서 저 옷으로 캐릭터를 갈아입는 배우의 삶은 나 자신을 비워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 삶을 살아온 이천희에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당당하게 드러낸 나무는 퍽 닮고 싶은 존재다.

‘나무처럼,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 다른 사람의 속도에 조바심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의 방향에 좌우되지 않고, 내 속도와 내 방향을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냥 나답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무스럽게 살고 싶다.’


참고서적 및 사진 <가구 만드는 남자>(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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