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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전부

[c-cast+ 윤영미가 만난 여성혁신가 9]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

2015-03-26 16:08

인사가 만사다. 특히 기업에겐 그렇다. 그만큼 어렵기도 하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누군 줄 알고 덜컥 들여놓나. 이때 찾아야 할 사람이 있다. 고급 인재를 사냥하는, 국내 최초 여성 헤드헌터 유순신이다.



인터뷰 전, 문자메시지가 왔다. 유순신 대표였다. 오늘 입고 올 의상 색깔이 뭐냐고 묻는 내용. 왜인가 했더니 사진을 같이 찍는 걸로 아는데, 옷 색깔이 겹칠까 봐서란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자칫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인데, 둘 다 ‘묻힐’ 가능성을 미리 배제하는 것. 어쩌면 이미 몸에 밴 일이다. 그가 하는 일이 둘 다 돋보이게 하는 것 아닌가. 여기서 ‘둘’은 사람과 회사다.


옷을 항상 갖춰 입는 것 같아요. 격식을 갖춰 입는 편이에요. 워낙 딱 떨어지는 걸 추구하기도 하고요. 레이스보다는 단정한 걸 즐겨 입는 편이에요. 니트류도 잘 안 입고요.

옷차림과 표정, 손짓 같은 ‘비언어’가 결국 인상을 좌우하는 것 같아요. 확실히 그런 건 있어요. 본인의 커리어를 제대로 관리해온 분들은 자신감 있는 표정과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분위기를 동시에 가지고 있죠.

다 꿰고 계시겠어요. 사람 보는 눈은 반점쟁이겠는데요?(웃음)
그렇지 않아요.(웃음) 오랫동안 커리어 컨설턴트로 일했지만, 사람을 보자마자 판단하는 건 당치 않아요. 오히려 외모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만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자칫 위험할 수 있거든요. 그 사람을 오늘 여기서 볼 때와 내일 저기서 볼 때가 또 다르거든요. 거기다 이해관계가 개입된다거나 이를테면 내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이라거나. 그러면 판단이 흔들리게 되죠. 다만 보다 분석적으로, 이런 쪽 하면 잘 맞겠다 하는 건 있어요. 근 30년 되니까, 노하우가 있긴 하죠.

저는 어떤가요? 오랫동안 아나운서 일을 했는데.
대중 앞에서 말씀을 하는 직업이잖아요. 스피치 강사, CEO 개인교습, 혹은 프레젠테이션 관련 일을 할 수도 있겠고요. 코칭 혹은 멘토링 쪽으로 잘하지 않을까요. 조직 내에 문제가 불거지는 가장 큰 요인이 불통이거든요. 그 때문에 코칭시장도 커지고 있고요. 괜찮을 것 같은데요?




# 국내 1호 여성 헤드헌터

휴대전화엔 7천 명에 가까운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당연히 전화도 많이 온다. ‘그 일이라면 유순신에게 물어보라’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다. 이번에 아들이 취업을 하는데 어디가 좋겠느냐부터 시작해서 발이 넓은 걸로 아는데 중매를 서달라는 얘기까지. 그는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인 경우, 정중히 거절을 한다”면서도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살려고 한다”고 했다. ‘유순신에게 H는 사람이다.’ 몇 년 전, 모 건설 아파트 광고 유순신 편을 보면 나오는 멘트다. 실제로 그는 사람이 전부인 일을 한다.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

첫 직업은 승무원이었다고요. 대학 졸업 이후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시작했어요. 꿈은 아니었어요. 몇 년 일하다가 결혼한 뒤 그만둘 요량이었어요. 제가 대학교를 79년도에 졸업했는데, 당시만 해도 여성들에게 대학은 좋은 혼처를 구하기 위한 하나의 관문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그러나 승무원 생활을 하면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성별, 나이,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일을 하면서 자아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깨어난 거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찾아나선 거군요.
이후 3년 반 동안 이력서를 여기저기 뿌리고 다녔어요. 나이가 많다, 기혼자라는 이유로 안 받아주더라고요. 어렵게 프랑스 원자력회사에 입사를 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인사담당자가 기혼자라는 이유로 제 채용을 고사하려고 하더라고요. 말다툼을 하고 있는데 사장이 나와서 “유부녀라도 괜찮다”라고 했어요. 새 직장을 얻었죠. 커리어의 전환점이기도 했고요.

이후 미국 회사도 다니셨다고요.
프랑스 회사에서 7년 반을 일했는데, 이 회사는 원자력발전소가 완공되면 떠나는 회사이기 때문에 결국 없어졌어요. 그 후에 새로 찾은 직장은 미국 회사였는데, 그곳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새로운 커리어를 쌓았어요. 사장님의 인정도 받고 일에 흥미도 있었지만, 제가 취급한 품목이 대부분 수입금지 품목으로 묶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직장을 새로 구해야 했어요.

헤드헌터가 되는 첫걸음을 떼셨네요. (웃음)
새로운 기회가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다니고 있던 미국 회사에서 영업 간부를 외부 채용할 때 이용했던 인력회사가 있었는데, 그즈음 고급 인력을 스카우트하는 헤드헌팅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평소 친분이 있던 그 회사의 사장님이 저한테 입사 제의를 했고 헤드헌터로서의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었죠. 그때가 1992년도니까, 25년 정도 됐네요.

당시엔 어땠나요? 처음부터 클라이언트가 많진 않았을 것 같은데.
1997년까지는 주로 외국계 회사만 했었어요. IMF 이후로 국내 기업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인재 채용에 열을 올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 마침 책(<나는 고급 두뇌를 사냥하는 여자(1997)>)을 냈는데, 대기업에서 연락이 많이 오더라고요. 외국계 기업에서 한국계 기업으로 재편되는 시기였죠, 그때가. 사장단, 임원 할 것 없이 모두 저를 거쳤다고 봐도 무관해요.

여태까지 몇 명의 구직자를 연결시켰나요?
7천 명 정도 돼요. 그분들이 제 전화기에 다 들어 있죠.

7천명 모두 그 기업과 ‘궁합’이 잘 맞았던 건 아닐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정말 좋은 후보자인데도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대부분 예기치 못한 데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들어가서 보니까 해당 기업 내 비리가 엄청나더라. 오너가(家)는 모르고 있고, 직원들이 부정을 저지르는 조직일 때. 안타깝죠, 그럴 때면. 이런 리스크를 줄이려고 블랙리스트가 있어요. 회사 블랙리스트, 후보자 블랙리스트. 너무 회사를 자주 옮긴다거나 하는 사람, 그리고 이직률이 높은 회사라거나. 관리를 하고 있죠.

와. 굉장한 정보겠는데요.
그러니까 저희 일은 보안이 생명이기도 해요.(웃음)

각 기업마다 ‘공개하지 않는’ 구직 조건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요?
표면적인 것 말고요. 이를테면, 임원을 뽑는데 ‘가정생활이 깨끗한 사람’만 뽑는 곳이 있어요. 그럴 경우엔 이혼 이력도 안 돼요. 어떤 회사는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사람, 또 모 기업 같은 경우 아무리 유능한 인재라도 3번 이상 회사를 옮긴 사람은 안 뽑고요. 우리는 이러한 조건들을 모두 파악하고 있으니까, 시행착오가 없어요.

지난 25년간, 변하지 않는 기업의 인재상이 있다면요?
‘사람(Person)’을 기억하시면 돼요. P(Passion; 열정). 열정으로 업무에 임하며 주위 사람들을 일에 몰두하게 하는 사람. E(Enthusiasm; 열광). 기업가 정신, 스스로를 고용인이 아닌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R(Reputation; 평판). 상사, 동료, 부하직원, 더 나아가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 S(Solution; 해법). 어려움이 있을 때 불평이나 문제를 제기하기보다 해결책을 제시하는 사람. O(Open mind; 열린 마음). 열린 마음으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사람. N(Networking; 네트워킹 형성). 정재계, 학계, 동종업계 등 네트워킹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

앞으로는 어떨까요?
21세기 인력시장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퓨전시장’이 될 거라 전망해요. 성별과 학력, 인종이 파괴돼 개인과 기업은 이에 대비해야 하죠. 퓨전시장에서의 진정한 인재는 어떤 낯선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가진, 자신의 일과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디자인하는 행동하는 사람이라 말씀드릴 수 있어요.

인맥관리는 어떻게 하나요?
35년간 일을 하다 보니까 인맥은 관리하면 안 되는 것 같더라고요. 비즈니스를 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런 마음으로 접근하면 안 되더라고요. 인간적으로 대해야 해요. 그렇게 하다 보니까 사실 시간은 오래 걸렸죠. 예를 들어 대기업 오너들은 마음을 쉽게 열지 않거든요. 한 10년 뒤에서야 그러더라고요. “아, 유 대표가 이런 일을 했어?” 서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 연결이 되는 거죠. 모임에 가면 항상 거슬리는 사람들이 있어요. 어떤 이익을 취하려는 게 눈에 보이는 사람. 그런 식으로 인맥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좋아서 만나는 게 인맥이 되는 거죠.”

빈말 안 하시는 걸로도 유명하던데요.
언제 밥 한번 하자, 그런 말을 안 해요. 인사치레로 하는 얘기 같은데, 밥을 같이 먹을 생각이 없으면 아무 말도 안 하고 말죠.




# 유리천장은 없다

비단 사람만 많이 아는 게 아니다. 기업 정보도 줄줄 꿰고 있다. 100대 기업의 사업 내용, 임원, 사장단은 물론 신사업 계획까지. 모두 알아야 적재적소에 인재를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확신했다. 5년 후에는 여성 임원이 쏟아질 거라고. 유리천장에는 이미 금이 가고 있다고.

5년 후에는 여성 임원이 쏟아질 거라고요. 아직 비율은 5% 이내인데요. 국내에서 처음 여성 공채를 시작한 게 1990년이에요. 이제 25년 차니까 여성 임원이 슬슬 나오기 시작할 때죠. 여성 공채는 삼성이 가장 먼저 시작했어요. 앞으로 5~10년 사이에 여성 임원들이 대거 나올 것으로 봐요. 지금 과장급들은 여성이 꽤 많고, 부장들도 적지 않으니까요.

체감하시나요? 실제로 여성 임원을 찾는 기업이 늘고 있는지요? 흐름이 그래요. 여성 임원 중용으로 가고 있어요. 삼성전자 같은 경우 여성 임원 채용이 5~6년 전부터 갑자기 늘었어요. 다국적 기업 출신, 특히 마케팅 분야 여성 인재를 스카우트했는데 이분이 전무, 부사장까지 승진했죠. 이걸 LG가 벤치마킹했고 남성문화가 강한 현대자동차, 한화 등 대부분의 기업이 그 후 여성 임원을 찾기 시작했어요. KT의 경우 여성 임원 18명이 한꺼번에 배출되는 등 여성 파워가 강했어요. 포스코 같은 철강회사도 우리도 바꿔보자며 3~4년 전 인사 담당 여성 임원을 영입했죠.

경력단절여성이 화두예요.
육아, 출산은 사회활동을 지속하기 힘들게 하는 원인이죠. 혼인 시에 45% 정도가 노동시장에서 퇴출돼요. 출산 이후엔 그 수가 또 더해지고요. 혼인이 곧 퇴출이 아닌, 결혼을 사회적인 현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어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역공동체, 전문업체, 지자체가 제도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경단녀를 위한 재취업 전문교육도 활성화해야 하고요, 나아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의 질적 향상도 필요해요. 경단녀를 위한 일자리 창출에 최근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죠.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여성 인재 활용이 필수인데, 여성 스스로도 시대적인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멀티플레이형 인재가 되어야겠죠.

요즘 보면, 좋아하는 일이 없다는 젊은이들도 많잖아요.
야단부터 쳐요. 좋아하는 게 없다고 하는데, 진지하게 자신에 대해 생각해봤을까요? 실패할까 봐 걱정부터 하진 않았는지. 겁낼 것 없어요. 돌아보면 그 시기가 기회예요. 도전을 해야 해요. 경험부터 쌓으라고 해요. 인턴이요? 왜 다들 취업시즌이 닥치면 시작하나요. 1학년 때부터 하면 어때요. 이런 친구가 있었어요. 뭐 하고 싶으냐고 했더니, 호텔리어가 되고 싶대요. 그래서 호텔에서 일해본 적은 있니, 했더니 없대요. 프런트오피스가 3교대인 것도 모르고 있더라고요. 일일 알바라도 해봐라.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다. 무조건 부딪쳐라….

저도 강조하는 부분이에요. 젊었을 땐 수많은 점을 찍어보라고. 찍다 보면 어느 순간 그림이 나온다고. 맞아요.
직업을 액세서리로 생각하면 안 돼요. 얼마 정도 있다가 시집갈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까 전부 대기업으로 몰리고요. 방송국이요? 좋은 직장이죠. 그런데 막상 아나운서나 기자 이런 직종은 경쟁이 치열한데, 조명, 스태프 등 보이지 않는 포지션은 굉장히 자리가 많아요. 그쪽에서도 사람 찾기 힘들다고 하고요. 다양한 경험을 해봐야 돼요.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제 또래 지인의 딸들이 이제 다 직장생활을 하는 나이잖아요. 그런데 보면, 다 똑같아요. 명문대 들어가서, 유학 갔다가, 대기업에 들어가죠. 신입사원인데, 인센티브까지 해서 5천만원 넘게 받는 부서에 배치가 된 아이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아이를 만나보잖아요? 일하는 게 죽어도 싫대요. 뭘 하고 싶으냐고 물어보면, 전혀 다른 직종을 말해요. 그중에는 정말 결국 월급 100만원 받는 자리로 옮긴 친구도 있어요. 다른 한 친구는 전자공학을 전공했는데, 패션이 하고 싶다고 해서 과감히 옮겼고요. 맞지 않으면 일찍 벗어던지는 게 나아요.




# 기왕이면 멋있게

채용시즌을 앞두고 많이 바쁠 만했는데도, 서두르는 모습은 없었다. 오히려 여유 있는 표정과 말투로 상대방을 편하게 했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라디오로 친다면, 새벽 2시 즈음이 어울리는 톤이었다. 그는 1주일 중 평일은 치열하게 일하고, 주말은 온전히 자신을 위해 보낸다고 했다.

아드님이 있죠? 워킹맘의 비애를 잘 아시겠어요. 아들 하나가 있어요. 서른이 넘었고, 결혼까지 했으니 이제 장성했죠. 어렸을 땐, 아이 때문에 그만두려고 했던 적이 너무 많았어요. 아마 프랑스 회사에 다니지 않았더라면 애도 못 낳았을 거예요. 주 5일 근무가 아니던 시절, 토요일 격주 휴무였고 반차도 낼 수 있었으니까 꽤 복지가 괜찮았어요. 들어간 지 2년 만에 아이를 낳았고요. 육아를 하면서 일하기 정말 만만치 않더라고요. 정신없었어요. 사내아이니까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다리 부러진 적도 있고, 별별 일이 다 있었어요. 어느 날 사장님이 부르더라고요. “아이한테 죄책감 느끼지 마라. 그 아이에게 당당해져야 한다. 그래야 아이도 일하는 엄마를 인정한다.” 그 말이 참 귀감이 되더라고요.

그게 또 말처럼 쉬운 게 아니잖아요.
조기유학이 한창 붐일 때, 아이가 중학생 때 뉴질랜드로 유학을 보냈어요. 후에 미국으로 대학을 가서, 거기서 살고 있는데.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지금 돌이켜 보면, 나 편하려고 애 유학 보낸 거 아닌가…. 내 위주로 키운 것 아닌가. 그럴 때면 마음이 아프죠. 그런 얘기를 아들한테 하잖아요? 아니래요.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두 발로 홀로 설 수 있었다는 얘길 해요. 고맙다고 그래요. 그럼 제가 더 고맙죠. 자주 독립적으로 커줘서. 그리고 거기에 감사해줘서.

장래 문제 논의할 때 엄마를 많이 찾았겠어요. 독립적으로 커서 안 그랬으려나요?
의논을 하긴 했죠. 그런데 얘가 와이프를 일찍 만났어요. 미국에서 한 7~8년 정도 만나다가 빨리 가정을 이뤘죠. 그래서 아마 자기 와이프랑 논의를 더 많이 할 거예요.(웃음)

몸소 경험하셨잖아요. 한국에서 워킹맘 되기 쉽지 않아요. 한 말씀 해주세요.
결혼 초,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모두 잘해내는 슈퍼우먼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죠. 그래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남이 더 잘할 수 있는 일은 다 맡기며 살기로 했습니다. 많은 여성분들에게 완벽주의자, 슈퍼우먼이 되지 말라고 충고해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없듯이, 일도 가사도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애쓰다 보면 결국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죠.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커리어를 중단하지 않고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부족하고, 어렵기만 해요. 그러나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어 일단 병행하기로 했다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부분은 과감히 맡겨야죠. 회사에서 가정을 생각하고 가정에서 회사 일을 걱정하는 것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걸 냉정히 판단하고, 아닌 부분에 대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 도움을 청하는 것, 그리고 일단 선택했다면 그 선택을 존중하고 죄책감을 갖지 않는 게 제가 해왔던 방법이에요.

남편은 어떻게 만났나요?
대학교 1학년 때였어요. 남편은 2학년이었고요. 학교 축제에서. 그때가 벌써 1975년이네요. 서로에게 첫사랑이었어요. 벌써 40년 전이네.(웃음)

저는 결혼을 좀 늦게, 35살에 했어요. 20년 가까이 살다 보니 친구 같던데, 40년이면 어떤가요?
저희끼린 그래요. 우리 서로 너무 오래 같이 산 거 아니냐고.(웃음) 친구 같아지는 거죠. 아주 오래된 친구요. 연애 감정은 없어졌는데, 살면서 함께 겪는 이벤트가 있잖아요. 아이가 입학을 한다든지, 결혼을 한다든지 하는. 결혼하고 5년은 많이 싸웠어요. 주도권 잡으려고 그랬는지.(웃음) 그런데 그 후론 30년 동안 싸움을 한 적이 없어요. 싸울 기미가 보이잖아요? 건드리지 않아야 할 선이 어딘지 알죠. 그걸 안 건드리면 돼요.

남편분은 뭘 하세요?
패션 쪽 일을 오래 했어요. 폴로랄프로렌코리아 대표이사를 하다가 지금은 홈플러스 패션상품부문 대표로 있어요.

어떠세요. 헤드헌터로서, 남편분은 패션에 맞습니까?
하하. 남편이 대학 때 외교학과를 지원했다가 철학으로 갔어요. 그중에서 미학을 배웠죠.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가 삼성 공채에 붙었는데 거기서 제일모직으로 배치를 받았어요. 텍스타일 쪽 하다가, 수출도 하다가, 내수도 했다가. 남성복도 하다가, 여성복도 하다가, 그러니까 재밌어하더라고요.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가 뭔가요?
머릿속을 가장 복잡하게 하는. 아이가 잘 살고 있지만, 더 살려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 그리고 가장 큰 고민은 회사 대표로서의 고민.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고, 직원들 더 잘되게 해야 하니까. 지금 직원이 35명이에요. 5년 이상 된 직원이 20명 가까이 되죠. 그런 직원들에게는 제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조금씩 나눠줬고요. 나중에는 직원들에게 회사 하나씩 만들어주는 게 꿈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바쁠 것 같아요. 여가시간은 있나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되게 열심히 일하고요, 주말은 완전히 저를 위해서 써요.

주로 뭘 하시나요?
운동도 하고, 남편과 여행 가서 책도 읽고요. 그런데 요즘 가장 좋아하는 건 꽃 기르는 거예요. 집 앞에 그럴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나무 키우고 꽃 키우는 걸 좋아해요. 꽃들을 보면 굉장히 겸손해져요. 한겨울인데 매화는 이미 다 봉우리가 열렸어요. 나무들은 정말 정직해요. 어떨 때는 걔네들도 감정이 있는 것 같아요. 꽃병에다 예쁜 꽃 두 송이를 넣어두면, 질투를 하는지 하나는 시들어버려요.

그럴 때 보면 식물에도 혼이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왠지 정이 안 가는 꽃이 있잖아요? 어김없이 일찍 시들어버려요. 애정을 많이 주고 예뻐하면 또 다르고요. 꽃들을 키우니까 새들이 자주 찾아오는데, 꼭 두 마리가 쌍을 지어 오는 애들이 있어요. 근데 보면요, 항상 10시 13분에 찾아와요. 어찌나 신기하던지. 어느 날은 새가 그 시간에 찾아와서 자꾸 울어요. 나가 보니까 한 마리밖에 없는 거예요. 걱정이 되더라고요. 근데 그저껜 또 두 마리가 같이 오더라고요. 마음이 다시 편해지고…. 이렇게 보내요. 여가시간은.(웃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또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남편이 작년에 환갑이었어요. 이 사람 퇴직하면 둘이 오순도순 재밌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남편이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건데요,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한공간에서 풀을 뜯고 아이디어도 공유하는. 항상 사람과 생각이 모여 있는 그런 공간이요. 또 평생을 패션업계에 몸담았잖아요. 자기가 입을 옷 자기가 만들 수도 있는, 그런 공간을 구상하고 있어요.

일적으로는, 기왕 이 비즈니스 시작한 거 좀 더 멋있게 하고 싶어요.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사회를 위해서 뭔가 해야 되지 않을까 싶죠. 그래서 최근엔 NGO도 하나 만들었어요. ‘시니어앤파트너즈’라고 퇴직한 사람들을 벤처나 중소, 중견 기업에 무료로 연결시켜주는 조직이에요. 경력단절여성들을 위한 부서도 따로 만들었고요. 실제로 시니어앤파트너즈에도 경력단절여성 세 분이 일하고 계세요. 지금은 예비 사회적기업인데, 올해 사회적기업으로 인가 받을 예정이에요. 커리어 컨설턴트도 물론 계속 끌고 나가면서, 적어도 유순신 사장하고 일하면 손해는 안 본다라는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여성 혁신가 시리즈 인터뷰에 응해주신 유순신 대표에게 프로페셔널 메이크업 브랜드 바비브라운의 프리티 파워풀 선물 세트를 증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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