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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AST]KBS교향악단 요엘 레비_소통, 인생의 시작과 끝

harmony+

2014-05-29 15:07

권위보다는 화합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때때로 헤비메탈을 들으며, 무술이 취미인 지휘자. 특별한 코즈모폴리턴 요엘 레비가 KBS교향악단의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KBS교향악단에 새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가 취임했다. 오케스트라가 새로운 지휘자를 영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지만, KBS교향악단의 경우는 더 특별했다.

그동안 KBS교향악단은 많은 부침을 겪었다.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고, 전임 지휘자와 심각한 갈등도 겪었다. 그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정기연주회가 취소되는 등 파행도 있었다. 

오케스트라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피폐해진 단원들을 다독이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지휘자가 필요했다. 적임자는 요엘 레비였다. 그는 미국 애틀랜타 심포니를 세계 반열에 올려놓은 바 있는 지휘자로, 친화적인 성품과 유려한 하모니가 장점으로 꼽힌다.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를 일주일 앞두고 내한한 요엘 레비를 만났다.



그동안 종종 한국 오케스트라는 지휘해왔는데, 상임지휘자가 된 지금은 마음이 남다를 것 같아요.
1997년 KBS교향악단을 지휘하기 위해서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습니다. 그 후 몇 차례 더 왔고요. 지금은 그때보다 한국을 더 자주 방문하죠. 행복한 일입니다. 저는 한국을 매우 좋아해요.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KBS교향악단도 인상적이고요. 지금은 가족과도 같은 KBS교향악단에서 음악과 무언가 특별한 것을 이루는 것에 도움을 주고자 오케스트라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부임한 지 다섯 달이 됐는데, 단원들과는 많이 가까워졌나요?
네. 가까워지면서 더 잘 알게 되었죠. 물론 관계가 훨씬 좋아졌어요. 매우 행복해요. 인간관계에 있어서나 이 오케스트라와 특별한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친밀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다섯 달은, 놀라운 여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부임 당시 기자회견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어요.
모든 게 다 의사소통이죠. 리허설 중 제가 단원들에게 음악적인 지시를 하고, 단원들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연주하고, 그것을 수정해가는 것은 긴 의사소통입니다. 단원들 모두 알고 있는 점이지만, 누구든 언제나 어떤 질문이든 할 수 있어요. “언제나 내 방 문은 열려 있으니 오라”고 했죠. 저는 모든 질문을 받아줄 수 있어요. 이게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다 보면 각각 다른 어려움을 겪게 돼요. 이런 각기 다른 상황들에 대한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것이죠. 이것 모두가 다 의사소통의 과정인 거죠.

지휘자를 떠올리면 ‘권위’를 생각하는데, 권위보다는 ‘화합’을 생각하시네요.
권위와 화합의 경계는 매우 미묘한 것이죠, 항상! 아마 어떻게 그 권위를 발휘하느냐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저는 리허설에서 늘 이야기하고 지시하죠. 하지만 긍정적인 방법으로 하는 것입니다. 긍정적인 방법이라는 게 개인적인 감정을 싣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인 기준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제가 음악에 대해서 단원들에게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만이 아니라 저의 음악적 방향과 비전의 일부가 되기를 원한다는 바를 깨닫게 되기 때문에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달하는 것은 지휘자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지요.

중요한 것은 단원들이 최상의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화합을 이루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제가 신뢰를 보내면 단원들도 신뢰를 이룹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지휘하면서 단원들이 최상의 연주를 들려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면 단원들이 최고의 연주를 들려주더라고요.

혹시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KBS교향악단과 같은 문제를 경험해본 적이 있으세요?
아마 세상의 모든 오케스트라에 문제가 있을 거예요. 미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좀 있었어요. 디트로이트 오케스트라와 미네소타 오케스트라도 1년간 연주를 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어요. 다른 오케스트라들에도 비슷한 일은 일어납니다. 과거는 바꾸기 어렵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어요. 혹여 나쁜 일이 일어나더라도 중요한 건 책장을 새로 넘기는 것이고, 긍정적인 방법으로 옮겨가는 것이죠. 새로운 책장을 넘긴다는 것은 저에게도 큰 도전이 됩니다. 사는 건 늘 도전의 연속이에요. 어느 곳에도 완벽한 조직은 없어요. 결국 어떻게 푸느냐 하는 문제예요. 퇴보하지 않고 진보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죠.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이스라엘에서 자랐고, 미국과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어요. 당신은 스스로 코즈모폴리턴이라고 느끼나요?
코즈모폴리턴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니버설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 파리, 일본, 중국, 싱가포르, 대만, 유럽의 여러 나라, 미국 등 매우 많은 나라들을 거쳤죠. 이런 점은 직업적 특성인 것 같아요. 각각 다른 문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반응을 보이고, 농담을 건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거든요. 이런 점들이 모이면 인간미를 이루고, 이런 점은 같을 수가 없어요. 문화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다른 점들이 있어요. 여러 나라를 거치면서 그런 차이와 역사, 문화를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즐기게 되었어요. 그런 것들이 가끔은 작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매우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야구 시구하고 무술이 취미인 지휘자

요엘 레비로 검색을 하다 보면 뜻밖의 뉴스를 만나게 된다. ‘시구’. 보통 연예인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들이 주로 하는 시구에 요엘 레비가 나서서 화제가 됐다. 지난 1월 19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서울 SK와 전주 KCC의 경기에 시구자로 나선 것.

앞으로 야구 시구 계획도 있다고 들었는데, 연습은 충분히 하셨나요?
그럼요! 애틀랜타에 머무는 동안 아들과 연습했어요. 사실 매우 많은 관중 앞에 서려니까 긴장도 되더라고요.

스포츠 행사에 참여하는 것이 음악가로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나요?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큰 기회이지요.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음악감독으로 있을 때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경기에서 7이닝이 되면 전광판에 오케스트라 동영상을 틀었어요. 경기장에 5만 명 정도가 운집하는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그 영상을 보기도 했죠. 매우 큰 대중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고요. 확장해갈 수도 있어요. 2008년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오페라 <나부코>를 공연한 적이 있어요. 5만5천 명이 이 오페라를 보러 왔죠. 프랑스가 월드컵에서 브라질에 결승골을 넣은 곳이었는데 말이죠! 매우 특별한 공연이었어요. 경기장 필드에 6천여 명의 출연자와 제작진이 참여했죠. 영화처럼요. 이 공연은 TV로도 방송되었고 비디오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를 보기 위해서 그곳에 왔다는 점은 정말 놀랍죠.

무술에 능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어떻게 무술을 배우게 됐나요?
젊은 나이에 가라테(일본식 무술)에 매료되었어요. 제 아들이 미국에서 가라테를 배웠어요. 아이들이 수업받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사범이 저를 부르더라고요. 그때 제가 “난 가라테를 배우기에는 너무 나이가 많다”며 손사래를 쳤는데 “할 수 있다”고 저를 독려했어요. 후에 아이들은 그만두었지만 저는 계속 배웠어요. 막내아들은 커서 계속하고 있고, 주짓수(무술의 일종)도 하고 있어요.

무술은 어떤 매력이 있나요?
무술은 정신과 신체를 통제한다는 매력이 있어요. 자기방어를 위해서 배우지만 이것을 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는 않아요. 오랜 시간 수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되는 것들이 생기더라고요. 특히나 백 명이 넘는 단원들 앞에 서는 지휘자이기 때문에 무술 수련이 도움이 되었지요.

지휘자로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됐나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려면 운동을 해야 합니다. 하루에 6시간씩 지휘하려면 체력적으로 굉장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오케스트라는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달리는 일이에요. 시차에 의한 피로도 있고요. 연주회라는 순간에 최고의 에너지를 내야 하기 때문에 늘 최상의 컨디션과 에너지를 유지해야 합니다.

지휘도 운동이군요.
물론이죠. 지휘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언어이기도 하고 의사소통이기도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오케스트라에서는 의사소통만으로도 모든 것이 이루어질 수 있어요. 의사소통(지휘)을 잘하면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아들을 수 있죠. 조용한 의사소통이지만, 매우 강력한 의사소통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다른 재능을 가진 세 명의 아들
요엘 레비는 세 아들을 두었다. 아버지와 장르는 다르지만 음악을 하는 아들도 있다. 플로리다, 애틀랜타, 로스앤젤레스로 흩어져 살아가고 있지만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 아들 덕분에 레비는 헤비메탈 음악을 접하기도 하고, 자신의 연주에 대해 날카로운 비평을 듣기도 한다.

세 자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첫째 아들 에알 레비(Eyal Levi)는 지금 음악 프로듀서로 헤비메탈록 그룹의 제작자예요. 런던에서 몇 개 그룹의 음반을 레코딩하고 제작했어요. 그 앨범 중 하나가 빌보드 TOP 10 차트에 올랐어요. 예전에 DAATH(Roadrunner Records) 그룹의 기타리스트이기도 했어요. 지금은 연주는 하지 않고 제작만 하지만 매우 유명합니다. 둘째 아들 아미르 레비(Amir Levi)는 배우예요. 가수이자 댄서이기도 하고요. 작은 영화 작품과 연극 무대에 오릅니다. 연기에서 큰 기회를 잡기는 매우 어려운 것 같아요. 아직 유명한 스타는 아니지만, 언젠가 그렇게 되겠죠? 막내아들 대니얼 레비(Daniel Levi)는 대학교에 다니는데, 드럼을 매우 잘 칩니다. 그리고 저희 집 개는 음악은 못해요. 제 보디가드랍니다.(웃음)

지휘자로 키우고 싶지는 않았나요?
자녀에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지요. 저도 처음엔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도 가르쳤어요. 그러나 10대가 되자 다른 방향을 찾아야 했어요. 내가 원하는 것을 강요하기 어려워요.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하게끔 해야죠. 각자 다른 재능을 발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야 해요.

자녀들이 연주를 보러 자주 오나요?
애틀랜타에서 연주할 때는 진짜 자주 와요. 첫째 아들은 말러를 특히 좋아해요. 내 지휘자용 총보를 들고서 연주회를 듣고는 끝나고 나서 비평을 해줄 정도예요.

헤비메탈도 좋아하세요?
좋은 곡이라면 들을 수는 있어요. 첫째 아들과 셋째 아들 때문에 헤비메탈 콘서트도 많이 보러 다녔어요. 대신 공연 볼 때는 음악 소리가 크니까 이어플러그를 하고 들어요. 제 귀는 소중한 악기와도 같으니까 다치면 안 되거든요.

세계 전역으로 연주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아이들 만날 시간이 충분하지 않겠어요.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아요. 또 첫째 아들은 플로리다에 살면서 런던에서 일하고 있고요. 둘째 아들은 로스앤젤레스, 셋째 아들은 애틀랜타에 살고 있거든요. 그래도 막내아들은 제 미국 집인 애틀랜타에 살고 있어서 자주 만나요. 다른 두 아들은 만날 계획을 세워야 해요. 지난 3월에는 로스앤젤레스에 들러 아들을 만나고 왔지요.

앞으로 어떤 음악을 연주하고 싶고, 어떤 오케스트라로 만들고 싶은가요?
곡은 정말 많아서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1천 곡이 넘는 곡을 알고 있는데 매년 각각 다른 곡을 선정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에요. 향후 10년간은 같은 곡을 하고 싶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매번 다른 작곡가, 다른 스타일의 연주를 들려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작곡가들이 곡마다 새로운 도전을 제시하거든요. 처음에도 말했지만 대단한 오케스트라를 만들기 위해서 이곳에 왔어요. 극동지역에서도 좋은 오케스트라로 성장시키고 세계적으로도 인지도를 높이고 싶어요.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입니다. 특별함을 지닌 오케스트라로 만들고 싶어요. 한국의 ‘플래그십’ 오케스트라이자 음악적 사절로 전 세계에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만들고 싶습니다.

사진 방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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