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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유선 밥상머리 교육론

2013-06-19 18:37

전 방위로 활동 중인 배우 윤유선의 스케줄 가운데 가장 우선순위는 ‘가족과의 식사시간’이다. 배우인 엄마는 촬영 중 에피소드를, 판사인 아빠는 담당 사건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의 의견을 묻는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하는 밥상, 아이의 키뿐 아니라 마음의 근육도 자란다.

“일하는 엄마다보니까 아이들을 그렇게 잘 챙겨주지는 못해요. 다만 우리 가족과 함께하는 식탁은 제 삶에서 굉장히 우선순위를 차지하지요.”

우선순위에 있다는 건 그만큼의 공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밤샘 촬영을 마친 날은 가족과 함께 아침식사를 한 뒤 잠자리에 든다. 아침 촬영이 있으면 숍에 들러 메이크업을 마친 뒤 식사를 하고 현장으로 향한다. 지방 촬영이 있을 땐 일정이 나는 대로 집에 들러 아이들과 식탁에 둘러앉는다. 이런 날은 남편인 이성호 판사(서울중앙지법)도 웬만하면 외부 일정을 잡지 않는다.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시간은 엄마 윤유선뿐 아니라 남편과 큰아들 동주(초등학교 6학년), 작은딸 주영(4학년) 모두에게 중요한, 그래서 당연한 시간이다. 이건 어른들끼리 할 이야기라고 아이들을 소외시키거나, 아이들이 줄곧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는 일은 없다.

“우리 동주는 스마트폰이 없어요. 할머니가 쓰시던 오래된 휴대폰을 물려바다 쓰고 있어요. 주변 친구들은 다 최신기기를 쓰는데 혹시 소외감 들지 않을까 싶어 ‘동주야, 스마트폰 사줄까?’ 했더니 아니래요. 가지고 있으면 자기가 절제를 못 할 것 같다고.”

“차라리 엄마가 새 거를 쓰고 저는 엄마가 쓰던 거 주세요.” 했다던가. 그 모습을 본 동주의 친구는 “와, 이 집 분위기 왜 이래?! 엄마가 먼저 스마트폰을 사주신다고 하고!” 하며 놀랐다고 한다. 뜻밖의 이야기를 하는 건 아들만이 아니다.

“어제 남편이 모처럼 모임이 있었거든요. 주영이가 잠자리에 들면서 그러는 거예요. ‘엄마, 아빠는 오늘 모임이 있다 그랬지? 그래, 아빠도 친구들 만나서 좀 쉬어야지.’ 제가 이불을 덮어주다가 깜짝 놀라서 ‘아니, 주영아. 어떻게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했어?’ 했죠.”

아니, 이 집 분위기 왜 이래!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이렇게 ‘앗’ 하는 순간의 연속이라 윤유선은 매번 놀란다. 

“아이가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잖아요. 언젠가는 떠나보낼 준비를 해야 할 거고요. 아이들이 엄마를 이렇게 좋아해주는 게 고맙죠. 지금 이 순간은 흘러가버리면 다시는 못 올 시간이잖아요.”

동주와 주영이는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다. 사춘기가 ‘파도치듯’ 다가올 나이다. 아이들은 생김새며 유머러스한 성품이 아빠를 빼닮았다. 평소 이성호 판사는 아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아, 대화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아이들은 거의 방학 때마다 산촌에서 열리는 캠프에 참여하는데, 부부는 웬만하면 이 캠프에 찾아가본다. 흙더미에 묻혀 웃고 있는 사진을 윤유선이 스마트폰으로 보여줬다. 시골 아이가 다 된 딸의 모습이 보이는데 그보다 더 웃음이 나는 건, 손에 들고 있는 배추만큼이나 붕어빵처럼 꼭 닮은 부녀다. ‘딸이 어찌나 아빠를 닮았는지, 서운할 지경’이라며 윤유선도 웃는다.

형사부를 맡고 있는 이성호 판사는, 강력 사건을 다룰 때마다 가정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한다고 한다. 어릴 적에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자란 이들이 얼마나 쉽게 범죄에 노출되는지를 지켜봐서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식사시간에, 아빠는 자신이 맡고 있는 사건에 대해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해준다. 최근 흥행몰이 중인 <레미제라블>의 일화처럼, 만약 정말 배고픈 사람이 먹을 것을 훔쳤다면 어떻게 판결하면 좋을지. 아들 동주는 제법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다. 큰아이 동주는 어릴 적부터 아빠, 엄마와 대화하는 일에 익숙하다.

“동주가 아주 어릴 때도 저는 일을 하고 있었잖아요. 한창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할 나이인데 촬영에 들어가면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하니까 늘 미안했어요. 그럴 땐 설명을 해줬죠. ‘동주야, 텔레비전에 엄마가 나오잖아. 동주도 엄마가 텔레비젼에 나오는 거 좋지? 그러려면 엄마가 촬영을 가야 해.’”

그리고 촬영을 끝내고 돌아온 후에도 “동주가 기다려준 덕분에, 엄마가 촬영을 잘 마치고 왔어. 동주야, 정말 고마워”라는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아이는 그렇게 엄마가 하는 일을 이해했고, 집에서 엄마가 대본을 볼 때도 되도록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다. 지난해는 바빠도 너무 바빴다. 드라마 <짝패>에 이어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연달아 들어갔다. 동주와 주영이가 “엄마 일 좀 그만하게 해주세요”라고 몰래 기도했을 정도로 가족들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두 작품을 마친 뒤로는, 아이들과 원 없이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요즘 아들을 보면서 ‘아니, 얘가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흠칫 놀랄 때가 있어요. 중학교 들어가고, 사춘기가 시작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그럴 때 아이들이 문을 걸어 잠그지 않고, 엄마한테 말해주면 좋겠어요.”

크리스천인 윤유선은 아이들이 고민을 상담해오면 ‘기도하자’고 이야기했다. 웬만하면 ‘네가 양보하고 참아라’고도 했다. 지난해 왕따 문제를 다룬 드라마 <못난이 송편>을 찍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참으라는 게 아이를 힘들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을 수도 있겠구나. 요즘은 아이들한테 기도할 때도, 솔직하게 하라고 해요. ‘엄마한테 말하는 것처럼 해.’ 이렇게요.”



호돌이와 토순이, 윤유선의 어린 시절

아역배우로 시작한 윤유선은 주변에 어른, 선생님, 선배님들이 많다. 배우 전원주는 ‘며느리 삼고 싶었다’고 했을 만큼, 예쁨과 보살핌을 받았다. 선배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는데 그중 지금도 마음에 새기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배우가 작품과 캐릭터 분석을 제대로 하면, 인생도 잘 살 수 있다’는 거다. 결국 드라마도 인간의 삶을 다루는 일.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 삶에 얼마간 관여를 하는 배우 엄마와 판사 아빠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도 ‘주변을 돌아보는 삶’을 사는 게 ‘혼자 잘해서 이기는  삶’보다 더 나은 것이라고 이야기해준다. 

“아이들이 클수록 갈등이 더 심해질 거 같아요. 학년이 올라가면, 선행학습은 당연한 게 되고, 그만큼 해온 아이들이 학교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잖아요. 우리 애들은 전혀 안 하고 있거든요.(웃음) 저희 부부도 고민이 많은데, 남편도 저도 ‘원래 교육과정대로 가자’는 주의라, 학교 수업에 집중하라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학교 선생님이 애들 수업태도가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지금은 먼저 배워온 아이들보다 뒤처지지만, 공부하는 게 꼭 이기려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 천천히 가더라도 원래 템포대로 갔으면 좋겠어요.”

‘공부해서 주변에 나눠주는 사람이 되라’는 게 부부의 교육관인데, 그 공부과정이 주변 친구들을 짓밟고 나아가는 것이라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세를 거스르는 일은, 부모에게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세 가지 조건이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라는데 윤유선은 그중 하나도 가진 게 없다며 웃음을 지었다.

“할아버지, 돌아가셨고요. 아빠, 관심 많고요. 엄마, 정보 없어요.(웃음) 제가 (시)아버님을 뵙지는 못했는데, 남편을 보면 굉장히 다정하고 다감하신 분이었구나 싶어요. 남편이 아이들한테 하는 걸 보면 그래요. 저도 많이 아는 게 없어서, 교회에서 여는 어머니학교나 모임에 참석하려고 해요. 얼마 전에 전혜성 박사님(예일대학교 동암문화연구소 이사장, 여섯 아이를 세계적인 리더로 키워냈다)이 쓰신 <섬기는 부모가 자녀를 큰사람으로 키운다>를 읽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의 책에는 ‘크고자 하거든 먼저 남을 섬겨라’, ‘한 사람의 위대함은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는가로 평가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윤유선은 동료 배우들과도 꾸준히 성경공부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서로 스케줄이 맞지 않을 땐 잠시 중단되기도 하지만, 시간을 내어 말씀을 나누고 자녀 양육에 대한 조언을 서로 구한다. 큰아이 정민이를 홈스쿨링으로 키웠던 신애라도, 두 아들을 ‘쿨한 교육법’으로 키우고 있는 오연수도, 아이 사랑에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유호정도 이 모임의 멤버다. 얼마 전에는 오연수가 출연한 영화 <남쪽으로 튀어> 시사회에 신애라와 윤유선이 함께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같은 길을 걸으며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다.

섬기는 부모가 아이를 큰사람으로 키운다

“저는 20대에 오히려 다른 친구들만큼 활발히 활동하지 않았거든요. 방송과 관계되지 않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그랬던 경험이 지금은 오히려 많은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생각해보면 그 친구들을 통해 교회도 다니게 됐고, 지금 남편도 만나게 됐으니까요.”
인생이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전에는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결혼하는 사람을 보면, ‘아니 저렇게 경솔할 수가!’ 했는데,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이 결혼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100일. ‘당신한테는 내가 딱’이라는 말에 결혼을 했다는데, 지금도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신중하기 이를 데 없는 남편이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밀어붙였는지 놀랍다고 한다.

“결혼하고는 남편이 ‘속았다’고 하고, 제가 ‘당신은 내가 딱’이라고 해요.”(웃음) 

아역으로 방송을 시작한 윤유선에게 촬영 현장은 일상 같은 곳이었다. 치열하게 싸워야 할 곳이라기보다는 좋은 선생님들이 계시고, 지방 촬영을 갈 때는 멋진 자연이 있는 학교 같은 곳이었다. 평범한 유년기를 보내지는 못했지만, 돌아보면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그때 좋았던 건, 엄마와 정말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거예요. 엄마랑 항상 같이 다녔으니까요. 고민이나 마음속에 있던 이야기를 엄마한테는 거의 다 했어요. 그래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안정적인 마인드 덕분에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20대에 이르자 주변에 ‘나보다 열정적인, 나보다 많은 재능을 가진’ 이들이 방송계에 많다는 걸 알게 됐고, 그들이 더 많은 활동을 하는 것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됐다. 다시 연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고이기까지 차분히 기다렸던 시간은, 지금도 윤유선이 연기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저는 지금도 현장에 가면 행복하고 즐겁거든요. 거기서 충족이 되니까 다른 취미나 활동이 특별히 필요하지가 않아요. 아이들이랑 함께 있는 시간도 그래요. 스트레스를 풀어야겠다거나 힐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특별히 들지 않아요. 물론 기도하고 말씀 듣는 시간은 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필요하지만, 뭐가 힘들어서 그러는 건 아니거든요.”

얼마 전 윤유선은 아프리카 말라위에 다녀왔다. MBC에서 ‘세계 식량의 날’ 특집방송으로 진행한 <나누면 행복>을 통해서였다. 이전에도 나눔활동에 참여한 적은 있지만, 이번 경험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쓰레기더미에서 썩은 고기를 먹고 자라는 아이들, 술 취한 젊은이들, 사나운 어른들. 이곳에 희망이 있을까 싶어 마음이 답답했다.

“방송 말미에 그곳 추장님이 그러시는 거예요. 우리가 방송에 협조했는데 뭘 해줄 거냐고. 저희는 당연히 물질적인 걸 요구할 줄 알았는데, 그분 하시는 말씀이 ‘교회를 세워달라’는 거예요. 이곳의 어린아이들에게 지금과 같은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면서요.”
엄마의 방송을 본 딸 주영은 얼마 전 자신의 생일에 이런 말을 했다. “파티 안 해도 괜찮으니까, (비용을) 말라위에 보냈으면 좋겠다”고.

“진짜 1년 전부터, 이번 생일파티는 스케이트장에서 한다고 노래를 불렀거든요. 아이가 겨울 생일인데, 지난해에 다리를 다쳐서 스케이트장에 못 갔어요. 생일파티가 한창 중요할 나이잖아요. 근데 이번에 방송을 보고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주영아, 정말 그래도 돼?’ 그랬더니 그렇대요.”

아빠들, 집으로 돌아오세요

전혜성 박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이를 기를 때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자라길 원하는가’를 늘 잊지 말라고. 아이가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어른은, 두말할 것 없이 엄마와 아빠다. 부모가 나누는 삶을 살면, 말로 하지 않아도 아이는 그런 삶을 이어받게 된다. 그러려면 부모와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윤유선 가족이 말하는 밥상의 기적은 그렇게 실현된다.

“저는 그래서 아버지들이, 가정 밖에서 겉돌지 말고 집으로 돌아오셨으면 좋겠어요.(웃음) 저녁시간에 가족과 함께하기가 너무 어렵잖아요. 이건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긴 한데, 술자리가 너무 많은 거 같아요. 저만 해도, 남편이랑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않으면, 아이들한테 집착하게 되더라고요.”(웃음)

모두가 모이는 밥상, 삶을 나누는 한 끼의 식사. 가정을 천국으로 만드는 일은 이렇게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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