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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육아의 불편한 진실

2013-04-15 11:55

‘어느 유치원을 나왔는지가 어디 고등학교를 나왔는지 만큼 중요하다.’ ‘워킹맘이 따돌림을 당하는 게 아니라 돈을 안 내는 사람이 미움받는다.’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육아의 민낯’이 궁금해 리얼맘들을 토크 테이블에 모셨다. 솔직히 사립유치원비는 부담스럽고, 영어유치원은 아이를 주눅 들게 한단다.

예린엄마: 왜 그랬어요? 도훈엄마는 다 가졌잖아요.
도훈엄마: 집, 유치원, 학원만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아. 그러면서도 매일 노심초사하지. 쟤가 우리 애보다 잘난 거 아닌가. 내가 못난 건 아닌가. 겉으론 괜찮은 척하지만 진짜는 아무도 없어. 자기는 안 그래? 이런 빈껍데기 같은 하루하루가 못 견딜 것 같은 날 없었냐고. 난 그 애를 최고로 키우고 싶었어. 내가 가진 전부를 동원해서.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4부, ‘겨울나라 여왕의 비밀’ 中

KBS 드라마 스페셜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 4부작이 종영됐다. 단 4회 동안 네 개의 에피소드로 강남에 유치원을 보낸 엄마 한 명 한 명의 사연을 조명했을 뿐인데 시청률 10%를  넘기며 화제가 됐다. 명문대만큼이나 들어가기 힘들고, 명문대 버금가는 학비와 경쟁률을 기록하는 일명 ‘강남유치원.’ 

극중 하나유치원의 한 달 원비는 2백만원이다. 2013년 3월에 발표된 ‘유치원 알리미’에 따르면 월 1백만원이 넘는 유치원이 71곳, 연간 1천만원 이상 교육비를 받는 곳이 21곳이라고 한다. 급식비, 차량운행비, 체험활동비는 물론 별도다. 영어유치원의 경우 가장 교육비가 많이 드는 곳은 송파, 강동 지역으로 평균 168만원이었다. 대치동의 한 교육 컨설턴트는 이런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의 목표는 분명하다고 했다. ‘아이를 국제중학교에 보내겠다든지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겠다, 의사로 만들겠다’라는 장기계획을 세우고 유치원을 고른다는 것이다. 실제 아이를 영어유치원, 사립유치원, 일반유치원에 보냈던 엄마들을 만나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영어유치원인가, 인성인가

기자 영어유치원, 보내보니 어떤가요?
강남맘 영어유치원도 레벨이 있거든요. 저희 아이가 나온 유치원은 아예 얘기 안 하는 게 나은 데더라고요. 다니던 회사 바로 옆에 영어유치원이 있었어요. 나중에 초등학교 보내니까 엄마들이 유치원 이야기하는데, 대학 입학하면 출신 고등학교 얘기하는 것처럼 출신 유치원을 이야기해요. 근데 좋은 유치원이 아니면 얘기 안 하게 돼요. 명문 유치원 나오면 계속 얘기하고요.
기자 출신 유치원을 밝히는군요?
강남맘 처음에 자기소개할 때 저희는 어디 살고요, ‘어느 유치원 나왔어요’라고 얘기해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학 편입하는 것처럼 애들 유치원도 7살 때 옮기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는 거죠. 옮기는 엄마들 보면 왜 애들 적응하기 힘들게 옮기나 했는데 이해가 가더라고요.
창업맘 제 경우에는 아이가 유치원 가기 전에 물어봤어요. 영어유치원 가볼래? 한 일주일 정도 같이 생각해봤는데, 일반 유치원이 낫겠더라고요. 친구 아이들 보니까 영어유치원 보냈는데 적응을 못 하는 경우도 있고, 아는 사람이 국제중학교 영어강사인데, 영어유치원 아이들이 영어는 잘할지 몰라도 인성은 안 돼 있다는 이야기도 하고요.
사립맘 저는 사립유치원이 무서운 줄 일주일 지난 뒤에 뼈저리게 느꼈어요. 첫째는 사립 보내고 둘째는 교회 어린이집 보냈는데, 이제 시작인 거죠. 처음 일주일 되니까 3일 동안 연달아 고지서가 나오는 거예요. 지금 나온 금액이 한 6백만원? 저도 처음에 누가 그런 이야기하면 미쳤다 그랬거든요. 한 학기분이긴 해도. 한 번에 내기는 부담이 되죠. 중간에 한 달 방학도 있어요.
기자 방학이면 일하는 엄마는요?
사립맘 그때는 또 연수가 있더라고요. 그걸 신청해서 다녀오는 거죠. 근데 재밌는 건 아이도 (이 유치원이 뭔가 다르다는 걸) 느끼더라고요. 들어올 때부터 자부심을 세뇌시키는 거죠. 저는 사실 집 앞에 버스가 오고 가까운 유치원은 다 떨어져서 넣은 건데, 추첨에 된 거예요.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유치원 들어가기가 치열해요.
강남맘 아이 입장에서는 거기 교복을 입고 다니면 주변에서 알아보니까, 느끼는 거죠. 시선이나 그런 게 다르다는 걸.
사립맘 그런가 봐요. 놀이터에 가면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이야기하더라고요. ‘나 **유치원 다녀’ 이렇게.

# 워킹맘 왕따설의 실체는?

기자 전업주부들의 정보 커뮤니티에 들어가기 힘들다던데, 실제로 그런가요?
강남맘 전혀 아니에요. 저는 어제도 조찬모임 같은 걸 했는걸요. 그건 일하느냐 아니냐가 아니고요. 애티튜드의 문제인 거 같아요.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아이 스쿨버스 태워 보낸 다음에 커피숍에서 한 2시간 동안 이야기해요. 전업주부들도 오후에는 바쁘더라고요. 카톡이 생긴 후로 일하는 엄마들의 소외감이 사라졌어요. 18명이 한꺼번에 이야기하니까. 일하는 엄마들이 카톡 단체창 덕을 많이 봐요.
창업맘 정보가 중요하죠. 제가 회사 그만둔 지 1년 됐거든요. 그 전까지는 엄마들이랑 눈인사만 하고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 근데 일 그만두면서 엄마들이랑 차 마실 시간이 생기고 그럴 때 어디 학원이 좋더라, 어느 선생님이 잘한다더라 그런 이야기가 들리는 거죠. 근데 강남이랑 우리 사는 동네(정릉)는 차이가 많이 나요. 여기 학원은 대부분 10만~20만원이면 다니거든요.
기자 아이 키우면서 강남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나요?
창업맘 저희 어머니가 학구열이 있으셨던 편이라 제가 과외를 좀 받았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아이는 초등학교 전까지는 뭔가를 하지 말자는 주의였어요.
기자 일과 육아가 기로의 선 적은 언제였는지 궁금해요.
창업맘 이제 1학년에 들어가니까 모든 걸 외할머니한테 맡길 수는 없어서 적응할 때까지는 제가 봐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큰애 7살 때 일을 접었죠. 지난해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했는데, 일을 많이 벌이지는 않았죠. 그 후로는 어머니한테 일주일에 2~3번 맡기고 다른 날은 제가 돌보죠. 근데 아이가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어머니가 데리러 가는 날이랑, 제가 가는 날이랑.
사립맘 완전 좋아해요. 제가 집에 있는 날이랑 없는 날을 기억하고 있어요.
창업맘 커뮤니티가 생기면 좋은 게 뭐냐면 제가 일이 생겼을 때 다른 엄마가 케어해줄 수 있다는 거예요. 서로 믿고 맡길 수 있으니까요. 평소에 제가 일을 안 할 때 시간이 생기면 우리 집으로 많이 불러요. 커피를 마시더라도 우리 집에서 준비해서 미리미리 덕을 쌓아두죠. 나중에 부탁하려면 미안하잖아요.

# 사립에 보낸 걸 후회한 적은?

강남맘 저는 사실 잡지나 드라마에 나온 워킹맘이 잘 이해가 안 가요. 오히려 선생님도 워킹맘이다보니 더 잘 이해해줘요. 엄마들도 저 일하는 궁금해하고요. 제가 일하는 데서 공짜표 나오면 티켓 돌리고 같이 보러 가고 하니까 좋아해요. 어느 모임에 가도 돈 안 쓰는 사람 싫어하고, 촌스러운 사람 꼴 보기 싫어해요. 바쁘다는 핑계로 까먹고 돈 안 내고 이런 사람들이 왕따당하는 거죠.
기자 일하는 엄마들은 한 번 더 내고 그러지 않나요?
강남맘 그런 건 하죠. 일하는 엄마들은 직장도 괜찮거든요. 일하는 엄마들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얻는 이득도 많아요. 일하는 엄마들이 많아지면서 생활형 사립학교가 각광을 받고 있어요. 가깝고, 늦게까지 봐주고 이런 데를 선호하죠.
사립맘 부담이 되긴 해요. 비싸다고 느끼는 순간 사립이 싫어지는 거죠.
강남맘 이런 이야기하는 순간 왕따당해요.(사립맘과 강남맘은 절친이다.) 비싸면 보내질 말지, 이런 마음이에요. 나도 같이 레벨이 낮아지는 느낌이거든. 그래서 말을 조심해야 돼요. 뭐든지 이것이 원래 나의 생활인 듯해야 해요. 나에겐 익숙하지 않다는 느낌을 줘선 안 돼요.
사립맘 요즘은 보육료 지원이 되잖아요. 그런 데 길들여진 엄마들은 좀 힘들어요. 멋모르고 왔다가 입학금부터 넣기 힘든 거죠.
기자 사립에 보낸 걸 후회하시나요?
사립맘 반반이에요. 뭔가 질 좋은 교육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는 있죠.
강남맘 저는 일단 공립을 보냈다면 더 금전적인 부담이 됐을 거 같아요. 아침에 도우미 아주머니를 써야 하니까. 사립은 버스가 7시면 오더라고요. 학교에 자주 갈 일도 없고요. 공립일 경우에는 자주 가야 하더라고요. 영어유치원도 톱 레벨은 원비가 2백만원 정도 해요. 서민형 영어유치원이 70만~80만원 정도고요. 그러다보니 사립초등학교가 비싸다는 느낌은 안 들어요.
사립맘 차승원, 정용진 아이가 다닌 숭의초등학교나 윤후가 다니는 세종초등학교가 요즘 뜨긴 떴죠.
강남맘 학비도 비싼데 학원도 다녀야 하잖아요. 학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방학 되면 하나둘씩 캠프를 가요. 1~2학년은 어리다고 해도. 3학년 때는 가야 하거든요. 그런 부대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에요. 엄마들 물이 좋으면, 차라든지 핸드백, 옷 이런 게 신경이 쓰이죠. 학비보다 그런 게 많이 들죠.
기자 그럼 엄마들이 일을 해야 하지 않나요?
강남맘 할 수 있어야 하죠. 엄마들이 아이 학교 들어가서 그만둔다고 하는데 사실 뻥이에요. 그때가 엄마 커리어도 기로거든요. 30대 후반인데 딱 승진하느냐 아니냐인데, 아이가 좋은 핑계가 돼주는 거죠.
사립맘 일 안 하는 엄마들 보니까 할아버지, 할머니가 재력이 있더라고요.

# 아빠의 자격

기자 할아버지의 재력과 더불어 아빠의 무관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강남맘 아빠가 해줄 역할이 있는 건 아니에요. 이혼 안 해주고 운동회 때 뚱뚱해서 창피하게만 안 하면 되는 거죠.(일동 웃음) 요즘 운동회 가보면 아빠들이 늘씬하고 옷도 잘 입고 하니까.
기자 아빠와의 스킨십은요? 사회성이나 리더십엔 아빠 역할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요.
강남맘 아침에 스쿨버스는 꼭 아빠가 데려다줘요. 얼마 안 걸리지만 손을 잡고 둘이 이야기하라고.
기자 아이의 하루도 궁금해요.
강남맘 아이가 집에 오는 게 2시 20분 정도 돼요. 공립학교는 더 빨리 와요. 집에 와서 간식 먹고 바로 학원 가서 5시까지 있고요. 6시부터는 숙제하고 저녁 먹고 씻고 자고. 아이가 어린 경우 회사에 보육시설이 잘 돼 있는 경우도 있는데, 아침에 함께 출근해서 저녁에 같이 퇴근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중간에 할머니나 누가 데리러오고 그러죠. 회사 눈치 보이니까.
사립맘 어느 엄마는 장사하느라 너무 바빠서 영어유치원을 보냈더니  아이 인성이 망가졌다고 하던데요.
강남맘 근데 저는 인성은 부모가 길러주는 거지, 왜 유치원이 해줘야 하나 싶어요. 드라마에서 워킹맘을 잘못 그리는 거 같아요. 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 애도 잘 봐요. 아무리 바빠도 화장실 갈 시간이 없겠어요?
기자 워킹맘이라 아이를 방치한다, 워킹맘이라 주부들한테 따돌림당한다는 건 너무 단편적인 이야기다?
강남맘 어느 상인 부부가 아이를 고급 사립학교에 보냈대요. 다들 잘 적응할까 했지. 근데 이 부모가 매일 행사에 와서 사진 찍어주고, 다른 아이들 사진도 뽑아서 나눠주고 한 거에요. 그래서 그 모임에서 짱을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고맙겠어요. 따돌릴 이유가 없잖아요. 벤츠 타고 와서 커피 값 안 내고 가는 사람보다, 사진 한 장 뽑아서 오는 사람이 고마운 거죠.
기자 일하는 엄마를 질투하지는 않나요?
강남맘 그러겠죠. 속으로는. 그래서 저는 빈구석을 노려요. 제가 모임을 좀 주도해요. 잘 결정을 못 내릴 때 제가 딱딱 결정하고, 도움이 필요하면 연결해주고 그래요. 제 인맥을 동원해서요. 선생님 만나고 와도 그런 정보들 다 나누고요.
기자 밉상인 사람은 없었나요?
강남맘 있죠. 예를 들어 어떤 엄마가 아이 생일파티를 했어요. 비싼 중국집에서 하더라고요. 중국집에서 제일 싫은 사람이 탕수육 안 시켜주는 사람이잖아요. 근데 2인 1조로 자장면을 시켜주는 거예요. 워킹맘의 불편한 진실이 그런 모습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회사 가면 후배들한테도 그럴 거예요. 엄마들 모이면 사실 더치하기도 내가 낸다고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있거든요. 그럼 눈치껏 해야 하는데, 매번 안 내고 그러면 왕따당하는 거죠.
기자 외동으로 키워서 좀 걱정이 되진 않나요?
강남맘 제가 5남매인데 사이 안 좋거든요.(일동 웃음)그게 중요한 거 같지는 않아요. 책 많이 읽고 잘 케어해주면 되는 거죠.
기자 나는 엄마처럼 하지 말아야지 했는데, 지금 똑같이 하고 있는 게 있다면요?
강남맘 저 어렸을 때 어머니가 가난하고 못생긴 아이들이랑 노는 거 안 좋아하셨는데, 저도 그렇더라고요. 나도 모르게 걔네 부모 뭐하는지, 어디 사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런 아이들을 차별하자는 건 아니지만 친할 것까지는 없잖아요.
사립맘 저는 엄마처럼은 아니고, 아무래도 일을 하다보니까 구멍이 생겨요. 아이 가정통신문 같은 게 나오면 잘 챙겨야지 하고 기억해두려고 하거든요. 얼마 전에 등산을 간다고 해서 운동화 신겨 보내야지 하고 있었는데, 그 전날 이미 다녀왔다는 거예요. 혼자 크록스 신고, 신발에 돌멩이 다 들어가고. 그 이야기 듣고는 마음이 좀 아팠죠.
창업맘 저도 일할 때 아이를 유치원 차 태우려고 나가면, 애들은 다 운동복 입었는데 우리 애만 원복을 입었을 때가 있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운동복인데 그게 그렇게 헷갈려요. 다시 갈아입혀올 시간은 안 돼서 그냥 보냈는데 하루 종일 얘가 혼자 원복입고 얼마나 튀었을까 생각하니까 미안하더라고요.

아이에게 최고의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야 어느 엄마든 같다. 여자가 자신의 이름이 아닌 ‘누구 엄마’의 삶을 살게 될 때 ‘그녀들의 완벽한 하루’의 좌표는 아이를 향한다. 그 좌표가 ‘강남 입성’이라는 한 점으로 수렴되는 건 강남에 살든, 아니든 ‘불편한 일’이다. 한 엄마의 말대로 엄마들이 떠난 자리에는 묵직한 무언가가 남아있었다. 일하는 엄마라고 왕따 당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말은 위안이었고, 그럼에도 사립유치원비 대기란 쉽지 않다는 말에 공감이었다. 드라마도 끝나고, 토크테이블도 막을 내린 뒤 그녀들이 떠난 자리에 남은 묵직함, 한 엄마가 말했듯 그건 ‘불편한 진실’의 무게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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