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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궁에서 펼쳐진 문란한 파티의 내막

강원도 원주 호화별장에서 무슨 일이?

2013-03-29 10:39

‘사회지도층’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강원도 원주의 한 초호화 별장에서 열린 그들만의 은밀한 파티가 세상에 알려졌다. 현직 차관, 전직 국회의원, 병원장, 언론사 간부 등 출연진도 화려하다. 포르노, 채찍, 수갑, 직접 찍은 음란 동영상까지 등장하는 이 파티에서 이들은 유명 정치인, 배우의 가면을 쓰고 파티를 즐기다 성접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날 밤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은밀한 파티의 내막을 파헤쳐봤다.

대리석 바닥에 원목가구, 고급 마감재로 지은 호화별장. 안에는 찜질방과 가라오케는 물론 당구대에 드럼까지 갖추고 있다. 처음 가본 사람은 입이 떡 벌어질 만한 규모로 수영장 2개, 6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는 아방궁이다. 이곳은 별장 주인이 사회지도층 인사에게 골프, 식사, 음주가무는 물론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강원도 원주의 별장이다. 인근 마을과 200m 정도 떨어져 있어 외부와는 차단된 곳이지만, 남한강이 내려다보이고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전망은 그만이다. 안에는 2층, 3층, 4층 건물이 한 채씩, 식당 및 오락공간으로 쓰는 건물 한 채와 관리자용 숙소가 있다. 너른 잔디가 깔린 정원은 정원수, 바위, 벤치 등으로 꾸며져 있다. 실외에는 수영장뿐 아니라 정자도 2채 있는데 한쪽에는 모형 풍차가 돌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고급 승용차가 몇 대씩 별장을 드나들었다. 한 번 오면 밤새 불이 켜져 있고, 다음 날 늦게 빠져나갔다”, “유명 코미디언이나 가수, 연예인을 본 적도 있다”고 했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주말 오후 9시.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초호화 별장에 어둠이 깔리자 검은색 세단들이 속속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이들은 대기 중인 관리인에게 유명 정치인, 외국 영화배우 등의 얼굴이 새겨진 가면을 하나씩 건네받아 쓴 뒤 별장으로 들어간다. 밴드와 가라오케가 마련된 거실에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여성들이 외국 여배우의 가면을 쓴 채 그들을 맞았다. 마지막 참석자가 들어서자 이들은 옆방으로 안내됐다. 출장요리사는 즉석에서 서양식 코스요리에 와인을 준비했다. 긴 식사를 마친 뒤 호스트의 제안으로 거실로 옮긴 파티 참석자들은 취향에 따라 고급 양주를 잔에 따라 마셨다. 술기운이 오르자 한 사람씩 흥에 취해 노래를 불렀고, 한쪽에서는 춤판이 벌어졌다. 질펀한 음주가무 파티가 두 시간을 넘어서자 이번엔 대형 화면에 포르노 영화가 흘러나왔다. 어느새 짝을 이룬 남녀들이 하나둘 빠져나가 별채로 사라졌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 별장에서는 변태 성행위에 쓰는 채찍, 수갑 등도 발견됐다고 한다.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은 권태에 빠진 주인공이 상류층의 은밀한 집단난교 파티에 초대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 일이 강원도의 한 별장에서 실제가 됐다. 별장에 초대된 이들은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고위인사들이다. 이 파티를 주최한 건 윤중천 전 중천산업개발 회장. 그의 초대는 이들을 향한 로비의 성격이 짙었다. 그가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은 지난달 초순부터 ‘첩보 수준’으로 법조계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주요 로비 대상자들의 이름도 떠돌았다. 법무차관을 비롯, 사정기관 전직 고위관리, 금융계·의료계 인사의 이름도 나돌았다.첩보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윤 전 회장이 유력인사들을 초청한 정황과 접대방식, 성접대 동영상을 어떻게 촬영했으며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까지 흘러나왔다. 동영상을 직접 봤다는 사람도 상당수 있었다. 특히 윤 전 회장과 내연 관계였던 여성 사업가 권 씨가 윤 전 회장과 갈등을 빚으며 윤 전 회장을 경찰에 고소한 뒤 빌려준 차를 해결사를 동원해 빼앗아오는 과정에서 차 속에 있던 문제의 동영상이 발견됐다는 드라마 같은 얘기가 퍼져나갔다. 유력인사가 수억 원을 주고 동영상을 빼돌렸다는 구체적인 얘기까지 돌았다. 관련자들은 모두 강력히 부인했지만 의혹은 잦아들지 않았다.이야기가 일파만파 퍼지자 경찰이 나섰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해 내사에 나섰고 진척은 빨랐다. 경찰은 사건 핵심 관련자인 여성 권 씨와 동영상을 만들고 보관하는 데 관여했다는 윤 전 회장의 조카, 파티에서 성접대를 강요당했다는 피해여성 등을 불러 의혹을 조사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사건 관련 여성들이 일관된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들은 현직 법무차관 김 씨가 지검장이었던 2008~2010년, 윤 전 회장이 전·현직 고위공무원과 병원장, 금융계인사 등 유력인사들을 별장에 불러 술잔치를 벌였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윤 전 회장이 유력인사들이 성접대 받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이들을 협박하는 데 사용했다는 것이다.

윤 전 회장과 김 법무차관의 관계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윤 전 회장 주변인물들이 “윤 전 회장이 가장 주력한 것은 인맥관리”라며 “각계 유력인사는 물론, 군대 동기들을 별장으로 초청해 연회를 여는 등 사람 관리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는 것으로 비추어 그가 공들인 인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거기다 윤 전 회장은 2000년 이후 사기, 횡령, 간통, 사문서 위조 등으로 20여 차례 입건됐음에도 한 번도 형사 처벌된 적이 없다는 것도 의혹을 증폭시켰다.

그동안 “나의 인격을 걸고 성접대는 받지 않았다”, “턱도 없는 얘기”라고 부인해왔던 김 차관은 “내가 성접대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이를 보도하면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발언 수위를 낮췄다. 그는 성접대와 동영상 부분만 부인했고 윤 전 회장과 아는지, 별장에 갔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윤 전 회장과는 알지도 못하는 사이”라는 처음 주장과 달라진 부분이었다. 청와대도 곤란한 표정이다. 현직 법무부차관을 임명하면서, 그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인데다, 검찰 고위직 간부가 성접대를 받았다는 것은 조직 전체에도 치명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이 주연한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은 권태에 빠진 주인공이 상류층의 은밀한 집단난교 파티에 초대되는 장면이 나온다.

별장에 초대된 이들의 입에서 나온
충격적인 증언
윤 씨의 강원도 원주 별장 모임에 몇 차례 간 적이 있다는 이들의 증언이 이 은밀한 파티의 정체가 알려지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이들은 일관되게 “별장에 온 사람 중에 전·현직 고위공무원, 변호사, 은행지점장, 지방건설업체 경영인 등 각계 인사가 있는 것을 직접 보기도 했고 같이 간 사람으로부터 전해듣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회장이 별장에 해병대 동기부터 고위직 인사까지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주말마다 초청했다는 것. 그는 보통 금요일에 6∼12명 정도를 초청해 별장 인근 골프장에서 내기 골프를 쳤다. 많게는 3팀까지 만들어 골프를 친 뒤 별장 인근 식당에서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별장에서 당구를 치거나 포커게임을 즐겼다. 포커의 경우 별장 지하에 있는 작은 방에서 한 사람당 판돈 5백만~1천만 원 이상을 걸고 하는 큰 판이었다. 이 별장에 한 번 초대받으면 짧게는 하루, 길게는 2박 3일까지 머문다고 했다. 이들은 또 “혼자 따로 온 남자들의 경우 별장 내부의 별채 3채로 나뉘어 들어가 성접대를 받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에 종사하는 이들로 이들을 공급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했다. 한 언론에서는 이 접대 여성들 중 주부, 예술가, 연예인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해 파장이 일었다. 영화배우 김부선은 TV 인터뷰에서 ‘고위직이나 기업에서 배우에게 성접대를 요구하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라고 말해 신빙성을 더했다. 별장 인근의 주민들은 “이 별장에 연예인도 왔었다”고 했고 별장관리인은 “예쁜 아가씨들이 서빙을 하고 탤런트, 가수들도 놀러왔다”고 말했다.윤 전 회장에게 초대를 받은 적이 있는 전직 정부부처 간부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별장에 가자는 권유를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윤 씨를 알았다는 그는 “골프 안 쳐도 좋으니까 왔다 가시라고, 여기 오면 알 만한 사람들 다 와서 교류한다고, 사회 저명인사들이니까 만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며 권했다”고 했다. 하지만 별장에는 가지 않았다. 전에 윤 씨가 꼬투리를 잡아 돈을 요구한 적이 있고, 끈질기게 초대를 하는 게 뭔가 꺼림칙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병원장은 인터뷰에서 별장에 간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접대 의혹은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윤 씨와는 몇 년 전 모임에서 처음 알게 됐다”며 “별장에 구경 오라고 해 토요일 밤에 간 적은 있지만 저녁 먹고 바로 올라왔다”며 “술도 안 마시고 골프도 치지 않았다”고 성접대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의 공사에 윤 씨가 소속된 건설회사가 수주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수사는 계속 진행될 것을 보인다. 

경찰의 수사가 계속될수록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내사 단계에서 조사한 관련자만 30여 명에 달하고, 이들 중 “남녀가 집단으로 버스를 타고 별장에 가 포르노를 보며 성교를 했다”는 진술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여성이 밝힌 ‘별장파티 참가자 리스트’에는 현직 고위관료 3명, 전직 고위관료 4명, 전직 국회의원 1명, 병원장 2명, 언론사 간부 2명 등 총 12명이 들어 있다. 별장 주변에 설치된 CCTV 녹화영상 확보 여부도 관건이다. CCTV 영상을 분석하면 별장을 다녀간 인물들의 신원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 성접대를 받은 인사들의 수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지난해 11월 윤 씨에 대한 고소 사건을 조사하면서 별장 CCTV 영상을 확보했다”며 “수사팀에서 CCTV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별장 성접대에 관여한 여성들은 경찰 조사에서 상대 남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여성들이 윤 씨에게서 접대 대가로 받기로 한 돈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분풀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처음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도 피해여성의 고소였다. “한 여성이 윤 씨를 고소한 배경에는 고위층 인사를 성접대한 대가로 받기로 한 돈을 윤 씨가 주지 않아 이에 대한 항의 차원이 강했다”며 “다른 성접대 여성들도 비슷한 피해를 많이 본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게 경찰의 발표다.



동영상 유출,
한 편의 블랙코미디
문제의 동영상이 세상에 알려진 과정도 한 편의 블랙코미디다. 이 동영상은 우발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동영상은 윤 전 회장과 교육사업가 권 씨의 내연관계가 악화되면서 유출됐다. 윤 씨가 권 씨에게 술을 먹인 뒤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하고 권 씨로부터 빌린 15억원과 벤츠 차량을 돌려주지 않자, 권 씨가 윤 씨를 강간, 공갈협박 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서로에게 치명적인 사건이라 권 씨는 처음에는 경찰이 아닌 사적인 해결사를 고용했다. 하지만 일이 꼬였다. 권씨가 사진을 의뢰한 해결사는 문제의 별장에 있는 그녀의 벤츠 차량을 되찾아주겠다고 했다. 그는 강원도 별장에 가서 견인차로 벤츠를 끌고 왔고, ‘우연히’ 트렁크에 있던 문제의 동영상 CD 7장을 보게 됐다. 벤츠를 권 씨에 건네주려던 그는 동영상을 보고는 마음이 바뀌었다. 벤츠를 팔아먹고 돈을 빼돌린 것이다. 권 씨는 차를 판 돈을 건네줄 것을 요구했지만 해결사는 자신이 동영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권 씨에게 알리면서 대금 인도를 거부했다. 권 씨가 경찰에 알리겠다고 하자 남성은 자신의 입수한 동영상 중 일부인 1~2분 분량의 ‘고위공직자 성접대 동영상’을 휴대전화를 통해 전송하면서 “당신 영상도 있다”고 위협했다. 권 씨는 이 사실을 지인에게 하소연했고 이 과정에서 몇몇 사람이 ‘동영상 존재 사실’을 추가로 알게 됐다. 이 이야기는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즉 권 씨가 윤 회장을 고소하는 과정에서 해결사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면 문제의 동영상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별장 주인, 파티 주최자
윤 회장은 누구?
윤 씨는 자신의 이름을 딴 건설업체를 운영하다가 도산했다. 이후 다른 건설회사의 공동대표로 활동하면서 사실상 수주 브로커 역할을 해왔다. 경찰은 윤 씨가 전·현직 고위공직자, 대학병원장 등에게 뇌물이나 향응을 제공하며 관계를 맺고 이들을 활용해 수주과정에 개입하거나 특혜를 베푼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 중이다. 윤 씨는 자신의 호화별장에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불러 파티 형식의 성접대를 제공하고 이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관 중인 방식으로 일을 진행해왔다. 동영상을 협박에 이용해 금품을 요구하거나 이권을 챙긴 것이다. 경찰은 윤 씨의 해외출국을 금지한 상태다. 지인들에 따르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그의 휴대전화는 꺼진 상태라고 한다. 사건의 공범으로 알려진 윤 씨의 조카는 “작은아버지의 요청으로 고위관료들의 성접대 동영상의 스틸사진을 보내 돈을 달라고 협박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의 노트북을 입수해 하드디스크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동영상을 보관해뒀다고 주장하는 인터넷 웹하드도 압수수색할 계획이다. 그가 저장하고 있는 영상에 어떤 인물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사건에 관련된 인물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회장이 자신의 별장에 사람들을 초대해 이런 파티를 벌인 건 2008년부터다. 따라서 이 은밀한 파티에 초대를 받은 이들이 12명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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