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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남기고 떠난 임윤택 부모 인터뷰

“잘 가라, 자랑스러운 내 아들”

2013-03-06 10:24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를 외치던 울랄라 세션의 임윤택, 위암 말기에도 혼신의 무대를 보여주어 ‘슈퍼스타 K의 전설’이 되었던 임 단장이 세상을 떠났다. ‘짧았으나, 누구보다 진실했고,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누구보다 위대한 생애’를 살았던 ‘리단 아빠’.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동행했다.





(좌)슬픔에 빠진 울랄라 세션 멤버들. (우)<슈퍼스타K>에 출연했던 울랄라 세션의 모습.

“오늘 윤택이한테 다녀왔습니다. 쌀쌀하지만 햇살이 따스하게 비치는 양지바른 곳에서 웃고 있었습니다.”

이승철이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임윤택이 세상을 떠난 지 1주일여, 지난 2월 19일 이승철은 ‘휴대폰에는 아직도 그의 전화번호가 남아 있는데, 걸 수가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슈퍼스타 K>로 맺은 인연이 특별한 건 심사위원 이승철만이 아니다. 전 국민이 그와 함께 울고 웃었다.  <2011 Mnet 슈퍼스타 K3> 우승팀 ‘울랄라 세션’은 그해의 신드롬이었다. 임윤택·김명훈·박승일·박광선으로 이루어진 하모니 그룹, <슈퍼스타 K> 방영기간 동안 이들이 부른 노래는 각종 음원차트 상위를 기록했고, Top 11에서 결승으로 이어지는 생방송 중에는 세 번의 슈퍼세이브(심사위원 최고점을 받아, 문자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를 받는 기염을 토했다. 

<슈퍼스타 K> 오디션이 진행되는 동안 리더인 임윤택의 위암 말기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는데, 주변의 우려에도 씩씩하게 무대를 소화한 그는 경연 중 몸 상태가 4기에서 3기로 좋아져 6월 말에는 수술을 받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했다. 평소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를 외쳐온 긍정의 아이콘 임윤택은, <슈퍼스타 K>를 마치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우승 후 지난 1년 동안 그가 이룬 일들은, 말기암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간다는 말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14일 오전 7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임윤택의 발인이 엄수됐다. 아내 이혜림 씨를 비롯한 유족, 울랄라 세션 멤버들, 심은진, 백승희 등 2백여 명이 참석했다. 울랄라 세션 박승일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앞장섰고, 고인의 친구들이 운구에 나섰다.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졌다. 

가수 싸이가 고인의 장례비용을 전액 부담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싸이는 지난 11일 위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난 그룹 ‘울랄라 세션’ 임윤택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12일 말레이시아에서 바로 귀국해 병원을 찾았다. 싸이와 울랄라 세션의 인연은 이들이 정식 가수로 데뷔한 뒤 첫 곡을 싸이가 만들어주면서 시작됐다. 고인의 가족은 “뜻은 감사하지만 (장례비용을) 받을 수 없다”며 사양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매니저가 재차 방문해 정중히 설득해 마음이 움직였다고 한다. 

청와대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추모의 뜻을 표했다. “항상 긍정적인 자세로 기적을 보여주셨던 가수 울랄라 세션의 리더 고 임윤택 님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은 위암 투병 중에도 많은 이에게 꿈과 희망을 전달했습니다.” 무명 시절부터 임윤택이 가장 존경하는 작가로 꼽아왔던 이외수는, 그 인연으로 임윤택 부부의 결혼식에 주례를 서기도 했다. 그 역시 트위터에 “그는 비록 짧았으나, 누구보다 진실했고, 누구보다 열정적이었고, 누구보다 위대한 생애를 살았다”고 남겼다. 또 마지막까지 그를 할퀴었던 악플에 대해 ‘자제해줄 것’을 엄중히 촉구했다. 

생후 4개월 된 딸 리단은 할아버지 임종철 씨의 품에 안겨 14일 오후 경기도 분당 메모리얼파크 납골당에 안장된 아버지 임윤택의 장지를 찾았다. 자주색 신생아우주복을 입은 리단 양이 임윤택의 유골함을 마주하는 순간 주위에서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리단 양은 아버지와의 짧은 만남 후 유족과 함께 차에 올랐다.

당신의 아내여서,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합니다. 

…치료가 계속되고 있어 어쩌면 결혼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 무한한 힘을 준 사람이 바로 그녀다. 가장 힘든 시기에 나타나 한결같이 내 옆을 지켜준 그녀와 함께 한다면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 행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게다가 새 생명이라는 축복까지! 이 두 가지 큰 결정으로 이제 나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고 임윤택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 中 - 

임윤택은 지난 8월 세 살 연하의 헤어디자이너인 이혜림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두 달 후인 10월 리단 양이 태어났다. 1월에는 딸 리단의 백일이 있었다. 그 당시 임윤택은 자신의 트위터에 “리단 엄마가 1월 14일이 무슨 날이냐고 묻기에 망설임 없이 ‘리단이 백일’이라고 대답했더니 놀란 기색을 보였다”며 “자신은 자상하고 꼼꼼한 아빠”라는 글을 남겼다. 여느 아빠들처럼 딸의 첫 기념일인 백일을 기념하기 위해 손수 식당을 예약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자신의 병세가 이렇게 악화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새해를 맞으며 트위터를 통해 팬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를 건네는가 하면, “올해도 여러분이 언제나 웃을 수 있게 즐거운 음악을 들려드리겠다”는 신년 계획도 전했었다. 그랬기에 더욱 급작스러운 이별이었음에도 아내 이혜림 씨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발인을 앞두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젠 기쁜 마음으로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준 사람.. 이토록 멋진 남자의 아내인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참 행복합니다. 우리 다시 만날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남겼다. 이어 “이제 곧 이 세상과 안녕이네. 내 품에서 떠나보낸다는 게 참 힘들지만.. 하나님 품으로 보낼 생각하니까 안심이 돼요. 따뜻하고 평안한 곳에 가서 내가 있는 이 세상 내려다봐요. 너무 아팠던 당신. 더 이상 아프지 않아도 된다는 게 너무 기뻐.. 잘 가요 내 사랑 리단 아빠”라고 덧붙였다.



임윤택은 지난 8월 세 살 연하의 헤어디자이너인 이혜림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잘 가라, 자랑스러운 내 아들

“제가 지금 이런 상태인데도, 부모님은 한 번도 울지 않으셨어요. 워낙 긍정적이셔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 면을 팀원들에게도 많이 심어주는 편이죠. 슬퍼해 바뀌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웃는 게 더 낫지 않나요? 상황은 오직 신만이 알 뿐이죠.”(생전 인터뷰 중, 임윤택)

생전에 임윤택은 자신이 여기까지 올 수 있던 원동력으로 ‘부모님’을 꼽았다. 춤에 미친 초등학교 시절부터 암으로 투병하던 최근까지 흔들림 없이 묵묵히 아들의 길을 지켜봐준 부모다. 아버지 임종철 씨는 사고뭉치 막둥이 아들의 든든한 보루였고 어머니 송경자 씨는 아들에게 노래와 춤의 재능을 물려주었다. 아들이 암 선고를 받았을 때도, 그 몸으로 197만:1의 경쟁률을 뚫고 <슈퍼스타 K>의 최종우승자가 되었을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던 부모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장례와 발인을 마치고, 다시 자택인 충청남도 아산으로 내려간 어머니와 어렵사리 전화가 닿았다. 

실감이 잘 안 나실 것 같아요.
그냥, 뭐 그렇죠. 아이가 오래 아팠으니까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워낙 잘 버텨줬기 때문에….
마지막 모습은 어땠나요?
힘들어했죠. 힘들어하면서도 동생들 걱정하고요. 자기가 없더라도 동생들은 잘돼야 한다고 항상 그랬어요.
멤버들을 친동생처럼 생각했던 거 같아요.
막내 광선이는 초등학교 때부터 윤택이를 따랐어요. 윤택이 공연을 보곤 반해서 그때부터 따라다니기 시작했죠. 승일이는 멤버들 중 제일 오래된 친구예요. 노래 잘하는 명훈이는 키는 작아도 성품이 참 좋고요.
손녀딸이 아직 어린데….
(…) 윤택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식사는 하셨나요?
그냥, 뭐. 그냥. 그렇죠. 고맙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의 생전에 보여준 ‘서쪽 하늘’ 무대를 잊지 못한다. 대중의 마음도 다르지 않은지 임윤택이 생전 울랄라 세션 멤버들과  <슈퍼스타 K> 출연 당시 부른 ‘서쪽 하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쪽 하늘’은 영화 <청연>의 OST로 위암 투병 중 사망한 영화배우 장진영이 무대에서 부르기도 했던 곡이다. 임윤택은 출연 당시 이 노래를 부르게 된 이유에 대해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은 고 장진영 씨도 이 노래를 좋아했다더라. 장진영 씨는 암 수술을 할 수 있었지만, 배우로서 몸이 망가진다기에 수술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나 역시 천생 무대에서 노래하는 녀석이다. 무대에만 올라가면 기운이 난다”고 했었다. 

브아걸의 가인은 가온차트 K-POP 어워드에서 임윤택을 애도하며 눈물의 수상소감을 남겼다. ‘피어나’로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한 가인은 수상소감에서 “학창시절에 함께 음악을 했던 윤택 오빠. 제가 이 상을 받는 게 부끄러울 정도로 오빠만큼 음악을 사랑하는지 모르겠다. 항상 그분처럼 간절하고 절실하게 음악하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울랄라 세션 멤버 박승일은 팀의 리더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임 단장을 하늘나라로 보내고 이렇게 말했다. “이 바보를 영원히 기억해 달라”고. 박승일은 트위터에 “멤버들 곁을 떠나기 4일 전 정상적이지 못한 모습과 말도 하기 힘든 최고로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꼬이는 발음으로 멤버들의 건강을 걱정하고 떠났습니다”다고 썼다. 이어 “승일이 목 디스크 괜찮냐고… 명훈이 허리 괜찮냐고… 아프지 말라고… 이 바보를 영원히 기억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생전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고”를 외치던 임 단장은, 세상을 떠나면서도 주위 사람들을 살뜰히 챙겼다. “아프다고 하지 말고, 슬프다고 하지 말고”라면서. 그의 무대가 늘 감동이었듯, 그의 마지막 가는 길 역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었다. “괴로워도 슬퍼도, 울랄라~!”를 외치던 아름다운 바보가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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