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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Jude,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Hey Jude,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요

2012-02-27 16:25

김주우는 SBS 신입 아나운서다. 공채 합격 후 이색 경력(영어 강사 및 영어방송 진행자, 뮤지컬 배우, 모델, 저자, 가수 연습생 등)이 알려지며 ‘외계인 스펙’이라 불렸다. 잘 알려진 스펙 뒤 잘 알려지지 않은 스토리.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다. 외국어를 좋아했지만 혼자 서울로 보낼 수는 없다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강원과학고에 갔다. 수학, 과학 영재들이 모인 곳. 엄격한 규율 속에 방황하며 3년을 보냈다. 스무 살이 넘어 처음 꾼 꿈은 연예인이었다. 데뷔를 앞두고 맹연습하던 중 회사가 유령처럼 사라졌다. 군대에 다녀오니 20대 후반, 심기일전해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했다. 이듬해 방송 3사는 아나운서 공채를 하지 않았다. 제 발로 어학원에 찾아가 “나는 아나운서가 꿈이다. 하지만 나에게 강의를 맡기면 학원도 후회하지 않을 거다”라고 말해 영어강사 일을 시작한다. 그가 걸어온 여정 중에는 토익 5회 만점, 뮤지컬 배우, 밴드 보컬, 영어방송 진행자, 강사, 저자 등이 있다. 인생이 벽으로 막혔을 때 찾아낸 돌파구들이었는데, 어느새 ‘화려한 스펙’으로 정리된다. 이력이 부각되면서 과정은 생략됐다. 

외계에서 온 게 아니었군요.
제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땐 약간 억울하기도 해요. 외치고 싶죠. “나는 외계인이 아니다!”(웃음) 외계가 아닌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났고요. 입사할 때는 나이(29)가 많아서 문 닫고 들어온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고요.

무슨 일이 그렇게 안 되던가요.
모든 걸 다 하려고 하면 한 우물을 못 판다는 이야기가 있잖아요. 제가 그런 케이스였던 거 같아요.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다 보니 학교에 진학할 때나 진로를 결정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부터 일반고, 외국어고, 과학고, 예술고까지 고민했어요. 결국 부모님 뜻에 따라 과학고에 갔는데 저에게는 첫 번째 시련이었죠. 좋아하는 공부도 아닌 데다가 통제가 있는 기숙사에 살다 보니, 성적도 곤두박질치고 우울증도 찾아왔어요. 나중에야 마음을 잡고 제가 잘할 수 있는 게 뭔지를 찾았죠. 일종의 틈새 공략이었는데, 영어나 국어 등 인문계 과목에 집중하는 거였어요. 남들 다 수학이나 과학 경시대회에 나갈 때, 저는 영어경시대회, 영어말하기대회, 고교 백일장, 국어경시대회 등을 스스로 준비해서 상을 타오는 식이었죠. 그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무늬만 과학고’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어요. 지금은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겨내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강원도 영월에서 영어를 완성할 수 있었던 비결은요?
중학교 때 원어민 선생님이 저희 집에서 홈스테이를 한 달간 하셨어요. 어머니께서 숙식을 무료로 제공해서라도 꼭 모시겠다고 교장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그렇게 됐죠. 그때만 해도 영어를 싫어했어요. 잘 못하니까. 그래서 어머니랑 많이 싸웠죠.(웃음) 그런데 같이 생활하려면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하잖아요. 억지로라도 하다 보니까 영어가 점점 재미있어지는 거예요. 집에서 어학연수를 한 셈이죠. 선생님이 바로 옆 동네로 집을 구해 나가신 후에도 거의 매일 선생님 댁에 놀러가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제가 낸 영어발음 책 《텅 트위스터(Tongue Twister)》는 그때 선생님께 배운 내용을 토대로 쓴 거예요. 우리말의 ‘간장 공장 공장장’처럼 발음하기 힘든 단어나 문장을 매일 연습했더니, 거짓말처럼 발음이 좋아지더라고요. 발음이 자연스러워지니까 자신감이 생겨서 그 뒤로는 실력이 쑥쑥 올랐죠.



인생에
굴곡이 없어 보인다는 오해
 

서울에 온 건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인가요?    
고등학교 때 마음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오기가 생겼는지, 대학 때는 한동안 제 맘대로 살았어요. 수업도 자주 빠지고, 친구들이랑 공연도 하고, 연락 없이 훌쩍 다른 나라로 떠나기도 하고요. 그러다 처음 하고 싶은 게 생겼는데 연예인이었어요. 제 노래를 담은 데모 테이프를 기획사에 보냈더니 연락이 왔죠. Y2K 부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데 메인 보컬을 찾고 있다고요. 작곡가 형이랑 연습실에서 매일매일 연습했어요. 그때 두 번째 시련이 찾아왔죠. 유령회사였거든요.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제가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지금도 생각나는 게 ‘모든 인감과 서류상의 권리는 갑에게 귀속된다’, ‘향후 5년간 모든 일정은 갑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 같은 내용이 계약서에 있었어요. 당시는 절실했으니까 그런가보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죠. 

꿈이 간절할수록 힘없는 을이 되어버리는 현실이군요.
그땐 환상에 젖어서 이것저것 따져볼 겨를도 없었어요. 그런데 처음으로 간절히 바랐던 꿈이 공중으로 날아가니까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 허무함을 달래려다 보니 일탈이 길어졌어요. 술도 많이 마셨고요. 의미 없이 허송세월했죠.

뮤지컬 배우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요?
가수 준비할 때 알게 된 분이 <돈 주앙>이라는 뮤지컬 오디션이 있으니 한번 보라고 했어요. 오디션 기간이 4개월 정도 됐고, 다행히 주인공 돈 주앙 역으로 최종 후보에까지 올라갔죠. 그때 무대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법, 긴 오디션을 치르는 법 등을 배웠어요. 하지만 계약상의 공연 일정이 저와 맞지 않아 포기해야 했어요.

다 온 것 같은데 문이 닫히는 느낌이었겠어요. 번번이.
‘왜 나는 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이러다 정말 아무것도 못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죠. 군대도 늦게 간 편이었어요. 제대를 하고 나이를 먹으니 숫자가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아무 목표 없이 지나고 나면 20년 넘게 달려온 내 인생은 뭐가 될까?’ 마치 유령을 봤을 때처럼 쭈뼛 소름이 돋았어요. 심기일전해서 제 길을 다시 탐색했죠. 제 성격에 즐기면서 하는 일이 아니면 안 되겠다 싶었는데,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아나운서가 딱 그런 일이었어요.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그때부터죠. 2008년 겨울.

실제로 아나운서가 되고 보니 정말 즐기면서 하는 일이었나요?
저는 지금도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분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해요. “만약 내가 1년 4개월 전으로 돌아가서 이 불확실함, 이 불안과 싸워야 한대도 나는 또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할 거”라고. 지망생이었을 때와 현직에 들어와서 느끼는 건 분명 달라요. 하지만 그게 제 초심을 잃을 정도는 아니에요. 아나운서 시험을 처음 준비할 때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타사 시험에 3차까지 합격한 적이 있어요. 면접에서 “김주우 씨는 인생에 굴곡이 없는 것 같은데, 일탈을 해본 경험이 있나?”라는 질문을 받았죠. 저는 그때만 해도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탈의 경험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어요. 얼마나 어리석은 답입니까? 그 많은 굴곡을 다 겪고, 일탈도 수없이 했던 제가.(웃음) 결과는 불합격이었죠. 지금은 아주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때 만약 합격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미숙한 아나운서가 됐을 테니까요. 이 일에 대한 이해부터가 잘못되어 있었어요. 그때는. 

시련 이야기의 마지막은 ‘돌이켜보니 다행이었다’로 끝나는군요.
정말 그래요. 저는 실패가 두렵지 않아요. 실패는 그 순간에만 실패로 인식될 뿐이죠. 하지만 다음에 반드시 더 좋은 기회로 이어진다는 걸 저는 경험을 통해 배웠어요. 그래서 오히려 그 다음을 기대하게 되는 거죠. 나중에 돌아보면 신기하게도 그 조각들이 마치 퍼즐처럼 잘 맞춰져 있을 테니까요.   


- <도전 100곡>, <강심장> 등에 출연한 김주우 아나운서

2PM
퇴근 후의 사생활

그를 만난 건 오전 10시. 인터뷰를 나누기엔 다소 이른 시간이다. 매일 새벽 5시에 출근하는 아침근무조인 김주우 아나운서는 매일 그 시간이 그나마 여유가 있다고 한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2시에 퇴근하지만 오후에 녹음이 있는 경우가 많아 오후 5시쯤 회사를 나선다. 주말에는 아침부터 대부분 뉴스를 그가 진행하기 때문에 ‘김주우의 날’이라 불릴 정도.

퇴근 후엔 뭐 하세요? 
오후에는 제가 부족했다고 느끼는 걸 채우는 데 시간을 써요. 물론 연애도 하고요. 방송환경이 계속 변하고 있어요. 입사한 지 1년 4개월밖에 되지 않았는데, 제가 준비할 때랑 지금은 또 많이 달라요. 종편도 생겼고 아나운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럴 때일수록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뭘까 찾아봤어요. 결국 찾은 게 외국어였고, 그러려면 더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영어로는 소통에 무리가 없지만 일본어나 중국어는 아직 간단한 대화를 나눌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지금은 따로 학원에 다니면서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어요. 해외 아티스트나 명사를 만날 때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훨씬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아, 배우 탕웨이와 찍은 사진 봤어요. 청룡영화제였죠?
가끔 행사가 있을 때 통역으로 참여하기도 하거든요. 무대에 오른 탕웨이가 시간 관계상 “아버님이 편찮으셨다.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짤막하게 이야기했어요. 하지만 저는 생방송 전에 대기실에서 미리 탕웨이를 만나, 자세한 배경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죠. 탕웨이가 <만추>를 촬영할 때 그녀의 아버지가 대수술을 받으셨대요. 어머니도 아버지를 간호하다가 건강이 악화됐고요. 그런데 딸의 촬영에 지장을 줄까 봐 끝까지 그 사실을 숨기신 거죠. 제가 통역할 때는 이런 깊은 사연을 좀 덧붙여 설명했어요. 청중이 받아들이고 공감하는 정도가 달라지니까요.

음악과 토크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해외 아티스트들도 무리 없이 초대할 수 있겠네요.
방송에서 국내외의 경계가 점점 사라지는 추세니까요. 거기다 제가 워낙 음악을 좋아해요. 어머니가 저를 가지셨을 때 태교를 팝송으로 하셨대요. 만약 제 프로그램에 해외 아티스트가 찾아온다면… 음… 통역을 따로 쓰지 않아도 되니까 제작비가 절감되겠죠?(웃음) 지금 제가 다니는 데가 두 군데 더 있는데 하나는 어쿠스틱 기타를 배우는 곳이고, 하나는 화실이에요. 전문가만큼 하겠다는 욕심으로 배우는 건 아니고, 그 분야 사람들을 만났을 때 대화가 통하는 수준은 되었으면 해서요.

그러니까 총 다섯 군데의 학원을 다니고 있군요. 새벽 근무를 하면서 말이죠. 
제가 산골 출신이잖아요. 메이드 인 강원도.(웃음) 산에서 자라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데, 도시에선 배울 수 없는 여유가 있다는 것하고, 체력이 정말 좋다는 거예요. 회사에서도 저를 겪어본 분들은 “보기보다 구멍이 많구나”, “허당이구나” 하시는데, 체력 하나는 인정하세요.
     
‘Hey Jude’라는 노래를 좋아하나 봐요. 휴대폰 통화연결음도 벨소리도 모두 이 노래예요.
좋아해요. 사연이 있는 곡이기도 하고요. 중학교 때 선생님이 하루는 교무실로 저를 부르셨어요. 혼내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제 귀에 이어폰을 꽂아주시면서 들어보라고 한 노래가 바로 이 노래였어요. “‘Jude’에서 뒤에 ‘드’는 발음이 거의 안 나니까 (네 이름이 ‘주우’니까) 네 노래”라고. 재밌는 분이죠? 생각해보면 살면서 좋은 분들을 참 많이 만난 거 같아요. 인복이 많아요, 제가.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김주우 아나운서가 꼽는 인복 중 하나는 신촌의 한 외국어학원 원장이다. “저는 강사가 아니라 아나운서가 꿈이지만, 제게 강의를 맡겨주시면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라는 말을 믿고 강단을 내준 분이다. 그의 말대로 그의 강의는 주변에 입소문이 날 정도로 호평을 받았고, 영어방송 진행자, 영어책 저자라는 제2, 제3의 기회도 만들어줬다. 김주우 아나운서는 그때의 자신이 대견하다고 했다. 인기 강사가 되어서가 아니라, 그때 만난 사람들에게 ‘지금은 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지만 내 꿈은 아나운서다’라는 걸 숨기지 않아서다. 꿈과 가장 멀어 보이는 순간에도 꿈에 솔직했다는 게, 지금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했다. 공채 합격 후 그가 받은 축하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이 보낸 축하 이메일이었는데, 그 내용도 ‘그때 말씀하셨던 대로 이루셨네요. 저도 힘내야겠습니다.’였다. 좋은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을 알아보는 건 자기 몫이다. 중학교 때 한 곡의 노래를 들은 사람은 많아도 그 노래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되뇌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앞으로 그의 인터뷰가 기대된다. 처음엔 그의 이력만큼이나 화려한 출연진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스펙 뒤 스토리를 알고 난 지금은, 남다른 성취를 이룬 사람들을 보고 ‘외계인’이라 부르는 우리의 게으른 오해에 경종을 울려줄 것 같다. 기대된다.



     새로운 인터뷰가 시작됩니다     

SBS 김주우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인터뷰 칼럼이 시작됩니다. 영어, 음악, 뮤지컬, 모델 등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가진 인터뷰어인 만큼 넓은 분야의 인물들을 고루 만나볼 예정입니다. 인터뷰의 포커스는 ‘잘 알려진 인물의 잘 알려지지 않은 시련과 실패 극복기’라고 하는데요. 화창한 봄날에 시작될 김주우 아나운서의 인터뷰 칼럼은 4월에 공개됩니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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