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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돈의 소비자고발 ‘음식 재탕’충격 방송에서 차마 못한 취재 뒷이야기

2008-10-02 11:05

얼마 전 KBS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에서는 충격적인 내용이 방영됐다. 혹시나 했던 음식점의 ‘잔반 재탕’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식당 20곳을 무작위로 찾아가 음식 재탕 여부를 조사한 결과, 16곳(80%)에서 손님이 남기고 간 반찬, 밥, 찌개 등을 재사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직접 취재한 안성진 PD를 만나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뒷이야기를 들어보았다.

130개의 촬영테이프, 두 달간의 촬영기간이 말해주듯,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에서 방영한 ‘손님만 모른다 음식 재탕’은 여섯 명의 취재인원(PD, 전문 VJ, 작가, 세 명의 인턴기자)이 제작했다. 그리고 그 반응은 놀라웠다. 프로그램이 방영되자 수많은 시청자들이 충격에 휩싸인 것. 인턴기자들이 위장취업한 식당에서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은 눈을 의심할 정도로 비위생적인 장면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바퀴벌레가 들어간 채 끓여 나오는 순두부찌개, 구정물이 묻은 반찬, 쉰밥을 넣은 국밥 등은 국민 모두를 ‘음식 재탕’ 공포로 몰아넣었다.

바퀴벌레 끓인 순두부찌개, 쉰밥 넣은 국밥
“얼마나 많이 모자이크 처리를 했는지 몰라요. 제가 지금까지 PD로 일하면서 모자이크와 흑백 처리를 이처럼 많이 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에요.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식당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많은 작업이 필요했어요.”
안성진 PD는 오래전부터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었다. 누구나 한번쯤 의심할 수 있는 식당의 음식 재탕 문제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취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현장에 직접 투입할 인력이 없었고, 수많은 식당을 취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부족했다. 그러나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 인턴기자들이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게 되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
“처음에는 망설였어요. 식당에 잠입해 취재한 결과 열 곳 중 여섯 곳 정도가 음식을 재활용하지 않는다면 다른 기획으로 방향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리고 더 큰 문제점은, 인턴기자들의 카메라 작동법이 서툴러 허탕만 치고 돌아오는 날이 많았던 것. 물론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식당에서 해고된 인턴기자들이 더 많았다. 그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주방보조로 취직한 인턴기자들에게는 취재라는 뚜렷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수시로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질문을 해야 했고, 음식이 재활용되는 것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자세도 어정쩡했다. 그러나 한달간의 시행착오를 겪자 인턴기자들은 조금씩 훌륭한 화면들을 담아오기 사작했다.
“어떤 고기 체인점에서는 거의 모든 음식을 재탕하고 있었어요. 모범음식점으로 등록된 곳에서는 손님들이 먹다 남긴 반찬뿐만 아니라 쌈장까지 재활용하더라고요. 플라스틱 그릇 안에는 손님들이 먹다 남긴 쌈장이 차곡차곡 쌓여갔고, 그 쌈장은 다시 새 그릇에 담겨 손님상에 올라갔어요. 그 식당의 쌈장은 몇 명의 손님이 먹다 남긴 것을 모아놓은 건지 가늠하기조차 힘들었어요.”
또 다른 식당은 손님들이 먹다 남긴 고등어조림을 모아 다시 팔았으며, 제육볶음을 주요리로 판매하는 식당도 손님들이 남기고 간 제육볶음을 양은냄비에 모아 다시 손님상에 올렸다. 식당들의 비위생적인 모습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떤 제보자가 자신이 일했던 식당을 소개시켜줬어요. 한 가지 음식만 시켜 먹어도 그 식당의 위생상태를 알 수 있다고요. 제가 직접 손님으로 위장해 찾아가 순두부찌개를 시켜 한 숟가락 떠보니 검은색 물체가 보였어요. 자세히 살펴보니 바퀴벌레더라고요. 아무리 비위가 강해도 도저히 그 음식은 먹기 힘들었어요.”
이처럼 밀착 취재를 하던 안 PD에게 한 가지 호기심이 생겼다. 지금까지 취재한 곳 대부분이 가격이 저렴하고 반찬이 많이 나오는 식당이었기 때문이다. ‘싼 가격에 많은 반찬을 내놓다 보니 가게의 수지를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음식 재활용을 했다’고 가정했다. ‘그렇다면 음식 값이 비싼 고급 음식점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한 그는 인턴기자들을 고급 한정식집에 투입시켰다.
“인턴기자가 취업한 곳은 강남의 고급 한정식집이었어요. 1인분에 3만5000원에서 10만원까지 하는 이 음식점은 반찬이 24가지나 나오는 곳이었죠. 그러나 이곳도 음식 재활용을 하고 있었어요. 특히 손님들이 먹다 남긴 김치는 잘게 다져서 한곳에 모아두었다가 빈대떡을 부칠 때 넣어 두 장에 3만원씩 팔았어요. 또 밥은 물에 씻어서 누룽지를 만들어 누룽지탕으로 판매했고요.”

음식 재탕으로 식중독과 B형간염 우려
안 PD는 재미있는 일화도 이야기해줬다. 어렵게 한정식집 위장취업에 성공한 인턴기자가 음식 재활용 현장을 목격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카메라에 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식당 주인이 ‘오늘은 손님이 없으니 그냥 집으로 가라’고 했던 것. 현장보고를 받은 안 PD는 곧바로 두 테이블을 예약했다. 그리고 찾아가 일부러 음식을 남겼고, 인턴기자는 그 음식을 재활용하는 현장을 녹화할 수 있었다.
“충격적인 장면은 수없이 많았죠. 쉰 냄새가 진동하는 밥을 국밥에 넣어 팔거나, 반찬을 재활용하면서 새것처럼 보이기 위해 손가락으로 음식을 주물럭거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어요.”
그러나 안 PD의 취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식당을 다니며 20가지 반찬을 직접 수거해 음식 재활용의 흔적을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돋보기를 들고 반찬들을 꼼꼼히 들여다보았어요. 소금으로 볶은 멸치볶음에선 고춧가루가 묻어 나왔고, 미역줄거리 볶음에서는 작은 밥알이 확인됐어요. 또 뼈다귀 해장국집에서 수거한 깍두기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떡 조각과 검은 덩어리도 나왔죠. 접사렌즈 카메라로 정체불명의 덩어리를 확인해보니 뼈다귀에 붙어 있던 고기 조각들이었어요.”
음식 재활용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위생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람의 건강에 유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안 PD가 감염내과의원에 촬영한 내용을 보여주고 발생할 수 있는 병에 대해 확인해본 결과, 재활용 반찬에서 대장균, 살모넬라균, 녹농균 등의 세균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런 음식을 먹는다면 식중독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B형간염에도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재활용 반찬을 먹지 않기 위해서는 식당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사람들은 대부분 먹고 남길 정도로 많은 양의 반찬을 요구하잖아요. 식당의 반찬들은 모두 공짜라는 생각 때문이죠. 그러나 식당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러니 많은 음식을 먹으려는 손님과 이윤을 남기려는 주인이 존재하는 한 악순환이 끝없이 반복되는 겁니다.”
안 PD는 이번 취재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오는 12월까지 식품위생법상 시행규칙으로 ‘음식재탕금지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뿌듯한 결과 뒤에는 두 달간 힘들게 일한 인턴기자들의 땀방울이 있었다. 
“촬영이 끝나고 인턴기자들이 저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 방송국에 일을 배우러 왔는데 두 달간 죽도록 식당 일만 했다고요.(웃음) 인턴기자들에게 정말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기자는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궁금했던, 식당 내부를 찍을 수 있었던 몰래카메라의 촬영 기법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러나 안 PD는 특유의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촬영기법이 노출되면 앞으로 취재에 애로사항이 생길 수 있고, 또 자신들만의 노하우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 PD의 비밀스러운 몰래카메라 기법이 음식 재탕보다 더 놀라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interview
한국소비자원과 식약청 관계자 이구동성 인터뷰
“소비자의 지속적인 고발이 필요합니다”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이외에도 KBS 2TV의 ‘좋은 나라 운동본부’와 MBC의 ‘불만제로’에서도 일반 음식점의 심각한 위생상태를 잇달아 취재해 보도하고 있다. 수백 마리의 닭을 하수도에 처박아둔 채 요리를 시작하는 유명 삼계탕집이나, 먹다 남은 밥을 씻어 누룽지로 만들어내는 대형 음식점 등 말만 들어도 끔찍한 일들이 카메라를 통해 전국에 보도됐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끔찍한 내용이 보도됐음에도 불구하고 식당들의 위생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정부나 소비자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일단 행정관청에 신고하라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순두부찌개에서 시커먼 바퀴벌레가 나왔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이미 먹은 음식만으로도 식중독에 걸릴 수 있는데 말이다. 이처럼 당하는 입장에서는 꽤나 심각한 일인데, 피해를 보상받는 과정이 생각처럼 순탄하지도, 결과가 만족스럽지도 못하다.
더군다나 주인이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없었는데, 왜 음식에 벌레가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철저하게 교육시키겠습니다. 음식 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하면 더 이상 싸우는 게 어색해서 기분만 상한 채 식당을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용서가 일단은 인간적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음식점 위생 개선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 피해보상총괄팀장 최영호 부장의 설명이다.
“미리 포기한다고 해야 할까요. 5000원짜리 음식 먹으면서 행정부서에 고발하는 걸 번거로워하고, 신고를 해도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몇 가지 해야 할 과정이 있습니다. 음식에서 바퀴벌레나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질을 발견했을 때는 종업원과 사장을 불러서 그게 음식에서 나왔다는 것을 확인받아야 합니다. 주인이 보는 앞에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더욱 좋겠죠. 이런 과정이 필요한 것은 혹시 이후에 식중독이나 다른 질병으로 이어졌을 때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건 당시에 신고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식중독으로 이어지면 일이 복잡해질 수 있다. 잠복기 때문에 그 식당에서 먹은 음식으로 인해 병이 생겼다는 걸 입증하는 게 쉽지 않고 다른 피해자가 없으면, 주인 입장에서는 “당신만 식중독에 걸린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때그때 신고하는 게 최선인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너무 관대하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여전히 피해에 대해 관대한 편입니다. 눈앞에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부르르하다가도, 시간이 좀 지나면 귀찮아서 그냥 넘어가기 일쑤죠. 그래서 식당에서 생긴 문제로 식약청 신고전화(국번 없이 1399)나 한국소비자원(02-3460-3000), 시청이나 구청의 위생과에 신고하는 일은 드물어요. 하지만 음식점의 비위생적인 행태가 바뀌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피해를 준 식당에 철저하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습니다.”  
식약청 식품단속과 한근우 사무관의 설명이다. 신고가 들어오면, 식약청에서 내용을 검토해 사안에 따라 본청(기동반)에서 직접 단속을 하는 경우도 있고, 지방청 또는 시도에 이첩해 식품위생감시원증을 소지한 공무원이나 명예식품위생감시원이 단속을 하기도 한다. 단속을 위하여 업소에 들어가면 단속목적을 설명하고 단속을 하게 되는데, 대부분 단속이 원만하게 이뤄진다. 일부는 단속에 적발될 경우 혐의사실을 부인하거나 도주하는 경우도 있지만, 조사는 끝까지 이뤄져 행정처분까지 내리게 된다. 말하자면 본인이 꼭 질병을 얻지 않더라도 신고를 해야 다음에 벌어질 수도 있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음식점의 불결한 영업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그냥 넘어가지 말고 철저하게 신고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혹시 행정관청에서 단속에 미온적이라면, 그 행정관청을 단속하겠다는 생각까지 해야 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확고한 태도가 없는 한, 우리는 계속 다른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으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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