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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강사 김창옥, 여든다섯 청각장애인 아버지와의 소통기

2020-06-10 08:23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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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찾고 싶을 때가 있다. 스타강사 김창옥은 평생 풀지 못한 숙제처럼 남아 있던 청각장애인 아버지와 화해 그리고 치유의 시간을 보내면서 진짜 본인을 찾아갔다. 담담하고 유쾌한 그의 소통기를 들어봤다.
대한민국 대표 소통 전문가. 지난 19년간 소통과 변화를 주제로 7000회가 넘는 강연을 하고, 유튜브 누적 조회 수는 8000만 회를 기록하는 등 수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는 김창옥이 자전적 다큐멘터리 영화를 개봉한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진짜 ‘나’를 찾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이 붙은 영화의 제목은 <들리나요?>. 청각장애인 아버지와 나눈 화해와 치유의 과정을 통해 진짜 김창옥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인터뷰 자리에는 그의 열 살짜리 딸도 동행했다.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않는 초등학생 딸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문제집과 책을 쌓아두고 있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스케줄을 소화하는 스타강사가 영화를, 그것도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부터 물었다.

“(딸을 가리키며) 아이가 생기면서 아버지와 저 사이 문제의 씨앗이 드러났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숙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친한 친구가 상업영화 감독이라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이야기가 나왔고, 투자사는 없으니 그냥 우리 돈으로 해보자 했죠. 친구랑 반반씩 제작비를 냈어요.”

직접 돈을 들여서까지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든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국내 최고 소통 전문가로 늘 타인을 위해 아낌없는 조언을 쏟아온 그이지만, 정작 자신에게도 평생 풀지 못하고 남아 있던 숙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숙제는 바로 아버지와의 화해와 소통이다. 아버지와 소통을 시도하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
 

소통하지 못하던 아버지와 아들

김창옥은 본인과 아버지는 정서적으로 소통을 하지 못하는 관계였다고 고백했다. 아버지가 있지만 없이 자랐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고, 아버지의 간섭을 받지 않아서 오히려 좋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서 그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그에 대한 여러 가지 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버지가 보시든 안 보시든 한번 해보고 싶었어요. 모든 문제는 귀가 안 들려서 시작됐으니,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어요. 보청기를 끼면 좋아질 수 있는지 알고 싶었거든요. 아버지가 열 살 때부터 귀가 안 좋아지셨으니, 여든다섯인 지금 희망이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죠. 영원히 소리를 못 듣는다는 말을 들었어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본인이 몰랐던 모습도 알게 되었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단순한 동기로 시작한 여정이 김창옥에게 많은 생각을 던져줬다.

“처음 완성된 작품을 보고 ‘스크린에 안 걸려도 괜찮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좋았어요. 그만큼 저에게는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결과물을 보니 이 이야기가 꼭 저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더라고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성인,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해온 대한민국 40·50대를 보여주더라고요. 저도 본 적이 없는 뒷모습을 보면서 그런 걸 느꼈어요.”

같은 시간을 보낸 아버지는 어땠을까. 김창옥은 아버지에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두 사람이 숙제를 한 것에 의미를 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못 하는 숙제를 해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영화 개봉 이후 전국 극장에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인데, 제주도 일정은 특별히 넣었어요. 그때 부모님 모시고 함께 영화를 보려고요. 그 시간 역시 이 영화의 아름다운 여정이 되겠죠.”
 

내가 돌아본 나는…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본인을 조금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유년 시절 그에게는 아버지가 계셨지만 경제적·정서적 뒷받침을 받지 못했고, 어머니는 본인을 사랑하지만 늘 언젠간 독립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고 한다. 형제자매도 있었지만 정서적으로 혼자일 때가 많았다.

고향인 제주도를 떠나 도망치듯 서울로 왔다. 이를 악물고 강사의 길을 걸어오면서 본인이 걸어온 삶의 궤적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화려하기만 한, 잘나가는 스타강사에게는 남에게 꺼내 보이기 힘든 이면도 많았다.

“항상 오디션이에요. 기업에서 두 시간 강연을 하면 평가서를 돌리거든요. 일정 점수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은 없어요. 강박도 있고 자존심도 있고, 이게 안 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강연을 해왔어요. 저뿐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모두가 그렇겠죠. 영화를 보니 처음에는 부끄럽다가 점점 제가 짠하더라고요.”

김창옥은 이번 영화가 가족 영화가 아닌,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의 뒷모습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절박해서 열심히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위안을 받고 소통하기를 바란다고. 그래서 인스타그램 홍보에도 열심이다.

“저는 제가 한 강연 영상을 전부 본 적이 없어요. 왠지 못 보겠고 안 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 영화는 몇 번을 봤어요. 부끄러운 면이 많이 나오는데, 화려한 강연보다 애정이 가요. 사실 제가 강연 보러 오라는 말도 잘 못 해요. 결혼식에도 사람을 거의 안 불렀는데, 이번 영화는 꼭 한번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있어요. 보시면, 제가 왜 이 말을 했는지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소통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19년을 쉼 없이 달려온 그는 영화 작업을 통해 잠시 멈추어 자신을 바라보게 됐다. 마침 코로나19로 자연스럽게 강연도 멈췄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많았고, 그것을 앞으로의 토대로 삼고 싶다.

“저는 제가 소통 전문가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강연자로서 청중과 소통을 잘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그동안 강연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버린 것 같아요. 힘든 것도 몰랐어요. 아버지가 노동일을 힘들게 했기 때문에 제가 입으로 하는 일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제 안의 무언가가 저에게 제안하고 주문하는 것 같아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도 고마운 일이지만 적절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가족과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 나와 나의 관계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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