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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계의 셀럽, ‘러닝 전도사’ 안정은

“유모차 달리기 같이 하실래요?”

2020-06-09 09:54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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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좀 한다 하는 사람 중 이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러닝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는 안정은 씨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 7만2000명이 넘는 러닝계의 셀럽이다. 좋아하는 달리기로 직업을 만들어 달리기의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고 있는 안정은 씨를 만났다.
누구에게나 인생에 시련이 찾아오지만 극복하는 법은 저마다 다르다. 러닝 전도사 안정은 씨가 선택한 방법은 달리기였다. 아니, 선택했다기보다 우연히 발견했다는 것이 맞겠다. 1년이 넘도록 방 안 침대에서 울기만 했던 그의 일상에 달리기가 우연히 끼어들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눈물을 보이기 싫어 도망치듯 달렸던 5분이 지나자 신기하게도 마음이 개운해졌다. 한국인 합격생 200명 중 그에게만 비자를 내주지 않은 중국 항공사도, 취업했다는 말 자체가 거짓말 아니냐고 묻던 친구들도 용서될 만큼. 그때부터 조금씩 달리기 시작한 안정은 씨는 달리기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그냥 달렸어요. 기분도 안 좋고 답답했는데 달리고 나니까 재밌더라고요. 집 앞 하천을 따라서 달리다가 익숙해지니까 몸에 패턴도 생기고 잠도 잘 오더군요.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달리는지 궁금해졌어요. 러닝크루에서 그룹으로 처음 달린 게 2016년 4월 21일쯤이에요. 서울 남산에서 벚꽃이 비처럼 떨어지던 때였어요.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땀을 흘리면서 달리는데 ‘이거 뭐지?’ 싶을 만큼 황홀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기록 욕심이 생기고 대회에 참여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것도 참 즐거웠고요.”
 

달리기가 바꾼 인생

그때부터 달리기는 안정은 씨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달리기를 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생계 유지를 위해 마케팅회사에 다닐 때는 오전 5시에 일어나서 30분 동안 달리고 난 다음 하루를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세상에 치이는 와중에 유일하게 마음이 고요해지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해도 나지 않고 동물들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은 많은 위안이 됐다. 지금도 그는 이른 새벽에 달리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안정은 씨의 무대는 동네 하천만 있는 게 아니다. 국내 다양한 마라톤대회를 비롯해 철인 3종 경기, 세계 6대 마라톤 중 하나인 뉴욕 마라톤에도 참가했다. 지난 2019년 7월에는 건강한 성인 남성도 힘들다는 고비사막 250㎞ 레이스에 참가했다. 고비사막 레이스는 나미비아 레이스, 아타카마(칠레) 레이스, 남극 레이스와 함께 세계 4대 사막 마라톤 레이스 중 하나다. 안정은 씨는 7일간 이어지는 대장정에 참가해 완주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고비사막은 안정은 씨에게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다. 그가 출전한 첫 사막 레이스이기도 하지만 남편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곳이기도 하기 때문. 사막을 달리는 7일간 씻지도 못한 데다 힘든 여정을 버티느라 입술이 다 터져 있는 상황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레이스를 완주했다는 가슴 벅찬 경험에 사랑하는 남자의 청혼이 더해진 순간은 그의 인생에 잊지 못할 장면이 됐다.

“남편도 달리기를 하다가 만났어요. 친한 사람들 100명 정도 모이는 운동회 같은 행사였거든요. 서로 다른 팀이라 전혀 모르는 사이였는데 뒤풀이 때 제가 있는 테이블로 오더라고요. 그러면서 서로 인사하고 연락도 하다가 제가 하는 행사에 남편이 오면서 친해지고 사귀게 된 거죠. 달리기하다가 인생이 다 바뀌었어요.”(웃음)

예정대로라면 지난 3월 결혼식을 올려야 했지만 코로나 사태로 결혼식을 미뤄야 했다. 코로나 사태로 결혼식뿐 아니라 많은 달리기 행사가 취소됐다. 전화만 오면 행사나 강연이 취소됐다는 소식뿐이니 우울했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야 할 때였지만 상황이 도와주질 않았다. 그렇게 집에서만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어느새 체중이 불었다. 이제 다이어트를 좀 해야겠다 싶어서 생각한 게 ‘브라톱 러닝’이다. 그가 요즘 진행하고 있는 브라톱 러닝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니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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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정신이 모두 건강해지는 달리기

“요즘은 일상에서 레깅스만 입고 다니는 분들이 많아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민망한 일이었잖아요. 서울은 그나마 괜찮은데 다른 지역에 가면 어르신들이 대놓고 쳐다볼 때가 많아요. 레깅스만 입고 다니는 게 노출증이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닌데. 레깅스가 일상이 된 것처럼 브라톱만 입고 달리는 것도 일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인스타그램에 툭 글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분들이랑 같이 해보자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운동을 하면 몸이 날씬해지고 라인이 잡히는 것도 있지만 정신도 건강하게 변하거든요. 여기 참가하시는 분들이 당당하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참 좋을 것 같아요.”

브라톱 러닝은 여성이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내 모습을 세상에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프로젝트다. 처음에는 참가자를 10명만 받으려다 33명으로 늘렸다. 그런데 정말 우연하게도 33이라는 숫자가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서에 대한민국의 독립을 선언한 민족대표의 숫자와 같았다. 독립운동가 33명이 대한민국을 대표했듯 브라톱 러닝에 참여하는 여성 33명이 여성의 당당한 자신감을 이야기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33명의 여성과 네 번에 걸쳐 그룹 러닝을 하고 마지막 네 번째 그룹러닝에 브라톱을 입고 함께 달리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이것 말고도 그의 머릿속에는 갖가지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 빨리 아이를 낳아서 언젠가는 온 가족이 함께 달릴 수 있는 ‘유모차 러닝’을 하고 싶다.

“제가 요즘 시대에 맞지 않게 빨리 결혼한 이유가 있어요. 제가 강연을 다니다 보면 젊고 시간이 많아서 러닝 전도사 일을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꽤 듣거든요. 저는 결혼하고 아이가 있어도 달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혼이 제약이 아니라 더 많은 가능성과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니까요. 남편이랑 저는 세 명 정도 낳아서 온 가족이 함께 달리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첫째는 걷고 둘째는 유모차에 태우고 셋째는 남편이 업어서 함께 달리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유모차 부대가 함께 달리는 것도 재밌을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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