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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나 아들' 대신 <인간수업> 작가 진한새

2020-05-29 09:34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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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화제작 <인간수업>의 열풍이 거세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고등학생 포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당차게 시나리오를 써 내려간 작가의 이름은 진한새(34).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스타작가 송지나 작가의 아들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그와 서면으로 인터뷰를 나눴다.
10부작으로 만들어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공개되자마자 ‘문제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고2 남학생이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로 등장하는가 하면, 주변 인물도 구속하는 부모에게 억눌려 비뚤어진 자아를 가졌거나 돈을 벌기 위해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미성년자 성매매를 비롯한 각종 범죄를 일삼는다. 그런 아이들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도 존재하지만 그들을 더 극한으로 모는, 더 문제적인 어른도 많다. 10대들이 등장하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이 작품은 다소 충격적이고 파격적이다.

국내에서 시도하기 어려운 소재에 과감하게 도전했다는 점에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지만 ‘문제작’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작품답게 여러 논란도 낳고 있다. 최근 이슈화된 ‘N번방’ 사건으로 생긴 우리 사회의 문제의식이 불을 지폈다. 엄연한 현실이지만 가해자가 주인공인 드라마는 필요 없다는 지적, 젠더 감수성이 화두인 시대에 역행할뿐더러 청소년 범죄를 미화한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 문제적 드라마를 집필한 주인공은 진한새 작가다. 이번 작품은 2017년 웹드라마 <아이리시 어퍼컷>으로 데뷔한 그의 첫 장편이기도 하다. 놀라운 흡인력을 갖춘 드라마를 쓴 작가가 신인이라는 점도 화제지만, 그가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등 굵직한 작품을 쓴 스타작가 송지나의 아들이라는 점도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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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번방’ 사건 떠오르는 문제작
“끔찍한 현실 드라마로 반추하길”

진한새 작가는 <인간수업>에 쏟아지는 평가를 작품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이라고 대답했다. ‘N번방’ 사건이 떠오른다는 지적에는 드라마가 이러한 끔찍한 현실을 반추할 기회를 마련하는 데에 미력하게나마 기여했으면 한다고 속내를 전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뜨겁습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평소에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편이라 인터넷을 포함한 여러 간접 경로를 통해 <인간수업>에 대한 다양한 반응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제가 참여한 작품에 대한, 얼굴을 모르는 분들의 소감을 듣는 것은 굉장한 경험이네요. 저의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전달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고무되는 한편 대단히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소통이라는 게 본디 그런 것이겠죠. 기대되면서도 떨리는.

뉴질랜드에서 유학하던 시절 직접 목격한 장면에서 <인간수업>의 소재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뉴질랜드 고등학교 일화가 와전되어 ‘진한새는 고등학교 때부터 <인간수업>의 시놉시스를 쓰기 시작했다’고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계시던데 사실이 아닙니다. 제 작업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에요. 고등학교 때 그 기억을 소재화할 생각을 한 것은 2015년 여름이고, 본격적으로 시놉시스 및 대본 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가을쯤이었습니다. 이렇게 정정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고, 어떻게 이야기로 발전이 됐나요. 제가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당시 한 아이가 친구들에게 담배를 팔고 있는 장면을 보면서, 그나 나나 똑같은 고등학생인데도 사는 세계가 너무 달라 보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다는 리스크를 지면서까지 돈을 벌고자 하는 그 동기, 그 무게가 실감이 안 났던 거지요. 사실 동기야 당연히 돈 때문이었겠죠. 고등학생인 저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돈을 벌면 왜 안 되는 걸까요? 짧게 생각하면, 경찰한테 잡혀가기 때문이겠죠. 그렇다면 안 잡히면 되는 걸까요? 안 들키면 그만인 걸까요? 정말 그게 다일까요? 그 물음이, 나중에 나이를 먹고 아이템 리서치를 하던 도중 어떤 신문 기사를 접하자 갑자기 되살아났습니다. 기사는 10대 청소년이 조직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는 내용이었죠. 그것도 주도적으로요. 그때 ‘죄라는 건 왜 나쁜가’라는, 굉장히 유치원생 같은 수준의 질문에 나름대로 진지하게 답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묻고 답하는 과정이 이야기가 되었죠.

성매매를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요? 10대들의 범죄 중에서도 성매매를 소재로 한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후에 작품의 동맥이 된 원론적 질문에 최대한 진지하게 답하기 위해서 사회에서 가장 들여다보기 불편하고 건드리기 고통스러운 부분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인간수업>은 상처를 후벼 파는 것과 같은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했다’, ‘폭력을 미화했다’ 등 지적도 있습니다. 집필 당시 이런 부분에 관한 부담은 없었는지요? 당연히 윤리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룬다는 것에 부담이 매우 컸습니다. 자칫 죄악을 비판하기는커녕 미화하게 될지도 몰랐기 때문에, 매 순간 시한폭탄을 해체하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작업하는 내내 혹시 제가 놓쳤을지 모를 윤리적 가치판단에 관해서 가능한 한 다양한 사람들의 피드백을 거의 강박적으로 ‘수집’하고 다니다시피 했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제 모자란 지혜를 빈틈없이 채우기 위해 노력해준 그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를 강타한 N번방 사건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N번방 사건이 보도되었을 때, 저 또한 해당 소식을 접한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관련자들이 제대로 법의 심판대에 서서 응당한 처분을 받게 되기만을 바랐을 뿐이지요. 이런 입장은 <인간수업>의 제작자들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비록 허구의 이야기에 불과하나, 가능하다면 <인간수업>이 이러한 끔찍한 현실을 반추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에 미력하게나마 기여했으면 합니다.

고등학생들의 이야기지만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입니다. 어른들이 봤으면 하는 고등학생들의 세계를 담았다는 말인데요. 어른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셨나요. 시청자들에게 <인간수업>이라는 이야기를 어떤 한 가지 담론으로 압축시켜 강요하고 싶지는 않기에,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청소년들은 어쩌면 외면당하는 것이 당연시되어온 계층인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어른이 되고, 그러고 나면 이미 지난 일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무관심해지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묻힙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문제에 대해서 우리 모두 다 겪은 일이라며, 참고 기다리면 된다며 가볍게 넘겨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 그것은 언제 지나갈지 알 수 없는 겨울이고 엄연한 현실입니다. 그 현실을 이야기하는 시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집필 과정도 궁금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시선으로 작품을 다루겠다고 생각했나요?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면서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죄악이라는 주제를 재탐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물론 그 결론을 예상하고는 있었습니다. 어떤 형태든, 우리가 범죄라고 규정해놓은 것은 대부분 나쁜 것이 맞지요. 하지만 이것은 구태의연해 보여도 반드시 필요한 회귀입니다. 이런 윤리적 가치들은 오래된 유적이 그렇듯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진적으로 마모되어가는 성질이 있어서,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먼지처럼 사라져버릴지도 모릅니다.

원제가 ‘극혐’이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어떻게 <인간수업>으로 바꾸게 됐나요. 제목을 <인간수업>으로 변경한 이유는 원제인 ‘극혐’의 어감이 지나치게 가치판단적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보다 중립적이면서도 윤리적 지향을 암시할 수 있는 제목을 찾은 거지요. 김진민 감독님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영어 제목인 <Extracurricular> 또한 제가 마음에 들어 하는 제목인데, 이것은 책임프로듀서인 이태희 PD의 작명 센스입니다. 다만 제목의 자세한 의미를 설명하는 것은 시청자 여러분의 감상을 방해할 수 있어 피하고 싶으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워낙 드라마 반응이 뜨거워 ‘시즌2’에 대한 기대도 많습니다. 만약 시즌2가 진행된다면 어떤 내용을 그리고 싶나요. 속 시원하게 대답해드릴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만 지금은 질문해주신 부분들에 대해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솔하게 포부부터 밝히기보다는 스케줄과 관련자 여러분의 입장을 비롯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내려야 할 결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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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 디자이너에서 드라마 작가로
엄마 송지나 작가에게 글쓰기 수업도 받아

알려진 대로 그의 어머니는 송지나 작가, 아버지는 KBS <추적 60분>을 담당했던 진기웅 피디다. 드라마 작가인 어머니와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작가라는 작업을 택하기까지 부모님에게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은 사실이다. 건축 디자이너에서 작가로 전향한 그는 어머니에게 글쓰기 수업을 받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건축 디자이너 출신으로 알려졌습니다. 어떻게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나요. 드라마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선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대학원을 중퇴한 것이 가장 현실적인 계기였습니다. 건축디자인이 전공이었는데 저에게 재능이 하나도 없었어요. 제 건축 철학은 20세기 기능주의에서 도무지 발전하지를 못했죠. 그래도 뭔가는 해야 먹고사니까, 그나마 이해도가 있던 이 분야를 택했습니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 어머니인 송지나 작가와 서로 대화나 의견을 주고받기도 하나요? 이번 <인간수업> 대본도 보셨는지, 보셨다면 어떤 반응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원래 자연스럽게 의견을 주고받는 편이었는데 이번에 <인간수업>을 본격적으로 작업하기 시작하고부터는 왠지 모를 자존심 때문에 마지막 회 최종고가 나올 때까지 대본을 한 편도 보여드리지 않았고 피드백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서운하셨을 거예요. 그런데 정작 최종고를 보여드렸더니 의외로 읽는 데 꽤 한참 걸리시더군요. 모르긴 해도 아직도 다 못 읽으셨을 겁니다. 영상은 좋게 보셨던 것 같은데 대본은 잘 안 읽히셨나 봐요. 제 대본 스타일이 좀 쓸데없이 장황하긴 해요.

소재에 대한 반응은 어떠셨나요. 러프하게나마 이런 기획을 떠올린 것이 2015년경인데, 당시는 사실 뭐가 됐든 이것저것 아이템을 긁어모으는 것이 우선이었던 시기라 소재에 대해 크게 우려한다거나 하시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발전 방향에 관해서 이런저런 피드백을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작가인 어머니께 글쓰기 수업을 받은 적도 있나요? 20대 중반쯤 어머니에게 글쓰기 수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아주 체계적인 커리큘럼은 아니었지만 워낙 누군가를 가르친 경험이 많은 분이라 배운 것이 많았습니다. 이후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도 어머니 밑에서 보조 작가로 업무를 도우면서 꽤 오랜 시간 이것저것 익혔어요. 이 시기에 시놉시스는 정말 지겹도록 써봤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 작품 중 특별히 좋아하는 작품이 있나요? 본인의 색깔과 닮은 점 그리고 다른 점이 있다면 각각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제 취향이 뻔한 편인데, 이번 질문의 답변이 <모래시계>인 걸 보니 정말 그런가 봅니다. 제 색깔과 비슷하거나 다른 점이라면 글쎄요. 저는 이제 고작 두 작품을 작업해본 초짜일 뿐입니다. 그런 판단은 아직은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드라마 작가인 어머니와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작가라는 작업을 택하기까지, 부모님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시나요. 방송에 종사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받은 가장 큰 영향은 남들보다 일찍부터 영상물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제가 굉장히 어릴 적에는 VHS플레이어 보급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았어요. 당시 저는 부모님이 구해다 주신 디즈니 단편 애니메이션 시리즈나 스필버그의 <쥬라기 공원>을 수백 번씩 돌려 보곤 했습니다. 그랬더니 비디오테이프가 너덜너덜해져서 나중에는 영상이 중간중간 저 혼자 통편집이 되더군요. 제가 제일 좋아했던, 벨로시랩터가 주방 조리대 위로 점프하는 장면도 그때 날아갔습니다.

앞으로 목표와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은지도 궁금합니다. 타란티노 감독처럼 열 작품 정도 하고 시원하게 은퇴하겠노라고 패기 넘치게 선언하고 싶지만, 그런 소리를 하자니 이제 겨우 시작하기도 한 데다 무엇보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앞으로 그저 꾸준히 계약만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대중에게는, 적어도 보는 시간은 아깝지 않은 작품을 쓸 줄 아는 작가 정도로 기억된다면 더 바랄 게 없지 않나 싶습니다. 잊히지 않는 게 제일 어렵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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