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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관리하는 안병헌 무도실무관

2020-05-18 09:44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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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성범죄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성범죄를 저지른 장본인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8년간 성범죄자 300명을 만난 청주보호관찰소 안병헌 무도실무관에게 일반인은 상상치도 못할 성범죄자의 이면을 들었다.
해마다 여성을 위협하는 성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가수 정준영 등이 여성을 성폭행하고 불법촬영물을 공유한 사건에 이어 올해 텔레그램 ‘N번방’에서 일어난 성착취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다가오는 12월 13일에는 한국에 전자감시제도, 일명 전자발찌 제도를 도입하는 계기를 제공한 조두순이 출소한다.

조주빈 등 ‘N번방’ 사건 일당들의 범죄 수법은 잔인하기 그지없다. 여성이라면 아이든 성인이든 가리지 않고 개인정보를 얻어 협박을 하는 데 썼다. 많은 여성들이 이들의 협박에 성노예로 고통 받았다. 조주빈은 심지어 “돈을 벌기 위해 여성들을 이용했다”고 진술해 세상을 경악하게 했다. 이토록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조주빈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
 

성범죄자의 관상, 따로 없다

안병헌 무도실무관을 만난 날은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운영자 조주빈이 잡힌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다. 안 실무관에게 조주빈의 얼굴을 본 소감을 물으니 기자에게 역으로 질문을 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인상이지 않냐고.

“조주빈의 얼굴이 공개됐을 때 저는 놀랍지도 않았어요. 300명 가까이 되는 성범죄자를 만났고 지금도 만나고 있는데, 이들은 특징이 없어요. 심지어 잘생긴 사람도 있어요. 제가 관상학적으로 성범죄자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나 싶어서 찾아봤지만 전혀 알 수 없었죠. 오히려 제가 더 험악해 보이기도 해요. 하하.”

안병헌 실무관은 법무부 소속 청주보호관찰소에서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들의 재범을 막고, 면담이나 가정방문을 통해 수시로 이들을 만나면서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자발찌는 성범죄자만 착용하는 거라 생각하지만 살인, 강도, 미성년자 유괴 등으로 복역한 사람도 전자발찌 대상자가 된다. 각 지역에 있는 보호관찰소 소속 전담 실무관들이 이들을 관리한다.

햇수로 8년째 보호관찰소에서 근무하는 안 실무관은 오랜 시간 성범죄자들을 지켜보면서 이들의 행동패턴을 파악했다. 성범죄자 대부분은 주변에 평판이 자자할 만큼 친절하다.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우울하고 세상과 섞이지 못할 것 같은 이미지와 대조된다.

“저희는 전자발찌 착용자가 어떤 범죄를 저지른 사람인지 미리 알고서 만나잖아요. 험상궂은 얼굴을 상상하고 갔는데 평범하고 친절한 사람이 많아서 처음에는 놀랐어요. 제가 관리하는 대상자의 이웃들은 그 사람이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인지 잘 몰라요. 담당 성범죄자의 집으로 가정방문을 갔는데 아파트 경비원이 ‘형님 보러 오셨어요?’ 하며 다가오더니 성범죄자를 칭찬한 적도 있어요. 좋은 사람이라면서.”

평범한 겉모습에 친절한 성품까지 일반인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한 가지 차이가 있다. 성 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것인데, 성 인지 감수성이란 성별 간의 불균형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성범죄자들은 성 인지 감수성이 일반인에 비해 훨씬 떨어져요. 충동적이고 성적 본능이 강하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후에 발생할 일을 걱정하지 않아요. 한번은 성범죄자에게 범죄를 저지를 때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아동 대상이냐 성인 대상이냐에 따라 답이 갈려요. 아동이 대상이면 ‘너도 어른이 되면 다 배워야 한다’, ‘빨리 배우는 게 좋은 거다’ 이런 생각을 하더라고요. 성인인 경우에는 ‘저 여자도 원했을 거야’ 이렇게 생각해요.”

이들이 노리는 상황은 딱 하나, 피해자와 자신 둘만 있는 때다. 대부분의 범죄가 이때 발생한다. 아무에게도 도움을 처할 수 없는 상황을 포착해 빠르게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성폭행에 이르기까지 피해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공포감을 마주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피해자는 생명을 위협받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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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위)과 조주빈을 도와 성 착취물 제작·유포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된 ‘부따’ 강훈(아래). 두 사람 모두 범죄자라는 사실을 지우고 보면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술자리에서 성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

술을 마시면 교도소 생활과 전자발찌 착용으로 억눌려 있던 성적 충동이 깨어난다. 안 실무관은 굳이 성범죄자가 아니더라도 술을 마신 남성은 상당히 위험하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술이 꼭 성적인 흥분을 높인다고 볼 순 없지만 여성에게 위협이 될 상황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요. 술에 취해 흥분한 남성의 힘을 여성은 제압할 수 없어요. 그래서 여성분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늘 사람을 경계해야 해요. 가급적이면 남성과 둘만 술을 마시는 자리는 피하는 게 좋아요. 성범죄가 가장 일어나기 좋은 순간이 피해자와 둘만 있는 상황이거든요.”

안 실무관은 성범죄자 대부분이 유흥을 좋아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성범죄자들 중에는 술을 마시면 성매매를 하러 유흥가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경우에도 보호관찰관은 예외 없이 출동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안 실무관은 노래방 같은 유흥가에서 이들을 제제한 적이 많다. 사적으로 노래방에 간 것보다 출동 때문에 간 경우가 훨씬 많다고 했다.

안 실무관은 전자발찌 대상자에 대해 이야기하다 놀라운 사실을 들었다. 전자발찌 대상자들 가운데 여자친구가 있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전자발찌 대상자라는 사실을 숨기는 것도 아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이 상황을 처음 마주했을 때 안 실무관은 여성이 협박을 당했거나 억지로 만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들과 만남을 이어가는 여성들은 대부분 전자발찌의 의미를 알고 있다. 그래도 이들의 친절하고 자상한 모습에 ‘나한테 잘하면 됐다’는 생각과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그럴 수 있다’는 마음에 받아주는 경우도 있다고.

조두순의 아내처럼 남편이 복역을 마치고 나오길 기다리기도 한다. 안 실무관은 여성과 문제없이 만남을 이어가고 가정으로 돌아간 성범죄자라고 할지라도 또다시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간혹 성범죄자 중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정말 잘해보려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어떻게 만났든 간에 성적인 목적을 이루지 못하면 다시 본색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요. 재범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어요. 평생 금욕적으로 사는 성범죄자는 없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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