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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de Veteran 6]‘N번방’ 사건으로 또 주목! 1세대 프로파일러 이수정 교수

“가해자는 안 무서운데 피해자 만나는 건 무섭고 고통스러워요”

2020-04-29 09:52

글 : 이상문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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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범죄심리학 분야 대표 주자이자 1세대 프로파일러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만났다. 사회를 경악하게 하는 대형 사건들을 분석하며 그가 느낀 소회가 궁금했다. 마침 ‘N번방’ 사건이 이슈가 된 터라 할 얘기가 더 많은 듯했다.
‘N번방’ 사건으로 매스컴이 떠들썩하다. 주범 조주빈에 이어 일명 ‘부따’ 역시 미성년자임에도 신상이 공개됐다. 청와대 홈페이지엔 처벌을 강화하라는 국민청원이 봇물처럼 터졌다. 경찰서 포토라인 앞은 분노를 표출하는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사회적 충격과 여파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만하다. 이수정 교수는 조주빈이 사이코패스는 아니라고 단정했다. 돈을 노린 사이버상의 무규범 행위로 규정했다. 연일 미디어의 자문 요구에 응하느라 바쁜 그를 만났다.
 

‘N번방’ 사건으로 온라인 범죄의 심각성이 또 뜨거운 화제다. 디지털시대 범죄가 예전 범죄와 다른 특징은 무엇인가? “과거의 아날로그 세상에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오프라인 사회의 규범을 내면화할 기회가 있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그것이 왜 불법인지 인식하고 행동했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르면 현장에서 즉시 도주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 세계에 익숙해진 세대들이 오프라인에서의 사회적 규범이 내면화되기 전에 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른다. 온라인에서 지내는 시간이 너무 길어 오프라인 사회의 규범을 잘 모른다. 어느 쪽이 현실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범죄에 노출된 사람들은 주변 환경이 취약한 경우가 많다. 온라인 세계에 몰입하는 걸 누구도 제재하지 못하는 환경이 문제다.”

그들 대부분이 불우하고 취약한 환경에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나? “정확한 연구 결과는 없어 인과적 관계는 아니다. 그렇게 추정할 뿐이다. 그런 연구는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 등 연구 과정에서 걸리는 문제도 많다. 비행청소년이 어떤 형태의 범죄를 주로 저지르는지 정도는 통계가 있는 걸로 안다.”

디지털시대의 온라인 범죄, 얼마나 심각한가? “주변을 돌아보면 뭐가 달라지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옛날에는 주거침입이나 좀도둑, 강도 사건이 많았다. 지금은 그런 뉴스가 거의 없지 않나. 그걸 하느니 온라인에서 사기를 치는 게 흔한 세상이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중독이라 할 정도의 의존증을 갖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크게 방해받지 않고 온라인에서 자라온 아이들이 허다하게 많다. 그러다 보니 사회규범을 모를 수밖에 없다. 예전엔 가정환경에 결손이 있어도 학교가 아이를 사회화하는 교육을 담당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이 파탄되어서 공교육 현장이 그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한다. 학교가 관여하고 제재하는 기능을 잃었다.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터치를 안 하고 못 한다. 낮에는 교실에서 엎어져 자고 밤에는 인터넷을 하고 지낸다. 온라인 세상에선 순찰도 없고 규범도 없고 누구에게도 제재를 받지 않으니 그 세계가 곧 진실이 된다. 자기가 아는 온라인 세상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안다. 굉장히 심각한 일이다.”

‘N번방’ 사건 이후 그의 분석이 여러 미디어를 통해 노출됐다. 디지털 범죄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는데, 분석가로서 냉철한 태도를 잃지 않지만 그 역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란 동영상의 음성적 유통도 문제지만 미성년 성 착취와 폭력은 간과하기 힘들었다. 그런 범죄를 서슴지 않고 저지른 주체가 10대, 20대라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는 현실임에도 충격을 더했다. 이 교수를 더 낙담하게 만든 것은 그 와중에 편지함을 채운 민원 이메일이었다.

어떤 내용의 이메일이었나? “대개는 함께 분노하고 규탄하는 내용이었는데, 전혀 다른 내용을 보낸 사람들도 있었다. 국가의 책무 안에 개인의 성욕 해결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무조건 포르노그래피를 규제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논리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여자는 성을 팔고 돈을 받는데 남자는 왜 돈도 못 받고 처벌까지 받아야 하냐고 물었다. 여자들은 몸이 있으니 성을 팔아 돈을 벌 수 있지만, 남자는 성을 팔 수 없는데 동영상 파는 게 무슨 죄냐는 것이다. 성을 사고파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 게 불법이라는 인식이 없고 당연히 통용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들이 ‘그게 왜 범죄냐?’고 따져 물을 때, 우리의 사회적 규범이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 실감했다. 개념이 없는 거다. 경제적 이득이 되면 동영상 같은 건 올리고 팔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런 메일에 답을 했나? “안 했다. 몇 사람은 상습적으로 글을 뿌리는 사람 같아서 경찰에 넘겨 추적해봤다. 역시 나뿐 아니라 여러 언론사에도 메일을 보낸 사람이었다. 동일인임을 짐작할 만한 그림을 심벌로 함께 보냈다. 경찰이 적발한 걸로 알고 있다.”

이 사건으로 기성세대는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다. 각 세대의 심리적 반응은 어떨까? “물론 기성세대의 충격이 가장 심할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 가해자나 가담자들이 10대, 20대인 걸 보면서 어쩌면 10대들도 충격을 많이 받았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이들은 대개 어릴 때부터 해체된 가정에서 자랐다. 가출패밀리 생활을 하면서 조건만남 등에 가담한 친구들도 있을 거다. 성을 파는 게 불법행위지만 이 사회에서 용인되고 있는 걸 뻔히 보고 살았을 것이다. 그걸 아무도 제재하지 않으니까 금전적 수익을 위해 몸을 파는 거고, 주변 남자들이 그게 돈이 된다는 걸 알고 성을 상품화해 돈벌이 수단으로 만든 거다. 사실 N번방은 껍데기만 새로운 형태지 그 메커니즘은 이미 있어왔다. 막연히 짐작한 현실이긴 했지만 이렇게 새로운 형태로 드러나니 어느 세대나 충격을 받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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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범죄는 일반 범죄와는 달리 특정인의 일탈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급전파가 될 수도 있는 병리현상 같다. 예방책도, 사후 관리책도 뭔가 바뀌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다. 온라인 가상현실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이제 사회 전체가 안고 가야 할 문제다. 병리현상이다. 본인이 가담했던 불법행위를 불법으로 인정하지 않게 된 것은 온라인 가상현실의 특성이다. 조주빈도 자기가 뭘 잘못한 건지 몰랐다. 아동 성 착취와 폭력까지 행한 사람이 그걸 범죄로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이제야 깨달음이 오는 것 같더라. 변호를 포기한다는 변호사한테 진짜 자기 변호를 그만둘 거냐고 물었다더라. 뒤늦었지만 변호사마저 그만둘 정도로 자기가 나쁜 짓을 한 걸 깨닫는 것 같다. 조주빈이 아니어도 지금도 여전히 성을 사고팔고 유통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을 거다. 그러나 조주빈처럼 검거되지 않는 한 깨달음은 없을 것이다. 무규범 상태에서 계속 그 일을 할 것이라고 본다. 걸리지 않았으니 된다는 식이다. 그러면 그들이 없는 규범을 어떻게 머리에 내면화를 시키겠나. 애당초 규범이 내면화되지 않고 욕망만 존재하는 애들인데, 부모가 해왔던 교화방식으로는 소용이 없다. 이제는 너무 늦다. 적응기와 결정기를 지난 애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시스템이 다시 짜여야 한다. 소년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이 다행히 소년원이라도 가면 처음으로 규범을 내면화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거라도 경험하면 자기 규범을 어느 정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기회조차 못 갖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소년범이 열이라 치면 소년원에 갈 수 있는 애들이 하나도 안 된다. 교도소를 가거나 훈방조치 돼서 재교육이 안 된 상태로 그대로 돌아간다. 드러난 애들만 가니 나머지 애들은 어떻게 하나? 재교육이 될 수가 없다. 장대호 사건(숙박료 문제로 손님을 살해한 모텔종업원 사건)만 봐도 그런 예 아니겠나. 장대호는 숙박비 3만원 때문에 살인할 이유가 충분히 된다고 믿었다. 규칙을 어긴 건 나쁘다는 것만 생각했다. 사회적 규범 전체가 어떤 건지 모른 거다. 사회화가 되지 않은 채 사회에 나와 있다가 일을 낸 것이다. 비약해 말하자면 사회규범이 아니라 온라인 세상의 규칙을 따른 거다.”

사이버 범죄 수사팀은 있는데 이들만을 특정해 재교육하는 교화 프로그램은 없나? “전혀 없다. N번방을 만든 이들 중 적지 않은 사람이 보호관찰 출신일 거다. 어릴 때부터 불법행위에 노출된 애들이다.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친구들이다. 그냥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 생각하는 애들이다. 이런 소년범에게 형사절차상 면죄부를 줄 게 아니라 범죄에 이르게 된 경위를 따져서 교육해야 되는데 그런 장치가 없다.”

미성년범의 양형과 사후 관리에 대해 생각한 대안은 있나? 처벌 강화를 주장하는 여론도 있던데. “소년에겐 소년에게 필요한 걸 제공해야 한다. 아직 머리가 굳어지기 전인 미성년자에게 처벌이라는 이름 아래 실행하는 모든 것들에 교육적 측면이 생략되어서는 안 된다. 양형이 어떻든 처벌이 얼마나 강해지든 상관없이 무조건 교육적이어야 한다는 거다. 소년교도소는 일반 교도소랑 다를 게 없다. 그냥 형벌로 다스리는 곳이다. 형벌은 엄밀히 말해 교육이 아니잖나. 그런 비교육적인 곳에 미성년범을 보낸다는 것은 사회화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아예 우리 사회로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엄벌주의를 채택한다면 모를까, 미성년에겐 반드시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교육 위주의 수용시설이 태부족하다. 단순한 처벌 강화는 의미가 없다. 그런 식이라면 조주빈 같은 사람은 계속 또 나온다. 범죄력이 상습화되기 전에 교육해야 한다.”

이 교수는 미성년 초범의 교육 필요성을 강조하며 경찰서에서 목격한 10대 아이들 얘기를 꺼냈다. 경찰서에 처음 온 아이들은 긴장하고 겁을 먹는데, 몇 번 다시 오면 유치장에서 태연하게 식사 메뉴를 고른다는 것. 아이들은 익숙해지면 경계심이 쉽게 사라지니 초범일 때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재교육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분류심사라는 것도 그래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건가? “그렇다. 이미 상습화된 애들은 되돌리기 어렵다. 소년원이 상대적으로 효과가 높다. 그런 시설을 늘려야 한다. 가해자랑 같이 살아야 하는 악조건에 피해자들이 놓여 있다. 가해자들 중에도 그런 환경에 놓인 이들이 많다. 그래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분류해서 규범화 교육을 하고 보호해야 한다. 그래서 분류심사는 더 강화돼야 한다. 형사처벌 연령 하나 낮추는 건 아무 의미 없다.”

디지털 범죄라는 포괄적 병리현상은 어떻게 막아야 하나? 대안은 없는가?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규범을 세우고 질서를 유지했던 경찰 업무를 온라인 중심으로 현저히 변경해야 한다. 그래야 치안력이 확보된다. 경찰이 신분을 위장하고 다크웹이나 비밀방에 들어가서 잠입 수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동위장 수사관이 N번방에 들어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증거를 다 포착할 수 있었을 거다. 온라인 세상에서 말하는 표현의 자유 같은 얘기는 가당치 않다. 상황이 심각하다. 그런 얘기를 할 시대는 지났다. 디지털시대에 맞는 수사방법, 처벌법, 교화 시스템 등 전면적인 혁신이 필요한 때다.”

공권력 시스템에서 실제 그런 혁신이 진행되고 있나? “답답하게도 아직 없다. 함정수사는 경찰이 한번 해보겠다고는 하는데, 문제는 입법이다. 선거가 끝났으니 21대 국회에서 아동위장 수사 정도라도 입법화되면 좋겠다. 지금 실정법으로는 N번방에 위장 잠입해 증거 확보를 했더라도 증거로 못 쓴다. 불법 채취이기 때문이다.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영미권 선례가 있어 통과 가능성은 없지 않은데, 두고 봐야 알 것 같다.”

정치적으로 걸림돌이 있는 건가? “정치적이라기보다 일반의 인식 문제다. 386 등 기성세대가 이런 시도를 사찰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갈등요소가 있다. 사생활 감시로 보는 거다. 그런 건 사실 지금 시대와 맞지 않는 올드 제너레이션의 사고방식이다. 디지털사회의 중심인 젊은 층은 디지털의 이점과 폐해에 익숙하다. 범죄 방지를 위한 일종의 조처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수정 교수는 연세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사회심리 석사학위를 받았다. 아이오와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사회심리학 석사, 심리측정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돌아왔다. 경기대학교로 오면서 융합교양대학 교양학부에서 일하다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로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 대검찰청 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 경찰청 쇄신위원회 위원 등 범죄 분석과 대응 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심리학 공부가 자신을 범죄심리 분석가로 만들어놓을지는 본인도 몰랐다. 누구나 그렇듯 그에게도 눈을 번쩍 뜨이게 한 터닝포인트가 있었다.

그동안 경험한 케이스가 꽤 많을 텐데, 가장 크게 각인된 범죄사건이라면? “마산에서 토막살인 사건이 있었다. 모녀 살인이었는데 허벅지가 유실됐다고 피의자들에게 물어봐달라는 거였다. 피학대 여성들이 남편이자 아버지를 살해하고 유기한 사건이다. 엄마는 혼자 했다고 주장했는데 간호사인 딸이 시체 분리와 유기를 도운 것으로 밝혀졌다. 그 사건을 접하고 범죄심리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그때가 시작이었다.”

그가 결심을 하게 된 동기는 ‘앙심’이라는 수사기록 표현 때문이었다. 살해 동기가 ‘부부간 불화를 겪다 앙심을 품고…’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 오랫동안 상습적인 학대를 받아온 아내와 딸이었다. 그들의 고통을 ‘앙심’이라고 판단하는 시선은 어디서 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회가 수용하는 대로 사건을 조율하여, 하던 식의 절차를 거쳐, 그렇고 그런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건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건 ‘앙심’이 아니라는 걸 밝히기 위해 범죄심리 분야로 들어섰다는 것. 이 교수는 특히 가정폭력, 성폭력 쪽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마산사건 이후 청주여자교도소를 수차례 드나들며 연구를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마산 모녀살인’ 같은 케이스라면 아무리 짧아도 징역 8년 판결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정상참작이 이뤄지는 경우 집행유예까지도 나온다고. 그와 프로파일러들의 노력을 통해 상습적인 피해로 인한 가해행위가 정당방위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교수는 연쇄살인범 정남규(2004~2006년 사이 서울-경기 지역에서 14명을 연쇄살인해 ‘쾌락살인범’이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사건도 잊지 못한다.

“지능이 떨어지고 사회적 인터렉션이 없던 은둔형 외톨이였어요. 유영철 사건 영향인지 여자를 골라 연쇄살인을 저질렀는데, 유영철보다 더 많이 죽이는 게 목표라고 얘기했죠. 아이 콘택트도 안 되는 굉장히 불안한 눈빛에다 말도 비논리적이고…. 많이 헷갈렸어요. 도대체 이 사람은 뭔가 궁금했죠. 심신미약이 아니라고 감정이 나와 사형 선고를 받았고, 교도소 안에서 몇 번 자해하다가 결국 자살했어요. 지금 추정하기엔 조현성 성격장애 같아요. 장대호도 그렇고 정남규도 그렇고 은둔형 외톨이죠. 사회화가 되지 못한 사람들인 거예요. 피해를 준 사람은 자기들을 왕따시킨 사람들인데, 그걸 피시방 주인, 편의점 알바생 등 아무나 죽이는 걸로 화풀이합니다. 그런 사람이 계속 늘어나는 게 무서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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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심리 분석 전엔 뭘 했었나? 이전의 연구 분야는? “그냥 리서처였다. 경기대에 처음 왔을 때 수용자 분류심사 틀을 다시 만들라는 연구과제가 떨어졌다. 수용자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어 교도소 내에 사고가 난무하고 교도관 죽이고 서로 싸우고…. 당시엔 그랬다. 경기대에 전국에서 유일한 교정학과가 있었고 그래서 법무부 교정프로그램 연구를 다 맡았다. 2~3년 동안 사람 안 만나고 데이터만 들여다봤다. 수천 명의 데이터에서 범죄 분류, 유형 분류, 제일 위험한 사람, 그들의 특징 등등을 가려냈다. 통계를 내고 수용자들을 분류했다.”

영화 제목처럼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는 셈이다.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도 생기지 않나? “트라우마까진 아닌데 오래 머릿속에 남는 사건들은 있다. 난 피해자를 보는 것보다 가해자를 보는 게 차라리 훨씬 쉽다. 가해자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니까 분석만 하면 되고, 분석은 두렵기도 하지만 흥미로우니까. 인간의 범주가 굉장히 넓다는 걸 이 분야 일을 하면서 알게 됐다. 그전까지는 인권이라는 단어를 나도 상식적으로 생각했다. 지금은 단언할 수 있다. 인권은 절대 한 가지 가치일 수 없다. 수박 겉핥기식 인권 이슈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나태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이라고 본다. 범죄자들 때문에 깨닫게 된 게 너무나 많아, 스트레스나 두려움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2012년 성폭력 피해 아동들의 진술을 많이 접해야 했다. 해바라기센터가 있긴 했지만 형식적이었고 몇 안 되는 전문가들이 진술보고서를 나눠 쓰느라 허덕이던 때였다. 그때 피해 아동 진술서를 보면서 ‘아, 이건 할 짓이 못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말마따나 남의 일에 끼어들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상담활동을 꺼렸는데 생각이 더 굳어졌다. 피해자들의 고통이 전이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두려움보다 큰 비참한 느낌이었다. 너무 힘이 들어 몸도 안 좋아졌고 스트레스 때문에 체중도 많이 늘었다고 한다. 견뎌내기 힘들어 가능하면 직접 상담은 피하고 싶었다. 제도 측면에서의 연구가 내 할 일이라고 마음먹은 계기였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선한가, 악한가? “이 일을 하다 보면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는 인간에 대한 기대가 별로 없다. 어떤 인터뷰에서 차라리 <동물농장> 보는 게 낫다고 말한 적 있다. 인간이 짐승과 뭐가 다르겠나. 선하고 악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은 그냥 본능의 덩어리인 것 같다. 성선설, 성악설이 아니라 본능설이라고 치자. 사회적 규범이란 결국 본능을 억제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막연히 성선설을 말하고 인권을 절대 가치로 여기는 연구자라면 이런 일 못 한다. 중도에 포기하게 될 거다.”

애초에 심리학을 전공과로 택한 동기는? “무지하게 단순한 계기였다. 학생 때 읽은 책 속 주인공이 심리학자여서 호기심을 좀 가졌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심리학이 유명하지 않았고 대학에 과도 별로 없었다. 연세대에 처음으로 심리학과가 생긴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지원했다. 여자들은 영문과 가는 게 최고라 생각할 때였지만 문학적 재능이 워낙 없어 덜컥 정해버렸다. 지금처럼 사회복지 분야가 발전됐다면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공부도 더 열심히 했을 텐데….”

공부에 적응을 못 했나? “학부 때는 재미없었다. 실생활에 활용도가 낮은 학문이어서, 수업에 빠지지 않는 정도로 겨우 시간 보내며 다녔다. 내 전공을 이렇게 써먹으면 되겠다고 느낀 건 유학 가서부터였다. 심리측정 분야를 공부하고 더 구체화됐다. 범죄심리 분석에 써먹을 거라곤 상상 못 했지만. 원래는 연구실과 강의실을 오가는 우아한 교수가 내 그림이었다.”

프로파일러는 특별한 전문직이다. 직업병은 없나? “센서티브하다. 사람을 잘 믿지 않는 게 직업병이다. 남들이 내 앞에서 날 칭찬하는 거, 귀에 잘 안 들어온다. 겉으로 친한 것 같아도 거리감을 완전히 포기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사회적 친구를 새로 사귀는 일이 거의 없다. 학생 때 고작 3~4년 사귄 친구가 지금까지도 친구다. 20년 동안 교수생활 하면서 사귄 친구가 딱 한 명이다. 그래도 크게 불편하진 않다.”

가족들도 모두 비슷한 계통이라고 들었다. “남편은 변호사, 아들은 군 법무관, 딸은 심리학 전공 학생이어서 그렇게들 말한다. 딸은 심리학이었다가 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꿨다. 주말이면 모여서 정상적인 가정처럼 지낸다. 하지만 서로 관여 안 하는 스타일이다. 내가 책을 냈다 해도 가족들은 모른다. 뭐든 알아서 잘 해내고 잘 지내겠지 생각하는 식이다.”

1세대 프로파일러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범죄분석 분야의 수준은 어떤가? “이쪽 분야가 거품이 있긴 하다. 안 그래도 고등학생들이 직업상담식으로 이메일을 많이 보내온다. 그런데 이쪽 분야가 분명한 트랙이 있는 게 아니라서 답을 못 한다. 예전 초창기 때 연쇄살인 사건이 있어서 경기경찰청이 표창원 교수 등 몇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 간 적 있다. 관할 경찰서끼리 싸움이 일고 사건은 사건대로 해결이 안 되니 국회에서 경찰청을 압박해서 대안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때 미국 FBI 모델을 따와 팀을 만든 게 최초다. 그때부터 경찰 내에 프로파일러팀이 만들어졌고 학계 전문가들도 특채로 들어가거나 건마다 도움을 주는 형식으로 일하게 됐다. 프로파일러의 영역이 공식적으로 자리매김한 시기였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이춘재의 자백을 받아낸 사람이 우리 제자다. 사실 공식적인 프로파일러 1세대는 그들이고 우리는 태동기 세대들이다.”

앞으로 점차 확대될 직업 같다. 전망은? “그때 이후 많은 니즈가 있을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다. 어차피 특채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나마 경찰 내에 팀이 생기니까 특채 인력 니즈도 줄었다. 예전처럼 연쇄살인이 많이 일어나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공채 채용 위주로 간다는 방침 때문일 수도 있다. 대신에 경찰에서 피해자 케어 요원으로 심리학 전공자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쪽은 특채가 많이 생기고 있다. 대학원에도 현역 실무자들 외에 특채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반 정도 된다.”
 

이수정 교수는 지난해 영국 BBC 선정 ‘올해의 여성 100인’에 들었다. 정크 메일인 줄 알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가 주한 BBC 특파원의 연락을 받고서야 인터뷰와 시상에 응했다며 웃었다.

범죄자를 상대해야 하는 일은 만만하지 않다. 그들의 속을 파헤치는 일은 더더욱 힘들다. 그래도 그에겐 계속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있다. 사실관계와 구속여건만 확인하면 된다는 군 법무관 아들의 주장에 “그래도 왜 그런 범죄를 저질러야 했는지 알아봐야 하지 않냐”고 말하는 엄마다. 인간은 본능을 따르는 존재일 뿐이라 말하고 절대적 인권이란 무의미하다고 말하지만, 내겐 그의 인간애가 꽤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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