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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동으로 극복한다 / 희망을 안긴 사람들 2]임대료 거절한 건물주 윤성원 대표

“함께 사는 건 이런 게 아닐지… ‘착한 건물주’는 조심스러워”

2020-04-02 09:24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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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소식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요즘이라지만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도 있다. 손수 만든 마스크를 기부한 80대 노인,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어느 건물주, 의료지원 중인 군의관 등. 코로나19로 상처 받은 누군가를 어루만지는 이들의 손길이 무척 반갑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걱정이 많으시지요. 저희도 자영업을 해본지라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한 달 월세를 받지 않겠습니다. (…) 모두들 힘내시고 건강 유의하십시오.”

확진자 폭증이 이어지던 2월의 어느 날, 대구의 한 임차인은 예상치 못한 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2월 임대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었고, 보낸 사람은 임차한 건물의 주인인 반올림피자샵 윤성원 대표였다. 임차인의 자녀가 해당 메시지를 온라인에 공유하면서 윤 대표의 이야기가 퍼져 나갔다.

“아… 이게 참 낯간지럽고, 큰일도 아닌데 전화로 말씀드리자니 생색내는 것 같아서 문자를 간단히 보내드린 건데…. 3층 사장님 따님이 인터넷에 올려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왜 그랬느냐고 하니 좋은 뜻에서 그러셨다고.”(웃음)

윤성원 대표는 대구 수성못에 3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다. 1층에는 해산물 식당이, 2층과 3층엔 맥주가게와 노래방이 임차해 있다. 스물다섯 살 때부터 장사를 시작해 어렵게 모은 돈으로 산 건물이다. 피자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한 건 올해로 10년 차. 그가 누구보다 자영업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옛날부터 건물주였던 것도 아니고 지금 본사 사무실은 임대하고 있는 상태라, 임대인이자 임차인 입장이에요. 자영업했을 때를 떠올리면서 지금 상황을 대입해보니 너무 끔찍해요. 이건 뭐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도의 상황인 걸 아니까. 수성못 건물에 들렀는데 주변 장사가 안 되기도 하고 두 층은 문을 닫았더라고요. 그냥 단순히 생각했어요. ‘내가 이 상황에 월세를 받는 게 맞는 건가.’ 임차인들만 손해를 감수할 순 없는 거잖아요. 같이 살아간다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그런 결정을 내렸어요.”

한 달 총 임대료는 1300만원.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윤 대표의 가족들도 “맞는 것 같다”며 그의 결단에 힘을 더했다. 이번 선행이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이 윤 대표를 “착한 건물주”라고 치켜세우며 ‘반올림피자샵’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정작 그는 마음 한쪽이 무거워져 5000만원을 기부했다. 반올림피자샵 서울경기지사장과 물류회사도 같은 취지로 각 2500만원씩 보탰다. 3월 한 달간 매주 1회씩 대구 동산병원 의료진을 위한 피자도 제공 중이다.

“임대료를 안 받겠다고 한 일이 알려지고서 반올림피자샵 매출이 올랐어요. 제 노력으로 일군 것도 아니고, 나라 상황이 안 좋은데 반대급부를 얻은 것 같아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기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착한 건물주’라는 표현을 두고 걱정스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자영업자 시각에선 이렇게 함께 헤쳐 나가는 게 좋긴 한데 건물주라고 해서 모두 상황이 같진 않거든요. 어떤 분은 노후에 전 재산을 가지고 임대업을 생업으로 하실 거고 대출이자가 쌓인 분도 계실 테죠. 임대료를 안 받으면 생활이 안 되는 분이 계실 수도 있고요. 단어로만 보면 ‘착한’ 건물주의 반대말은 ‘나쁜’ 건물주라는 건데 이렇게 프레임이 나뉠까 봐 조심스럽습니다.”

윤 대표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아무것도 아닌 제가…”라는 표현을 자주 쓰곤 했다. 하지만 그의 표현대로 ‘아무것도 아닌’ 그가 한 ‘큰 것도 아닌’ 일은 누군가에겐 ‘대단한, 별일’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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