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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동으로 극복한다 / 희망을 안긴 사람들 1]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의 나눔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2020-04-01 08:01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이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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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소식에 한숨이 절로 나오는 요즘이라지만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도 있다. 손수 만든 마스크를 기부한 80대 노인,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어느 건물주, 의료지원 중인 군의관 등. 코로나19로 상처 받은 누군가를 어루만지는 이들의 손길이 무척 반갑다.
최근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 남자친구가 마스크를 잔뜩 주고 갔다는 글이 게시됐다. 이를 두고 ‘지금 마스크를 내어주면 사랑’이라는 몇몇 댓글이 우스갯소리처럼 달렸지만 실제로 마스크는 구하기 힘든 물품이 되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부산 북구 덕천1동 행정복지센터에 마스크 20장이 전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마스크를 조금 더 들여다보니 특별하다. 색이 살짝 바랜 듯한 면 위로 한 땀 한 땀 손으로 꿴 바느질 흔적이 남아 있던 것. 손길의 주인공은 여든넷의 이순업 할머니.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는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조건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을 건넨 것이다.

“언제였더라, 저녁에 TV를 보니까 전국적으로 마스크를 다 써야 한대요. 근데 없어서 못 쓰는 사람도 있다대요. 미싱(재봉틀)이 다 절단 나버려서 솜씨 없는 내 손으로 마스크 좀 만들어봤어요.”

재질은 소창이라고 했다. 눈이 침침한 터라 마스크 한 장 만드는 데만 30분씩 걸린다. 언젠가 저고리를 꿰맨 기억을 더듬어 만들었다고. 결과물이 근사하다는 인사에 이순업 할머니는 그저 웃었다.

“지금도 내 옆에 10장 있네요. 어제도 잠깐 길에 나가서 몇 사람 주고 왔어요. 기회만 된다면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 누구든 주고 싶고. 나도 사서 쓸 줄을 몰라서 내가 만든 걸로 쓰고 있거든요.”

이순업 할머니의 ‘나눔’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그를 돕고 싶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그러나 할머니는 거절 의사를 밝혔고, 오히려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사람들을 염려했다.

“날 돕기는 왜 도와요. 아프지도 않고 밥 먹고 살 수 있으면 됐지. 도움 같은 거 바라지도 않으니 그런 소리 말라고 해요. 옛날 염병처럼 무슨 놈의 병이 이렇게 오래간대요. 이렇게 되면 굶어 죽는 사람도 있을 텐데 걱정이에요.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떻고, 빚 있는 사람들은 또 어떻게 해야 된답니까. 아이고.”

‘바람’을 묻자 그는 외출 없는 날의 연속에 지친 기색을 드러내며, 자신은 물론이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했다.

이러한 온정은 다른 곳에서도 전해졌다. 80대 노부부가 대전 서구 월평2동 행정복지센터에 100만원이 든 봉투를 두고 급히 사라졌다. 센터 직원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영구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으며, 기초생활수급비 일부를 1년가량 모아 이번 기부를 행했다고 한다.

“이름이나 신원을 절대 밝히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 본인들도 힘들 때 정부랑 주변에서 지원받은 게 있어 정말 고마우셨다고, 이렇게나마 보답하고 싶다고만 하세요.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 하시면서 돈이 너무 적어 미안하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관악구 임대주택에 사는 한 노인도 익명으로 100만원을 기부했다. 그는 “오래전 생활고 때문에 목숨을 끊으려 했다가 관악구의 도움을 받아 버틸 수 있었다”면서 “이젠 자신이 보답할 차례인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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