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구독 이벤트
예스24교보문고알라딘인터파크
ISSUE
  1. HOME
  2. ISSUE
  3. people&

[4.15 총선 화제의 여성 출마자]고민정 “말한 대로 살겠다”

2020-03-28 13:08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신승희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KBS 아나운서, 청와대 대변인을 거친 고민정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청와대의 말 대신 지역민의 말을 전달하겠다고 나선 고민정에게 정치를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간이 멈춘 듯한, ‘그럼에도’ 꽃이 피는 3월 중순 오후였다. 회색 운동화에 까만 스키니 진, 스트라이프 티셔츠, 네이비색 재킷을 입은 여성이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요즘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다니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고민정 후보다. 카페 가장 안쪽에 있는 자리에 착석할 때까지 그는 카페 안에 있는 시민들에게 연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광진 사람 고민정입니다.”

그 인사가 끝난 다음에야 고민정 후보와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갈색 눈동자 아래 아침 일찍부터 쓰고 다닌 마스크 자국이 남아 있었다.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에서는 힘이 느껴졌다. 그는 질문마다 차근차근 대답했다.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전달했지만 딱딱하지 않았다.

# 말한 대로 살자

국회의원 후보가 되기 전 고민정 후보는 KBS 아나운서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아나운서를 그만둔 201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의 영입인재 1호로 발탁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일하다 지난해 4월 대변인으로 승진했다. 약 9개월간 대변인으로 불린 그는 올해 1월 말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했다. 그리고 4·15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인 광진을 후보로 나섰다.

그동안 행보를 보면 일단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국회의원 출마도 같은 맥락인데요. 처음에 정치는 나와는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거리에 나가서 만난 시민들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제가 정치를 하길 원하셨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에게 정치를 할 소명이 있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내가 정치에 편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는 우리 삶을 다루는 건데 직업으로서의 정치만 본 게 아닌가 싶었죠. 그 편견을 깬 순간 다른 영역으로 건너왔다는 생각보다 아나운서, 대변인, 국회의원 모두 그 연장선에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당에 이렇게 말했어요. 쉬운 길만 가라고 하지 말아다오. 나에게는 명분이 필요하다. 정치를 안 하겠다고 한 사람이 나섰을 때 쉬운 길만 간다면 누가 공감해주겠느냐. 한 자리를 빼앗든 지키든 도전할 기회를 달라고 했어요. 싸워볼 만한 곳으로 보내주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죠.

아나운서, 대변인 모두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나요? 많이들 그렇게 생각하죠. 제가 아나운서, 대변인 시절에 지양했던 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만 하는 사람이 되는 거였어요. ‘말한 대로 살자’가 제 삶의 철학 중 하나예요. 방송할 때 원고를 받으면 제 생각대로 많이 고쳤어요. 그래서 그걸 썼던 사람과 많이 부딪쳤죠. 그래도 결국 내 입으로 나가는 거고, 시청자들은 고민정이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작가가 있고 피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내 이름과 명예를 걸고 말하는 건데 내 말에 책임을 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내 말이 아닌 걸 고치고 첨가도 했어요. 남편을 고를 때도 부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를 보지 않으려 했고, 회사생활을 할 때도 돈만 버는 직장인이 아니라 이 사회의 일원으로 뭔가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말 한마디에 굉장히 까다로운 편이에요. 말 한마디가 제 발목을 잡기도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 스스로 철저해지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그런 신념이 대변인 시절에도 그대로 이어졌나요? 대변인실 사람들이 일곱 명 정도 됩니다. 보통 그분들이 브리핑 원고의 초안을 잡고 중간안과 마무리까지 다 작성한 다음 대변인이 읽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제가 썼어요. 다만 논평을 내기까지 수많은 자료들을 팀에서 수집해줬어요. 저는 팩트에 대한 강박이 있어요. 청와대 브리핑은 대변인이 말하는 시점과 방송하는 시점의 진행 상황이 달라지기도 해요. 대변인을 할 때 제가 가짜뉴스를 말했다고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시간대 때문에 달라진 경우였죠. 시간대를 따지면 제가 말한 게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기록에 대한 강박이 있어요. 대변인실 팀에서 수집한 정보와 팩트를 가지고 제가 직접 논평을 써요. 그런데 사람들은 제가 아나운서 출신에 대변인을 했다고 하니 ‘누가 다 써준 걸 그냥 읽었겠지’라고 생각해요. 청와대 사람들이나 함께 일했던 출입기자들은 알죠. 저게 다 대변인이 썼다는 걸요.

대변인을 하면서 이런 점은 잘했다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청와대 대변인은 정책 발표도 하지만 외교안보 사항도 다뤄요. 정상회담을 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대통령이 나눈 대화를 기자들에게 브리핑해야 해요. 그중 무엇을 국민들에게 전달할 것인지 굉장히 오래 이야기를 나눕니다. 안보실과도 이야기를 많이 했죠. 대변인 초기에는 다들 제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 모르니까 제 방식에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안보실은 보안에 철저한 곳이라 대변인이라도 안보실에서 다루는 내용을 다 알 수 없었고요. 시간이 좀 지나고 제가 일하는 방식을 본 다음에는 수월해졌어요. 회담이 끝나고 나면 어떤 내용을 전달할지 정하면서 서로 대화를 많이 했죠. 나중에는 안보실에서 저를 믿고 전달하게 됐어요. 말 한마디에 얼마나 신중을 기하는지 알게 된 거죠. 갑자기 제 자랑을 하려고 하니까 어색하네요.(웃음)

그 과정이 다 정치수업이었네요. 그렇죠. 제가 전에 정치를 했던 게 아니니까요. 또 저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계셨어요. 가까이에서 지켜본 문재인 대통령은 누구보다 꼼꼼하고 세심한 분이세요. 아이가 부모의 말투나 생활방식, 친구 사귀는 법까지 배우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도 문재인이라는 분을 닮아갈 수밖에 없었어요. 팩트에 민감하고, 말 한마디에 조심하고, 늘 신중하려 하고. 정말 정치수업을 혹독하게 받았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제가 마흔둘인데,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 청와대 시절이었으니까. 진짜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일했어요. 처음에 청와대에 들어갈 때만 해도 그렇게 일이 많은 곳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역대 정부를 겪어본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이 정부는 일정도 많고 메시지도 참 많다”라고 할 정도니까요. 기자들이 그걸 느끼려면 몇 배로 더 일해야 해요. 진짜 죽도록 일만 했다는 기억밖에 없어요.

청와대에 있다가 이제 현장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어요. 분위기는 어떤가요? 확실히 경제가 어려워요. 불안감도 상당히 많고 코로나19 사태가 골목상권에 어려움을 안겨줬으니까요. 특히 광진은 골목상권이 발달된 곳이다 보니 여기 있는 분들은 더 차가운 바람이 느껴지실 거예요. 그런데 그분들이 오히려 저를 걱정하세요. 선거운동 하기 힘들어서 어떡하냐고. 그런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본인들이 더 힘들 텐데 다른 사람을 걱정해주는 건 쉽지 않은 마음이잖아요.
 
 
본문이미지

# 정치인이기에 앞서 엄마

고민정 후보를 만난 날 교육부가 유치원과 초·중·고의 개학일을 4월 6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학교에서 아이들이 집단감염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민정 후보는 국회의원후보이기 이전에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두 남매를 둔 엄마다. 나라의 문제이자 곧 가정의 문제인 이 일 역시 자연스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개학일도 연기됐는데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아이들 학교 문제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요. 얼마 전 학부모 간담회를 했는데 개학 연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이 많더라고요. 사실 이분들도 개학을 빨리 하길 바라죠. 엄마도 힘들거든요. 맞벌이 가정은 더할 겁니다. 아이를 맡길 데가 없으니까요. 또 아이들이 빨리 교육을 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고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거라 걱정을 많이 하시지만 그래도 대다수 부모들은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가 있을 때는 집에서 버티는 게 낫겠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앞으로 학교가 완전히 문 닫을 순 없죠. (교육부도) 지금도 조금씩 준비를 하고 계시겠지만 소독제든 마스크든 아이들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하셨으면 해요. 특히 초등학생들은 모든 게 손에 닿고 입으로 들어가서 바이러스에 굉장히 취약하잖아요.

아이들 개학이 연기된 상황에서 선거운동을 하러 나오셨어요. 아이들은 남편분이 보고 계신가요? 남편은 가끔 아이들을 봐요. 지금 남편도 선거운동을 같이 한다고 나와 있어서. 평상시에는 남편이 100% 아이들을 봤는데 지금은 친정 엄마가 보고 계세요. 당분간 한 달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엄마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는 걸 알고 있나요? 알고 있죠. 그런데 아이들은 국회의원이 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냥 청와대 대변인이랑 비슷한 뭔가 하나 보다 해요. 대변인이 뭔지도 잘 몰랐어요. 우리 첫째가 1학년일 때 친구랑 앞에 걸어가면서 이야기하는 걸 들었어요. 친구가 “니네 엄마 아나운서야?” 하니까 아들이 으쓱하면서 “어, 아나운서야” 하더라고요. 친구가 또 “지금은 대변인이라면서 대변인이 뭐 하는 사람이야?” 하니까 “몰라” 그러더라고요.(웃음) 아이들은 모르죠 뭐. 아나운서는 방송에서 진행하는 사람이라 아는데. 아이들 눈에는 그게 더 대단해 보이는 거겠지요. 언제부턴가 자꾸 물어보기에 설명하기도 어렵고 해서 “대변인은 대통령 할아버지랑 같이 일하는 사람이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야” 그랬어요. 그러니까 되게 뿌듯해하더라고요. 왜냐면 집에 위인전기가 있잖아요. 엄마가 나라를 위해 일한다고 하니까 책에 나온 사람들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나 봐요.(웃음)

아이들이 배웠으면 하는 가치관이나 생각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저희 부부는 뭔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아요. 풀어놓고 키우는 편이에요. 다만 저희 부부는 부를 축적하기 위해 많은 걸 희생하면서 살지는 말자는 주의라 그런 점을 알게 모르게 배우는 것 같아요. 둘째가 다섯 살 때 벽에다 볼펜을 찍 그은 거예요. 엄청 혼냈죠. 하면 안 된다고. 그랬더니 종이에 그렸는데 왜 안 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여기는 우리 집이 아니야. 그러니까 깨끗하게 쓰고 다시 줘야 해” 그랬더니 그때는 아무 반응 없이 넘어갔어요. 그러고 몇 년 흘렀는데 첫째랑 막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여기는 우리 집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라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거죠. 그럴 때는 조금 미안한 감이 있어요. 아이한테 결핍을 준 건가 싶고. 그러면서 이렇게 세상을 알아가는 거지 싶어요. 집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없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배우는 거죠. 다만 없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면 되는 거예요. 친구들 중에는 어려운 친구들도 있을 텐데 그 친구들을 불쌍하게 보거나 연민의 감정으로 보진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제 차가 10년이 된 차예요. 겨울이 되면 시동도 잘 안 걸려요. 그래서 청와대 다닐 때는 차를 안 탔어요. 시동이 안 걸리면 저도 민망하잖아요. 그래서 남편에게 시위를 했죠. 차를 바꾸자, 부끄러워서 도저히 못 타겠다 했는데, 우리 아이가 차 멀쩡하게 굴러가는데 왜 그러냐고 하더라고요. 누가 보면 되게 구두쇠 집인 줄 알겠어요.(웃음)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국입니다. 이럴 때 국민이 원하는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간단해요. 그만 좀 싸우고 생산적인 일을 하라는 거죠. 지난 20대 국회는 서로를 갉아먹는 싸움만 했잖아요. 국민은 300명의 정치인을 다 기억할 필요가 없어요. 나라만 잘 굴러가면 돼요. 이런 정치 문화를 끊어내고 새로운 정치를 보길 원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 같은 새로운 정치인을 원하시는 거겠죠. 아이들에게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가르치잖아요.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처럼 정치인들도 그런 삶을 살아야죠.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Copyright ⓒ woman.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 메일보내기
  • 프린트하기
  1. 메인으로
  2. 기사목록
  3. 맨 위로
댓글달기
글쓴이    비밀번호 (숫자 4자리를 입력해주세요)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이번호 커버이미지
이번호
서점 이벤트
  • 예스24
  • 교보문고
  • 인터파크
  • 알라딘
  • 이달의 목차
  • 지난호보기
  • 정기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