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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일타’ 정승제가 '선행학습'에 대한 확실한 해답

수포자들에게 전하는 '수학 잘하는 비법'

2020-03-16 08:45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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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히 시작한 인터뷰는 격렬히 끝이 났다. 간간이 침도 튀었다. 스타 수학강사 정승제의 화법엔 화(火)가 섞여 있다. ‘수학 교육’을 논할 땐 특히 그랬다. 아이로니컬한 건 한 시간 넘게 듣고 있어도 불쾌하지가 않다는 점. 그의 말마따나 “격식을 파괴한 진정성”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미스터트롯> 출전 이유도 마찬가지다. 선생님 정승제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위로하는 방식이다.
아홉 살 정승제는 반장이 되고 싶었다. 준비한 소견 발표대로라면 “저를 반장으로 뽑아주신다면 우리 반을 최고의 반으로 만들어…”라고 했어야 했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나머지 딱 한마디 소리쳤다. “정승제입니다아앍!”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어린 정승제는 또다시 외쳤다. “정승제라고요옷!” 주변 웃음소리가 커졌고 그는 마지막으로 외쳤다. “뽑아주십쇼!” 결과는 압도적인 승리였다. 그날 어린 정승제는 ‘비범하게 하면 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 이후로 35년이 지났다. 선생님 정승제가 TV조선 <미스터트롯> 예선 무대에 나타났다. 제자들은 물론이고 심사위원들조차 “선생님이 왜 거기서 나오느냐”고 반응했다. 그는 “(수학을) 중간에 포기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음악을 좋아해서 도전을 해볼 테니 너희들도 포기 말고 끝까지 도전해보자는 의미”라며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역시나 평범하지 않은 메시지 전달법이다. 약 800만 명 수강생의 선생님, 정승제는 그렇게 격식을 파괴해오고 있다.
 

<미스터트롯> 출전 이유?
“나도 도전할게, 너희 수학 포기하지 마”

그를 만나려면 대치동 학원가로 가야 할 것만 같았다. 수험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1등 스타강사’로 통하는 그이니 사교육의 메카에 있을 거라 예상한 탓이다. 정작 그와 마주한 곳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재 사옥이었다. 이곳엔 그가 운영 중인 교재 회사 MK에듀테인먼트와 소극장, 카페, 밥집이 모여 있다.

“스무 살에 홍대에 처음 와서 든 생각이 ‘여기 내 공연장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였어요. 다들 돈 벌어서 강남에 빌딩 지을 때 전 여기다 지었죠. 그러니까 저더러 또라이 아니냐고.(웃음) 고민 하나도 안 하고 여기 왔어요. 진짜로 인디계의 아버지가 되고 싶었거든요. 인디밴드들이 조금 편히 음악을 할 수 있는 좋은 소극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에요.”

수학강사와의 대화라기엔 살짝 괴리감마저 들었다. 사무실도 다르지 않았다. 수학 서적으로 메워진 벽면 맞은편으로 키보드, 드럼, 스피커 등 대형 음악장비가 자리하고 있었다. 노래하는 걸 워낙 좋아해 자신이 있는 곳 어디서든 바로 노래할 수 있도록 해뒀다. <미스터트롯>에서 ‘얄미운 사람’을 열창하던 모습이 이해됐다.

“강의 중에 우연히 송가인 씨 이야기가 나왔어요. 장윤정, 홍진영밖에 모르는데 웬 갑자기 송가인인가 했더니 <미스트롯> 우승자래요. 그럼 <미스터트롯>은 왜 없어, 있으면 무조건 나간다고 했는데 모집 중이라는 거예요.(웃음) 그래? 나 거기 도전한다! 끝까지 해보겠어. 그러니까 너희도 수학 포기하지 말라면서 덜컥 지원했죠.”

방송 화면에 날씬하게 나오고 싶은 마음에 이틀을 굶은 게 독이 됐다. 소리가 덜 나왔다. 결국 예선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아휴, 창피했어요. 그래도 그 많은 지원자 중에서 101명에 픽이 됐다는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한 일이더라고요. 떨어졌지만 학생들에게 도전정신은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웃음) 학생들 생각이 되게 많이 났어요. 오디션 보기 전 떨림이 있잖아요. 우리 애들도 모의고사, 수능 보기 전에 얼마나 괴로웠을지 와닿았어요. 전반적으로 제가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걸.”

그는 제자들을 이야기할 때면 “학생들”, “우리 애들”, “꼬맹이들”이라는 표현을 섞어 사용했다. 단순히 ‘가르치는 대상’ 이상의 존재로 대하고 있음이 전해졌다. 최근 직접 작사해 육중완밴드와 발매한 곡 ‘생선님의 편지’, ‘잘될 거야’에서도 엿보인다. 정승제는 매년 수능 전날 학생들에게 보내는 SNS 편지를 쓰고 있는데, 그 내용을 압축해 노래로 만들었다.

“최고의 선생님이 돼주진 못했지만 믿고 따라준 그대들로 많이 행복했어. 이 생선님이 고맙고 너무 미안해 (…) 잘하고 있어. 어른이 되어가는 이 길을 잘 견뎌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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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익 15만원, 똥물 뒤집어쓴 시절도…
스타강사 되기까지

본격적으로 인터넷 강의를 시작한 건 2006년 9월, 30대 초반 때다. 그전까진 동네 단과학원 강사로 일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등학교 2학년 시절부터 친구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주곤 했다.

“고등학생 때 제가 만날 수 있는 직업군은 학교 선생님, 학원 강사, LG트윈스 응원단장뿐이었어요. 그들 중 가장 멋있는 사람이 학원 강사. 이 일로는 전국을 제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참 이상하게도 잘할 자신이 있었어요.(웃음) 고2 때 점심시간에 애들한테 수학을 알려줬더니 저보고 되게 잘한대요. 선생님들보다 낫다고 해요.(웃음) 아, 내가 가르치는 데 소질이 있는가 보다 싶었죠.”

정확히 따지면, 대중을 상대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온라인 강사가 되기 훨씬 전에도 혼자 녹음하고 영상을 만드는, 홈 레코딩이 취미였다. 라디오 콘텐츠를 만들어 나 홀로 디제잉을 한 적도 있다.

“적은 돈이라도 벌면 꼭 마이크, 카메라를 사서 강의하는 걸 찍어봤어요. 몇몇 선생님들은 인강 강사도 아닌데 유난이라며 싫어했죠. 재수 없는 얘기일 순 있지만(웃음) 제 자신이 언젠가 잘될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미리 연습을 해둔 거였어요. 그 시절에 얼마나 빚이 많았는데요. 반지하 살면서 똥물 들어온 적도 있어요.”

전체 수강생이 세 명인 시절도 있었다. 학생 한 명당 선생님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5만원, 한 달간 총 15만원을 벌었다. 그중에서도 경조사비, 강사회비를 제외하니 실제로 손에 쥐어진 건 마이너스 2만원이었다. 그때 불현듯 찾아온 기회를 잡고서야 일상이 변해갔다.

“꿈에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리고 경찰차가 멋지게 지나가길래 보고 있었어요. ‘우와, 진짜 멋지다’ 하는 찰나에 노무현 대통령이 딱 내려요. 저한테로 와선 악수를 청하더니 수학을 잘 가르친다더라, 우리 손자들도 부탁드려도 되겠느냐고 해요. 저야 영광이죠 하면서 딱 깼는데, 다음 날 비타에듀 사장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내일 (인터넷 강의) 데뷔할 준비하세요! 그래서 제가 미신 같은 거 절대 안 믿어도 꿈은 믿어요.”(웃음)

온라인 강사가 되고선 탄탄대로를 달렸다. 정승제 강의를 들은 누적 수강생만 약 800만 명이다. 그는 ‘전달력’이 통한 것이라고 했다. 아는 것과 전달하는 건 다르기 때문에, 전달할 땐 받아들이는 이의 약한 부분을 제대로 긁어줘야 한다고. 그가 강의를 할 때 화난 듯한 억양, 표정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화난 게 아니라 답답함을 표출하다 보니까.(웃음) 예를 들어서 너희들은 이걸 급수의 수렴 조건이라고 외우지 말고, 왜 급수가 이럴 때 수렴하는지 하나씩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다 보면 말이 세지고 텐션이 올라가요. 판서도 ‘개판’으로 하고 필기 유도도 안 해요. 본질을 알려주고 싶은 거거든요. 애들이 제대로 알도록 만드는 것, 음… 뭐라고 해야 할까요. 격식을 파괴한 진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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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아닌 사고력으로 수학 공부해야”

‘본질’을 수없이 언급했다. 그는 수험생들이 1년 내내 기출문제 풀이에 몰두하는 현상을 꼬집었다. 기출문제로 수학 공부를 시작하는 건 ‘암기’와 같으며, 이 경우 도달할 수 있는 성적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사고력으로 풀어야 하는 게 수학인데 기억력으로만 풀려고 해요. 대학 당락을 가르는 문제는 아무리 외워봤자 못 풀거든요. 그렇게 수포자가 나오는 거고요. 보통 수학 성적은 응용력이 안 돼서 안 오른다고 하는데 아뇨, 개념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제가 피아노 코드를 외워서 치니까 다른 곡엔 응용을 못 하는 것처럼요.”

‘선행학습’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대다수 선행학습은 문제풀이 방식에 대한 암기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나중에 다시 처음부터 공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대치동이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 제 또래가 학부모여서 다들 아시잖아요. 학원도 다녀보고 학습지도 해봐서 수학이 사교육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아실 텐데 왜 그럴까 싶어요. 남들 다 하니까 엄마아빠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지키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이가 답 내는 방법을 외운 건지, 알고 답을 내는 건지를 물어보시면 좋겠어요. 본질을 알아야 한다니까요!”

흥미롭게도 그가 추구하는 본질은 결혼을 대하는 가치관으로까지 번졌다. 정승제가 생각하는 결혼의 본질은 ‘목숨을 내어줄 정도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이뤄야 하는 것’이라고. 현재 그는 미혼이다.

“원래도 (결혼)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주변에서 비즈니스 하듯이 결혼하는 걸 보고 더 싫어졌어요. 친구들이 털어놓는 고민을 듣고 있노라면, 아 그건 진짜 사랑하면 말이 안 되는 건데 싶거든요. 그러다 보니 결혼을 못 하게 된 건데(웃음) 요샌 샤워하다가 좀…. 목이 걸려서 미끄러졌을 때 누가 신고라도 해줘야 하잖아요. 긴급 신호 알리는 장치라도 설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남들은 “또라이”라고 하지만…

스타강사답게 학생들이 모이는 곳에서 인지도가 빛을 발한다. 롯데월드를 조금만 거닐어도 금방 자신을 알아보더란다.

“처음엔 애들이 확인을 해요. 어? 오? 혹시?(웃음) 알아봐주면 되게 뿌듯하죠. 데뷔한 지 오래돼선지 비행기에서 저를 알아보는 승무원분들도 꽤 많아요. 유튜브 통해서 알아보시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인지도만큼이나 카메라 안과 밖 언행이 신경 쓰이진 않을지 궁금해졌다. 그는 호탕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행동가짐은 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웃음) 강의할 때 정치, 종교 이야기를 안 해요. 그건 자기 신념인 거지 선과 악이 있는 건 아니니까 가급적이면 안 하려고 해요. 나머진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요.”

그가 지난해 2월 완공한 사옥에도 많은 학생들이 찾는다. ‘정승제 제자’임을 인증하면 밥과 음료를 할인된 가격에 먹을 수 있다. 특히 ‘위너스 클럽’ 카드 소지자는 50%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정승제가 이 사옥을 지은 궁극적인 이유다.

“위너스 클럽이라고 성적이 확 뛴 애들한테 주는 상이 있어요. ‘클럽’이라 붙인 건 소사이어티 클럽처럼 나중에 나이가 들어도 그 출신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였어요. 애들끼리 예쁜 카페, 식당에 모여서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었고요. 그래서 오래전에 약속한 건데 그땐 애들이 웃고 넘겼거든요. 그걸 지킨 거예요. 임대, 돈 이런 거 고려했으면 이렇게 짓지 않았겠죠. 9월에 가게 오픈했는데 이미 적자가 1억을 넘었어요.”(웃음)

인터넷 강의를 제외하곤 모든 판단 기준에 ‘돈’은 없다. 가령 EBS와 이투스 양쪽에서 강의 중이나, EBS로 번 수입은 전액 장학금으로 쓴다. 이런 그를 두고 주변에선 ‘살짝 다르게 산다는 의미’의 “또라이”라고 한단다.

개의치 않는다. 강사로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자신만의 행복을 따라가는 그다. 언젠가 ‘가수 정승제’를 기대해도 되겠냐는 물음에 그는 바람을 덧붙였다.

“이번 음원은 육중완밴드가 도와줬잖아요. 목표는 아이유님입니다.(웃음) 학생들을 위한다는 취지가 좋지 않습니까? 하하. 아이유 씨랑 한 소절씩 주고받으면서, 응원의 노래를 내고 싶어요.”

<미스터트롯>이 또 열리면 도전 의사가 있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에이, 한번 나갔는데 어떻게 또 나가요. 창피해요. 박명수 씨가 포기하라고 그랬잖아요.”

“행사 섭외가 들어오면요?”

“그건 무조건 나갑니다! 레퍼토리 이미 구성됐어요. 비용은 뭐 살짝 밥 한 끼 사주시면…. 근데 연락이 안 와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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