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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이 엄마 장지성 씨 “어디라도 널 찾으러 갈게”

2020-03-08 07:49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장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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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이를 가슴에 묻은 지 3년이 넘었다. 나연이가 가장 좋아하던 미역국을 이제야 끓일 수 있게 됐고, 읽히지 않던 글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혼자 있을 때면 여전히 울음부터 터지지만 슬프지 않으려 한다. 아이를 다시 만나는 날, 너무 늙어버린 엄마는 되지 않겠노라고. 나연이가 “엄마 너무 예쁘다”며 엄지를 치켜세우던 그 언젠가처럼 마주하겠노라고. ‘나연이 엄마’는 그렇게 오늘을 보낸다.
엄마 장지성 씨는 나연이와 보내는 시간을 기록하곤 했다.
손을 뻗어보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자 파르르 떠는 모습에 모두가 울었다. 가슴속 어딘가 묻었을 아이를 꺼내 보는 일. 겪지 않고선 온전히 모를 마음이라지만, 엄마가 쏟아내는 눈물은 너무도 가슴이  저릿했다.

<MBC 스페셜-너를 만났다>(이하, ‘<너를 만났다>’)가 방송되자 ‘나연이 엄마’ 장지성 씨는 단연 화제의 인물이 됐다. <너를 만났다>는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VR(가상현실) 기술로 구현해 불러오는 프로젝트 다큐멘터리다. 하루 평균 200명이 오가던 블로그에 35만 명이 찾아왔다. 장 씨를 응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고 온라인 포털 실시간 검색창엔 그의 가족과 관련한 키워드가 한참 오르내렸다. 나연이 엄마는 결국 블로그를 닫았다. 인스타그램도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했다. 속 이야기를 묻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2월의 어느 날, 장지성 씨가 SNS를 다시 열고서야 첫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지성 씨는 자신을 “걱정부자”라 하면서 인터뷰에 응하기까지 꽤 망설였다. <너를 만났다> 방영 직후, 예상치 못한 관심에 놀란 눈치였다.

“회자되는 것도 너무 당황스러운데 이렇게 인터뷰를 해도 되는 건지….”

장지성 씨는 조심스레 인터뷰를 수락했다. 비슷한 상황의 누군가에겐 ‘나연이 엄마’의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진심이 통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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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나연이, 예고 없이 떠났다

밤 10시가 조금 넘은 때였다. 세 아이 모두 잠자리에 들어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해 정한 시간이다. 계획과 달리 아이들은 깨어 있었고 전화기 너머 간간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째 재우가 동생 민서와 소정이를 괴롭혔던가 보다. 푸념을 늘어놓는 두 딸의 음성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사춘기가 오면 방에 들어가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던데 재우는 온 동네를 다 쑤시고 다녀요. 굳이 동생들 괴롭히고. 남자애지만 살가운 면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동생들 다 챙기면서 놀았어요. 제 아이들 자랑은 아니지만, 누가 과자를 주면 저는 동생이 셋이라면서 네 개를 가져오더라고요.”(웃음)

유난히 나연이를 아끼던 오빠였다. 엄마가 방송 출연 제안을 받고 다른 가족들에게 의사를 물었을 때 유일하게 반대했다. ‘VR 나연이’는 진짜가 아니니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한편으론 나연이의 죽음을 상기시키는 것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너무 소중한 동생이자 언니 그리고 딸. 나연이는 가족 모두에게 절대 잊힐 수 없는 존재다. 장지성 씨가 <너를 만났다> 출연을 결심한 것도 그래서였다. 제작진이 먼저 그의 블로그 속 ‘나연이 이야기’를 보고 연락을 해왔다.

“나연이 이름으로 책을 내거나 작은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방송국 연락을 받고선 혹시 이게 기회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리고 사실 저는 단순히 인터뷰만 하는 줄 알았고, 여러 가족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해서 (출연을) 오케이한 거였거든요.”(웃음)

이 정도 반응이 있을 거라곤 전혀 예견하지 못했다. 평균 시청률이 1%대인 걸 알고서 방심한 면도 있었더란다. 넘치는 관심은 걱정으로 이어졌다.

“악플이 달려서 블로그를 닫은 게 아니에요. 방송 직전에 애들 사진은 비공개로 돌려두긴 했어요. 애들이랑 어디를 갔는지, 뭘 먹었는지 일상을 굉장히 상세히 적어뒀던 터라 전부 공개되는 게 걱정되더라고요. 갑자기 하루에만 (방문자) 35만 명이 왔으니까.”

일각에선 장 씨의 블로그를 ‘나연이 투병일기’라고 표현한다. 정확히 따지면 공개 일기장이나 다름없다. 엄마는 나연이가 아프기 전부터 그곳에 일상을 적어 내렸고, 나연이와 병원에서 머문 시간 또한 ‘일상’이었을 뿐이다.

“누군가는 그럴 수도 있어요. 애를 봐야지, 그런 거 쓸 시간이 어디 있냐고. 저도 지금은 후회되는 부분 중 하나죠. 이럴 줄 알았다면 그런 여유가 없었을 거예요. 나연이 얼굴을 좀 더 봤을 텐데…. 나중에, (글 보여주면서) 엄마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엄마 말 안 들을 거냐고 하려 했어요. 죽음은 전혀 생각 못 할 정도로 건강했으니까요.”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었다. 병에 대해 제대로 알기도 전에 나연이가 떠났다. 열이 있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간 뒤로 한 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해열제를 먹이면 금세 정상 체온으로 돌아왔었다. 병원에서는 “열이 끝물인 것 같으니 괜찮다”고 했다. 잘못이 있다면 열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었을까. 엉뚱한 검사를 하는 데만 2주 가까이 보내 골든타임을 놓쳤다. 2016년 9월 10일, 일곱 살 나연이의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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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재우는 올해로 열다섯 살, 둘째 민서는 열세 살, 막내 소정이는 일곱 살이 됐다.

3년 만에 만난 내 딸

엄마는 그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새벽녘, 나연이가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더니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당일 저녁 미국 출장이 잡힌 남편에게 “가면 안 될 것 같다”고 연락했다. 남편이 달려오는 동안 나연이는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도착과 동시에 의사는 “10분이 남았다”고 말했다.

“심폐소생을 더 할 거냐고 했어요. 가슴뼈가 부러질 만큼 아픈 거래요. 멈춰달라고 했어요. 그때가 오전 4시 44분. 의료진이 정리하겠다고 저희를 내보내곤 다시 불러요. 깔끔한 모습의 나연이가 천에 싸여 있더라고요. 신생아들 퇴원할 때 속싸개로 싸잖아요. 딱 그 모습…. 우리 나연이가 태어날 때 모습으로 가는 것 같았어요.”

누가 봐도 예쁜 아이였다. 지나가던 사람이 돌아서 다시 보고 갈 정도로 예뻤다. 누구보다 나누길 좋아했다. 머리띠에 달린 보석을 떼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바람에 장식 없는 머리띠를 차고 다닌 적도 많다. 늘 ‘엘사’가 그려진 가방을 메고 있었고 특히 좋아하는 원피스도 있었다. 3년 만에 <너를 만났다>로 재회한 나연이는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애들이랑 맨날 상암 노을공원에서 놀았어요. PD님께 말씀드렸더니 VR 속 배경을 그렇게 구현해주셨고요. 그 장소를 마주한 것도 반가운데 나연이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감정이 확 몰려왔죠. 나연이가 딱 나왔는데 솔직히 너무 다른 ‘그림의 나연이’예요. 근데 머리띠, 가방, 옷같이 세세한 부분이 정확히 재현됐더라고요. 나연이처럼 보였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그림의 나연이일지언정 만지면 온기가 느껴질 것만 같았다. 그리움이 북받쳐 하염없이 울었다. 집으로 돌아오고선 오히려 담담해졌다. 웃고 있는 나연이를 마주한 기쁨이 컸기 때문이다.

“그날 밤엔 꿈에 오려나 했는데 역시 안 오더라고요. 잘 나오질 않아요. 가끔 나타나도 저를 원망하거나 웃지 않는데 거기(VR)선 그렇게 웃으면서 말해주니 그게 꿈같았어요. 정말 푹 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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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슬프지 않으려는 건…

인터뷰 중 목이 메던 잠깐 잠깐을 제외하면 내내 밝은 목소리였다. 혹, 상처를 들춰내는 게 아닐까 했던 우려가 오히려 그에게 슬픔을 강요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연이 엄마는 이미 나름의 방식대로 슬픔을 표현하고 극복해가고 있었다. 정확히는 “슬프지 않으려” 한다.

“정말 친한 친구는 저보다 먼저 아이를 잃었는데 다 덮고 잊고 사는 것처럼 지내요. 근데 그건 그 친구의 방식이에요. 저는 말하지 않으면 병들어 죽을 것 같더라고요. 슬픔은 저마다 다른 거잖아요. 경중도 없고 표현 방식에 정답도 없고. 저를 정말 아끼는 지인들의 이야기가 상처가 될 때도 있어요.”

장지성 씨가 무슨 말을 해도 주변에서 다 받아주던 때가 있었다. 아이를 보낸 엄마를 위로하는 시기였던 건지, 어느 정도 지나니 “아직도?”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때론 SNS에서 슬픔을 털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듯 끄적였더니 저 같은 사람들이 들르는 거예요. 어떤 분은 아들을 보낸 지 15년이 됐는데 바람에서 아들을 느끼신대요. 그 글이 굉장히 와닿고 위로가 됐어요. 일면식도 없는 그분들의 이야기가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많아요. 서로 공감하고 다독이다 보니까 계속 글을 쓰게 되더라고요.”

나연이의 빈자리는 엄마만의 몫이 아니었다. 한동안 온 가족이 상담을 받았다. 결과적으론 ‘가족이 스스로 풀어내야 할 부분’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늘리는 중이다.

“아이들 앞에서 최대한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애들이 부족했다고 하면 미안해해야죠. 그래도 지금은 그때의 아픔을 메워주려 더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는 것만큼 일상이 슬프진 않아요. 슬프지 않게 살아야 하니까요. 민서는 드라마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면 저부터 살펴요. 울까 봐. 그런 우리 애들 앞에서 제가 어떻게 울어요.”

언제 나연이가 그립냐고 묻는다면 매 순간이라고 했다. 하늘이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나연이가 떠오른다. ‘오늘 나연이가 기분이 좋구나!’ 혹은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나?’ 하고. 나연이가 가장 좋아하던 음식을 먹을 때도 아른거린다.

“미역국을 최근에 끓이기 시작했어요. 너무 가슴 아파서 못 만들겠더라고요. 3년쯤 되니 어느 정도 정신이 차려졌다고 해야 할까요. 독서를 참 좋아하는데 작년 1월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그전까지 난독증처럼 글씨가 눈에 들어오질 않아서 애들 동화책 정도만 읽었거든요.”

얼마 전엔 세 아이와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 달 살기’를 마쳤다. 네 아이를 데리고 세계일주를 하는 게 오랜 꿈이었는데, 나연이와 막내가 어리다는 이유로 미뤄왔다. 이번 여행은 그 꿈의 일부다. 그는 “우리만 가면 미안해서 나연이 사진을 챙겨 갔다”며 가벼이 웃었다.

장지성 씨는 세 아이를 순서대로 “일번이”, “이번이”, “사번이”라고도 부른다. 일번이는 올해로 열다섯 살, 이번이는 열세 살, 사번이는 일곱 살이 됐다. 가장 어린 소정이는 나연이를 기억 못 할 줄로만 알았는데 ‘나연이 이야기’에 한마디씩 덧붙이곤 한단다.

“어떤 사진을 보고서는 이때 나연이 언니가 나 업어줬었지라고 해요. 진짜 기억이 나는 건지 옆에서 하는 말을 듣고서 외운 건지.(웃음) 요샌 소정이가 나연이 행동이랑 말투를 따라 하더라고요.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사실 걱정되는 게 나연이가 일곱 살에 떠났는데 소정이가 일곱 살이 됐잖아요. 신랑이랑 괜히 가슴 조마조마하면서 지켜보고 있어요. 애가 배 아프다는 소리만 해도 너무 겁이 나요. 염려증이죠.”

장지성 씨는 <너를 만났다>의 나연이에게 “어디에 있든 찾으러 갈 거다. 엄마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다. 다 마치고 나면 나연이한테 가겠다”고 했다. 이젠 일번이, 이번이 그리고 사번이를 지키는 일이 그것이다.

“언제 만나도 나연이는 일곱 살이겠죠. 저랑 신랑이랑 너무 상늙은이가 돼서 가면 나연이가 화낼 것 같아요.(웃음) 나연이는 예쁜 걸 좋아하니까 우리 꾸미고 가야 한다고, 많이 안 늙게 운동해야 한다고 농담처럼 말하거든요. 근데 나연이는 우릴 못 알아봐도 돼요. 우리가 알아볼 거니까요.”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어 독서가 더 좋아졌다고 했다. 나연이 엄마가 꼽는 글귀가 궁금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마침 오늘 다 읽은 책인데. <소소하게 찬란하게>. 거기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하루하루가 찬란한 순간이다.’”

그의 ‘바람’으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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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acai518  ( 2020-03-11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2   반대 : 0
장지성님! 방송 참 감명깊게 봤습니다. 감자꽃 나연이를 많은 분들이 기억할겁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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