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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송가인 ‘덕후’가 된 이유

2020-01-13 09:52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조지철,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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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인의 등장이 불러온 건 비단 ‘트로트 열풍’뿐이 아니다. 10대의 전유물로 여겨진 일부 ‘팬 문화’에 중장년층을 이끌었다. ‘어게인(Again)’이라 불리는 송가인 팬덤이 바로 그들이다. 새로워서 특별한 그리고 궁금한 ‘어게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가인이 나타나는 곳이라면 꼭 따르는 진풍경이 있다. 핑크색 옷차림의 무리가 질서를 갖춰 움직이는 모습이다. 모두 송가인의 팬들로, 송가인을 응원하고 싶어 공연장을 찾아온 것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러 오는 게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 싶겠지만, 살짝 들여다보면 그들만의 색이 확고하다. 가령 송가인이 눈앞에 있어도 어게인은 쉽게 다가서지 않는다. ‘인간 울타리’를 만들어 송가인의 이동을 직접 돕기도 한다. “내 가수를 절대 힘들게 해선 안 된다”는 게 그 이유다. 깊은 배려가 전해져 반가운 ‘중년의 팬심’이다. 전북 익산에서 만난 어게인들과의 대화에 미소가 새어 나온 건 그래서였을까.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바라기(어게인 활동명) 전북·광주·전라 소속의 전북지역 부지역장을 맡고 있는 ‘바라기’라고 합니다.
산바람아(어게인 활동명) 오프라인보다 SNS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송가인 씨 그림 그리는 화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산바람아’입니다.
종현(어게인 활동명) 전북 회원 ‘종현’입니다.

어게인 분들이 소개하는 ‘어게인’도 궁금해요.
바라기 저희는 네이버 팬카페에 송가인 가수님을 좋아하는 분들이 가입하면서 만들어졌어요. 지역별로 분류되면서 이전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고요. 40대부터 80대까지, 아무래도 어른들이 많다 보니 카페 활동이 어려운 분들도 계시지만, 대신 현장에서 정말 좋아해주시죠. 친손녀만큼 예뻐하시는 분들도 계시지 않을까.(웃음) 저희는 어게인 소속이라는 게 정말 자랑스럽고 우리 가수님이 어떻게든 우뚝 서는 데 도움 된다면 무슨 일이라도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들이 강한 것 같아요.

팬이 가수를 손녀처럼 여기는 게 흔한 일은 아닐 텐데, 예를 들면 어떤 부분일까요?
바라기 저희 엄마가 84세인데 가수님 공연장에 모시고 간 적이 있어요. 평소엔 초저녁부터 주무시는 분이 그날은 밤늦게까지 가수님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너무 좋은 노래를 들었는데 빈손으로 간 게 미안하시대요. 그러면서 저한테 10만원을 주시더니 “가수님 만나면 맛있는 거라도 사드려라” 하세요. 어른들 마음은 그런 것 같아요. 제 아들, 딸 걱정하듯 가수님을 보면 ‘목은 괜찮을까’ 하는 걱정부터 들어요. 그래서 가수님이 조금이라도 힘들 것 같으면 일단 물러서게 돼요. 절대 힘들게 하면 안 된다는 주의예요.

여러 매체를 통해 본 어게인의 모습 중 인상적인 게 그 점이었어요. 송가인 씨가 앞으로 와도 질서가 완벽하더라고요.
바라기 가수님은 단 1분이라도 현장 팬미팅을 해주시려고 하지만 컨디션이 힘들면 안 되잖아요. 그다음 스케줄도 있고. 일단 가수님이 편해야 해요. 저희는 현장에 가면 가수님 이동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뒤로 돌아서 인간 띠를 만들어요.

팬들이 현장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는 건가요?
바라기 절대 “송가인”이라고 이름을 부르면 안 되고 “가수님”, “가인님”, “송블리” 이렇게 불러야 해요. 반말도 안 되고요. 상대 가수를 비방하는 것도 안 돼요. 그때그때 유연하게 행동해요.

흔히 무대 응원을 오는 팬이라 하면 어린 친구들이 떠올라요. 그런 점에서 어게인은 좀 특별하고요.
바라기 저희들은 중년이잖아요. 아무래도 누구 눈치를 볼 나이도 지났고 우리가 좋아하면 다 갈 수 있어요. 돈을 많이 투자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팬으로서 해줄 수 있는 건 다 한다는 거예요. 가수님을 어떻게든 위로 더 우뚝 설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어게인의 원동력이 궁금해지네요.
바라기 우리 가수님의 노래 실력과 인성이죠. 가수님이 이렇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을 했잖아요. 그 노력들이 정말 헛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도 있고. 그리고 일단 가수님을 한번 보면 원동력이 절로 생겨요.(웃음) 현장 공연 한 번만 봐도 힘이 솟고, 가슴에 개운함이 들어요.

팬의 덕목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바라기 타 가수를 비방하지 말자! 내 가수만 띄워야 한다는 분들도 계신데 저희는 다른 가수도 함께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 가수가 소중한 만큼 다른 가수도 누군가에게 소중할 테니까요. 그런 생각이 팬으로서의 덕목이 아닐지.
종현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서로 배려하면서 같이 가야죠.
산바람아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응원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뿌리 같아요. 그런 것도 덕목이라면 덕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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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게인이 되고 나니
세 사람은 어게인이 되고서 스스로에게 찾아든 변화가 만족스럽다.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는 감정에 설렐뿐더러, 젊어진 기분도 든다고 한다. 자녀들에게 ‘요즘 단어’를 알려줄 때가 있을 정도다. ‘스밍’, ‘아지톡’, ‘조공’ 등 젊은 팬덤 위주로 쓰일 법한 용어가 그들의 대화에서 자연스레 흘러 나왔다.

송가인 씨를 좋아한 뒤로 일상이 달라졌을 법한데요.
종현 맞아요. 정말 즐거워요. 더욱 행복하게 살게 됐다고 해야 할까요.
바라기 저희 사무실 직원들이 어떻게 이런 열정을 가질 수 있느냐면서 부럽대요. 제가 가수님 얘기할 때 행복한 게 너무 보이나 봐요. 얼굴빛이 가수님을 알기 전과 후로 나뉜대요.
산바람아 그전에는 핸드폰으로 보는 게 스포츠 위주였는데 지금은 가장 많은 하는 게 인스타그램, 네이버 카페, 트위터 이런 것들이에요. 젊어진 것 같아요.(웃음)
바라기 제 차에도 어게인 마크가 붙어 있어요. 교통 법규를 더 잘 지켜야 하는 이유예요. 저 때문에 우리 가수님을 욕보이게 하면 안 되잖아요. 마크를 붙인 순간부터 책임감이 커졌으니 좋은 점이죠.

송가인 씨에게 할애하는 시간이 부쩍 는 셈인데 괜찮은 거죠?
산바람아 일단 저는 술 먹는 시간을 싹 없앴어요. 그 시간에 가수님 그림을 그리려고요. 아지톡에서 인증을 계속하는데 이게 시간을 쪼개서 해야 해요. ‘틈스밍’, ‘틈스’라고 하는데 그건 화장실 갈 때 잠깐 시간 내서 하다 보니까 충분히 가능하더라고요.
바라기 잠자는 시간을 줄였어요. 원래도 아침잠이 적은 편이라 새벽 4시 반에서 5시 사이에 일어나서 집안일 좀 하고 출근했다가 퇴근하면 가수님에 관한 걸 주로 해요. 잠을 줄이면 얼마든지 인터넷 카페 활동도 할 수 있어서 가정 일에 소홀한 적이 없어요. 예전에 운동을 하다가 무릎을 다쳐서 계속 병원에 다녔는데, 가수님을 쫓아다니다 보니 근육이 생겨서 아픈 게 싹 없어졌어요. 갱년기도 못 느끼면서 지내고 있고요.

스밍, 틈스밍, 아지톡 같은 단어를 익숙한 듯 쓰시네요.
바라기 오히려 저희 딸이 그런 단어를 몰라요. 그래서 제가 딸한테 넌 그런 것도 아직 모르냐고.(웃음)

입고 계신 복장이 일종의 굿즈인데 핑크색으로 정해진 이유가 있나요?
종현 카페지기님 아래 여러 스태프들이 고민 고민해서 정한 걸로 알아요.
바라기 제가 알기론 핑크를 가수님이 좋아하신대요. 저희들도 핑크색이 좋아요.
종현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이거 입고 전철도 탑니다.(웃음) 사복에도 로고를 박아서 다녀요. 어떻게 보면 가수님 홍보하려는 마음이고요.

이런 활동을 두고 부정적인 시선도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 어떤가요?
종현 (웃음)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고 뭐 지금도 가끔 듣지만 신경 안 써요. 우선 남한테 피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즐거우면 되니까요.
바라기 어떻게 해요. 가수님을 보면 내가 좋고 개운하고 스트레스 쌓일 일이 없는데요. 몇 달 사이에 제 인생의 활력소가 돼버렸어요. 저희 전북지역은 가수님 CD를 공동구매해서 후원을 해요. 무슨 뜻이냐면 10개를 사서 저는 3개만 갖고 7개는 지역 운영진이 모아서 노래를 홍보할 수 있는 곳에 드리는 거예요. 관광버스 회사, 방송국, 개인택시 회사 이런 곳들이요. 어제는 고창 관광버스 회사에 다녀왔어요.(웃음)
 

# 팬들이 말하는 송가인은
첫 인사를 나누며 두 가지 선물을 건네받았다. 하나는 송가인의 새 앨범, 또 하나는 송가인 사진이 인쇄된 컵이었다. “우리 가수님 잘 부탁드린다”는 당부도 덧붙었다. 팬들이 이토록 좋아하는 송가인에 대해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송가인 씨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요?
산바람아 원래 민요를 많이 좋아하는 편인데 TV에서 우연히 가수님이 노래하는 걸 보고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몰라요. 한번은 가수님 스케치 그림을 온라인에 올렸는데 사람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래서 계속 그리다 보니 가수님을 더 알고 싶어졌어요. 가수님이 쓴 글을 다 읽어보니까 참 사람이 괜찮아요. 점점 더 매력에 빠질 수밖에요.
바라기 <미스트롯>에서 ‘한 많은 대동강’을 부르는 걸 듣는데 제 가슴 저 밑에 뭔가,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감정이 몰려왔어요. 어떻게 저렇게 부를 수 있을까. 그 뒤로 눈여겨보면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가수님 노래를 듣다 보면 펑펑 우는 때가 생기는데 그러고 나면 속이 되게 시원해요.
종현 저도 <미스트롯> ‘한 많은 대동강’ 때 반해서 인천 콘서트에 갔다가 공연 후에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그게 제 인생의 변환점이 됐어요. 가인님 만나고서부턴 모든 게 잘 풀리는 중이거든요. 저한텐 은인이에요.

많은 분들이 송가인 씨의 ‘가창력’ 외에 ‘인성’을 높이 평가하시더라고요.
(일동 외침) 그건 기본이에요.
바라기 가수님은 항상 무대에서 내려오셔서 한 분이라도 더 악수해주려 해요.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우리 가수님은 타고나신 것 같아요. 늘 어르신들에게 깍듯하고, 당신이 더 춥고 더울 수 있는데 항상 저희한테 힘들지 않냐고 물으세요. 자연스럽게 나오는 인성이에요. 순발력도 좋아서 팬이 어떤 말을 하면 거기에 맞춰 바로바로 답해주시고. 그게 다 마음에서 우러난 말처럼 느껴져요.

송가인 씨 노래 중에 이건 꼭 들어야 한다는 곡은요?
바라기
아… 너무 많은데.(웃음) 저는 ‘이별의 영동선’이요. 제가 이별한 것도 아닌데 들을 때마다 왜 그렇게 슬프죠. 목소리가 너무 애절해요. 주변 사람들한테 그 노래는 꼭 눈 감고 들어보라고 얘기해요.
종현 ‘어머님 사랑합니다’를 추천할게요. 듣고 나면 제 어머니 생각이 나서 가슴에 와닿아요.
산바람아 ‘가인이어라’요. 기분이 좀 다운됐을 땐 그 노래부터 틀어요.

앞으로 어게인이 어떻게 비치길 바라세요?
바라기 넘치지 않는 팬들. 어게인은 다른 사람 배려를 많이 하는 팬들이구나…. 서로 존중하고 곤경하고 우리 가수님도 빛나게 해주는 게 진정한 팬이니까요.

송가인 씨에게 한마디 남긴다면요.
산바람아 건강하세요!
바라기 가수님, 저희가 있습니다. 건강하시고 목소리 관리 잘하시고 지금처럼 쭉 영원히 갔으면 좋겠습니다.
종현 건강이 최고고 항상 저희가 있으니까 저희 믿고 앞으로 쭉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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