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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특집 人터뷰 ④>활쏘기·테니스 즐기는 97세 무병장수 김택수 씨

오늘은 오늘, 내일은 내일

2019-12-12 09:55

취재 : 임언영 기자  |  사진(제공) : 조지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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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 김택수 씨의 자택. 소파에 꼿꼿하게 앉은 97세 노인이 안경도 쓰지 않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유튜브는 한번 잡으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다며 해맑게 웃었다. 집 근처 교육청에서 열린 스마트폰 배우기 수업 덕에 달라진 일상이다. 증손자와 카카오톡을 주고받는 재미에 푹 빠진 그는 “접는 스마트폰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조만간 사러 가야겠다”면서 얼리어답터의 면모도 드러냈다.
“제가 다른 노인들보다는 스마트폰을 많이 봐요.(웃음) 딸이고 며느리고, 요즘은 카카오톡으로만 연락해요. 초등학생 증손자랑도 자주 카톡을 주고받아요. 손자가 좋아하는 마술이나 운동하는 영상을 보내주면 좋아해요.”

스마트폰을 손에 꼭 쥔 김택수 씨가 반갑게 기자 일행을 맞았다. 1923년생, 올해 나이 97세인 ‘할아버지’는 원주의 한 주택에서 혼자 산다. 30년 전 정년퇴임과 동시에 새로 지은 집. 평생을 함께했던 아내와는 3년 전 사별했다.

그의 일상이 최근 한 다큐멘터리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화제가 됐다. ‘97세 무병장수 할아버지’로 소개된 그는 남들과 조금 다른 노후를 보내는 중이다. 보청기나 돋보기 없이 일상생활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테니스를 치고 활도 쏜다. 예초기를 어깨에 메고 직접 벌초를 할 만큼 힘이 젊은 사람 못지않다. 이번 여름에는 운전면허를 갱신해서, 가까운 거리는 직접 운전해서 다닌다.

“비결이나 비법이 어디 있어요. 그냥 하루하루 충실히 사는 거죠. 어떻게 살아야겠다 거창하게 마음먹고, 목표 세우고, 그렇게 살지 않았어요.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는데 뭐 하러 그런 걸 생각해요.”

모든 사람의 꿈인 무병장수의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에게 비결을 물었는데 내놓은 답이 다소 싱겁다. 비결이 없다는 것. 그래서 그의 일상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지혜는 소소한 이야기 속에 담겨 있으니 말이다.
 

활쏘기·테니스,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비결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요. 안 놓치려고 알람을 세 개 맞춰놓았어요. 눈을 뜨면 30분 정도 침대 위에서 스트레칭을 해요. 몸을 풀었으면 주방에 나와서 밥을 한 컵 지어요. 아들이 오는 날에는(일주일에 3일 아들이 방문한다) 시간에 맞춰 깨워주고, 집 근처 중학교에 가서 한 바퀴 걸어요. 그다음에는 제 취미 생활인 활쏘기를 해요. 그땐 차를 몰아요. 활터에 가면 늙은이들이 나와 있어요. 늙은이라고 해봐야 나보다 열두 살은 어린데.(웃음) 같이 차 마시고 수다 떨고 활도 쏘다 보면 7시 반이 되어요. 집으로 돌아와서 밥을 먹고, 청소를 해요.”

혼자 사는 노인의 하루는 단조롭지만 규칙적이다. 그리고 활동적이다. 땀이 나도록 뛰지 않지만, 매일 걷는 양을 따져보니 1만5000보는 거뜬히 된다. 가만히 서서 하는 운동인 것 같은 활쏘기도 145m 앞의 과녁에 꽂힌 화살을 가져오려면 제법 걷는다. 그는 활쏘기가 노년층에게 좋은 운동인 것 같다고 예찬했다.

여기에 일주일에 한 번은 테니스를 친다. 테니스는 다소 움직임이 과격한 운동인지라 횟수를 줄였다. 코트를 뛰어다니는 것은 무리라, 크지 않은 반경 안에서 움직이는 정도로 소화하고 있다. 예전만큼 활동적으로 할 수는 없지만 테니스 라켓을 놓을 생각은 없다. 그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니고 승부욕을 채우기 위한 것도 아닌, 젊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 나이가 많으니까 친구들도 죽고, 동창들도 죽었어요. 활을 쏘러 가면 40대도 있어요. 젊은이들이랑 대화를 하고 같이 운동한다는 게 참 좋아요. 사람들과 접촉이 많지 않아 치매에 걸린 지인들을 보면, 노인일수록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건강하다가 부인이 먼저 세상을 뜨면 접촉하는 사람이 없어져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결국 사람과 교류를 하는 것이 가장 사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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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늘, 내일은 내일’ 있는 그대로 사는 것

김택수 씨와 대화를 나누고 얼마 되지 않아 정년퇴임 이후의 시간이 멈추지 않고 바쁘게 유지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비단 운동뿐 아니라 지금 그의 일상에서 재미를 책임지는 것은 정년퇴임 이후 처음 도전했던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중 하나가 퇴임 후 배운 컴퓨터다. 주위 사람들은 “그만둔(은퇴한) 사람이 왜 컴퓨터를 배우려고 해?”라면서 놀렸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배우고 싶었다. 배워야 할 것 같았다. ‘쓸모없으면 뭐 어때’ 하는 마음에 컴퓨터 학원에 등록했다. 1년 동안 꾸준히 배운 결과 지금은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은 능수능란하게 한다.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다른 노인들에 비해서는 익숙한 편이라고 만족하는 중이다. 만약 그때 컴퓨터를 배우지 않았더라면 30년이 넘는 시간을 컴퓨터를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나왔는데, 마침 교육청에서 스마트폰 배우기 강좌가 열리더란다. 궁금한 마음에 도전했다. 그 수업을 들은 덕에 그는 요즘 손자와 카톡을 주고받고 유튜브로 재미있는 영상을 찾아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해가 바뀌면 그는 98세가 된다. 97이라는 적지 않은 숫자에서 98이라는 더 적지 않은 숫자로 바뀌는 새해를 맞는 심경 그리고 목표는 무엇인지 물었다.

“뭐 그게 뭔가요. 오늘은 오늘을 사는 거고, 내일은 내일 걱정하는 거죠. 지난 거 걱정할 필요 없잖아요. 그냥 쾌활하게 살아요.”

조금 설명이 부족했는지, 조금 더 말을 덧붙였다.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나무 자르는 사람이 ‘내가 이렇게 살아가면 뭐 하나’ 하면 나무가 안 잘라지잖아요.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살면 되죠. 사람 만나면 반갑게 맞이하고, 식사도 하고. 내 돈이 없어져도 자꾸 점심 먹자고 불러내려고 하고. 그렇게 살다 보면 즐거워요. 계획은 안 세워요. 있는 그대로 사는 거죠. 나이가 몇인데 계획을 세워요. 나는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지나간 것 생각해봤자 아무 소용도 없어요. 그저 하루하루 잘 살고 잘 먹고 하면 되는 거 같아요. 살아보니 인생 별거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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