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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예술가! 예술과 함께라서 인생이 아름답다 [2] 송파뮤즈오케스트라

2019-11-21 08:36

취재 : 장가현 기자  |  사진(제공) : 안규림, 조지철, 엠에이피크루, 셔터스톡, 스완스발레단, 송파뮤즈오케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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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계절 가을이다. 하늘은 유독 파랗고 거리는 온통 그림 같은 계절이 왔다. 이런 계절에는 괜스레 음악도 찾아 듣고 노트 한 귀퉁이에 그림도 끄적거리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인간에게 예술은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존재라고들 말한다.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리다 보면 가슴속 맺혔던 응어리가 풀리던 경험을 누구나 겪어봤을 것이다. 예술이 준 경험을 토대로 인생이 아름다워진 사람들을 만나 예술이 전해준 마법 같은 변화를 들어봤다. 가수 솔비에서 ‘아트테이너’가 된 권지안 작가를 비롯해 발레, 오케스트라, 팝아트 그리기를 하고 있는 여성들을 만났다. 20대에서 50대까지 주부들이 요즘 어떤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물었다.
(왼쪽부터) 김혜진, 박진영, 김지현, 이은이, 이향숙 씨
송파뮤즈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는 악기와 사람이 어우러지는 하모니

10년도 더 전에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클래식을 사랑하지만 각자 사연이 있어 음악을 포기했거나 포기할 위기에 처한 이들이 한데 모여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줬다. 강마에 역을 맡았던 김명민의 ‘똥덩어리’라는 명대사로 더 회자되지만, 우리나라에서 클래식과 일반인 오케스트라 부흥을 이끌었던 건 이 드라마였다. 그런데 이보다 더 먼저 만들어진 일반인, 그것도 주부 오케스트라가 있다. 올해로 창단한 지 16년째 되는 ‘송파뮤즈오케스트라’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부가 모인 이들의 초기 멤버는 송파여성문화회관의 문화센터 수강생이었다.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수업을 듣던 수강생들끼리 ‘오케스트라 한번 해볼까?’ 했던 그 대화에서 출발했다.

‘뮤즈들’을 만난 날은 가을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평일 오후였다. 이른 시간부터 송파여성문화회관 지하연습실에서 공연 연습을 하던 이들은 비가 오는지도 모르게 연습에 매진했다.

“어쩐지 오늘따라 합주가 잘 안 되는 것 같더니 습도 때문에 그랬나 봐요. 오케스트라에 현악기가 많아서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악기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는 연습 시간도 늘어나요. 원래 10시부터 12시까지 오전 연습을 하기로 했는데 오늘은 9시부터 시작해서 12시 40분까지 연장됐어요. 너무 오래 해서 허리가 다 아파요.”(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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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고 있는 송파뮤즈오케스트라
2 서울 송파구 송파여성문화회관에 있는 지하스튜디오에서 단원들이 합주를 하고 있다.

창단 16년 차 주부 오케스트라

다들 아마추어라 전공자를 초빙해 연습하고 있다. 파트별로 수석연주자는 주로 악기를 전공한 사람들이 맡는다. 필요하면 반강제로 전문가를 초빙하기도 한다. 파트별 연습 시간 따로, 합주 시간도 따로 내야 하니 공연을 하나 올릴 때면 스케줄러에 연습 스케줄이 가득 찬다.

벌써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오케스트라다. 이들이 악기를 손에 쥐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사람이 많은 만큼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캐나다로 이민 가서 12년을 살았어요. 한국에 들어와서 송파뮤즈에 들어온 지 벌써 5년이 지났네요. 아이들 다 대학까지 보냈으니 이제 나를 위해 한국에 들어가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죠. 한국에 들어와서 살 동네를 정하고 나니 이제 무엇을 하며 지낼지가 고민이었어요. 집에서 가까우면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곳을 찾으니까 송파뮤즈가 딱이었어요.”(박진영)

인터뷰를 하러 모인 뮤즈들은 알고 보니 다 임원들이었다. 총무, 부단장, 단장, 전 단장까지 송파뮤즈를 이끌어온 주역들이라 그런지 오케스트라에 대한 애정은 기본이고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해결해야 해서 무척이나 바빴다. 더군다나 축제의 계절 10월이다. 기자가 뮤즈들을 만났을 무렵, 정기공연이 얼마 안 남아서 연습량을 더 늘렸다. 그리고 거의 매주 공연이 있다. 뭐랄까. 행사를 도는 연예인만큼 빽빽한 스케줄이었다. 그래서 이들과 인터뷰할 수 있는 시간도 딱 30분이었다. 연습을 끝내고 주어진 한 시간 안에 인터뷰, 사진 촬영,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음 연습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프로 오케스트라는 스태프들이 알아서 공연장을 잡아주고 공연장 컨디션, 악기 컨디션을 다 체크하는데 저희는 알아서 해야 해요. 그래서 저희는 공연장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주차장이에요.(웃음) 다들 악기를 직접 갖고 다니니까요. 바이올린처럼 작은 악기는 괜찮지만 첼로처럼 부피가 큰 악기들을 갖고 다니는 분들은 정말 고생이에요.”(이은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챙겨야 하니 임원들은 휴대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 오죽하면 연주만 편하게 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할까. 그 말을 듣던 김지현 단장이 “나는 연주 말고 일만 했으면 좋겠다”며 농담을 했다.

뮤즈들이 바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실력이 검증된 오케스트라라서 찾는 곳이 많다는 뜻이다. 2015년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생활예술오케스트라축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특전으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정기연주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단원 모두에게 ‘가문의 영광’인 순간이었다.

“대상 수상자라고 하면 아직도 좀 쑥스러워요. 그때 다양한 오케스트라 단체들이랑 서로 교류할 수 있었던 게 참 재밌고 좋았어요. 상은 기대도 안 해서 다들 깜짝 놀랐어요. 진짜 우리 맞냐고 여러 번 묻기도 하고. 준비하는 과정도 참 힘들었거든요. 저희는 아마추어라 프로들이 2번만 연습할 곡을 20번은 연습해야 합이 맞아요. 그러니 다들 쏟은 시간과 노력이 대단했죠. 올해는 왜 안 나가냐고요? 아유~ 힘들어서 못 해요.”(이향숙)

우리나라 대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로 이름을 날린 이들은 스타들과도 인연이 있다. 피아니스트 이루마와 함께 연주한 적도 있고, 이들의 공연을 보러 세계적인 비올리스트 용재 오닐이 직접 찾아온 적도 있다.
 
 
음악이 준 성취감, 즐거움

다섯 뮤즈에게 이렇게까지 고생을 하면서 음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혼자 취미로 연주해도 되고 음악 감상으로 대신해도 될 법한데,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열정적으로 만들었는지 궁금했다.

“혼자서 연주하면 예쁜 소리가 안 나요. 저랑 비슷하거나 저보다 더 나은 사람들과 소리를 맞춰가는 과정도 재밌어요. 오케스트라의 매력이 그거예요. 또 오케스트라를 하고 자신감을 찾은 분들이 많아요. 아이들이 다 크고 떠나면 우울증에 걸리는 엄마들이 많잖아요. 여기 와서 오케스트라를 시작하고 사람들도 많이 만나면서 몰라보게 밝아진 분도 계세요. 가정에서 엄마, 아내가 차지하는 역할이 크잖아요. 엄마에게 활력이 생기니까 아이들, 남편을 대하는 태도도 더 좋아졌어요.”(김혜진)

이들에게 음악은 베스트 프렌드다. ‘음악은 삶’이라는 심오한 대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함께하면 즐겁고 위로가 되는 존재라 베스트 프렌드라고 박진영 씨가 말했다. 음악을 시작해서 이들은 바쁘고 챙겨야 할 것도 많아졌지만 그만큼 재미가 생겼다. 평생 함께할 좋은 친구가 곁에 있으니 바빠도 즐겁고 힘들어도 재밌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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