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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한 요리처럼, 셰프 오스틴강

2019-09-15 06:54

취재 : 이근하 기자  |  사진(제공) : 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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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거짓말을 못 한다. 소금을 많이 넣으면 짜고, 덜 넣으면 싱겁듯. 셰프 오스틴강은 ‘요리 같은’ 사람이다. 보여주는 게 다 진짜인 사람. 그가 요리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내놓는 요리가 곧 ‘자신’이니 말이다. 오스틴강의 요리는 참 진실하다.
높은 계단을 저벅저벅 내려오는 그를 보고 있자니 혼란스러웠다. ‘셰프인가, 모델인가.’ 잠시였을 뿐. 가까이서 마주한 그는 셰프가 분명하다. 불에 데고 칼에 베인 상처가 손 이곳저곳에, 양념으로 추정되는 얼룩이 바지 곳곳에 또렷했다.

오스틴강은 셰프다.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등에 얼굴을 비친 터라 혹자는 그를 방송인 내지 연예인으로 알고 있지만 셰프다. 직업에 대한 오인에는 수려한 외모도 한몫했을 터. 몇몇 방송에선 ‘훈남 셰프’로 소개된 그다.
 

요리를 시작한 건…

“존댓말 안 쓰면 한국말 편하게 돼요.”

인터뷰를 한국어로 진행해도 괜찮겠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오스틴강은 조금 천천히, 이따금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땐 영어를 섞어 말한다. 6년 전 한국에 처음 와서야 한국어를 배웠으니 완벽한 구사는 어려울지라도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없다.

미국에서 IT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었다. 회사가 6개월짜리 프로젝트를 한국에서 진행하기로 해서 한국에 오게 됐다. 일정 수입을 보장받았지만 적성엔 맞진 않는 생활이었다. 흔한 말로 때려치웠다. 수순대로라면 미국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는데 문득, ‘한국’이 궁금해졌다.

“부모님은 한국에 가지 말라고 했어요. 엄청 고생해서 미국에 왔더니 왜 굳이 한국에 가냐고. 저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까 한국 문화 좀 알고 싶었거든요. 이왕 한국에 온 거 오케이, 두 달만 있어보자 했어요.”

한국에 있다 해서 그간 식습관이 쉽게 변할 리 없었다. 미국 양식이 먹고 싶어 여러 식당에 들렀다. 그의 표현대로 “진짜 아메리칸 푸드”는 없었다. 대학 때 배운 내용을 살릴 기회인 것 같았다.

“호텔이랑 레스토랑 서비스, 위생, 요리 등등 다 가르쳐주는 Hospitality Management를 전공했어요. 호텔, 레스토랑에서 진짜 일도 해봤고. 한국에서 양식 파는 식당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작 가게를 차릴 돈은 없었다. 가지고 있는 금액이라곤 20만원이 전부였다. 돈도 돈이지만, 실제로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할 수 있는 실력까진 아니었다. 자주 가던 멕시칸 레스토랑에 취직해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반년 동안 막내 다섯이 뛰쳐나갔을 정도로 혹독한 곳이었다. 오스틴강은 거기서 2년을 보냈다.

“요리에 엄청 빠진 때였어요. 더 다양하게 배우려고 평일에는 멕시칸 식당에서, 주말에는 프렌치 식당에서 일했어요. 무보수 인턴 같은 거. 두세 달 뒤엔 선배 도움 받아서 멕시칸 식당 나오고 프렌치 식당 정식 막내로 들어갔어요. 아, 너무 빡셌어요. 빨리 배우고 싶은 마음에 빡세게 굴려달라고 했더니 정말 그랬어요.(웃음) 쉬는 날에도 일하고 엄청 혼났죠. 요리하다 이마 위쪽이 베여서 꿰맨 적도 있고 손도 많이 베였는데 셰프는 다 그런 거니까. 다시 생각해도 선배 셰프들 정말 고마워요. 그때 거기서 같이 일한 멤버들 지금 엄청 잘나가고 있어요.”

요리가 그저 좋다고 했다. 거짓인지 아닌지 가려낼 필요가 없어서다.

“주방 들어가서 어떻게 행동하는지만 봐도 그 사람 알겠어요. 재료 준비하는 거, 요리하는 거, 플레이팅하는 거 그 사람이 누구라고 말해주거든요. 그래서 요리가 좋아요. 그 자체로 다 보여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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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개인 식당 실패, 나만의 색 찾는 중

‘요리’로 귀결되는 그의 답변으로 짐작하건대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셰프 코리아 시즌4>에 출연한 이유도 ‘요리’ 때문이었으리라. 그런데 웬걸, “친구들 때문”이었단다. 친구들이 그도 모르게 참가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한 덕(?)에 면접을 거쳐 출연까지 이어졌다.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하니까 친구들이 몰래 지원서를 썼더라고요. 저는 실력을 더 길러야 하고 방송도 무서우니까 안 나가겠다고 했더니, 애들이 막 설득했어요. 면접장까지 같이 택시 타고 데려다주면서…. 그중 한 명이 헨리예요.”(웃음)

결과적으론 결승 직전에 탈락했다. 서바이벌에 참여하느라 다니던 레스토랑도 그만둔 상태였다. 미국으로 돌아가 요리 학교에 다닐 계획이었는데 그럴 만한 돈이 없었다. 헨리는 “방송 나가봤잖아. 왜 그만해! 용돈 벌면서 활동해”라며 모델 활동을 권했다. 쉽지 않았다. 지금도 어색한 카메라 앞이 그땐 더 힘들었을 뿐 아니라 일이 많지도 않았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가.’ 답은 역시 ‘요리’였다.

서울 연남동 뒷골목에 작은 프렌치 레스토랑을 열었다. 오픈하고 1년간은 그 어떤 방송 섭외도 마다하고 요리에만 집중했다. 당시 교제하던 연인과 헤어지는 원인이 되었을 정도로 몰두했다. 그럼에도 직원으로만 일해본 그로서는 레스토랑의 모든 부분을 관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임대 계약 종료와 동시에 문을 닫았다. 국내 외식 트렌드, 입맛, 비즈니스 시스템 등에 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선택한 게 현재 ‘R&D 키친’이다. 메뉴 개발과 같은 요리 연구가 주목적이다.

“엘레브(첫 번째 식당)가 제 요리 색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요즘 메뉴 개발하면서 제 색을 찾고 있는 거예요. 사람들이 자꾸 식당 언제 여냐고 하는데, 확신이 들 때까진 안 돼요. 실수 또 하기 싫어요. 제 요리 스타일이랑 손님들 입맛의 균형 잡아야 해요.”
 

담백한 게 좋은 이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재료 그대로의 풍미를 살리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사워도우 브레드엔 버터, 토마토, 소금만 더한다. 수더분한 그를 꼭 닮은 메뉴다.

“허세 부리는 사람 싫어요. 요리도 마찬가지고요. 괜히 화려하게 하고 복잡하게 하려는 것보다 심플한 게 더 맛있는 것 같아요.”

그래선지 <나 혼자 산다> 속 그는 누구보다 꾸밈없었다. 단출한 차림으로 수산시장에 들러 식재료를 구경하고 거리낌 없이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이 그에겐 일상이다. 한국 문화에도 제법 익숙해졌다. 제일 어려웠다던 존댓말도 곧잘 해낸다.

“제겐 태어났을 때부터 존댓말이 없었잖아요. 한국 오니까 나이 있는 분들에게 높임말 안 쓰면 이상하게 보는 거예요. 저 지금은 잘 쓰고 있는 거죠?(웃음)”

가족과 떨어져 지낸 지 올해로 6년. ‘한국행’을 만류했던 부모님은 셰프 아들이 여전히 탐탁지 않은 듯하다. 정확히 말하면 안쓰러운 마음이다.

“이거(셰프) 블루칼라라고 왜 고생을 하려 하냐고 맨날 잔소리하세요. 더군다나 가족이 있는 미국에서도 아니니까. 이마 다쳤을 땐 엄청 놀라셨고요. 어쩔 수 없어요. 이게 제 행복이라서.”

‘버터’, ‘소금’, ‘산(Acid)’. 오스틴강이 가장 선호하는 식재료다. 버터는 풍미를 더해서, 소금은 맛을 살려서, 산은 균형을 잡아줘서란다. 기본에 충실하되 깊이 있게 그리고 완벽하게. 그가 내밀 요리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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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톤콜드  ( 2019-09-17 )  수정 삭제    답글 찬성 :0   반대 : 0
산은 뭐지? 신거? 식초같은거?